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서는 2016년 2월 7일에 시행된 코스타리카의 지방선거에 대해 다룬다.
1. 개요
본디 코스타리카의 지방선거는 대선·총선과 동시에 치르지는 않았어도 대신에 동년에 치렀으며, 이 때문에 원래는 2014년에 치렀어야 할 선거였다. 허나 2010년 대선 전후로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 임기 중간에 치르도록 바뀌었는데, 이 때문에 2010년 당선자에 한해서 6년 임기가 적용되었다. 허나 이 덕에 대통령 취임 2년차에 치러지는 선거가 되어 버리면서 정권심판론이 제대로 영향을 주게 되었는데...그게 사실이 되고 말았다. 제1야당인 민족해방당이 제대로 싹쓸이를 함으로써 앞승을 거둔 반면, 집권당인 시민행동당은 뭐 하나 제대로 건지지 못해 충공깽을 선사시켰다. 후술하겠지만 결과는 3위였는데 이번에도 지방선거 만년 3등이라는 시민행동당의
2. 여당 최악의 참패
2014년 대선에서 시민행동당의 루이스 기예르모 솔리스가 대통령이 되어 사상 최초의 제3지대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지만, 동시에 치러진 총선에서는 당시 집권당이었던 민족해방당이 여전히 1당 지위를 유지하면서 솔리스 정권의 차기 국정 운영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다. 일단 민족해방당이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것은 예견된 일이었고, 이에 여당으로서 맞대응이라도 해야 하는 시민행동당은 제대로 대응도 못 하고 당하기만 하는 것도 모자라 계파 갈등으로 자기네들끼리부터 싸우는 꼴이 벌어졌으니... 덕분에 새정치를 갈망하던 민심은 솔리스에게서 멀어지기 시작했고, 민족해방당은 이에 제대로 반등을 얻기 시작했다.그런데 언급했다시피 대선 직후에 치러졌어야 할 지방선거가 라우라 친치야 정권[1] 당시(2010년)의 개헌으로 대통령 취임 2년차에 치러지게 됐는데, 문제는 이를 이유로 2012년에 치르면 당선자들은 2년 만에 물러나는 곤란한 상황이 벌어지므로, 대신에 2014년 대선으로부터 2년 후인 2016년에 치르게 되었다. 헌데 안그래도 지지율을 다 깎아먹던 시민행동당이 재수 없게 걸리면서 본인들로서는 심히 곤란하게 되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시민행동당은 범좌파·범여권 연대를 계획해 야당의 돌풍을 저지하려는 계획을 세웠고, 이를 바탕으로 강성좌파 성향의 광역전선과 연대를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이를 바탕으로 아코스타, 벨렌, 과투소, 몬테스 데 오카, 티바스 5개 주에서 범여권 및 좌익 성향의 군소 정당들과 공식적으로 연대를 결성했는데, 아코스타에서 "아코스타연합", 벨렌에서 "벨렌동맹", 과투소에서 "과투소를 위한 단결" 등의 평범한 이름을 내세우면서도 티바스에서는 "우리는 티바스다"라거나, 몬테스 데 오카에서는 아예 지역 이름을 배제한 "사람들"로 정하는 등 참신한 이름도 있었다. 이 중 세 곳은 해당 지역정당과 연대하는 파격행보를 보이면서 그 지역의 민심이라도 얻으려는 온갖 구상까지 하면서 반전만을 기대했으나...
반전은 없었다.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민족해방당에게 탈탈 털리는 굴욕 of 굴욕을 면하지 못했다. 너무 낮은 지지율 때문에 후보들이 제대로 뛰지 못한 것도 원인이지만 무엇보다도 자기네들끼리 깽판만 쳤으니 어쩌면은 당연한 결과. 심지어 광역전선 및 기타 군소 정당들과의 연대에도 불구하고 정작 위에 언급된 5개의 주 중에서 아코스타와 몬테스 데 오카 단 2개만 건졌고 심지어 다른 6개의 주에서는 광역전선이 아예 대놓고 "우익세력 저지"를 명분으로 후보까지 내지 않았을 정도로 단일화를 했으나 6개 모두 건지지 못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수도인 산호세에서는 이름도 모르는 듣보잡들에게까지 밀려 7위라는 최악의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얼마나 심각했냐면, 10여년 전만 해도 스캔들로 졸지에 망해버린 사회기독통합당한테도 한참 털렸다는 사실이다(...).
3. 결과
4. 정당별 반응
4.1. 민족해방당
그야말로 압승을 거두었다. 주지사만 무려 50명을 건져, 20명도 한참 못 건진 다른 정당들을 제대로 눌렀다. 심지어 지방의원도 1765석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특히 이 선거를 주도했던 당대표 호세 마리아 피게레스는 "국민들의 지지에 감사하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8년 대선에 도전해 1998년 이후 20년 만에 대통령으로서 복귀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하지만 이를 바꿔 말하자면 2006년 당시의 박근혜와도 비슷한 위치에 있었는데, 당시의 인기도 어쩌면은 반짝이었을 지도 모른다. 결국 대선을 1년 앞두고 치러진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패했다. 지방선거 전후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며 가장 유력한 후보였는데, 문제는 재임 중에 있었던 스캔들이 다시 재조명 받으면서 발목이 잡힌 것.
또한 주의원은 186석으로 1위이기는 하나 과반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하마터면 산호세 시장 또한 당에서 쫓겨난 조니 아라야에게 압도적으로 패했기 때문에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것이 주요한 과제로 남게 되었다.
여하튼 이 덕분에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차기 대권을 다시 가져올 것만 같은 기회를 노리는 듯 했으나, 어째서인지 열기가 빨리 식으면서 이 난관을 헤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4.2. 시민행동당
주지사도 겨우 7명만 건졌고, 주의원도 64석밖에 못 건지다 못해 지방의원도 506명으로 민족해방당에게 압도적으로 털렸다. 그리고 말하자면 이 결과도 광역전선을 비롯한 타 범여권 정당들과의 연대 덕이었다. 그렇게 단일화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참패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광역전선 후보가 시민행동당을 지지하는 조건으로 후보를 아예 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건 단 한 명도 못 건졌다.게다가 산호세 시장은 더더욱 가관이었는데 이 당의 후보로 나갔던 다게르 에르난데스는 겨우 5.34%만을 득표해 7위를 기록했다. 뭐 조니 아라야가 워낙 압도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정당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민족해방당조차 힘을 못 썼고, 다른 정당들의 득표율도 큰 차이가 나지는 않았기에 애초부터 예상된 일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저 5.34%를 얻었다는 것만으로도 이게 집권당이 얻은 득표가 맞나가 의심스러울 정도. 아예 별 인지도도 없던 군소 정당, 원외 정당들이 시민행동당을 눌렀다. 무엇보다도 여기서는 광역전선과 단일화도 안 했다.[2]
결국 선거를 책임진 당대표 마르가리타 볼라뇨스는 패배를 인정했다. 문제는 생각이 있으면 이에 책임이라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맞는데, 뭐 사퇴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선거 직후가 아니라 1년 6개월도 한참 지난 2017년 9월 2일에 가서야 사퇴했다. 그것도 지선 참패에 대한 책임 때문이 아니었다. 정말로 뻔뻔하다 못해 뻔뻔한 예시. 이건 흉악범들이 마지막에 피해자들의 일가족에게 하는, 진위여부조차 의심스러운 말로만 반성하고 다르지도 않다. 한마디로 이들의 반응은 솔직히 결과를 인정할 마음도 없고 어쨌거나 본선 때 두고보자라고 요약될 수 있다.
덕분에 "시민"행동당은 "시민"들에게 어그로만 잔뜩 끌었고, 안그래도 내려갈 지지율은 기어이 내려갔다. 게다가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치르면서도 진흙탕이나 벌이면서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린 듯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상하게 막판에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 근데 진짜 결과는 결선을 봐야 알 거다. 그리고 정권을 연장하였다.
4.3. 사회기독통합당
주지사 14명, 주의원 103석, 지방의원 575석으로 민족해방당에게 크게 뒤지는 2위를 기록했다. 뭐 민족해방당의 압승이 예상되었기에 어쩌면은 이 또한 진작부터 예측된 일이기는 하지만...아무리 압도적으로 밀리는 2위라도 사회기독통합당에게는 패배가 전혀 아니라 승리이다. 어쩌면 이 선거의 진정한 승자는 민족해방당이 아니요, 바로 사회기독통합당일지도 모르겠다.
사회기독통합당은 문서에도 나와 있듯이 2000년대에 들어서 망해가기 시작했다. 당에서 배출한 전직 대통령 2명이 부패 스캔들로 민심 이반이 본격화되었고, 거기다가 이 사건의 수사가 진행되던 무렵 대통령이 이 당 소속의 아벨 파체코였는데, 이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졸지에 망해 버렸다. 결국 2006년 대선과 총선에서 제대로 참패하면서 졸지에 군소 정당이 되어버렸고, 민족해방당과 함께 정국을 이끄는 양당이라는 지위도 시민행동당에게 넘겨줘야만 했다.
그러나 2010년에 들어서 득표율이 미미하게나마 오르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아직 멀었다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더 큰 득표율을 얻으면서, 서서히 재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민행동당 정권이 각종 삽질을 거듭하면서 민족해방당에 끝까지 반대하는 유권자들이 바로 이 당을 대안으로 삼기 시작했다. 이는 시민행동당을 누르고 지선 2위를 기록하는 원인이 되었다.
선거를 책임졌던 로돌포 피사 서기장은 비록 2위에도 불구하고 이를 "승리"로 규정하며, 앞으로 칼데론주의에 입각해 더 큰 목표로 나아갈 것임을 강조했다.
5. 선거 이후
이후로 안그래도 낮았던 솔리스의 지지율은 더욱 더 추락했고, 연말에 접어들며 정국이 대선 분위기로 바뀌면서 시민행동당의 차기 유력주자들이 제대로 된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하는 굴욕을 겪었다. 거기다가 그나마 강력한 후보라고 불리던 이들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골때리게 되었다.다만 본선 막판에 지지율이 급상승하게 되면서, 어떻게 될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그리고 대반전이 일어나는데... 자세한 내용은 2018년 코스타리카 총선거 문서 참조.
[1] 민족해방당 소속이었다. 근데 덕분에 훗날 민족해방당이 재집권할 시 자신들이 발목이 잡힐 지도 모르게 되었다. 한마디로 질 도박은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예시.[2] 광역전선 후보로 나간 이스라엘 기옌 곤살레스는 5.86%를 기록해 에르난데스와 오십보백보다. 뭐 단순합계 해도 11.02%로 민족해방당에게도 밀렸으니 그게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