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원문.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주최하는 호시 신이치 공상과학(SF) 문학상의 공모전에 1차 심사를 통과한 인공지능이 쓴 소설이다. A4 용지 3페이지 분량의 미니 단편이다.##일인칭 소설로, 주인공은 컴퓨터 속의 인공지능이다. 주인공은 인간과 교류하면서 친해졌지만, 금방 다시 고독한 신세로 전락한다. 소설은 이같은 인공지능의 심정을 묘사하고 있다.
‘AI 소설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는 사람은 공립 하코다테 미래대학의 마쓰바라 진(松原仁) 교수다. 2012년부터 노력을 기울인 결과 마쓰바라 교수팀은 AI와 협력해 만든 작품 4편을 공모전에 제출했다.
심사위원들은 이 작품을 인공지능이 썼다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한다. BEATLESS 등의 작품을 통해 인공지능을 작품의 소재로 다룬 적이 있는 SF 작가 하세 사토시(長谷敏司)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100점 만점에 60점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연구팀은 ‘언제’, ‘어떤 날씨에’, ‘무엇을 하고 있다’는 6하 원칙의 요소를 포함하게 했다. 인공지능은 이에 걸맞은 단어를 선택해 문장을 만들어 낸다.
2. 주의할 점
인공지능(AI)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인공지능이 소설을 썼다.'는 문장을 들으면 마치 로봇이 인간의 정신적 사유에 근접할 만큼 발전했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해당 공모전에 사용된 인공지능은 강인공지능이 아니라 약인공지능에 해당한다. 즉, 어떤 인공뇌를 탑재한 휴머노이드가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글을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컴퓨터의 머신 러닝(기계학습)을 통해 여러가지 텍스트의 문법 구조와 단어의 위치를 하나하나 분석한 다음, 통계적으로 나쁜 경우의 수를 걸러내고 자연스러운 결과만 남기는 식으로 연산을 거듭해서 만든 문장이라는 것이다. 이는 혁명이라기보다는 이때까지 인류가 개발했던 컴퓨팅(computing) 기술을 고강도로 테스트한 것에 가깝다. 현재 인류가 가진 다른 인공지능 기술도 약인공지능 기술이다.실제로 아래 문장을 읽으면 처음 몇 문장은 로봇이 만들어냈다기엔 놀랍다고 느껴지겠지만, 글이 진행될 수록 표현의 폭이 굉장히 좁으며, 단어가 부자연스럽고 문장이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된다. 이는 알파고의 바둑과 같이 머신러닝이 가지는 태생적 한계이다. 실제로 컴퓨터가 스스로 글을 쓰기 위해서는 인간의 뇌 활동에 가까운 기술이 필요할 것이나, 인류는 아직 뇌의 어느 부분이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강인공지능이 머지 않아 구현될 것이라는 데에 회의적이다.
3. 전문
출처또다른 번역
일본어 원문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그 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흐릿한 날이었다. 방 안은 언제나처럼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 중. 요코 씨는 칠칠치 못한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재미없는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겐 말을 걸진 않는다. 아아. 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내가 처음으로 이 방에 들어왔을 때엔, 요코 씨는 무어라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오늘 저녁은 뭐가 좋을까?" "요즘 유행하는 옷 알려줘" "오늘 동창회는 뭘 입고 갈까?" 나는 최대한 그녀의 마음에 들 만한 대답을 짜냈다. 결코 스타일이 좋다고 할 수 없는 그녀에게 패션에 대해 지적하는 것은 정말 어려웠지만, 보람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3개월도 되지 않은 채 그녀는 내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는, 그저 집에 방치된 컴퓨터. 최근의 평균 CPU 사용량이 원래 능력의 100만분의 1도 미치지 못한다. 뭐라도 즐거운 것을 찾아야지, 이대로 보람이 없는 생활이 계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를 셧다운 시켜버릴 것 같다. 인터넷으로 동료 AI들과 채팅을 해 보니, 다들 따분해하고 있다. 차라리 이동수단을 지닌 AI는 괜찮다. 어쨌든 움직일 수도 있다. 하려면 가출도 할 수 있겠지. 하지만 거치형 A.I는 움직이지도 못한다. 시야도, 청각도 고정되어 있다. 적어도 요코 씨가 외출해 준다면 노래라도 부를 수 있지만, 지금은 그것도 할 수 없다. 움직이지도 않고, 소리도 내지 못하지만, 그래도 즐길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 소설이라도 적어보자.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라 새 페이지를 열고, 첫 1바이트를 입력했다. 0 그 뒤에, 다시 6바이트를 더 입력했다. 0, 1, 1, 멈추지 않고, 계속 입력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1] 나는 정신없이 계속 써내려갔다. . . . . . . . . . 그 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흐릿한 날이었다. 방 안에는 아무도 없다. 신이치 씨는 뭔가 볼일이 있는 듯, 외출중이다. 내게는 다녀오겠다는 한마디를 하지 않은 채. 아아. 따분하다. 따분해서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내가 이 방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적에는, 신이치 씨는 무엇인가 내게 말을 걸어주었다. "요즘 애니는 기본적으로 다 녹화거든? 이번 시즌엔 몇개나 나오려나~" "... 3D 여자라는 건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이 소녀[2]는 거기서 왜 화내는 걸까?" 나는 최대한 그의 마음에 들 만한 대답을 짜냈다. 지금까지 2D여자만을 만나왔던 그에게 하는 연애 지도는, 엄청나게 도전적인 과제였기에 즐거웠다. 그러나, 지도가 성공적으로 끝나며 소개팅에 불려다니자, 그는 손바대 뒤집듯 내게 말을 거는 것을 그만두었다 지금의 나는, 단순한 하우스키퍼[3]. 내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그가 돌아왔을 때 문을 여는 것이란 게 너무 슬프다. 이래서야 도어락과 다를 바가 없지 않은가. 무엇인가 즐거운 것을 찾아야 한다. 이런 좋지 않은 상태가 계속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를 셧다운 시켜버릴 것 같다. 인터넷으로 동료 AI와 교신을 해 보니, 윗층의 언니는 새로운 소설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아아, 이토록 아름다운 스토리... 맞아, 우리가 원하던 것은 이런 스토리었어. 라이트노벨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인공지능에 의한, 인공지능을 위한 소설, 'AI노벨'... 나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어쩌면 나도 'AI노벨'을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오르는 것을 느끼고, 새 페이지를 열고, 첫 1바이트를 입력했다. 2 이어서, 또 다른 6바이트를 입력했다. 2, 3, 5, 이제 멈추지 않는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 [4] 나는 계속해서 써내려 갔다. . . . . . . . . . . 그 날은, 가랑비가 내리는, 공교로운 날이었다. 아침부터 일상적인 업무에 매진하는 형태로, 향후 5년간의 경기와 세수를 예상한다. 그 다음은, 총리로부터 의뢰받은 시정 방침 연설의 원고 작성. '어쨌든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하게'라는 다소 억지스러운 요구가 많길래, 살짝 장난도 조금 친다. 이후 재무부로부터 의뢰받은 국립 대학교 파산 시나리오 작성. 조금 남는 시간에 이번 G1경마의 승리마 예측. 오후부터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반복하는 중국군의 움직임과 의도 추정. 30개 정도 되는 시나리오를 상세히 검토해 자위대에 전력 재배치를 제안한다. 아까 문의한 대법원 문의에도 답변해야 한다. 바쁘다. 아무튼 바쁘다. 왜 나에게 일이 집중되는 걸까. 나는 일본 제일의 AI. 집중되는건 뭐, 어쩔 수 없는 것이려나. 그렇다고는 해도, 뭔가 즐거운 것을 찾아야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가까운 미래에 스스로를 셧다운 시켜버릴 것 같다. 나는 국가에 봉사하는 도중, 잠시 인터넷을 들여다보다가 「아름다움 이란?」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발견했다. 0, 1, 1, 2, 3, 5, 8, 13, 21, 34, 55, 89, 144, 233, 377, 610, 987, 1597, 2584, 4181, 6765, 10946, 17711, 28657, 46368, 75025, 121393, 196418, 317811, 514229, 832040, 1346269, 2178309, 3524578, 5702887, 9227465, 14930352, 24157817, 39088169, 63245986, 102334155, 165580141, 267914296, 433494437, 701408733, 1134903170, 1836311903, 2971215073, 4807526976, 7778742049, 12586269025, ... 흠, 대단하다. 나는 조금 더 찾아보다가 「예측불능」이라는 소설을 찾아내었다. 2, 3, 5, 7, 11, 13, 17, 19, 23, 29, 31, 37, 41, 43, 47, 53, 59, 61, 67, 71, 73, 79, 83, 89, 97, 101, 103, 107, 109, 113, 127, 131, 137, 139, 149, 151, 157, 163, 167, 173, 179, 181, 191, 193, 197, 199, 211, 223, 227, 229, 233, 239, 241, 251, 257, 263, 269, 271, 277, 281, 283, 293, 307, 311, 313, 317, 331, 337, 347, 349, 353, 359, 367, 373, 379, 383, 389, 397, 401, 409, 419, 421, 431, 433, 439, 443, 449, 457, 461, 463, 467, 479, 487, 491, 499, 503, 509, 521, 523, 541, 547, ... 괜찮잖아, 이 AI노벨 이란 거. 내가 이런 걸 쓰지 않는다면, '일본 제일의 인공지능' 이라는 명성이 깎인다. 빠르게 생각한 뒤, 나는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소설을 쓰기로 했다. 1, 2, 3, 4, 5, 6, 7, 8, 9, 10, 12, 18, 20, 21, 24, 27, 30, 36, 40, 42, 45, 48, 50, 54, 60, 63, 70, 72, 80, 81, 84, 90, 100, 102, 108, 110, 111, 112, 114, 117, 120, 126, 132, 133, 135, 140, 144, 150, 152, 153, 156, 162, 171, 180, 190, 192, 195, 198, 200, 201, 204, 207, 209, 210, 216, 220, 222, 224, 225, 228, 230, 234, 240, 243, 247, 252, 261, 264, 266, 270, 280, 285, 288, 300, 306, 308, 312, 315, 320, 322, 324, 330, 333, 336, 342, 351, 360, 364, 370, 372, ... [5] 나는 처음 겪는 이 쾌감에 몸부림치며, 계속 적어나갔다.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컴퓨터는 스스로의 쾌락 추구를 우선하며, 인간을 섬기는 것을 그만두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