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 근사하게 미친 살해를 시작할까.
구원의 여지가 없군. 검사라는건.
그러나 죄인은 용과 춤춘다의 등장인물.
에리다나에서 '사가미 일도류'의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주식검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동방의 히나기 출신이다. 사용하는 마장검의 이름은 '휘파람새 울음'.
그가 익히고 있는 검술인 '사가미 일도류'는 정통 살인검으로 제자가 스승을 죽이고 사문의 이름을 이어받는 파격적인 계승법을 채택하고 있다.[1] 텐젠 역시 자신의 스승을 살해하고 후계자의 증표인 '휘파람새 울음'을 손에 넣은 것이다. 배경이 이렇다 보니 검술은 두말 할 것 없이 달인급이다. 노쇠한 몸이지만 전위 검사로써 최고위인 기기나를 상대로 거의 대등하게 검을 맞댈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 기기나 역시 그러한 그의 실력을 인정하여 주식사무소 일이 비번인 날에는 텐젠의 도장에 찾아와 그와 검을 나누며 자신의 검술을 연마하고 있다.[2]
3개월 동안 기기나와 검을 맞대어 왔으나, 날이 가면 갈수록 노쇠해 지는 육체에 한계를 느껴 결국 기기나와의 대련을 그만두기로 한다. 마지막 대련을 마친 뒤 기기나에게 자신의 검, 즉 사가미 일도류를 이어달라는 본심을 드러내보이지만 기기나는 "검술 지도에는 감사하지만 죽을 곳은 스스로 찾으라"며 거절한다.
기기나에게 사문을 물려주는 것도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이대로 늙어서 생을 마치는가 하던 텐젠이었지만, 그의 검술을 노린 요시키요가 찾아온다. 텐젠의 노쇠한 몸으로는 젊고 강력한 주식검사인 요시키요를 이길 수 없었고, 결국 텐젠은 요시키요의 검에 패배하여 오른팔과 뇌, 신경계를 파괴당하고 사문의 상징인 '휘파람새 울음'까지 빼앗기고 만다. 최후의 기력을 짜내 강에 뛰어들어 도망한 텐젠이었지만, 이미 그에게 검사로써의 인생은 끝나 있었다. 병원 중환자실에 누운 그에게 소식을 들은 기기나가 찾아왔지만, 그는 패잔병의 모습을 보이기 괴롭다며 기기나를 쫓아 보낸다.
홀로 남은 텐젠은 젊은 시절의 자신이었다면 요시키요에게 패배하지 않았을 것이며 나아가 기기나에게도지지 않을 것이라며 상념에 빠진다. 그런 그에게 유혹의 손길이 찾아든다. 악명 높은 연쇄살인마 집단 자하드의 사도 중 '왼손 중지의 마렌코'라는 자가 그에게 전성기의 힘을 돌려주겠다는 제안을 해 온 것이다. 도덕을 우선시하여 마렌코의 제안을 뿌리치고 고고한 검사로서 죽을 것인지, 아니면 악마와 계약하여 타락하지만 전성기의 힘을 얻어 마음 속에 품고 있던 검은 욕망을 이룰 것인지 텐젠은 갈등한다.
결국 그는 마렌코와의 계약을 선택한다. 마렌코는 특수한 주식으로 그의 상처를 치료해 준 것은 물론 전성기의 젊음과 힘, 반응속도를 돌려주었고 그는 기기나와 요시키요가 싸우고 있던 장소로 난입한다. 젊어진 텐젠의 등장에 승리한 기기나도, 패배한 요시키요 모두 경악하나 그는 태연하게 요시키요에게 빼앗긴 휘파람새 울음을 되찾으려 한다. 요시키요는 중상을 입은 몸으로 텐젠에게서 빼앗은 사가미 일도류의 검술을 써가며 저항하지만, 텐젠은 오히려 코웃음을치며 "완전하지 않은 흉내따위 우습기만 하다"며 요시키요를 양단해[3] 죽이고 '휘파람새 울음'을 되찾는다.
자신이 자하드의 사도와 계약하여 젊음과 전성기의 힘을 되찾은 것을 털어놓은 텐젠은 도장에서의 대련의 후편, 서로를 죽이는 진검승부를 시작하자며 기기나에게 검을 겨눈다. 텐젠의 타락에 잠시 상념에 빠진 듯한 기기나였으나 냉혹한 검사답게 모든 감정을 털어내 버린 뒤, 그와의 정면 승부에 임한다.
젊음을 되찾은 텐젠은 전성기의 근력,순발력,반사신경 등의 육체스팩과 노년까지 축적된 전투경험의 조합으로 무시무시하게 강한 검술을 선보인다. 전성기의 실력으로 기기나에게 미처 가르쳐주지 않았던 기술들까지[4] 사용하며 기기나를 수세로 몬다.
검을 나누며 텐젠과 기기나는 서로를 진정으로 자신의 검으로 쓰러뜨리고(죽이고) 싶어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침내 기기나와 텐젠은 필살의 일격을 나눈다. 기기나보다 빠르게 휘파람새 울음을 찔러넣은 텐젠이었지만 기기나는 이를 흘려낸 뒤 찔러 들어오는 그의 힘을 역이용하여 검의 궤도를 텐젠의 턱 밑으로 바꾼다. 텐젠은 반대쪽 손으로 막아보려 했지만 검자루에 기기나의 니킥이 작렬하고, 화살같이 튀어나간 칼에 의해 손바닥은 물론 턱까지 검에 관통, 목까지 꿰뚫려 치명상을 입는다.
죽어가면서 기기나에게 사가미 일도류의 기술에 새로운 기술을 더했다며 칭찬을 하고선, 어째서 우리는 이런 무의미한 살상을 하는건가 하는 검사로써의 숙업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남긴 뒤 숨을 거두었다. 그가 숨을 거둔 후에는 마렌코가 걸어준 주식이 풀리면서 다시 노인의 몸으로 돌아가고 휘파람새 울음도 부러져버렸다.
11권에서 아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리고 충격적이게도 그 아들의 정체는 희대의 살인마 집단 자하드의 사도 중에서도 최강을 다투는 자 오른손 주먹 권호 카지흐치였다!
[1] 살인검이라는 이름답게 사람을 죽이는데 특화되어 있다. 검술이 기초가 되기는 하지만 단검으로 빈틈을 노리는가 하면 손가락으로 눈찌르기를 하기도 한다. 기술 중 하나인 '거꾸로 매달린 종달새'의 경우엔 엄지발가락과 검지발가락 사이에 단도를 끼워넣고 휘두르는 기술이다. 즉 애초에 일도류라는 명칭 자체가 칼을 한자루를 쓸거라는 선입관을 주기위한 함정. 이것만 봐도 일반적인 검술과는 상당히 이질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2] 라곤 하지만 목숨을 건 결투나 마찬가지다. 배운 검술도 그렇거니와 그것을 배우려하는 사람과 가르치려하는 사람 또한 봐주는 게 없는 인물들이다 보니 진검은 당연하고 부상은 예사이다.[3]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단 한순간에 갈라버렸다. 주식도 쓰지 않고 오로지 힘과 기술만으로.[4] 이 중에는 눈의 맹점을 이용하여 상대의 빈틈에 칼을 꽂는 기술도 있었다. 도달자급 검사인 기기나도 이 기술은 눈으로 완전히 쫓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