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겨울 강가에서>는 1997년 출간된 『그리운 여우』에 실린 안도현의 시이다.[1] <겨울 강가에서>는 강 위로 떨어지는 눈을 보며 그 소회를 시로 표현한 것으로 대상에 대한 감정 이입이 잘 드러나 있다.2. 시 전문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
3. 해설
- 1연: 1연에서 화자는 어린 눈발들이 강물 속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다. 시인이 이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눈을 '어린 눈발'이라고 표현하거나 눈발이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라고 표현한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강물에 떨어지면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인은 안타까움을 느끼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 강이 그러한 것처럼 그려냄으로써 강물에 자신의 감정을 이입한다.
- 2연: 2연에서는 세찬 강물 소리를 눈발이 물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강물이 뒤척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화자의 상상력이 나타난다. 눈발에 대한 연민으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강물의 모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 3연: 3연에서는 계속해서 눈발이 계속해서 이어져 내리고 강물이 얼기 시작하는 장면을 포착한다. 시인은 이를 강물의 안타까움도 모르고 철없이 내리는 눈을 받기 위해 강물이 제 몸을 얼린 것이라고 서술한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눈을 철없이 어린 존재로, 강물은 그 어린 눈발이 자신으로 인해 녹아 버리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존재로 보고 있다. 강물에 녹아 사라지는 눈발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다름 아닌 화자 자신일 것이다.
그럼에도 화자는 강물이 철없이 내리는 눈을 안타깝게 여겨 자신의 몸을 얼려 가면서 눈을 받아 내고 있다고 묘사한다. 이를 통해 화자는 서로에 대한 연민으로 자기희생도 마다하지 않는 관계의 아름다움을 그린다. 잠언 투의 어조로 짧은 시구 안에 압축적으로 주제의식을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