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3-15 15:05:34

네(어미)


1. 개요2. 부드러운 말투에서의 남용3. '-군'과의 차이4. 관련 문서

1. 개요

'-네', '-네요'는 '자기가 새로 알게 된 사실이나 약한 놀라움, 감탄의 의미를 나타내는 말'이다. 자기가 느낀 점,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사물이 한 일을 말할 때 쓰는 것이다. 대개 '-군요'로 써도 의미는 비슷하다.

이러한 개념을 '의외성'(mirativity, MIR.)이라고 하는데, 이 개념이 문법화된 언어는 한국어를 포함해 별로 많지 않다. 한국어와 문장 구조가 유사한 일본어에서도 이 개념만을 나타나는 어미는 두드러지지 않는다.#[1]

용언이나 ‘이다’의 어간 또는 선어말 어미 ‘-으시-’, ‘-었-’, ‘-겠-’이 결합할 수 있다.

2. 부드러운 말투에서의 남용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쓰이기 때문에 자기가 의도적으로 한 행동에는 잘 쓰이지 않는다. 의도하고 한 행동을 발화 직전까지 모르고 있었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실수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자기가 행동했고 자기가 주어여도 사용된다. "아, 실수로 컴퓨터를 꺼버렸네.", "아, 지갑을 집에 두고 왔네." 같은 문장에선 발화 직전까지 자기가 꺼버렸으면서도(지갑을 두고 왔으면서도) 그런 줄 모르고 있다가 알고 보니까 컴퓨터를 꺼버렸다는 뜻이 된다. Aikhenvald(2004)[2]는 이런 증거성류 표지가[3] 1인칭에 쓰였을 때 통제/제어 불능의 사태를 묘사하게 되는 현상을 "1인칭 효과"(First-person effect)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한국 인터넷상에서는 자기가 의도적으로 한 행동에 대해도 '-네요'를 쓴다. 이런 문체를 "네요체"라고 부른다. 이러면 마치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느낌을 말하는 꼴이 되어 유체이탈 화법이 된다. 이럴 때에는 '-네'로 써보면 '-네'에서는 이러한 남용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바로 어색함을 느낄 수 있다. 유사한 문장 '-군요'로 써보는 것도 좋다. 대개 이런 문장은 '-어요'를 쓰는 게 일반적이다.
  • 진열대에 그 물건이 보이길래 집어왔네요. / 보이길래 집어왔네.(?)
  • 요청하면 즉시 새로 만들어주니 좋았네요. / 만들어주니 좋았네.(?)

위의 예문을 설명하자면, 진열대에서 그 물건을 집어온 사람, 요청한 바가 이루어져 좋아한 사람은 각 문장의 주체(화자)인데도, 마치 다른 사람이 물건을 집어온 것처럼, 다른 사람이 좋았다는 것처럼 말했기에 청자가 문장의 의미에 대해 위화감을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금 업데이트 완료했네요."라는 문장이 있을 때
  • 수동 업데이트를 했다면 업데이트를 자기가 시킨 것이니 '-네요'가 어색하다.[4] 아니면 업데이트를 시킨 건 자기지만 "언제 끝날 줄은 몰랐는데 이제 보니 끝났다"라는 사실이 의외일 수는 있다.
  • 자동 업데이트 설정이었다면 '-네요'가 자연스럽다.

'-네요'의 어조가 부드럽기 때문에 어조를 부드럽게 하다 보니까 온갖 문장에 다 붙게 된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또한 자신의 주장이라는 색을 옅게 함으로써 공격성을 줄이는 효과가 있기도 하다. 근래에 '~ 같아요'가 자주 쓰이게 된 것과 원인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문체에 대해 "가식적이다", "본인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같다"는 감상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로 블로그 등지에서 쓰이는 줌마체에서 '-네요'의 비중이 높으며, '-어요'가 붙은 '-네요'의 형식으로만 주로 남용된다는 것이 이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즉, 이러한 남용은 '-어요'를 자주 쓰는 계층에서 일어났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3. '-군'과의 차이

'-네요'와 '-군요'는 모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대해서 감탄할 때 쓰이나, '-군요'는 과거 사실에 대해서 현재 시점에 새로이 깨닫게 되었을 때도 쓰이지만 '-네요'는 그렇지 못하다(이희자·이종희 2001). 즉, '-네'에서 새로 깨닫는 것은 바로 지금의 사실이어야 한다.
유미: 지난 주에 여기는 비가 많이 왔어요.
대성: 아, 그랬군요. (○) / 그랬네요. (X)
단, 이는 남에게 들어서 새롭게 안 사실일 때에 해당하고, 스스로 알아내거나 느껴서 새롭게 안 사실에 대해서는 과거의 사실이라 할지라도 '-네'를 쓸 수 있다.
유미: 어? 이제 보니 지난 주에 여기는 비가 많이 왔네요. (○)
또한, '대상' 쪽에서 잠시 잊고 있다가 말을 듣고서야 생각난 경우에는 "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로 '-네'를 쓸 수는 있다.
유미: 지난 주에 여기는 비가 많이 왔어요.
대성: 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4. 관련 문서


[1] 증거성이나 의외성의 의미는 주로 아메리카 원주민 언어에서 많이 발견되며, 구대륙에서는 티베트어가 증거성 표현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 언어에는 흔치 않기 때문에 발견이 비교적 늦게 이루어진 편이다.[2] Aikhenvald, Alexandra Y. (2004), Evidentiality,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3] 의외성 문서에서 보듯 의외성은 증거성의 한 종류이다. 학자에 따라 의외성이라는 개별 의미 범주를 인정하지 않는 이들도 있다.[4] '완료했어요'가 어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