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6-10 00:14:02

Paradigm: Reboot/스토리/Relic: Para Ep.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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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 수록곡 | 스토리 | 캐릭터 | 상점 | 난이도 상수
데이터 마이닝 | 챌린지 | 크로스 디코드 | 업데이트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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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15-1 #==
R15-1 스토리 내용



소녀는 확 눈을 떴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듯 고동하고 있다.

마른 입술이 떨리고, 마침내 호흡을 떠올렸다. 뒤돌아보니, 옆 침대에서 굴러떨어진 아이가 머리를 쓰다듬고 있다. 고통에 얼굴을 일그러트린 아이는, 반사적으로 울음소리를 내게 되었지만, 입을 열고는 그저 작은 오열을 뱉어내곤, 다시 입을 닫았다.

「큰 소리를 내면 다른 아이들의 민폐가 된다」, 그것이 암묵의 양해로, 정해진 것이기도 하다. 어린 그들은, 이 룰이 자신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선생님」이 그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상냥하게 대해준다. 그러니 「선생님」이 하시는 말은 듣는다ㅡㅡ 어린 아이들의 세계는, 그 정도로 단순한 것이다.

아마 조금 영리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주변의 아이들보다 아주 조금 연상이었기 때문일까, 파라는 「선생님」이 이 장소에서의 생활의 룰을 가르칠 때, 눈물을 참으려고 애쓰는 표정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ㅡㅡ앞으로 이 곳에서 생활할 아이들은, 이젠 부모님에게 응석 부리는 듯 한 어리광은 용서받지 못한다.

머리를 어루만지며 소매로 눈을 문지를 아이는, 외로운 듯 이불에 들어가, 이윽고 가는 숨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녀의 수마는 완전히 사라져 있었다.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본다. 백악의 천장에는 아무런 흔적도 없어, 소녀의 머릿속과 같이, 그저 공백이 퍼져나가 있었다.

그 공백을 조금씩 침범하고 있었던 것은, 머릿속에서 쑤셔오는 둔한 통증이었다.

싫어. 이런 거, 싫어.

바로 얼마 전까지, 아빠랑 엄마와 공원에 있었다. 공원의 잔디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피크닉 돗자리 위에는 손수 만든 도시락과 케이크가ㅡㅡ

머리가 아프다. 괴롭다. 배도 조금 기분 나쁘다.

날카로운 소리. 사이렌? 사람들이 어딘가로 밀려들어 가ㅡㅡ

옷이 너무나도 착용감이 나쁘다. 조금 땀을 흘리고 있는 것 같다.

「생일 축하해, 6살이 되었네ㅡㅡ」

잠들 수 없다. 외치고 싶다. 눈앞의 처음 보는 현실을 깨부수고 싶다.

이불을 걷어차고, 어린 다리가 바닥에 섰다. 한낮의 햇빛의 따스함도, 소녀의 차가운 손발을 따뜻하게 할 수는 없었다. 바닥과 같이 차가운 발의 뒷면에, 드디어 혼란스러운 사고가 일시적으로 끊어졌다.

......하지만, 어디에 가면 돼?

걷자. 머리로 찾을 수 없는 답을. 발이 알려줄지도 몰라.

==# R15-2 #==
R15-2 스토리 내용

언덕 아래, 휠체어에 탄 소년은 괴로워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발은 필요한 지지를 해주지 않는다. 몇번이고 그다지 높지 않은 창틀을 넘어가려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휠체어에 쓰러져, 숨을 멈추었다. 만약 넘지 못한다고 해도. 어떻다 할 것은 없다. 창문 너머에는 정원의 담이 있어, 그가 떨어트린 작은 로봇은 비탈길 저 멀리에 있다. 만약 창문을 넘어올 수 있다고 해도, 전동휠체어를 잃은 그에게 있어서, 단지 몇백미터가 원정처럼 끝없이 계속되는 것이다.

소녀는 나무 아래에 무릎을 안고 쭈그려 앉아, 소년의 고생한 발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은 조금씩 서쪽으로 향해, 나무와 소녀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트리고 있었다.

그 공원에서, 예전에 부모님과 놀았던 적이 있었다. 아빠가 글라이더의 모형을 던지면, 소녀는 반드시 착지 전에 따라잡아, 뛰어올라 그것을 잡았다. 엄마는 항상 웃으며, 건강한 아기 강아지처럼, 굴러도 바로 다시 일어나, 달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녀는, 이 마을에서 가장 위대한 모험가로서, 강인한 육체와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며 자랑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머리의 아픔이, 조금 부드러워진 것 같다.

소년은 또 다시 실패하고, 휠체어에 앉아 절망한 모습이었다. 분함에 가득 찬 표정을 띄우고 있었지만, 중력이 그를 휠체어에 묶어두었다. 호흡조차 뜻대로 되지 않는데, 그의 시선은 작은 로봇이 있는 곳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끈질기네...... 하지만, 그런 노력도 역시 낭비ㅡㅡ

쿵.

갑작스런 충격으로, 가지 위의 작은 새가 당황하며 날아갔다. 소녀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 나무껍질에 빨간색이 묻어났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한 걸까. 그렇게 생각할 리가 없었다.

소녀의 손이 서서히 쥐어지고,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작은 주먹은 무언가를 깨트릴 정도로 단단하고, 높게 올려져 있었지만, 이윽고 천천히 내려졌다. 소녀는 얼굴을 닦았다.

강인한 육체, 그리고 정신.

대모험가.

창문 앞의 소년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그저 작은 로봇이 아닌가. 나무 그늘에서 일어난 소녀는, 옷의 먼지를 털고, 언덕 아래로 걸어 나갔다. 관목에 걸린 로봇에는, 정교한 수제 개조 흔적이 눈에 띈다. 모험가에게 있어서, 이걸 구출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였다.

한 발, 그리 높지 않은 담에 뛰어들었다.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놀라는 소년의 반응에, 소녀는 조금 득의양양했다.

「으ㅡ음......! 네가 이 보물의 주인인가?」

==# R15-3 #==
R15-3 스토리 내용

소녀는 헤맴 없이, 마치 익숙한 자신의 집으로 돌아오듯이, 높은 문을 쿵쿵 두드렸다.

「어머, 파라 아니니?」

「네!」

집 안에서 들리는 여성의 목소리도, 그녀의 방문에 놀라는 기색은 없다. 아주 평범한 일상의 장면같이. 문이 열리고, 알카이드의 어머니가 모습을 드러냈다.

언제나라면, 「들어오렴, 아줌마가 간식을 사올테니까」 라는 말이 뒤따라올 부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달랐다ㅡㅡ 소녀의 뒤에 있는 모습을 깨달은 알카이드의 어머니는, 한순간 주저했다.

「안나?」

「안녕하세요, 박사님.」

소녀는 익숙한 모습으로 알카이드의 방에 뛰어들어, 새로운 소품의 연구에 몰두하고 있어 자신의 도래를 알아채지 못한 그를 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곧바로 악의가 담긴 웃음을 띄웠다.

왼손을 뻗어, 집중하고 있는 소년을 놀려주려고 했지만, 손끝이 그의 어깨에 닿기 직전에 멈추었다.

「......박사님, 지금의 진행으로 봤을 때, 알카이드가 버틸 수 있을지ㅡㅡ」

「아이들의 간식을 사 올게. 아래에서 얘기하자. 너, 드디어 결혼한다며?」

「......네, 이제 곧 결혼식이에요. 하지만 박사님, 개조의 건은ㅡㅡ」

「파라와 알카이드에게 화동을 시키면 어떨까? 딱 괜찮지 않아?」

「박사님......」

어른들의 목소리는 매우 낮아, 소년의 공구 소리에 휩쓸려 사라질 정도로 희미했지만, 예리한 소녀의 귀에서는 도망치지 못했다. 문이 조용히 닫히고, 발소리는 점차 멀어져 간다.

소녀는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작업에 몰두하는 소년의 등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거두었다.

문이 다시 소리 없이 열리며, 잽싼 그림자가 튀어나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사제의 뒤를 몰래 쫓았다.

==# R15-4 #==
R15-4 스토리 내용

오랜만의 축하 분위기에 물들었는지, 사회자의 목소리는 조금 고양되어있었다. 요리가 운반되기를 기다리는 객석에서는, 조금 시끄럽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스테이지 옆에서 작은 화동은, 익숙하지 않은 드레스를 가볍게 당겨보면서, 이윽고 신부ㅡㅡ 안나 선생님에게 건네줄 꽃다발을 내려다보며, 며칠 전의 대화를 떠올렸다.



「파라는 지난 몇 년의 적합 테스트에서 최고의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약물 적응도 생리 검사도, 그녀에 가까운 데이터의 아이는 찾을 수 없었습니다. 만약 그녀를 먼저 개조해, 얻은 데이터로ㅡㅡ」

「괜찮아, 안나. 그 이상 말하지 않아도 돼. 주임에게도 상당히 압력이 들어왔겠지? 그를 비난하지 마. 군의 무리가 몇번이고 발을 들이고 있으니까 말이야. 」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알카이드의 상황은 팀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가 이곳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박사님 부부의 덕입니다. 하지만 만약, 중요한 자기 아들이 늦어버린다면, 아무리 전쟁을 끝낼 희망이 있다고 해도, 박사님들에게 너무합니다! 현시점의 기술에서도 리스크는 확실히 제로가 아니지만, 전보다 훨씬 좋아졌습니다. 박사님이 가장 잘 알고 계시겠지요! 모두 계속 노력해 왔어요!」

「......」

「파라를 실험대에 올리고 싶지 않아요...... 나...... 어떻게 파라와 알카이드에게 설명하면 좋을지, 아직도 알지 못하겠습니다......」



슬슬 스테이지의 막이 오를 시간이다. 파라의 시선은 무대를 넘어, 반대편에 서 있는, 조금 어설픈 소년에게 향했다.

최신의 보조기구를 포함한 의족이라고 한들, 현재의 기술로서는 소년의 이상한 병변의 신경 시스템에 있어서 아직 불충분하고, 긴 시간 서 있는 것이나 보행은 쉽지 않다. 하지만, 모두가 웃는 얼굴에 둘러싸이는 이 자리에서, 조금만이라면ㅡㅡ 알카이드는 어떻게든 화동의 역할을 다하려고 하고 있었다.

소녀는 무심코 입꼬리를 올렸다. 변함없는 완고한 정신이다.



「설명은 필요 없어. 알고 있어.」

「......? 파라??!! 언제부터 따라온 거야!?」

「파라......?」

「전부터, 가끔 선생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걸 들었어. 아이들에게 숨기려고 했어도, 내 귀는 예리하니까.」

「에......」

「알고 있어. 내가 개조 실험에 참가하면, 선생님들도 압박받지 않아도 돼. 나 같은 아이도, 이젠 아빠와 엄마를 잃지 않아도 돼. 거기에, 알카이드도 살릴 수 있는 거지?」

한장의 꽃잎이 길 한가운데에 떨어졌다. 바람이 조금 강해져, 소녀의 은발이 가볍게 흔들렸다.

「파라, 일단 돌아가자. 어른들의 사정으로 무리하게......」



객석에서 소년의 부모는, 어른스러운 차림의 두사람을 보고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소녀는 그 웃음을 바라보며, 멀지 않은 과거의 공원의 오후를 기억해냈다.ㅡㅡ 깎아 놓은 잔디는 지금의 객석처럼 매끄러웠다. 그때, 불합리한 비극에 휩싸인 자신이지만, 지금은 선택할 권리를 손에 넣었다.

사회자의 목소리가 더욱 시끄럽게 느껴졌다.

「신부님, 당신은 아프거나 건강하거나, 가난하거나 풍족하던, 이 분과 서로 사랑하며, 지지하고, 최후의 때까지 곁에 있기를 맹세합니까?」



「네.」

「파라?」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팔랑팔랑 소리를 내며, 어른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네』라고 말했어.」

소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숨을 뱉어냈다. 약물 실험 때와 같은 혼수감과 무력감, 어느 날 돌연 일어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ㅡㅡ 그것들은 결코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신이 바라는 미래에는 아직 닿지 않는다. 그렇다면, 진짜 대모험가는 이곳에서 멈춰 서 있지 않는다.

「어른들의 사정도, 변덕도 아니야. 이번에는 나 자신의 의사야. 많이 생각했어. 개조를 받는 것을 선택할래. 알카이드에게 사실을 숨기고, 걱정시키지 않을 거야. 안나 선생님, 아주머니, 연구소의 모두에게 도움받아서, 그에게는 비밀로 해주세요.」

소녀의 눈동자에는 희미한 불길이 머무르고 있다.

「이 불합리한 전부를, 끝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