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1-03 19:24:36

파 렐름

1. 개요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에 등장하는 플레인.

크툴루 신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개념으로 여겨지며 실제로 D&D에서 크툴루 신화 또는 코즈믹 호러에 모티프를 둔 컨텐츠를 내보내려고 할 경우, 파 렐름의 설정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2.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

Far Realm

게임 속에서와 설정 상에서 언급할 때 편의 상 플레인의 하나로 취급하기는 하지만, 개념적으로는 플레인이 아니며 세계를 이루는 차원들이 아닌 장소이다.
캠페인 세팅 및 판본마다 그 정의는 조금씩 달라지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레이트 휠과 같은 D&D 우주관(코스몰로지)에서 세계를 이루고 있다고 알려진 모든 다중차원 '바깥'의 공간을 통칭하여 이른다.

유저를 비롯한 현실 세계관은 물론이고, 캠페인 세팅 내부의 대부분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일반적인 우주의 바깥 세계기 때문에 물질계를 비롯한 우주 내부에서 통용되는 기존의 물리법칙은 전부 꼬여버렸으며 그 어느 것 하나 이해할 수 없는 광기로 가득찬 세계. 우리 세계에서 보기에는 온갖 법칙이 꼬인 것 처럼 보이지만 세상이 다르기 때문에 파 렐름에서는 오히려 우리 세계의 인물들이 파 렐름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 존재가 된다.

파 렐름은 다차원적이고 그 공간도 무한하다고 되어있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보자면 파 렐름이야말로 세계의 대부분이자 가장 원초적인 장소라고 할 수 있고, D&D 우주관에서 통용되는 상식적인 차원들은 우주의 티끌에 불과하고 볼 수 있다. 우주적 관점에서 봤을 때 파 렐름이야말로 가장 일반적인 세계이고, 그 안의 다중우주는 특이하게도 자신만의 법칙을 세운 이레귤러인 것이다. 우주의 끝 너머에 뭐가 있냐는 질문에 나올 수 있는 최악의 답변 중 하나일 것이다.

다만 코스믹 호러의 영향을 짙게 받은 곳이긴 하지만, 파 렐름은 혼돈이라고도 정의할 수 없는 순수한 무질서 그 자체기 때문에 여기에 들어온 대부분의 존재들이 여러모로 안좋은 영향을 받을 뿐 공간 자체에 어떠한 성향이 있어서 의도적으로 파멸을 조장하거나 악을 발생시키는 것은 아니다. 공간의 성향 자체는 그렇긴 하지만 이곳에 어지간히 잘 적응한 경우가 아니라면 맨정신으로 오래 있기는 힘들다보니 거의 대부분의 피조물이나 여행자들은 우리 세계의 존재들이 판단하기에 혼돈 또는 악 성향을 띄게 된다.

완전한 무질서답게 잘 찾아보면 어떻게든 살만한 환경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워낙 상식을 초월한 곳이다보니 현지 출신 크리처들도 파 렐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 물질계로 이민 오는 경우도 제법 있다. 또한 반드시 악하거나 혼돈스러운 피조물만이 탄생하는 것은 아니라, 플럼프와 같은 전반적으로 무해한 존재들도 있다.

캠페인 세팅 별로 파 렐름의 위치는 오락가락하는데, 의외로 파 렐름 자체는 3판 시절에 정립된 차원이고[1] 이전까지는 플레인스케이프 설정의 광기의 데미플레인에서 크툴루 신화적 요소들을 많이 차용하곤 하였다.

역사가 깊은 캠페인 세팅인 그레이호크포가튼 렐름에서는 파 렐름이 존재하며 본문에 언급된 내용에 해당한다. 취급은 얼추 엮여서 좋은 꼴 볼일 없는 차원 정도이며 뭔가 소드 앤 소서리 / 매직펑크 분위기가 아닌 러브크래프트스러운 기괴한 물건을 내놓고 싶다면 사용하는 요소로 볼 수 있다. 엘더 이블 중 적지 않은 수가 이 파 렐름에서 기원하기도 한다.

에버론에서는 광기의 차원 '조리앗'이 파 렐름에 대응하는데, 여기서는 우주론 내부의 존재로 취급되어 광기의 데미플레인 시절과 입지가 비슷하다. 조리앗 설정의 섬뜩한 점은, 파 렐름에서 흘러나오는 광기와 혼돈은 '우리 우주의 개념이 아니기에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할 수 있지만, 에버론의 조리앗은 에버론 우주론의 내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에버론 세계에 이러한 광기와 혼돈이 존재하는 것은 에버론 우주의 자연스러운 섭리이며 절대 떼어낼 수 없는 개념이라고 여길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에버론의 설정에서도 조리앗은 에버론 우주의 3대 시조룡 중 하나인 사악한 카이버가 직접 만든 차원이며, 중도의 시조룡인 에버론이 카이버를 품고 스스로를 봉인했기에 이러한 배경에 알맞은 설정이며 에버론의 선악이 불분명한 회색 가치관의 보강 요소이기도 하다.

3. 패스파인더 RPG

패스파인더 RPG의 로스트 오먼(골라리온) 세팅에서는 본가 D&D와 달리 크툴루 신화를 직접적으로 차용하여 아우터 갓들과 그레이트 올드 원들이 존재하는 세계인 '어둠의 태피스트리(Dark Tapestry)'라는 차원으로 각색되었다.

로스트 오먼 우주론에서는 골라리온을 비롯한 로스트 오먼 세계에 해당하는 '그레이트 비욘드'를 만들어 낸 것이 파라즈마이며, 이에 반대되는 혼돈과 어둠의 세계인 '어둠의 태피스트리'는 요그 소토스가 만들어냈다고 전해진다.

어둠의 태피스트리는 별 사이의 어둠이라는 개념으로 불리기도 하며, 그레이트 비욘드를 파괴할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며 여러가지 방법으로 개입하고자 하나 그레이트 비욘드에서는 파라즈마의 힘이 워낙 강한만큼 전면적인 침공은 어려워 컬티스트를 이용하거나 아티팩트를 투입하는 식으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으나, 패스파인더 연대기에 따르면 이러한 시도들은 대부분 패스파인더들의 활약으로 격퇴되곤 하였다. 어둠의 태피스트리의 존재들이 본격적으로 그레이트 비욘드를 침공하면 한순간이라는 언급도 있긴 하나, 해당 언급은 패스파인더 RPG가 아닌 D&D 3.5판의 골라리온 시나리오로 나온 내용이기에 설정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

오래 된 신들(Elder Mythos. 아우터 갓과 그레이트 올드 원을 묶어서 일컫는 명칭.) 신봉자이자 부하 세력들로 검은 영지(Dominion of the Black)가 있으며 이들은 골라리온 기준 외계인들로 구성된 성간연합 조직이다. 스타파인더 RPG의 설정에서도 이들의 세력은 건재한데, 여기서는 설정이 조금 변경되어 오래 된 신들의 추종자들과 파벌이 갈려 서로 분쟁이 있기도 하다. 또한 우주선을 탄 우주 여행이 보편화된 설정인 만큼 이들이 일방적으로 골라리온에 쳐들어오던 패스파인더 시절에 비해, 스타파인더에서는 여정 도중 좀 더 자연스럽게 조우할 수 있는 편이다.

4. 기타

레이븐로프트 문서에 언급된 것에 더해, 파 렐름은 써먹기에 따라 그 레이븐로프트를 능가하는 마스터 행정 편의주의적 세계로 굴릴 수 있다. 다만 그렇게 사용하기 어려운 이유는 레이븐로프트는 유저층에게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소드 앤 소서리 장르의 판타지 장르와 연계하기 쉬운 클래식 호러 장르에 기반하지만, 파 렐름은 난해하고 혼돈스러운 코스믹 호러 장르에 기반하기 때문에 이를 어지간한 수준의 묘사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공식 출판물과 컨텐츠에서도 이러한 분위기를 잡는 것이 쉽지는 않은지, 파 렐름의 기이한 면모를 표현한다는게 육벽 같은 원초적으로 징그러운 물건이나, 단순히 손/발/눈 여러 개를 비롯한 신체 부속지가 이상한 곳에 뒤틀려 붙어있는 수준인 것이 많으며 이는 아무래도 그냥 혐짤을 보여주고 무섭지 않냐고 묻는 것과 다름 없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파 렐름 그 자체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어드벤처나 시나리오는 많지 않으며 대부분 어드벤처에서 다루는 문제의 근원으로 설정하거나,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에는 던전 마스터가 써먹을만한 도구와 설정이 상대적으로 많은 레이븐로프트와 달리, 파 렐름은 그냥 불가해한 공간이라는 식으로 묘사되어 그런 부분이 꽤 빈곤하다는 문제도 있다.


[1] 그 이전에도 언급이 되거나 사용이 되긴 했지만, 우주론 내부에 정식으로 들어와 언급되기 시작한 시점은 3판이다. 최초로 등장한 건 AD&D 2판 시절의 The Gates of Firestorm 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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