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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상업지 작가 '후지마루'의 두 번째 단행본. 성인물로서는 드물게 SF와 포스트 아포칼립스적인 세계관을 띄고 있는 것이 특징이며, 지구 온난화로 인해 점차 종말을 향해가는 암울한 사회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단순 상업지임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아련한 연애소설같은 전개와 더불어 배경 설정이 매우 치밀하고 자세하여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작중의 주요 키워드는 기적으로, "아무리 지금이 힘들고 괴로울 지라도 버텨내면 기적이 찾아올 것이다." 라는 것이 이 만화의 메시지.2. 설정[1]
- 배경은 지구 온난화가 지속되어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한 근미래의 지구로,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육지가 줄어들어 사회 시스템이 점차 붕괴하고 있다. 이를 대비해 화성을 테라포밍하여 인류를 이주시키는 계획이 이뤄지고 있으며 작중에서는 지나가듯이 배경으로 비춰진다.
- 영혼은 죽으면 기본적으로 성불하여 사후세계에 가게 되지만 이승에 미련이 남아있을 경우 유령으로써 이승에 존재하게 된다. 이 경우 겉모습은 일반적인 사람과 다를 바 없으며 겉으로 보이는 신체 나이 또한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으나 발목에 붉은 등 모양의 인이 생긴다.[2] 또한 생전 관계가 있는 물체에만 상호작용을 할 수 있으며 그렇지 않은 물건들은 그냥 관통해버린다.
- 작중에서 소 등의 동물들이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이는 비일상의 범주에 속하며 작중 인물들은 이를 '기적'으로 인식한다.
3. 등장인물
- 히로
- 사와
- 타이치
- 카요
- 시바사키
4. 줄거리
4.1. 초반부[3]
히로는 해안가 마을에서 학교를 다니는 학생으로, 그에게는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 사와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사와는 갑자기 죽어버리고[4], 히로는 평소 사와가 말했던 것처럼 소설가가 되어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이후 매년 오본에 사와의 영은 유령이 되어 히로를 만나기 위해 돌아오고, 히로는 사와를 만난 순간부터 '죽은 자를 그리워하는 삶'이 아닌 '죽은 자를 기다리는 삶' 을 살기로 다짐한다(8월의 등불). 이후 히로는 사와를 기다리며 쓴 일기 형식의 소설[5]인 '8월의 등불'을 연재하여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몇 년 뒤, 계속된 이상 고온으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인 해수면 상승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해안가 마을들은 침수의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어느 해안가 마을에서 살던 카요는 내륙지방으로 가려는 소꿉친구 타치미에게 폐를 끼치기 싫어 마을에 남기로 하지만, 타치미는 카요에게 연심을 고백하고 카요를 지키기 위해 조타수가 되기로 결심한다. 이 즈음 각국의 정부들이 진행중이던 화성 테라포밍이 성공하며 화성의 바다가 성공적으로 복원되었지만, 높아지는 해수면과 수송 기술 부족으로 인해 이주 계획은 속도를 내지 못한다.
4.2. 중반부[6]
'행복기의 이웃' 시점으로부터 몇 년이 지난 뒤, 해수면 상승은 더욱 가속화되어 일본 국토의 3할 정도가 물에 잠기게 된다.이 시점에서 청년 남녀의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임 현상이 급증하여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으며, 시바사키 박사의 연구실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지만 여러 현실적 여건에 부딫혀 결국 실패하게 되고 연구원들은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종말론적 관점까지 겹쳐져 사회 전반의 성 관념은 이전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문란해진다.[7] 또한 늘어난 기후 난민들로 인해 그나마 남은 육지는 발 디딜 틍도 없이 꽉 차게 되고, 이로 인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낙농업과 레저 스포츠는 사회적 인식이 나빠지며 쇠퇴의 길을 걷게 된다.
같은 시기, 연구원으로 일하던 사치코는 탄소나노튜브를 개량 및 상용화하는 데 성공하며 우주 엘리베이터를 건설하게 되고, 그 위에는 높으신 분들과 화성 이주 대기자로 선발된 소수의 인원들이 모여 화성으로 가기 전까지 임시거처로 지낼 대규모의 이주 스테이션이 건설된다. 이로 인해 화성 이주 계획은 다시금 궤도에 오르고, 조타수로 일하던 타이치는 경력을 인정받아 이주선의 조종사가 된다.
몇 년 뒤, 이주 스테이션에서 원인 불명의 대형 사고가 발생하여 다수의 이주 대기자들이 죽거나 신체적, 정신적으로 영구적인 장애를 입는 일이 있었지만 화성 이주 계획은 별다른 차질 없이 계속 진행된다.
4.3. 후반부[8]
이주 스테이션에서의 사고 발생 후 긴 시간이 지나고, 지상은 화성행 티켓을 갖지 못한 채 버려진 사람들만이 남아 차오르는 바닷물을 보며 쓸쓸히 죽음을 기다리는 땅이 되었으며, 중반부까지 그나마 어느 정도는 유지되던 사회 기반시설마저 이 시점에는 완전히 붕괴하여 지상은 사실상의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게 되었다.시바사키 박사가 죽은 이후 일본 전역을 떠돌아다니던 안드로이드 시바사키는 어느 날 폐건물에 깔려 보조 배터리의 전력으로 간신히 버티던 도중 한 남자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구출된다. 그 남자는 유일하게 지구에 남아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던 마지막 사람으로, 시바사키는 그가 체내 백혈구 이상이 있음을 알아채지만 남자는 이미 지상에는 의료 인력이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라 길어야 5년이라며 자조한다. 시바사키는 '8월의 등불' 뿐 아니라 다른 이야기들[9]을 소설로 엮어 출판한 그가 지상에 남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며 그를 위로하며, 마지막으로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한다.
몇 년 뒤, 남자는 백혈병으로 죽고 시바사키가 남자 대신 출판 업무를 도맡게 되었다. 오본이 되자 시바사키는 히로의 거처로 일기의 원고를 가지러 오는데, 이미 옥상이 물에 잠기기까지는 채 일 년도 남지 않은 상황이 되자 히로는 남겨질 사와를 걱정하기 시작했다.[10] 밤이 되자 시바사키는 옥상 위에 가건물을 짓고는 사다리를 놓고 내려오질 않는다. 사와는 구운 가지를 전해주러 가지만 생전 연관이 없던지라 사다리를 그대로 통과하고 말고, 히로가 대신 가지를 전해주려 가는 그때...
히로의 손은 사다리를 그대로 관통했다. 즉 히로는 이미 이전에 죽었으며 본인도 모르는 새 지박령이 된 것이었다.
출판업무를 담당하던 남자는 사실 이전부터 히로의 일기를 보며 그가 죽었음을 어림짐작으로 깨닫고 있었다. 이대로 물이 옥상까지 차오르고 히로가 성불하게 된다면 다시금 그 둘이 영영 이별하게 될 것을 깨달은 남자는 시바사키에게 마지막 소원으로 히로와 사와를 부탁한 것이었다.
히로가 죽었다는 사실에 둘은 경악하며 서로를 쳐다본다. 그러고는 히로가 죽었음을 깨달은 사와가 '슬퍼해야 할지 기뻐해야 할지 모르겠다' 며 울먹이자, 히로는
기다리지 않아도 되잖아! 올해부턴 나도 간다! 알았지!?
라고 대꾸하고 사와를 끌어안는다. 이때 히로의 발목에 등불 모양의 인이 생기게 된다.그 다음 날, 잠에서 깨어난 시바사키는 소년 시절의 모습을 한 히로와 사와가 나란히 성불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내 히로가 있던 옆자리에 놓아둔 원고지의 제목 8월의 등불 (끝)을 비추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1] 해당 설정들은 작가의 이전 단행본 '러브 미 텐더' 의 수록작인 '8월의 등불'과 대부분 연결되어 있다.[2] 이는 일본의 명절 중 하나인 오본에 빨간색 등을 걸어놓는 것에서 따온 것이다. 과거 오본 때 물가를 통해 귀신들이 이승으로 올라온다고 믿었기 때문이다.[3] '여름을 기다리는 날' 부터 '맑은 날의 꽃다발' 까지의 내용.[4] 사와의 사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작중에서 끝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여름을 기다리는 날' 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와가 감기에 걸린 듯 재채기를 하는 모습을 보인 탓에 감기에 걸린 사와가 병세가 악화되어 죽은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5] 사실 일기가 맞지만 작중 대다수의 독자들은 이를 연애소설로 인식한다.[6] '사춘기의 약' 부터 '카나리아의 언덕길' 까지의 내용.[7] 작중 길거리에서 대놓고 성인 여자가 덮쳐지는데도 불구하고 말리기는 커녕 무시하거나 지나가던 행인들까지 동참하는 등, 마치 소돔과 고모라를 연상케 하는 막장이 이곳저곳에서 펼쳐진다.[8] '종말의 전기양' 부터 '8월의 등불 (끝)' 까지의 내용.[9] 여기서 다른 이야기는 단행본 '너의 노래'에 수록된 개별 에피소드를 말하는 것으로, 작중에서의 '8월의 등불'과 마찬가지로 실화 기반의 소설인 셈이다.[10] 히로 본인은 익사해서 죽더라도 세상에 미련이 없기에 성불이 예정되어 있지만, 사와는 미련의 대상이 졸지에 없어진 셈이라 히로는 앞으로 영원히 혼자 지박령처럼 지내게 될지도 모를 사와를 걱정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