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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작가 에밀리오 살가리(Emilio Salgari)[1]의 소설. 원제는 Il Corsaro Nero. 영어판 제목은 The Black Corsair.
1. 소개
검은 해적은 해적들의 황금시대였던 17세기 카리브 해를 무대로 한 활극이다. 1898년에 초판을 냈을 때 8만 부를 팔아 당대에 기록을 세운 베스트셀러이기도 했다. <카리브해의 여왕(La regina dei Caraibi, 1901)>, <검은 해적의 딸 욜란다(Jolanda, la figlia del Corsaro Nero, 1905)>, <붉은 해적의 아들(Il figlio del corsaro rosso, 1908)>, 마지막 해적들(Gli ultimi filibustieri, 1908)> 등 연속된 검은 해적 시리즈물의 제1권이다.1920년, 1928년, 1937년, 1944년, 1976년 총 5차례에 걸쳐 영화화되었다.
국내에는 단일 권으로는 나오지 않고 금성출판사, 계몽사, 태극출판사, 삼성당 등에서 세계문학전집의 일부로 1권만 몇 차례 출간되었다. 아마도 일본판을 중역한 해적판으로 추정된다. 삽화는 거의 같고 금성출판사판과 태극출판사판은 번역도 같다.
2. 줄거리
토르투가 섬[2]을 본거지로 하는 해적선 번개호(Folgore)의 선장, 검은 해적은 자신과 형제들을 배신한 원한을 갚기 위해 마라카이보를 다스리는 스페인 총독 반 그루도를 죽이려고 한다. 나포한 스페인 군함에 타고 있던 오노라타라는 아가씨를 만나 잠시 평안과 행복을 느끼지만, 복수를 해야 한다는 일념에 다시 전장으로 떠난다.검은 해적은 동료들과 함께 마라카이보를 공략하고 정글 속을 누비며 반 그루도를 추격하지만, 반 그루도는 끝내 도망쳐 지브롤터[3] 요새로 들어간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지브롤터 요새까지 함락하고 보니 반 그루도는 이번에는 온두라스로 도망간 뒤였다. 끝까지 쫓아가서 반 그루도를 잡고야 말겠다고 다짐한 검은 해적은 일단 배로 돌아갔다가 잔혹한 운명에 직면하게 되는데...
3. 등장인물
한국판은 일본어 중역본이라 인명 표기가 제대로 된 외래어 표기법과 틀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한국 출판본에 따라 표기하고 괄호 안에 원 표기를 병기한다.3.1. 해적 진영
- 검은 해적
주인공. 늘 검은 옷을 입고 다니는 해적선 번개호의 선장으로, 본래는 이탈리아 출신의 기사이며 본명은 발펜타와 벤티밀랴의 군주, 로카네라의 에밀리오 디 로카부르나(Emilio di Roccabruna of Roccanera, Lord of Valpenta and of Ventimiglia)이다.[4] 한국판에서는 "벤치밀랴의 기사, 에밀리오 데 로카넬라"로 표기. 원래 4형제 중 둘째로, 반 그루도의 배반에 살해당한 형, 복수에 실패해 살해당한 두 동생들을 위해 복수하는 게 삶의 목적이다.
이들 4형제는 원래 플랑드르 연대에 속한 군인이었다. 그런데 스페인군과의 전투에서 상관인 반 그루도가 배신, 부대를 적에게 팔아넘겼다. 당시 35세였던 맏형은 격분해서 적진에 뛰어들어 싸우다가 붙잡혀 반 그루도의 손에 죽었고, 아래의 세 동생들은 간신히 살아남아 해적이 되어 복수를 맹세하게 된다.
- 붉은 해적
4형제 중 셋째. 80명의 부하와 함께 마라카이보에 침입해서 반 그루도를 죽이려 했으나 배가 난파하는 바람에 부하 대부분을 잃고 붙잡혔다. 붉은 해적의 부하였던 카르모와 스틸러를 바다에서 건져 올린 검은 해적이 교수형당한 붉은 해적의 시체를 되찾으려고 결심하는 부분이 검은 해적의 도입부다.
- 녹색 해적
4형제 중 넷째. 작품 시작 시점에서 이미 반 그루도에게 잡혀 처형당한 지 오래이다. 맏형이 죽었을 때 20세였고, 형제 중 두 번째로 반 그루도에게 살해당했다.
- 카르모(Carmaux)
원래는 붉은 해적의 부하. 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한 뒤 붉은 해적의 시체를 찾으러 가는 검은 해적의 부하가 되어 길안내를 한 뒤 함께 활극을 펼친다. 정작 원래 검은 해적의 부하였던 대원들은 제대로 활약을 펼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 스틸러(Van Stiller)
함부르크 출신 독일인이다. 원래는 붉은 해적의 부하. 감옥에 갇혔다가 탈출한 뒤 카르모와 같이 검은 해적의 부하가 되어 함께 활극을 펼친다.
- 모코(Moko)
마라카이보 인근 정글에 사는 흑인. 카르모와 스틸러의 친구로 뱀을 부리는 재주가 있다. 붉은 해적의 시체를 되찾으러 가는 검은 해적 일당과 길안내를 위해 합류한 후 레귤러가 된다.
- 모르간(Morgan)
번개호 부선장. 이름으로 보면 영국인인 듯. 유일하게 이름이 등장하는 오리지날 검은 해적의 부하이다.
- 피에트로(Pietro) 선장
검은 해적의 동료인 해적선장. 이름은 이탈리아식이지만 이탈리아인인지는 알 수 없다. 그냥 이탈리아 작품이라 이탈리아 식으로 표기했을 수도 있어서. 프랑스인이라면 피에르, 스페인인이라면 페드로가 된다.
- 미셀(Michel) 선장
검은 해적의 동료인 해적선장.
3.2. 스페인 진영
- 반 그루도(Van Guld)
일본어 중역 탓인지 이름이 이상해졌다. 스페인 고관이지만 본래는 플랑드르 출신[5]으로, 검은 해적 형제들을 배신한 원수다. 작중에서는 마라카이보 총독을 맡고 있다.
- 오노라타(Honorata Willerman, the Duchess of Weltrendrem)
2장 시작 파트에서 검은 해적 일당이 덮친 스페인 군함[6]에서 납치한 소녀. 플랑드르 공작의 딸[7]이라고 하여, 인질금을 받고 풀어줄 대상으로 잡았으나 검은 해적이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오노라타가 검은 해적의 식사를 마련하고, 검은 해적이 과거를 털어놓는 등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심지어 해적선에는 여자를 절대 태우지 않는다는 금기를 어기고, 마라카이보 공략 차 출동하는 번개호에 카르모 일당이 오노라타를 태워 줄 정도. 작품 종반부에는 아예 선원들이 선장 부인 후보로 인정하는지, 갑판 위에서 드레스를 입고 서서 돌아오는 검은 해적을 환영할 정도가 된다.
- 레르마 백작
마라카이보에 침입했을 때 만나는 귀족. 당당한 기사로, 검은 해적을 해적이 아닌 기사로 인정하며 신의를 중시한다. 지브롤터 요새에서 검은 해적과 결투하다가 죽는다.
- 스페인 장교A
한 번도 본명이 나오지 않아서 편의상 이렇게 명명. 별 것 아닌 인물인 것 같은데 묘하게 설명충이자 감초 역할이다.
첫 등장은 마라카이보로 침입하려던 검은 해적 일당과 숲에서 마주친 것인데, 3:1이라 쪽도 못 쓰고 생포당했다. 굳이 죽일 필요는 없어서 일단 모코의 오두막에 묶어두었다가 붉은 해적의 시체를 탈환한 뒤 돌아가는 길에 놓아주고 갔는데, 마라카이보를 함락시켰을 때 총독 관저에서 결박당한 상태로 있는 것을 발견한다. 검은 해적 일당이 풀어주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으니, "검은 해적을 만나고도 붙잡지 못한 죄로 총독에게 채찍으로 200대를 맞았으며", 반 그루도 총독이 이미 지브롤터를 향해 탈출했다고 알려준다. 억울하게 처벌을 받은 원한을 풀기 위해서 검은 해적 일행에 합류, 레귤러5가 된다.
밀림 속에서 알아야 할 수많은 생존술에 익숙해서 이후에 벌어지는 밀림 추적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맹활약한다. 하지만 지브롤터에 도착하자 자기는 역시 스페인 깃발을 지켜야겠다고 검은 해적 일행과 헤어져 요새로 들어간다. 다행히 싸우다 죽지는 않고 부상을 입은 채 검은 해적 일당에게 발견되며, 반 그루도를 추적할 계획을 말하는 검은 해적에게 자기도 함께 복수하겠으니 데려가 달라고 청한다. 그리고 검은 해적과 함께 번개호에 오르는데......
"아니, 반 그루도의 딸이 이 배에 있다니...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오노라타가 실은 반 그루도의 딸이라는 사실을 밝혀 버린다.
고의로 그런 건 아니고 자기도 놀라서 엉겁결에 중얼거린 건데 검은 해적이 그 혼잣말을 들어 버리는 바람에...
검은 해적은 스페인 장교를 한 번 더 추궁한 뒤 마라카이보 공략 전날 검은 해적의 고백 때문에 아버지의 배신을 이미 알고 있던 오노라타 자신의 입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반 그루도와 그 일족을 절대 용서하지 않겠다고 형제들의 영혼에게 한 맹세 때문에 갈등한다. 결국 오노라타를 차마 직접 죽이지는 못하고, 보트에 태워 밤바다에 떠내려 보낸다. 오노라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보트 위에 선 채[8]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옆에 있던 카르모와 스틸러는 격렬하게 눈물을 흘리며 흐느끼는 검은 해적의 얼굴을, 상상도 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게 된다.[9]
- 국내에 출간되지 않은 2권에서 묘사되는 바에 따르면 오노라타는 살아서 해안에 닿았다. 그리고 원주민들에게 '바다의 여신'으로 취급되어 여왕으로 모셔지다가 검은 해적과 재회한다. 검은 해적은 복수를 포기하고 그녀와 함께 이탈리아로 돌아간다.
4. 관련 항목
[1] 이탈리아의 유명한 모험소설가로 검은 해적은 살가리의 대표작 중 하나다. 살가리는 하도 글을 잘 써서 1897년에 왕실에서 기사로 서임받기까지 했다.[2] 1과 2중 어느 섬인지는 불명이다. 묘사되는 모습을 보면 1에 가까워 보인다.[3] 스페인에 있는 지브롤터가 아니다. 베네수엘라에도 지브롤터가 있다.[4] 벤티밀랴 가문은 실제 역사에서 리구리아 지방 출신 귀족이다.[5] 카를로스 1세가 플랑드르에서 태어나 자란 영향으로 스페인에는 의외로 플랑드르 출신 고관들이 많았다.[6] 작중에서 유일하게 배를 습격하는 장면이 이 배를 덮칠 때이다. 다만 해적들은 일반적으로 "군함"은 공격하지 않았다. 피해에 비해 소득이 보잘것없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7] 친구인 피에트로 선장은 오노라타가 플랑드르 공작의 딸이라는 이야기에 반 그루도와 뭔가 관계가 있는 사람은 아닐지 의심을 드러낸다.[8] 선원들도 불쌍히 여기지만 누구도 감히 검은 해적에게 직접 살려주자는 말을 꺼내지는 못한다.[9] 계몽사판은 이 말미에 다시 웃으며 새로운 모험을 기약하는 막장스러운 결말을 추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