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20 23:55:09

계명구도

고사성어
닭 계 울 명 개 구 도둑 도
1. 의미2. 유래3. 대중매체에서

1. 의미

  • 닭 울음소리(를 내는 사람), 개 (흉내를 잘 내는) 도둑
하잘것없어 보이는 재주, 혹은 그런 재주만 있는 사람도 어딘가엔 쓸모가 있다.

2. 유래

사마천사기 맹상군열전에 나오는 말로 계명구도지도(鷄鳴狗盜之徒, 계명구도의 무리)라고도 한다.
맹상군은 평소에 살면서 이런저런 식객들을 많이 불러모았는데, 하루는 어느 날 식객들 중 두세 사람을 골라 무슨 재주가 있냐고 물었다. 이에 그 중 두 사람이 각자 개 흉내와 닭 울음소리를 잘 낸다고 대답했다.[1] 그 말을 들은 다른 식객들이 뭐 그런 재주도 있냐, 쓸모없다며 크게 비웃었다. 하지만 맹상군은 "그러한 재주라도 어찌 나중에 쓸 일이 있지 않겠냐"라고 대인배다운 대답을 했다.

진나라의 소양왕이 맹상군을 진에 초청해 등용하려 했으나 신하들이 "제나라 사람이라 위험하다"고 진언했고, 결국 불안감에 빠진 소양왕은 맹상군을 연금한다. 맹상군은 동행한 한 식객을 통해 소양왕의 후궁인 연희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연희는 그 대가로 귀한 호백구(狐白裘)[2]를 요구한다. 그 옷은 환심을 사기 위해 진작에 소양왕에게 바친 뒤라 좌절하고 말았는데 한 식객이 "내가 찾아오겠다"며 나서더니 다음날 떡하니 호백구를 들고 나타난다. 어떻게 가져왔는가 물으니 개 흉내를 내서 들키지 않고 왕성에 잠입할 수 있었다고.

호백구를 전달받은 연희가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맹상군은 연금 상태에서 벗어난다. 마음이 바뀔까 싶어 부리나케 도망가던 맹상군은 사기꾼 출신의 식객이 위조한 통관 증서함곡관까지 도착했지만[3] 한밤중에 도착해서 보니 함곡관은 새벽에 첫닭이 울기 전까지 관문을 폐쇄하기 때문에 다 와서 멍하니 기다리는 처지가 되었다. 뒤늦게 뜨끔한 소양왕이 추격대를 파견한 상태라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데, 한 사람이 나서더니 닭 울음소리를 흉내내자 착각한 수문장이 문을 열어줘서 맹상군은 간신히 살아남게 된다.[4]
위에서는 狗를 '개 흉내를 냈다'로 해석했지만 개 흉내가 아니라 그냥 도둑질에 능숙한 것으로 묘사하기도 하며 개도둑이라는 해석도 있다. 아무래도 왕족인 맹상군도 하나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귀한 것을 개 흉내 내는 것만 가지고 뺏어올 수 있겠냐는 해석인 듯 싶다. 근데 왕성의 금고를 털 정도면 하찮기는커녕 아주 초능력 수준인데 내용과 맞지 않으므로 또 문제. 물론 능력 자체가 좋다곤 해도 도둑질이라는 인식 때문에 좋게 평가받지 못했다가 맹상군을 통해서야 그 능력의 좋고 나쁨을 떠나 출중함을 인정받은 것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저들이 맹상군을 도운 이유는 자신들의 재주를 비웃지 않고 잘 대해주었기 때문. 그러니까 사람 무시하지 말자. 맹상군은 식객의 수준에 따라 셋으로 나누어 그 대우를 달리했는데, 위에 언급된 세 사람은 진나라에서 돌아온 뒤 상등의 숙소인 대사(代舍)에 배정되어 매끼 생선을 배급받고 외출용 마차[5]를 할당받았다고 한다.[6]

이 고사는 각지의 세력가들이 저마다 경쟁적으로 세력 확장에 힘쓰며 조금이라도 쓸모가 있을 것 같은 인재들을 끌어모으던 춘추전국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3. 대중매체에서

킹곤타의 만화 달인전에서는 각각 명계, 명구라는 이름을 가지고 등장한다. 맹상군의 식객으로 계명구도의 일화를 설명해줄때 닭과 개의 울음소리를 내며 첫 등장. 명구의 경우 외형적으로 크게 특이하지 않으나 명계의 경우 머리 모양과 수염때문에 옆에서 보기엔 닭의 머리처럼 그려져 있다.

전문 전투원은 아니지만 맹상군의 식객으로 워낙 경험이 많고, 맹상군의 뜻을 따랐기에 그의 유언대로 붉은 삼협이 조에서 진과 싸울때 다른 식객들과 함께 합류한다. 이때 명구의 활약이 우수한데, 왕흘의 군을 기습할때 돌을 던지고 순식간에 식량고로 침입하는 모습에 붉은 삼협을 비롯해 도적들까지 보이지도 않았다며 기겁한다. 더욱이 직후에 습격이 들통나 식량을 훔칠 여건이 안되자 식량을 태우자고 의견을 모으던 와중 이미 명구는 사태를 파악하고 식량을 불태우는 모습을 보이며 기가막힌 판단력을 보여준다. 도적 우두머리인 도원은 이를 보고 "과연 전설의 도둑, 무서울 정도로 빠른 판단력" 이라며 진의 왕궁에서 물건을 훔쳐내던 그의 실력을 극찬했다.

둘 모두 자신들을 이끌던 맹상군의 식객 중 우두머리 하진이 죽었음에도 계속 장평에 남아 조군과 함께 싸운다. 하지만 백기에 의해 결국 생매장 당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가장 네임드 있는 식객들이었어서 그런지, 오랜 시간을 함께 해서인지 생각보다 많이 등장했고 마지막 순간 서로 손을 잡고 눈물을 흘리며 추락하는 모습에서 계명구도의 우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노빈손 시리즈 맹상군 편에서도 등장한다. 한쪽은 전문 개도둑으로 이름이 허석희, 다른 한쪽은 성대모사의 달인으로 이름이 제록수(...)[7] 노빈손 시리즈 캐릭터 이름들이 다 그렇듯이 죄다 기괴하기 짝이없다. 한자 뜻풀이들은 나름 그럴싸하지만.

고우영 십팔사략에선 일명 '쌍팔찌'[8]라는 별명의 도둑과 개, 닭등 온갖 소리들을 성대모사하는 모사꾼, 두 캐릭터로 나뉘어서 나온다. 둘 다 맹상군이 진나라로 갈 때 식객들 중 말석에 겨우 끼어서 갔지만, 쌍팔찌는 호백구를 절묘하게 훔쳐내고 성대모사꾼은 닭울음소리를 기가 막히게 내서 일행들을 구할 수 있었다.


[1]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다. 판본에 따라 아예 그 사람들 이름을 각각 계명, 구도라고 적기도 한다.[2] 여우의 겨드랑이에 있는 하얗고 부드러운 털을 모아 만든 가죽옷[3] 이 부분은 사자성어에 직접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잘 거론되지는 않는다.[4] 수문장 뿐만 아니라 일대의 수탉들이 닭 울음소리로 착각하고 일제히 울어댔다고 한다.[5] 원문엔 '수레'라고 돼 있으나 수레가 리어카를 의미하는 현대와는 달리 전국시대에 수레라고 하면 마차를 의미한다. '수레 차'라는 음훈을 생각해 보고, 만승 천자란 표현과 그 표현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지금으로 따진다면 그만이 운용할수 있는 개인차량을 지급했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6] 맹상군은 풍훤을 만나고 그를 별볼일 없는 사람이라 생각해 전사(傳舍)에 넣었으나, 그가 '식탁에 생선 한 마리 없다'고 불평하자 행사(幸舍)로 옮겨줬으며, 그가 '나갈 때 수레 한 대도 없다'고 또 불평하자 대사로 옮겨줬다고 한다.[7] 보면 알겠지만 허스키, 제록스를 한자로 음차한 것이다.[8] 이 도둑이 맹상군에게 팔찌를 하나 팔았는데, 나중에 다시 와서 두 개가 한쌍이라면서 또 다른 팔찌를 팔았다. 그런데 맹상군이 집에 와서 보니 전에 샀던 그 팔찌가 없었던 것이다. 나중에 이 도둑이 또 팔찌를 사라고 하자, 팔찌 하나로 돌려막기를 했다는걸 눈치챈 맹상군이 팔찌 가격으로 그 도둑의 재능을 사 식객으로 거느리게 되었다. 쌍팔찌라는 별명도 이 때 생긴 것.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