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3-11-14 14:25:07

환상의 사이

환상의 사이
조예은 단편소설
장르 판타지
저자 조예은
출판사 우주라이크소설
출간 정보 2021.10.14 전자책 출간
분량 약 2.1만 자
독점 감상 리디 https://ridibooks.com/books/4711000001

1. 개요


1. 개요

작가 조예은이 2021년 10월 리디에서 발표한 단편소설.

섬세한 심리 묘사를 바탕으로 환상 미스터리를 아우르는 보기 드문 수작이다.

언니가 신종 해파리에 쏘여 혼수상태에 빠졌다는 소식을 들은 건,
내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자 언니와 크게 말싸움을 한 다음 날이었다.
서울에서 동해까지 차를 몰며 나는 미친 사람처럼 무수히 되뇌었다.
언젠가는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고. 저 광활한 바다가 언니마저 잡아먹을 것이라는 사실을,
어떻게든 외면하고 싶던 그 끔찍한 공식을 집안의 돌연변이였던 나만이 알았다.


어느 세대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해녀였던 할머니부터 수영선수 엄마. 그리고 서핑과 스노클링을 가르치던 언니까지.
우리 집안사람들은 흡사 저주처럼 물에 이끌렸고, 물속을 헤엄치는 걸 업으로 삼았다.
그리고 모두 물에서 죽었다.
할머니는 전복을 따러 들어갔다가 급류에 휩쓸렸다.
아빠는 배를 타고 나가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일이다.
그리고 내가 중학생 때, 엄마는 수해가 난 지역에서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고 대신 사고에 휘말렸다.
엄마는 일주일이 지나서야 찾을 수 있었다. 나는 차마 엄마의 모습을 두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다.


이후에 나를 키운 건 여섯 살 터울의 언니였다.
다행히 이런 저런 보험금이 나왔고, 언니는 졸업과 동시에 학교 일을 시작했으므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지만
어떤 울타리도 없이 한순간에 마주하게 된 세상이란 꼭 구명조끼 하나 없이 가로질러야하는 망망대해 같았다.
우리는 세상에 둘만 남은 것처럼 서로에게 의지했다.
풍파에 가라앉지 않기 위해 붙잡을 게 서로밖에 없었다. 그래서 늘 두려웠다.
언니가 더 이상 물에 들어가지 않기를, 물속을 헤엄치지 않아도 되는 직업에 안착하기를 바랐다.
도대체 물이, 그놈의 바다가 뭐라고 우리 집안사람들을 이렇게 잡아끄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세대를 거쳐 작동하는 저주는 꽤나 강력한 법이다.
그건 나 따위가 바란다고 피해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환상의 사이>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