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06 17:12:50

판화

1. 개요2. 판화의 특성3. 사용되는 색에 따른 분류
3.1. 다색판화
4. 판의 형태에 따른 분류
4.1. 볼록판화
4.1.1. 지판화4.1.2. 콜라그래피4.1.3. 목판화4.1.4. 리놀륨판화4.1.5. 고무판화
4.2. 오목판화
4.2.1. 드라이포인트4.2.2. 메조틴트4.2.3. 에칭4.2.4. 인그레이빙4.2.5. 에쿼틴트
4.3. 평판화
4.3.1. 석판화 (리소그래피)4.3.2. 모노타입
4.4. 공판화
4.4.1. 스텐실4.4.2. 실크스크린
4.5. 디지털 판화
5. 판화의 규정
5.1. 넘버링(일련번호)
5.1.1. 넘버링 대신 알파벳 기호가 있을 때
5.1.1.1. A.P(Artist Proofs)5.1.1.2. T.P(Trial Proofs) / S.P(State Proofs)5.1.1.3. C.P(Cancelation Proofs)5.1.1.4. P.P(Printer's Proof)5.1.1.5. R.P(Reproduction Print)
5.1.2. 서명
6. 관련 문서

1. 개요

/ Printmaking
판화는 인쇄보다 깊은 맛이 있다.
판화는 사진보다 상상력이 있다.
판화는 조각이나 회화보다 더 크고
더 물량적일 수도 있지만,
때로는 더 작고 단아하며 명징성이 있다.
판화는 컴퓨터보다 부정확하지만 인간적이다.
무엇보다도 판화는 솔직하다.
꾀를 부리면 몇 배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열심이면 꼭 그만큼 보상을 받는다. 판화는 정직하다.
우리는 판화를 찍는다.
무엇이든지 판화는 아니다.
무엇이든지 판화가 될 수 있다.
내가 '판화'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이 '판화'이다.
<판화의 개념 및 범위규정에 관하여>, <홍익판화>, 홍익대학교 판화과 학생회, 1995, pp. 52 - 57.
파일:보협인 다라니경의 변상도.png
<보협인 다라니경의 변상도>, 10x4.5 cm, 목판화, 1007[1]

돌, 나무, 금속 등의 판에 형상을 낸 뒤 잉크를 바른 후 종이에 찍어내는 형식의 그림. 현대에 접어들며 판화의 개념이 확장되어 단순히 판에 잉크를 바른 후 종이에 찍어내는 그림만을 일컫지 않고, 판이라는 소재에 의지하거나, 판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은 판화라 일컫는다.

국내에서는 다른 영역에 비해 덜 확장되어있다. 여러 미술대학에서 다루기는 하지만, 판화를 깊게 배울 수 있는 판화과(대학원 제외, 학부)는 전국에 홍익대학교, 추계예술대학교 2곳밖에 없다. 체험해볼 수 있는 공방은 어느 정도 있는 편.

복수성이라는 특징 때문에 갤러리나 옥션 등에서는 흔히 "에디션"으로 통칭하기도 한다.[2] 다만 에디션의 범주에는 보통 복수 조각 직품도 포함되기에[3] 판화는 에디션의 범주에 들어가지만, 에디션이 판화라고 할 수는 없다..

2. 판화의 특성

판화란 어떠한 그림을 가리키는가는 입장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텔레비젼도 판화이며 사진도 판화이며, 탁본도 실크스크린도, 나아가서는 스케치나 캔버스도 판화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어떠한 판을 전제로 하며, 그에게 의존한 것을 판화라고 부르는 한, 오늘날의 표현의 태반은 이 카테고리에 속한다. 그러나 내가 관심을 갖는 판화라는 것은 어떠한 판종이나 테크닉을 사용하거나, 기본적으로는 표현을 에워싼 작품의 그칠 줄 모르는 탐구의 영위인 것에 한정하고 싶다.
이우환, <판화에 대하여(About printmaking)>, <무크지 판화 Vol. 2>, 한국판화미술진흥회, 1995
파일:바위섬.jpg
김동기, <바위섬>, 가변크기, 실크스크린 작품을 잘라 설치, 2013/1017

시대가 지남에 따라 판화의 범위는 확장되어 왔다. 판에 의존하거나 '찍혀낸다'라는 특성을 가지는 등 판화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은 모두 판화에 속한다고 여겨진다. 프레스기의 역할을 컴퓨터의 프린터 기기가 대신하여 이미지 프린팅도 판화에 속하며, 종이라는 매체는 캔버스, 비닐, 유리 등 다양한 매체가 사용되기도 한다. 실제로 판화 전시에 가보면 여러 방식으로 작업된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 판화 작품을 벽에 걸지 않고 설치한 작품, 단순히 프린트된 이미지를 나열한 작품, 비슷한 입체 작품을 여러 개 나열한 것 등. [4] 판화에 이용되는 로울러, 롤러 또는 붓으로 잉크를 판에 올려 찍어내는것을 모노타입 또는 모노프린팅이라고 한다. 판화 설치는 Printstallation (Print Based Installation Art) 라고 부르는데, 이는 현대에 와서 생긴 이름이다 (94년도부터 사용된 단어라고 한다).
  • 한 번 판을 만들면 여러 번 찍어낼 수 있다.(모노타입, 모노프린팅 제외) - 즉 복수성을 지닌다.
  • 판기법에 따라 느낌이 확 달라진다.
  • 좌우가 반전된다 (실크스크린 제외)
  • 종이에 찍을 땐 주로 솜으로 제작된 판화지에 찍어 낸다. (판화지는 주로 사이즈에 맞게 '찢어서' 사용하는데, 찢으면서 생긴 종이 외곽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데클(deckle)이라 한다.)

3. 사용되는 색에 따른 분류

3.1. 다색판화

  • 제작방법 및 특징
(1) 색을 분해하여 색의 수와 판의 수를 계산한다. (혼색 여부에 따라 판의 갯수 달라짐)
-혼색을 안하는 경우 : 필요한 색 하나당 판 하나를 준비하여 여러 번 겹쳐 찍는다. 즉 색이 10개 필요하다면 판 10개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 다수의 판이 찍힌 순서대로 첫 판부터 1도, 2도, 3도 ... 라고 한다. 작품에 10가지 색이 있다면 10도 작품인 것이다. 안료에 밀풀이나 쌀풀을 섞어 끈적하게 만들며 안료가 뚜껍게 발려 먼저 찍은 색이 가려진다.
-혼색을 하는 경우 : 밑색 위에 겹쳐져서 혼색되는 안료를 사용할 경우 겹쳐지는 색은 만들지 않아도 된다. (빨강판과 노랑판이 겹쳐지는 부분에 만들어지는 주황부분)
(2) 밝은 색에서 어두운 색 순으로 찍는다. 밝기가 같을 때에는 채도가 높고 따뜻한 색부터 먼저 찍는다.
(3) 여러 판이 겹쳐져 한 장의 종이 위에 찍히기 때문에 맞춤점을 정확히 맞추어 찍어야 한다.
(4) 제판할 수를 줄이고 싶다면 흰색과 검정색, 혼색 가능한 색의 판을 만들지 않는다.(혼색 가능한 경우 오리지널 검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삼원색을 섞어 사용 가능하다. 종이의 바탕색인 흰색부분을 제외할 수 있다)
(하나의 판으로 다색판화를 만드는 판소거법도 있다.)

4. 판의 형태에 따른 분류

판의 형태에 따라 네 가지(볼록판, 오목판, 평판, 공판)로 나뉜다. 판의 볼록한 부분(조각칼 따위로 파지 않은 부분)에 잉크를 묻혀 찍어 내는 볼록판화, 오목한 부분(조각칼 따위로 판 부분)에 밀어 넣은 잉크를 눌러 찍어 내는 오목판화, 물과 기름의 반발원리를 이용하여 평평한 판에 잉크를 묻혀 찍어 내는 평판화, 얇은 천 등의 구멍에 잉크를 새어나가게 하여 찍어 내는 공판화가 있다.

4.1. 볼록판화

파일:볼록판화.jpg
볼록판화의 원리

판의 볼록한 부분, 즉 칼 등으로 파이지 않은 부분에 잉크를 묻혀 찍어 내는 판화. 지판화, 콜라그래피, 목판화, 리놀륨판화, 고무판화 등이 이에 해당한다. 판에 이미지를 파고 롤러 등으로 잉크를 묻혀 프레스기에(혹은 판 위에 종이를 깔고 문질러) 찍어 내면, 파인 부분은 잉크가 묻지 않아 하얀색(종이색)으로, 파이지 않은 부분은 잉크색으로 나온다. 양각(陽刻) 판화, 릴리프(relief) 판화와 같은 말이다. 잉크를 묻혀서 찍지 않고, 프레스기의 압력에 의해 판/사물의 모양만 종이에 찍히도록 찍는 방식도 있는데, 이를 엠보싱 판화라 한다.

4.1.1. 지판화

파일:animal.jpg
곽태임, , 91.4x66 cm, 지판화, 2004

종이 판을 이용하는 판화. 다른 판화 기법들과는 달리 판을 구하기 쉽기 때문에 유아 미술에서 자주 활용되는 기법이다. 먼저 도화지에 밑그림을 그린다. 이후 이 밑그림을 오려 내어 판으로 사용될 다른 종이에 풀로 붙여 판을 완성한다. 롤러로 잉크를 묻히고, 작품을 찍어 낼 종이를 판 위에 깔고 바렌 등으로 슬슬 문질러 주면 작품이 완성된다. 프레스기로 찍어 낼 수도 있지만, 판이 종이이다 보니 프레스기의 압력에 의해 판이 쉽게 상해 권장되진 않는다. 프레스기에 찍겠다면 판을 하드보드지 등 단단한 종이로 하면 판의 손상을 조금은 지연시킬 수 있다.

4.1.2. 콜라그래피

파일:new shaman.jpg
서유정, <A new shaman>, 80x120 cm, 콜라그래피, 1999

목판이나 하드보드지 등 위에 여러 사물을 배치하고, 잉크를 묻혀 찍어내는 판화. 콜라주 판화라고도 하며, 사물의 재질감이 그대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판 위에 나뭇잎을 붙이고 잉크를 묻혀 찍어 내면, 나뭇잎 표면에 있는 미세한 요철들에 잉크가 선별적으로 묻어(튀어나온 부분엔 묻고, 들어간 부분엔 안 묻어) 판을 찍어 냈을 때 나뭇잎의 요철이 그대로 표현된다.

4.1.3. 목판화

파일:우는사람.png
이윤엽, <우는 사람>, 76x57 cm, 우드컷, 2011

나무로 만든 목판을 이용하는 판화. 판화 역사 중 가장 오래됐으며 사용되는 도구와 과정에 있어서 판화 기법들 중 아주 단순한 편에 속한다. 이미지를 딱딱하지도 무르지도 않은 나무 위에 칼로 판 후 찍어 내기 때문에, 강렬하고 생동감 넘치는 표현이 가능하다. 판화가 익숙하다면 작품을 보자마자 목판화임을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 목판화는 우드컷(Woodcut)과 우드 인그레이빙(Wood engraving)으로 나뉜다. 우드컷은 나무를 세로로 절단한 세로결 목판을 사용하는데 비해서, 우드 인그레이빙은 목질이 보다 치밀하고 단단한 고가의 목재에, 나무를 가로로 절단한 가로결 목판을 사용하고, 일반 조각도에 비해서 섬세한 선을 새길 수 있는 뷰랭(burin)이라는 도구를 사용한다.

4.1.4. 리놀륨판화

파일:화관을쓴여인.jpg
파블로 피카소, <화관을 쓴 여인>, 36.5 cm x 29.5 cm, 리놀륨판화, 1962

리놀륨판 위에 칼로 이미지를 새기고, 잉크를 묻혀 찍어 내는 판화. 리노컷이라고도 한다. 바닥재로 많이 쓰이는 리놀륨답게 판이 물러 고무판만큼 파기 쉽다. 대신 아주 세세한 선을 표현하기는 부적합한 편.

4.1.5. 고무판화

고무판 위에 칼로 이미지를 새기고, 잉크를 묻혀 찍어 내는 판화. 재료가 싸고 판이 물러 파기 쉽다는 이유로 초/중/고등학교에서 많이 가르치기에, 학창 시절에 판화 한 번은 해봤다 하면 대부분 고무판화인 경우가 많다. 고무답게 판이 물러 리놀륨판과 같이 아주 세세한 표현을 하기는 어렵다.

4.2. 오목판화

파일:오목판화.jpg
오목판화의 원리
판의 오목한 부분, 즉 파인 부분에 잉크를 밀어 넣고, 이를 프레스기의 압력으로 새어 나오게 하여 찍어 내는 판화. 파인 부분에 잉크를 밀어 넣을 때는, 우선 판 전체에 잉크를 바르고, (필요에 따라) 칫솔 등 세세한 도구로 판을 문질러 파인 부분에 잉크가 들어가도록 한다. 이후 면망사 등으로 판 위 잉크를 닦아 파지 않은 부분에 잉크가 남지 않고, 파인 부분에 새어 들어간 잉크만 남도록 한다. 이렇게 완성된 판을 프레스기로 찍어 내면 파인 부분 속 잉크들이 압력에 의해 새어 나와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음각(陰刻) 판화, 인타글리오(intaglio) 판화와 같은 말이다. 드라이포인트, 메조틴트, 에칭, 인그레이빙, 에쿼틴트 등이 오목판화에 해당한다. 주로 선적인 표현을 할 때 사용되며, 동판이나 아연판과 같은 금속판을 주로 사용한다.

4.2.1. 드라이포인트

파일:기억의시선.png
윤세희, <기억의 시선>, 60x270 cm, 드라이포인트, 2011
파일:기억의시선확대.png
작품의 일부를 확대한 사진.

니들이라고 불리는 뾰족한 금속제 침으로 판면을 긁어 선을 새기는 기법. 주로 금속판을 이용하며, 그 외에 아크릴판을 이용하기도 한다. 드라이포인트에서는 니들로 새긴 선의 양쪽 끝에 반드시 버(Burr)라는 거스러미(새긴 선에 지느러미같은 게 조금씩 생긴다고 생각하면 쉽다)가 생기는데, 이것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해서 잉크를 채우고 종이에 찍어 낸다. 이때 종이에 찍힌 선은 버로 인해 양 축에 잉크가 번진 듯한 효과를 낸다.

4.2.2. 메조틴트

파일:야경.jpg
김승연, <야경>, 35x40 cm, 메조틴트, 1995

드라이포인트의 점, 선들을 밀집시킨 형태로 로커(roker)라는 예리한 칼날이 부착된 도구를 이용해 금속판 위에 수많은 작은 구멍들을 만들어 낸다. 그리고 판면에 밀집되어 새겨진 점선과 버(Burr)를 부분적으로 긁어낸다. 버를 긁어낸 부분은 밝은 색, 그렇지 않은 부분은 어두운 색으로 다양한 명암을 줄 수 있어 미묘한 색조 변화를 만들기에 알맞다.

4.2.3. 에칭

파일:The Angel Appearing To The Sheperds.jpg
렘브란트, <The Angel Appearing To The Sheperds>, 261x218 cm, 에칭, 1634

금속판면에 금속 표면의 부식을 방지하는 약제인 방식제를 바르고, 그 위에 뾰족한 도구로 방식제를 긁어내어 이미지를 그린 후 부식액에 넣으면 방식제를 긁어낸 이미지 부분만 부식되어 판에 홈이 패이게 된다. 이후 방식제를 닦아낸 뒤 잉크를 발라 습기를 가한 종이에 압착시켜 찍어 내는 기법을 에칭이라고 한다. 부식액의 농도나 부식시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기에 조절이 필요하다.

잉크를 발라 찍는 것을 제외하면 의외로 첨단산업에 쓰이기도 하는데 다름아닌 반도체인쇄 회로 기판 제조과정에 들어간다. 사용하는 재료는 다르지만 방식재와 부식액을 이용한 화학적 공정이라는 사실은 동일하며, 공정의 이름 역시 에칭 공정으로 똑같다.

4.2.4. 인그레이빙

뷰린(Burin)이라는 예리한 도구를 이용해 판면에 선을 새겨 만드는 기법. 드라이포인트와 동일하게 선 주변에 버(Burr)라는 거스러미가 생기지만, 인그레이빙에서는 스크레이퍼(Scraper)라는 칼날로 거스러미를 제거하고 버니셔(Burnisher)로 문질러 평편하게 만든다는 점이 차이점이다. 판 위에 선이 번지는 느낌 없이 깔끔하게 나타난다.

4.2.5. 에쿼틴트

파일:비눗방울불고있는아이.png
에두아르 마네, <비눗방울 불고 있는 아이>, 35x24.5 cm, 에칭&에쿼틴트&룰렛, 1868>
에칭의 한 갈래로 에쿼틴트 애칭(Aquatint etching)이라고도 한다. 에쿼틴트는 에칭의 방식제 역할을 송진가루가 대신한다는 차이점이 있는데 송진가루의 무수한 작은 알갱이들이 모여 밝고 어두운 톤을 만든다. 송진가루를 판 위에 뿌린 후 판을 뜨겁게 데워 주면 송진가루가 뿌려져서 녹아 붙은 곳은 부식이 안 되고 송진가루가 뿌려지지 않은 곳은 부식된다. 결과적으로 송진가루에 의한 무수한 점들의 밀집도에 따라 다양한 톤을 얻을 수 있다. 에칭과 마찬가지로 산의 농도나 부식시간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지기에 조절이 필요하다.

4.3. 평판화

파일:평판화.png
평판화의 원리

물과 기름의 반발원리를 이용하여 평평한 판에 묻혀 잉크를 묻혀 찍어 내는 판화. 물과 기름의 반발작용 없이 평평한 판 위에 그림을 그리고 찍어 내는 것도 해당된다. 석판화, 모노타이프, 마블링 등이 평판화에 해당된다.

4.3.1. 석판화 (리소그래피)

파일:개펄.png
송대섭, <개펄>, 107x76.5 cm, 석판화, 1997

석판 위에 그려 평판 인쇄에 의해 작품을 찍어 내는 기법. 목판화 등과 같이 석판 위에 칼로 새겨 이미지를 얻는 것으로 착각하기 쉬우나 석판화는 물과 기름의 반발작용을 이용한 평판화이다. 주로 석회석을 이용해 왔으나 구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즘은 아연판이나 알루미늄판을 대신 사용하는 편이다. 석판의 표면에 (지방, 비누를 주성분으로 하는) 유성 해먹이나 크레용, 잉크로 이미지를 그리면 지방분이 돌의 구멍 속으로 침투한다. 그 위에 질산액을 섞은 아라비아 고무액을 씌우면 비눗기는 질산에 의해 화학적으로 분해되고 지방산만 분리되어 지방산 칼슘이 된다. 이러한 화학변화에 의해 생긴 지방산 칼슘은 지방질이므로 물에 녹지 않는다(즉 물에 반발한다). 이제 석판의 표면에 물을 뿌린 후 스펀지로 닦아내면 이미지가 그려진 부분은 기름의 반발로 물을 밀어내고 나머지 부분은 물을 흡수한다. 이때 석판을 유성 잉크가 묻은 롤러로 밀면 반대로 이미지가 그려지지 않은 부분은 잉크를 밀어내고(잉크가 묻지 않고) 이미지가 그려진 부분만 잉크가 묻게 된다. 이것을 종이에 찍으면 석판화가 완성된다.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하나인 포토 리소그래피는 이 석판화 기법에서 유래했다.

4.3.2. 모노타입

파일:눈부신거리.gif
이서미, <눈부신 거리>, 65x51 cm, 모노타입&팝업, 2008

동판 또는 아크릴판 위에 붓으로 잉크를 올리거나 로울러로 작업을 하여 딱 한장밖에 못 찍는 에디션을 모노타입이라 한다. 판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판화의 특징을 지니지만, 판을 파는 게 아니라 그저 판 위에 이미지를 만들어 찍어내는 것이므로 다른 기법들과 달리 에디션 제작이 불가능하다.

4.4. 공판화

파일:공판화.png
공판화의 원리

판에 구멍을 내고, 그 구멍에만 잉크가 통과하도록 하여 이미지를 얻어 내는 기법. 스텐실이라고도 한다. 대표적인 기법으론 실크스크린이 있다.

4.4.1. 스텐실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자세한 내용은 스텐실 문서
번 문단을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4.4.2. 실크스크린

파일:4명의먼로.png파일:캠벨수프.png
앤디 워홀, <4명의 마릴린>, 50x50 cm, 실크스크린, 1967앤디 워홀, <캠벨 수프>, 91,5x60 cm,
실크스크린, 1964

고운 천(실크 샤)의 구멍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찍어 내는 기법. 제판 과정은 손도 많이 가고 복잡하지만, 한 번 판이 완성되면 단시간에 여러 장을 찍어낼 수 있어 의류, 에코백, 화물 상자, 포장 등 여러 상업적 분야에서도 활용된다.
  • 과정
    • 먼저 나무 또는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샤틀에 실크 샤를 접착제나 스테이플러로 고정시킨다. 이때 왁구바리(샤바리)같은 당기는 도구로 샤를 당겨가며 고정시켜야 샤가 팽팽하게 고정된다. 샤가 느슨하게 고정되면 찍는 과정에서 스퀴지가 판을 지나갈 때 샤가 밀려 이미지가 밀릴 수 있다.
    • 다음으로 밑그림을 트레싱지나 필름지와 같은 투명한 종이에 빛이 통과하지 못 할 만한 펜, 잉크로 그려준다. 이미지가 검은 색으로 인쇄된 필름도 괜찮다. 밑그림이 준비되면 샤에 감광액을 바르고 빛이 없는 곳에서 말려준다. 감광액이 다 마르면, 감광기에 밑그림-샤틀 순으로 놓고 빛을 쬐어 감광한다(감광시간, 온도에 따라 감광되는 정도가 달라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밑그림의 잉크로 인해 빛이 통과하지 못 한 부분은 감광액이 굳지 않고, 밑그림이 없는 부분은 감광액이 굳게 된다. 이렇게 감광시킨 판을 물에 씻으면 감광액이 굳지 않은 이미지 부분이 물에 씻겨 나와 천의 구멍이 노출된다. 다만 반드시 감광기가 필요한 것은 아니며 드로잉플루이드 및 스크린필러같은 약품도 쓴다. 드로잉플루이드로 그리고 뒤집어 스크린필러로 채운 뒤 드로잉플루이드를 물에 씻어내 판을 만드는 방식.
    • 이렇게 만들어진 판 밑에 종이를 두고 스퀴지라는 도구로 잉크를 밀어 넣으면 이미지가 완성된다. 좌우가 반전되지 않는 몇 안 되는 판화 기법 중 하나이다.

4.5. 디지털 판화

제작 방식이 판화라고 부를 순 없지만, 판화로 유통되는 디지털 판화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 미술계 내부에서의 초기 반응은 굉장히 안좋았지만, 인기있는 작가와 인기있는 그림들이 속속들이 디지털 프린트로 나오고, 경매에 높은 가격에 낙찰되면서 상대적으로 거부감은 줄어들은 편이다.

심지어 최근엔 아예 판화하면 이런 디지털 판화만을 생각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미술계 종사자들과 컬렉터들은 이런 무분별한 디지털 판화가 판화라는 장르 자체를 망치는 것 아닐까 우려하는 시선 또한 적지 않다. 위에 있는 판화들의 경우 컬러마다 판을 새로 제작하고, 한 컬러를 찍고나면 말리고 다음 컬러를 찍어야 하기 때문에 제작에 인력과 시간이 굉장히 많이 소요된다.[5] 게다가 작업의 특성상 실크스크린 등의 몇가지 제작방식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람 손으로 작업해야 한다. 그에 비해 디지털 프린트는 그저 작품을 스캔하고(때에 따라 아이패드 드로잉처럼 컴퓨터로 그리고) 좋은 인쇄기에서 인쇄하는 것이기 때문에, 판화의 작업이 아무래도 쉬워질 수 밖에 없고,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 역시 굉장히 적어진다. 고로 판화를 발매하기가 이전과 비교해 훨씬 쉬워진 것.

시장에서는 오프셋 프린트, 피그먼트 프린트(이 경우 피그먼트 안료를 사용한 점을 강조한 네이밍이다) 등으로 불린다. 이 둘보다는 평가가 좋지만 지클리 프린트 역시 프린트는 프린트라서 이 디지털 판화와 묶인다. 무라카미 다카시가 오프셋 프린트를 자주 사용하고[6], 데미안 허스트와 제임스 진이 지클리 프린트를 자주 이용한다. 가나아트와 서울옥션에서 운영하는 프린트 베이커리에서 내놓는 전면에 아크릴을 압착시킨 피그먼트 프린트 역시 이 범주.[7]

작품의 내용과 에디션 수, 서명 등 여러 정보들은 그림 아래 들어가기도 하지만[8], 아크릴 압착한 판화이거나, 알루미늄 패널 같은 곳에 프린트한 경우 보통 뒷면에 스티커를 붙이고 그 위에 적는 편.

5. 판화의 규정

파일:넘버링 예시.png
일반적인 판화의 작품 정보 기입 사례. (작품번호)/(작품의 총 개수), 제목, 서명 및 연도 순으로 기재돼 있다.

판화는 다른 예술작품들과는 달리 엄격한 규정에 따라 작품 정보를 작품 하단에 기재한다. 그 이유는 판화 작품들에는 복제의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즉, 여러 개의 그림들이 각각 작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대체로 작품 정보는 넘버링/제목/서명 및 연도 순으로 기재되며, 관행상 대부분 연필로 쓰인다(예외도 있다). 작가 본인의 도장을 찍는 경우도 있다. 도장도 판화기에 의미가 있는 셈.

종종 중고나라 같은 곳에 그냥 액자에 끼워둔 프린트물이나 포스터를 판화라며 올리는 경우도 많으니 주의하자. 넘버링, 사인이 전혀 없다.

5.1. 넘버링(일련번호)

판화 작품을 보면 2/10, 12/30 등으로 숫자가 표시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작품 번호)/(작품의 총 개수)를 나타낸 것이다. 작가들은 총 발매 부수를 정할 때, 해당 원판에서 생산할 수 있는 인쇄질 좋은 작품 매수를 넘지 않게 한다는 원칙하에 인쇄를 하고 있다. 넘버링의 관행은 19세기 말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현대 작품에만 적용되는 관행이다. 번호가 높거나 낮은 것이 인쇄질이 높거나 낮다는 뜻은 아니며, 작품이 인쇄된 순서도 아니다. 인쇄를 끝내고 작품을 건조하거나 걸러내는 과정에서 작품이 뒤섞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인쇄질이 나쁜 실패작은 작가나 발행인이 알아서 폐기하기 때문에 공인 부수들은 인쇄질이 비슷하게 높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

5.1.1. 넘버링 대신 알파벳 기호가 있을 때

파일:AP예시.jpg
넘버링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알파벳 기호가 쓰인 걸 볼 수 있다.

정규 부수 외 다른 목적으로 찍힌 작품들임을 보여주며, 넘버링에 포함되지 않는다.
5.1.1.1. A.P(Artist Proofs)
판화 제작에서 작가는 넘버링이 들어간 한정판 외에 작품을 추가적으로 제작할 권리를 가진다. 이들은 '작가 보존판'이라는 표시 하에 별개의 넘버링이 매겨진다. 작가 보존판에 대해 엄격한 규정은 없지만 보통 (발행 부수 100부 이하의 경우) 정규 부수의 10%정도, 라지 에디션 (발행 부수 200부 정도)의 경우 5%를 허용하는 것이 관행이다. (프랑스어 사용자는 A.P 대신 E.A, H.C라 쓰기도 한다)
5.1.1.2. T.P(Trial Proofs) / S.P(State Proofs)
작품 제작 과정 혹은 작품 완성 직전에, 작품의 진척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찍은 시험판. 회화 작품의 경우 작품 제작의 여러 단계는 다음 단계로 더해질 때 덧칠에 의해 가려져 영원히 없어진다. 하지만 판화의 시험쇄는 아주 귀중한 자료가 될 수 있으며 작품이 각 단계로 진화해 나가는 것을 본다는 시각적 흥미, 독특한 미감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에서 때로는 완성된 작품 이상의 가치를 인정받기도 한다.
5.1.1.3. C.P(Cancelation Proofs)
더 이상 작품을 찍지 않겠다는 뜻에서 찍어 내는 판이다. 더 이상 찍어 내지 않겠다는 뜻에서 찍어 내기 때문에 판에 훼손을 내고 찍게 된다(값비싼 동판이나 석판의 경우, 이미지를 갈아내어 재활용하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작가들은 원판을 훼손시키는 것을 꺼리고 보관해두길 원하기 때문에 C.P는 드물다.[9] 폐기 원판 중 다수는 미술관에 소장되어 일반 관람객과 전문 작가들에게 교육적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일부 유명한 판화 작품의 경우에는 원판 폐기 이후에도 재인쇄를 행한 바 있으며 이는 비록 초판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거래되긴 하지만 구매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5.1.1.4. P.P(Printer's Proof)
작품 에디션 제작을 공방에서 진행했을시, 참여한 모든 프린터들에게 돌아가는 프린터스 프루프.

5.1.1.5. R.P(Reproduction Print)
복제품이라는 의미로 작가가 아닌 제3자가 동일한 판화기법을 사용해서 복제한 작품들을 오리지날과 구분짓기 위해 R.P라는 기호를 작품 하단에 적는다.

5.1.2. 서명

일반적으로 작품 오른쪽 하단 여백에 (연도와 함께) 연필로 작가 서명을 넣는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연도를 넘버링이나 제목 옆에 적기도 하고, 파블로 피카소 등 몇몇 작가의 경우 작품 중앙에 물감으로 서명을 넣기도 하였다. 연필로 작가가 사인 하는것은 1800년대부터 시작한 (비교적) 최근에 생긴 서명방식이다. 이 이전의 일부 작가들은 서명을 모노그램이나 기호로 판에 직접 새겨 찍어내기도 한다. 작가가 작품 이미지 일부분 내에 이니셜이나 서명을 넣었을 때 이것을 '원판 서명(signed in the plate)' 또는 'Faux signature' 라고 한다.

최근들어 유달리 많이 보이는 아크릴 압착 디아섹의 경우 연필로 서명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뒷면에 스티커를 붙이고 그 위에 유성펜으로 서명을 하거나 아님 아크릴 앞에 유성펜으로 서명한다.

6. 관련 문서



[1]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화다.[2] 반대로 원화, 오리지널 조각 등은 "유니크"로 부른다.[3] 최근에는 아트토이 중 넘버링이 있는 경우도 포함.[4] 심지어는 사운드 작업과 함께 볼 수 있다. 이는 모두 일정한 이미지/소리가 반복되는 점이 판화의 '복수성'과 같다고 볼 수 있기 때문. 또 캔버스 위에 붓 등으로 그림을 그리지 않고, 판화에서 이용되는 롤러로 잉크 밀어 그린 작품도 판화로 인정된다. 판화라고 해서 단순히 종이에 찍어 낸 작품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님을 알 수 있다.-[5] 판 자체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공도 만만치 않다.[6] 실크스크린도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저가 판화는 오프셋 프린트, 고가 판화는 실크스크린.[7] 아크릴 압착 판화는 전통적인 판화들과 비교하면 평가가 박할 수 밖에 없지만, 되려 아크릴로 압착시켜 놓았기 때문에 내구성이 좋고, 습기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다. 덕분에 욕실같은 곳에 걸어도 된다. 물론 실사용성을 빼고 판화 자체에 대한 미술적, 수집적인 평가가 박하지만..[8] 이때는 종이에 프린트한 경우라면 연필을 쓰지만, 알루미늄판이나 아크릴 압착 디아섹 등의 경우 연필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유성펜을 쓴다.[9] 정식 넘버링 외에 불법 제작하여 거래하지 않는다면 찍지 않아도 문제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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