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08 19:13:04

규칙 괴담

1. 개요2. 역사3. 특징4. 관련 작품5. 여담

1. 개요

규칙의 형태를 하고 있는 괴담으로 나폴리탄 괴담의 일종. 무언가 괴기스럽고 오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따라야 하는 지침을 설명해주는 형태의 괴담이다.

규칙 괴담 형식이 유행하면서 규칙 괴담 = 나폴리탄 괴담으로 칭하는 경우가 많으나, 나폴리탄 괴담은 '특정 정보를 의도적으로 누락시키면서 궁금증과 더불어 미스터리함과 상상력을 유발시킨다'는 좀 더 상위 카테고리에 가깝고 규칙 괴담은 하위 분류에 가깝다.

주로 모종의 시설에서 근무하게 된 노동자나 본의든 아니든 특정 장소에 방문한 일반인을 대상으로 배포되는 안내서라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평범한 업무지시나 안내사항도 있지만 규칙서를 읽어나갈수록 점점 비상식적이고 불길한 초자연적 현상들에 대한 안내가 나오는 것이 특징으로, 그에 대한 의문을 표하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지된다. 이런 괴담들 역시,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해답은 일체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규칙을 어기면 '뭔가'의 관심을 끌 수 있다는 식으로 미지의 위협의 존재를 암시하곤 한다.

2. 역사

2010년대 후반 들어 각종 '재난 상황 매뉴얼', '숙직실 업무 매뉴얼', '베이비시터 할 일 목록', '작업 중 안전수칙' 등의 규칙괴담들이 유행하고 있다.

나폴리탄 괴담에서 발전한 분야이기는 하지만, 규칙 괴담류가 점점 인기를 끌며 주체가 누군지만 비밀에 붙일 뿐 오컬트나 호러적 요소를 암시하는 장치들도 다수 나오기도 하여 사실상 어떤 일이 벌어지거나 주체가 누구일지 넌지시 암시하여 나폴리탄 괴담과 멀어진 것도 많아지고 있다. 아예 이러한 규칙이 왜 발생했느냐를 조명한 가상의 세계관을 구축하고, 이곳에서 일어나는 초자연적인 현상과 이를 일으키는 코즈믹 호러적인 존재들을 조명하는 아날로그 호러파운드 푸티지와 같은 장르로 발전하기도 한다. 이렇게 사건의 전말을 숨기는 특징이 점점 사라지고 독립적인 특징을 띠기 시작하자 기존 나폴리탄 괴담 팬들은 '이런 걸 나폴리탄 괴담이라고 부르지 말라'면서 반감을 표하기도 한다.

규칙 괴담이 변화하면서 그 형태가 서서히 게임 공략집의 형태로 수렴하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만한 부분이다. 2020년대 이후 규칙 괴담들은 기존 나폴리탄 괴담과 달리 적대적인 존재의 정체를 숨기려 하지 않고, 게임 몬스터처럼 구체적으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는 더 이상 괴담이 아닌 설정놀음이라고 비판받기도 한다.

3. 특징

이미 매뉴얼이라는 기본 문법이 제시되어있는 괴담이기 때문에, 많은 규칙 괴담류 창작물들이 아래의 클리셰를 공유한다.
  • 이상 현상을 해결하는 일종의 관리자적 인물이 존재한다.
    규칙괴담류 대부분이 주거지나 업무지 등 사람이 주기적으로 생활하는 공간을 상정하고 쓰여 있기 때문에, 이상 현상이 나타났을 때 그것을 해결하지 않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매뉴얼을 할당받은 사람(독자)은 사실상 초심자이므로 독자에게 해결의 책임을 지게 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관리자에게 연락하라"는 식으로 "내일 다시 오면 관리자가 해결해 놓았을 것이다"라는 암시를 남긴다.


    2020년대 이후 이상 현상을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단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재단, 기업, 정부기관, 군대 등 다양한 형태의 단체들로 설정된다. 이들은 이상현상이 일어나는 지역에 독자적으로 인원을 파견해서 막대한 희생 끝에 성과를 거두며 이러한 지침을 만들어 오는 경우가 많다. 나름대로 군대식 계급이나 사기업의 직급 형식으로 위계질서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이 만든 지침서에는 가끔씩 일부 대원들이 지침을 무시함으로 인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사례를 서술하는 경우도 있다. SCP 재단에서 영향을 받은 경우가 대다수이고 이러한 형식을 한 작품들은 대부분 장기 연재물이 되며 이런 식으로 세계관이 확장되면 장르가 어반 판타지의 형태로 변하게 된다.
  • 위협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규칙괴담류는 기본적으로 독자를 안심시키기 위해 쓰인 글이다. 새 집이나 직장에 갓 들어온 신입에게 "이곳에는 괴물이 돌아다니니 죽지 않으려면 조심해라"라는 말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 때문에 규칙괴담류는 이상현상을 "자연현상", "기상현상" 따위로 최대한 순화하여 독자에게 직접적으로 겁을 주지 않으려 노력하고, 매뉴얼 또한 단순히 지시된 사항을 지킬 것을 강조할 뿐 그러한 규칙이 위반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 어느 쪽을 따라야 할지 헷갈리는 모순적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딜레마적인 상황을 조성하여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에 빠지게 만드는 요소도 포함할 수 있다. 이를테면 "새벽 4시마다 노크 소리가 들리겠지만, 절대 문을 열어주지도 말고 무슨 말을 하든 믿지 말라"는 수칙에 따르려 하는데, 문 밖에서 방범 구멍을 통해 보이는 다른 낯선 직원이 안절부절못하고 있다가, 이내 "의심하시는 걸 이해해요. 하지만, 살고 싶다면 지금 당장 거기서 도망쳐요"라고 적힌 메모를 대신 보여주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규칙 사항을 다 설명해놓고 이 설명서에는 n번째 항목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반전 요소를 넣어 n번 항목이 존재하는 걸 읽은 당사자가 자신은 그럼 뭘 읽었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혼란스럽게 하는 방법도 자주 쓰인다. 이 경우 한번 더 반전을 주어 글에 gif 등의 요소를 집어넣거나 하여 글을 다 읽고 확인하려고 올라가면 해당 항목이 사라져있는 상태로 바꾸기도 하는 이중트랩을 설치하기도 한다. 만약 n번째 항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특정 항목 안에 있다면 n번째 항목을 부정하는 항목을 부정하는 항목 같은 케이스도 있으며 가끔은 n번째 항목이 자신을 부정하는 항목을 무시하라 하기도 한다.
  • 매뉴얼 자체의 신뢰성을 뒤흔든다.
    위의 '모순적 상황'이 발전된 형태로, 아예 매뉴얼 자체를 의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건 '단, OOO라는 인물의 이름이 적혀있거나, 해당 인물이 이 문서를 줬다면 즉시 파기하십시오'와 같은 문단을 넣어 매뉴얼 자체를 거짓 상황으로 만드는 요소를 추가하기도 하는 셈이다. 만약 gif 능력자라면 한술 더 떠 매뉴얼을 읽는 시간에 따라 다른 매뉴얼이 뜨도록 장치를 해두는 경우도 있다. 다만 흔한 상황은 화자를 의심하게 만들어 매뉴얼 자체의 진위 여부를 의심하게 만드는 수단이 자주 쓰인다. 괴이들이 원래는 글을 읽을 수 없어 매뉴얼이 어떻게 됐든 상관 없다가 어느순간부터 괴이들이 글을 읽기 시작해 매뉴얼을 역이용해 상황을 비트는 방식으로도 사용된다.
  • 자살 권장/명령
    2020년대 매뉴얼 괴담에서 자주 보이는 유형으로, 만약 특정 지시 사항을 따르지 못하거나 순전히 운이 없어서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즉시 스스로 목숨을 끊으라는 지시를 넣는 것이다. 주로 자살이란 키워드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밧줄을 사용해라'나 '~~약을 몸에 주사해라'같이 에둘러 표현하는 경우도 많다. 또 이전에 어떤 장소나 대상에 가면 위험하다고 미리 말해두고 그런 상황이 발생 시 오히려 그 장소나 대상으로 뛰어들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대개 '이런 상황이 올 타이밍이면 이미 죽은 목숨이라 굳이 자살을 할 필요가 없을 텐데 왜 이렇게까지 강요하는 것이냐' 생각할 수 있는데, 역으로 죽는 것보다 더 끔찍한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는 암시를 넣는 것이다. 대개 이런 명령이 나올 경우 자살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직접적인 묘사는 넣지 않지만, 매우 고통스럽게 천천히 죽거나, 아예 죽지도 못하는 상태로 영원히 전락하는 등 상식을 뛰어넘는 최악의 결말을 맞이할 것임을 암시하거나 직접 상상하게 만든다. 여기에 자살 방법을 극히 한정시키고, 이외의 방법으로 자살할 경우 '자살 안 했을 때'와 같은 결말이 될 거란 경고까지 넣어주면 금상첨화.
    정상적인 지시문에선 절대 존재할 리가 없는 자살이란 키워드로 충격을 주고, 아울러 자살까지 해야 할 정도로 끔찍한 상황이 무엇인지 상상에 맡기는 심리적 유도를 통해 공포감을 극대화시키는 효과가 있다.

    • 포기형 문구
      자살 권장 문구에서 한층 더 진화한 형태로, 특정한 상황에 놓였을 경우 글쓴이조차 더 이상 도와줄 수 없음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문장을 말한다. 그냥 대놓고 안타깝군요, 죄송합니다 같은 문구를 넣기도 하지만, 갑자기 맥락에 맞지 않게 부자연스럽거나 앞에서 반드시 지키라는 기본 수칙조차 무시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라 종용하는 문장[1][2]을 넣어 섬뜩함을 극대화시킬 때도 있다. '특정한 수칙을 예외적으로 반대로 적용해야 되는 상황'과 헷갈릴지도 모르지만, 대개 해당 문구가 들어갈 때는 뒷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고, 또 매뉴얼 전체에서 이 문구가 여러 경우에서 반복적으로 쓰인다면 빼도박도 못한다.
      '넌 끝장이다' '넌 죽을 것이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문구로 운명을 암시하기 때문에, 독자로 하여금 어떤 최후를 맞이할지 직접 상상하도록 만드는 것이 이 문구의 백미라 할 수 있으며, 의외로 나폴리탄의 기본에 충실한 부분이기도 하다.
  • 피로 쓰인 수칙
    어떤 초자연적인 상황에서 생존하기 위한 매뉴얼이라는 컨셉인 만큼, 그 매뉴얼이 정립되기까지 많은 인물들의 희생이 있었음을 암시한다. 이것에 이어져 아직 특정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없는 경우가 있다. 자살 권장과는 다르게, 규칙을 적은 사람도 대처법을 모르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는 것. 이 상황에 맞닥뜨린 인물이 어떤 행동으로 살 수 있기 때문에, 매뉴얼은 대부분 자율적으로 행동해보라는 지시를 한다.
  • 내용 속에 숨겨진 진짜 내용
    모종의 이유로[3] 직접적으로 진실을 작성할 수 없을 경우 규칙서에 진짜 메시지를 숨겨두는 트릭도 있다. 일부 글자나 문장을 의도적으로 이탤릭이나 볼드체, 특정 색상으로 강조해두고, 이런 글자나 문장들만 따로 떼서 읽으면 숨겨진 메시지가 나오는 방식. 예를 들자면 《위험할 때 숲으로 도망치면 지 않습니다.》 같은 형식으로 안내문과 정반대의 메시지를 감춰주는 것. 세로드립도 애용되며 모스부호를 삽입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한 번 더 비틀어서 비밀 메시지를 이중 삼중으로 숨겨놓기도 하는데, 이 경우 사실 감춰진 메시지도 완전히 믿을 수 없다는 절망적인 반전이 나오기도 한다.

4. 관련 작품

5. 여담

  • Sensual Love Motel: 2019년 한때 이슈가 되었던 한국의 규칙 괴담이다. 야간 교대근무 직원 수칙의 형태를 띄고 있다. 원래 디시인사이드 몬무스 갤러리에 올라온 글이지만 디시인사이드 마이너 갤러리 연쇄 폐쇄 사건으로 몬무스 갤러리가 폐쇄되면서 원본글이 날아가 아카이브로만 볼 수 있다.

    다만 이 글은 타 커뮤니티에 괴담으로 퍼져나간 것이지 원래는 나폴리탄 괴담의 형식을 빌린 야설이었다. 수칙을 어기면 "괴기스러운 일에 휘말려 죽는다"가 아니라 "현상과 관련된 몬무스에게 강간당한다."는 것을 암시해 뒀기 때문.[6][7] 규칙 괴담류에선 원조격에 해당하는 작품들 중 하나이며, 초기엔 이 괴담을 적절히 공포스럽게 개량한 장르들이 유행하다가[8] 이마트 괴담 등이 융화되면서 규칙 괴담형 장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기 위한 10가지 간단한 행동지침: 규칙 괴담의 일종이다.
  • 원주민 공포만화에도 규칙괴담을 소재로 한 나폴리 캠핑장 에피소드가 있다. 결말은 존나 센 한 인물이 규칙 따위 다 무시하고 생존했다는 해피엔딩.
  • 평범하지만 이상한 현상이 반복되어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배경은 2024년에 유행한 8번 출구류 게임과도 통하는 면이 있다.
  • SCP 재단: 일정한 메뉴얼을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는 장르. 다만, SCP가 훨씬 더 오래 된 데다 세계관도 훨씬 넓은 장르이다. 다만 최근 SCP들 중에선 저러한 규칙 괴담류 플롯을 일부 차용한 작품들도 몇몇 존재한다.


[1] 길에서 절대 벗어나지 말라 해놓고 그 상황에 오면 그냥 길에서 벗어나 원하는 대로 가라고 하거나, 오락시설에서 절대 진심으로 즐겨선 안 된다고 해놓고는 그 상황이 오면 마음껏 즐기라고 적어놓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시다.[2] 경우에 따라선 자유롭게 행동하라는 문장은 죽는 것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아직 위험여부가 확인되지 않았으니 이를 확인하고 새로이 기록해 달라는 경우도 있다.[3] 적대적인 존재가 지침을 읽을 수 있는 상황 등.[4] 해당 작품은 주로 나폴리탄 대신 아날로그 호러라는 장르로 분류하는 경우가 더 많다.[5] 바로 위의 정육면체 시리즈와 같은 작가이나 아예 다른 설정을 가지고 있다. 시리즈의 부제 또 다른 이들의 이야기만 봐도 알 수 있다.[6] 수상해보이는 누군가 혹은 시체는 꼭 전원 여성이라거나 알 수 없는 점액질 또는 액체라는 점에 주목한다면 알아차릴 수 있다. 결정적인 힌트는 미라처럼 메마른 사람이 있다는 것.[7] 아예 해당 갤러리의 글을 기반으로 하여 진짜 괴담같이 글 내용을 교묘하게 바꾼 것들도 존재한다.[8] 러브 모텔처럼 호텔 관리인이긴 하지만, 순수하게 공포 장르로 가는 케이스나, 아예 gif 파일이나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일부 문단을 삭제하거나 갑툭튀로 만드는 경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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