최근 수정 시각 : 2023-02-06 20:56:39

천고문란

파일:45문란.jpg

1. 개요2. 형태적 특징3. 체제 및 내용4. 특성 및 가치5. 참고 문헌

1. 개요

『천고문란(千古文瀾)』은 중국의 진나라와 한나라의 명문(名文)들을 뽑아서 간행한 편저자 미상의 문선집(文選集)이다. 종로도서관 소장본은 목활자(木活字)인 갑인자체훈련도감자(甲寅字體訓鍊都監字)로 간행한 판본이다. 여상(呂相)의 「절진서(絶秦書)」부터 양웅(揚雄)의 「해조(解嘲)」까지 진·한 시대 명문(名文) 총 32편을 상·하 2권으로 나눠서 수록하였는데, 종로도서관 소장본은 권 하 19편만 있는 영본(零本)이다. 편찬 배경에 대해서는 별도의 서문(序文)이나 발문(跋文)이 없어서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지만 소명태자 문선을 기반으로하는 문장 선집의 편찬 흐름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 형태적 특징

이 책의 표지서명은 『문란(文瀾)』이며 권수제는 없지만 동일한 판본의 상권에 목록제목으로 『천고문란(千古文瀾)』으로 표기되어 있다. 본문은 목활자(木活字)인 훈련도감자(訓鍊都監字)로 인출하였다. 첫 장의 반곽이 21.5×15.5cm이며, 계선이 있고 반엽(半葉)마다 9행(行) 16자(字)로 되어있다. 판심의 어미는 상하내향삼엽화문어미(上下內向三葉花紋魚尾)이며 간혹 이엽화문어미(二葉花紋魚尾)가 혼입되어 있다. 판심제(版心題)는 여회남왕서(予淮南王書), 답임안서(答任安書), 육국표서(六國表序) 등 각 문장의 소제목을 표시하여 다양하게 나타난다. 제1장 상단에는 ‘京城府立圖書館藏書’가 답인되어 있으며, 우측 하단에는 옛 소장자의 인문 3종이 답인되어 있다.

3. 체제 및 내용

본래 이 책은 2권 2책 구성이지만 종로도서관 소장본은 하권(下卷) 1권 1책만 남아있는 영본(零本)이다. 내용을 살펴보면 박소여회남왕서(薄昭予淮南王書), 사마천답임안서(司馬遷答任安書), 태사공육국표서(太史公六國表序), 태사공진초지제월표서(太史公秦楚之際月表), 태사공한흥이래제후연표(太史公漢興以來諸侯年表), 사마상여간렵서(司馬相如諫獵書), 사마상여유파촉격(司馬相如喩巴蜀檄), 사마상여봉선문(司馬相如封禪文), 회남왕안간벌민월서(淮南王安諫伐閩越書), 주부언논벌흉노서(主父偃論伐匈奴書), 엄안논정벌서(嚴安論征伐書), 노온서상상덕완형서(路溫敍上尙德緩刑書), 양운보손회종서(楊惲報孫會宗書), 조충국상둔전주(趙充國上屯田奏), 유향논산릉서(劉向論山陵書), 양웅간불수선우조서(揚雄諫不受單于朝書), 양웅해조(揚雄解嘲) 19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모두 진한(秦漢) 고문(古文)이다. 16세기 이후 당송(唐宋) 고문에 반하여 진한 고문이 각광을 받게 되었는데, 본서는 그러한 시대적 영향을 보여주는 고문 선집(選集)이다.

종로도서관 고문헌 검색시스템에서 원문 확인이 가능하다.

4. 특성 및 가치

이 책은 갑인자를 닮은 훈련도감 목활자를 이용하여 간행한 판본이다. 임진왜란 직후에 물자 결핍으로 새로운 활자주조를 하기 어려워지자 흩어진 옛 활자를 모으고 부족한 것은 목활자로 보충하여 인쇄하는 데 사용하게 되었다. 훈련도감자는 군사기구인 훈련도감에서 남는 병력을 이용하여 많은 목활자를 만들어 필요한 책을 찍어 내는 일을 수행하면서 사용한 목활자를 통칭해서 이르는 말이다. 임진왜란 이전에 간행되었던 금속활자인본을 바탕으로 활자가 제작되었으므로 갑인자, 을해자, 갑진자. 경오자. 병자자 등의 글자 모양을 닮은 목활자가 만들어졌고 『천고문란』은 이 중에 갑인자를 닮은 목활자를 사용하였다.

훈련도감자본 『천고문란』의 정확한 간행 연대는 알 수 없으나‚ 인조 때의 문신인 신속(申洬, 1600-1661)의 소장인이 찍혀 있는 책이 규장각 소장본으로 남아있어서 17세기 초중반 인조 연간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 본서는 하권 1책만 남은 영본(零本)이다. 동일한 판본이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국립중앙도서관, 단국대학교 율곡기념도서관, 연세대 도서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이 중 규장각 소장본과 종로도서관 소장본을 비교하면, 종로도서관 소장본은 본문 앞에 목록이 없으며, 이외 본문은 온전한 상태이다. 타 소장본을 살펴보면 각 권의 앞에 전체 수록 작품 목록이 실려 있으며‚ 작품은 백문(白文)만 실려 있고 주석(註釋) 등은 없다. 종로도서관 소장본에는 곳곳에 구결, 비점, 주석 등이 기재되어 있다. 주석의 경우 난상 및 본문 하단 등에 위치하고 있으며, 비점은 청묵(靑墨)으로 찍어두었다.

『천고문란』의 저본으로 여겨지는 소명태자 『문선』은 조선 전시기에 걸쳐 여러차례 간행되었으며, 그 글을 가려 뽑은 문장 선집도 다양하다. 이런 선집들은 중국 진한(秦漢) 시기 문장의 전범이자 학습서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였다. 특히 조선중기에는 『천고문란』 외에도, 『선문정수(選文精粹)』, 『서한문감(西漢文鑑)』 등 문선』 등 진한시기의 문장을 가려 뽑은 선집이 유행하였다. 『천고문란』은 이 시기에 일정한 풍조를 이루었던 진한 시기 문장 학습의 일면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이다.

※이 문서는 종로도서관 인문사회과학실에서 제공합니다.

5. 참고 문헌

송정숙, 「17세기 훈련도감의 인쇄·출판 활동」, 『서지학연구』 42, 한국서지학회,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