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대인배'는 한자어 '소인배(小人輩)'의 접두어인 '小'를 '大'로 대치시킨 신조어이며[1] 뜻은 '소인배'의 반의어 격으로 "그릇이 넓고 덕이 있는 사람, 또는 그 집단."을 의미한다.언어학적으로 보자면 형태론적으로 비례적 유추 과정을 거쳐 생겨난 신조어라고 할 수 있다. 소인 - 대인의 쌍을 보고 '소인배' 역시 '대인배'라는 쌍이 있을 것이라고 유추한 것이다.
다만 '대인배'는 직관적으로는 '소인배'의 반대말이라는 느낌은 잘 전달하지만 표준어로 인정되지 않은 신조어다. 그도 그럴 것이 '-배(輩)'라는 한자어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2]
2. 유래와 전파
만화가 김성모의 작품 럭키짱(1998~2000)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대사를 처음 쓴 김성모의 언급에 따르면 신조어를 만들려고 의도적으로 꾸며낸 말이 아니고 본인은 진짜로 있는 말인 줄 알고 대사로 썼다고 했다. 작가의 고등학교 친구 안병만이 김화백 본인을 소인배로 몰아가며 “너는 소인배지만 난 대인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한 것에서 따 왔다고 한다. 나중에 찾아보니까 의외로 이게 없는 단어라서 당황했다고 한다.[3]
초기에는 '-배'라는 부정적 접미사가 붙은 만큼 '대인 + 멋있지만 왠지 병신 같아'라는 의미로 흔히 쓰였는데 부정적 뉘앙스를 살려 비꼬는 의미로도 널리 쓰였다. 군자나 대장부처럼 넓은 아량 또는 배포 속에서 묻어나는 뭐라 형언하기 곤란한 병신력이 포인트다. 이후 부정적인 의미는 '멘탈갑' 등의 대체 용어가 나오면서 많이 희석되었다. 조석의 마음의 소리에서도 2007년 연재분인 126화에서 조석 본인이 대인배라는 긍정적 의미로 사용한 바 있다.
이 신조어가 인터넷에서 널리 쓰이게 된 계기는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김준영 선수의 별명으로 쓰인 것부터였다. 평소 그의 미담들이 스타크래프트 커뮤니티들에 알려지면서 그에게 '대인배'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마침 그것이 시원하게 물량을 뽑아내는 플레이스타일과 결부되면서 그를 대표하는 별명이 되었다. Daum 스타리그 2007에서 그가 명승부 끝에 우승을 차지하면서 이름값이 올라가자 자연스럽게 '대인배'라는 단어의 쓰임새도 증가하였다.
2008년에 노라조의 가요 슈퍼맨에 "대인배의 카리스마"라는 가사가 들어가면서부터 '대인배'라는 단어가 일반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본다. 무한도전에서는 자막으로 '대인배'라는 단어가 튀어나오고 페르소나 4 한국어판에서도 주인공의 관용 관련 스텟 가운데 하나가 '대인배'이다. 자이언트의 조필연도 사용한 적이 있다.[4] 거기다가 인터넷 뉴스 검색으로 '대인배'를 치면 기사에도 많이 사용된 단어임을 알 수 있다.2015년 5월 23일 제우미디어에서 2012년에 내놓은 바이오쇼크의 프리퀄 소설 바이오쇼크 랩처의 국내판에서는 아예 대놓고 앤드류 라이언이 말하는 "Big One"을 '대인배'로 수차례 번역하는 지경이다.
KBS의 바른말 고운말 2013년 10월 7일 방송분에서도 언급되었다. 그런데 2015년에 방영된 우리말 겨루기에선 표준어처럼 소개되었다.
3. 비표준어
'소인', '소인배', '대인'은 본래 있는 단어이다. '대인배'는 직관적으로는 '소인배'의 반대말이라는 느낌은 잘 전달하나 표준어에는 실려있지 않다. 그도 그럴 게 '-배'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기 때문이다. 예시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는데, '간신배', '불량배', '협잡배', '무뢰배', '부랑배', '소인배', '시정잡배', '폭력배', '정상배'[5], '간상배'[6], '모리배'[7] 따위와 같이 '-배'는 부정적인 집단과 사람에게 붙이는 표현임을 알 수 있다. 고서에서도 누군가가 그냥 '배를 이룬다'면, 불의의 목적으로 패거리를 만드는 저속한 놈이라는 뜻이다.물론 '선배', '후배', '동년배'와 같이 중립적인 단어에도 쓰이는 예가 있기는 하다. 대인배라는 말이 퍼지는 데에는 이러한 단어들도 영향을 미쳤으리라 여겨진다.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샘 등 몇몇 국어사전에는 이 어휘가 등재되어 있다.
군자는 언제나 중용과 충을 지키기 위해서 특정한 사람의 사상에 함부로 공감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에 동조해주는 사람만을 모아서 세력을 만들고 그걸로 목소리를 키우거나 하지 않는 반면 소인은 이와 반대로 그냥 괜찮아보이는 사람한테 아무렇게나 달라붙고 자기 생각에 찬동하는 사람을 긁어모아 자기 멋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때문에 몰려다닌다는 견해가 있다. 이 때문에 군자는 '무리'가 아니나, '소인'에는 '무리'를 뜻하는 '-배'가 붙어 '소인배'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내용은 『논어』 위정편 14장에 나타나는데[8], 군자는 여러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나 소인은 당파를 형성하여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3.1. 그러면 '소인배'의 반대말은 뭘까?
기원전 상고한어 시대 때부터 사용된 '소인(小人)'의 반대말은 '군자(君子)'이다. '군자'라는 말은 이미 주역에서부터 확인될 정도로 오래되었다. '군자'는 본래 '군왕의 자식'이라는 뜻이었으나, 점차 '지배층이 될 자질을 지닌 이'를 두루 뜻하게 되었다. 논어에는 '소인은 ~ 하고 군자는 ~ 한다' 류의 표현이 매우 많다.[9]비슷한 의미로 '대인(大人)', '성인(聖人)', '대장부(大丈夫)' 등이 있다. 또는 대인과 군자를 합쳐서 '대인군자'로 부르기도 했다.[10]
[1] 과거에는 반댓말로 '대인배'가 아니고 '군자'라는 표현이 쓰였다.[2] '-배'가 쓰이는 대표적인 예시로는 불량배, 소인배, 폭력배 등이 있다.[3] 침착맨 침터뷰 - 김성모 편. 2020년 2월 3일[4] 26화에서 민홍기가 조필연의 병문안을 하러 온 때에 하는 말이다. 서로 좋은 뜻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신경전을 벌이며 하는 말이다.[5] 政商輩, 정치가와 결탁하거나 정권(政權)을 이용하여 사사로운 이익을 꾀하는 무리.[6] 奸商輩, 간사한 방법으로 부당한 이익을 보려는 장사치의 무리.[7] 謀利輩, 온갖 수단과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꾀하는 사람. 또는 그런 무리. '무뢰배'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다른 말이다.[8] 子曰, 君子周而不比, 小人比而不周.[9] 한국의 지명 중 이러한 논어의 구절을 이용해 지어진 것으로는 대전 회덕이 있다. '군자회덕, 소인회토'(君子懷德, 小人懷土)'에서 따온 것이다.[10] 연산군이 세자였던 시절은 스승으로 모셨던 조지서와 허침에 대한 평가에서 알아볼 수 있다. 연산군이 반쯤 장난으로, 엄격했던 조지서와 너그러운 허침에 대해 "조지서는 소인배요, 허침은 대성인이다."라는 글을 궁에 써 붙인 적이 있다. 여담으로 조지서는 연산군이 즉위하자 사형에 처해졌고, 허침은 진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