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더스크롤 시리즈의 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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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Poison Song엘더스크롤 시리즈에 나오는 책. 엘더스크롤 3: 모로윈드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멸문한 다고스 가문의 계승자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2. 1권
원문
독의 노래, 제1권
브리스틴 젤 지음
그것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마지막 장작들이 난로 안에서 타닥 거리고 있었고, 젊은 하녀와 그녀의 아이가 문 옆의 의자에서 졸고 있었으며, 벽에 걸린 테피스트리는 반정도 완성되어 내일 즈음에 완성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에는 달 하나가 우윳빛 구름 넘어 보였고, 외로운 새 한 마리가 서까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평화로워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그 노래의 첫 구절이 매우 강렬하게 귀를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서까래 안에 있던 새는 까악하고 울부짖더니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고, 하녀 품에 안겨있던 아기는 잠에서 깨어 울어재끼기 시작했다. 그 곡은 점점 맹렬히 들려왔고 그러면서도 장엄하고도 불가사의한 템포가 유지되었다. 모든 움직임이 마치 기괴한 춤이 시연되기 시작한 듯이, 그 노래의 리듬에 맞춰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창문으로 달려가는 하녀, 지옥의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구름들, 그녀의 비명소리, 모든 것이 그 노래에 묻혀 사라졌다. 그 후에 일어난 모든 일이 테이에게는 너무나도 많이 봐서 거의 악몽이 되었던 것들이었다.
그는 고른 섬에 오기 전의 삶에 대해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과거에 그와 그의 친척들을 갈라놓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의 부모가 죽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친척인 베이나라의 부모도 전쟁에서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고른의 관리인이나 인근 몬홀드의 관리들도 딱히 그에게 냉혹하게 굴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여느 다른 인도릴이 귀찮은 여덟 살짜리 소년을 대하듯 정중한 중립적 시각으로 그를 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가, 테이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며 혼자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의 귓가를 맴도는 노래와 그의 악몽들로 인하여....
"넌 상상력이 지나친게 틀림없어." 그의 숙모 율리아는 자신이 할 집안일을 하기 위해 테이를 쫒아내기 전까지, 그렇게 말하며 참을성 있게 미소를 지었다.
"다르다고?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은 자신을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해.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오히려 매우 평범한 일이야." 그의 사촌 형인 칼코리쓰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그 당시 신전의 사제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중이었고 역설법을 상당히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이었다.
"아무 노래도 들리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노래가 들린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너를 미쳤다고 여기고 쉐오고라스의 사원에 묻어버릴게다." 그의 삼촌인 트리피쓰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일터로 성큼 성큼 걸어가 버리곤 했다.
오직 그의 유모인 에데바만이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는데 희미하게 자부심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그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사촌이나 친한 친구인 베이나라는 그의 노래와 그의 악몽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너는 질리지도 않니? 테이?" 그가 여덟 살이었던 해의 여름날 점심을 먹은 후에 베이나라가 말했다. 그와 그녀와 그리고 어린 사촌동생 배스터는 만개한 나무들 사이의 빈터로 걸어가고 있었다. 수풀은 간신히 그들의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로 낮았고 지난 가을 떨어진 거대한 낙엽 더미가 쌓여있었다.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자, 뭐하고 놀까?"
"오시니움 공성전을 해보자." 테이가 잠시 생각한 뒤 제안했다.
"그게 뭔데?" 그들보다 3살이 어렸던 베스터가 물었다.
"오시니움은 오크들의 터전이었어. 로스가리안 산맥에 있었지. 수백년 동안 그곳은 계속해서 커지고 커지고 더 커졌데. 결국 오크들은 산맥을 내려와 하이 락 지방의 곳곳을 약탈하고 강간을 일삼기 시작했어. 그러자 대거폴의 왕 요일과 디아그나의 질서의 수장 가이덴 신지 그리고 누군지 잊어버렸는데 센티넬의 다른 한 명이 오시니움에 대항하기 위해 뭉쳤다고 해. 30년동안 전쟁이 이어졌어. 오시니움은 철로 만든 벽이 있었고 너무 튼튼해서 벽을 넘을 수 없었지."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어?" 베이나라가 다시 물었다.
"너는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내는데 선수잖아. 이번에도 지어내면 되지." 그리하여 그들은 상황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테이는 오크들의 왕을 맡아 그들이 오니시움이라고 정한 나무위에 걸터앉았다. 베이나라와 베스터는 요일 왕과 가이덴 신지를 맡고 테이가 그들에게 낼 수 있는 최대한 거친 목소리로 그들을 약올리는 동안 테이를 향해 작은 돌맹이나 나뭇가지를 집어 던졌다. 셋은 키나레스 여신 (베이나라가 1인 2역을 맡았다)이 가이든 신지의 기도를 들어주어 오니시움이 폭우로 인하여 물에 잠기도록 만들었다는 설정을 세웠다. 결국 방벽은 녹이 슬고 무너졌으며, 벽이 무너진 신호 후에 테이는 나무 아래로 끌어 내려져 요일왕과 가이든 신지의 마법 검에 의하여 난도질 당했다.
제1시대의 675년 여름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테이는 태양의 강력한 힘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구름은 없었지만 거의 매 밤마다 비가 내렸고 그로인해 고른 섬의 초목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다. 햇빛이 비치는 돌들은 마치 그들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도랑은 터리풀과 파슬리도운으로 빛이 났다. 그의 주위에서는 온통 꽃과 나무들의 부드러운 향기가 바람에 흩어지지 않은 채 맴돌았다. 이파리들은 자주녹, 청록, 백록, 회녹색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넓은 둥근 지붕과 배배 꼬인 자갈길, 작은 고른 마을의 초가지붕들, 그리고 샌딜 가의 탈색된 거대한 바위 이 모든 것들이 테이에게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밤에 악몽에 시달렸고 그가 의식이 있건 없건 간에 그 노래는 계속하여 그의 귀에서 맴돌았다.
율리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테이, 베이나라 그리고 베스터는 야외에서 하인들과 아침을 같이 먹었다. 율리아 숙모는 집 안에서 혼자 식사를 하거나 고위인사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물론 손님은 드물었기 때문에 그녀는 거의 혼자 식사를 했다. 처음에는 하인들은 점잖은 척 조용히 식사를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아이들에게 자질구레한 이야기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소문을 말해주었다.
"불쌍한 아르닐.. 또 열로 쓰러졌다더군."
"내가 말했잖아, 그들은 저주받았어. 그들 모두가 말이야. 요정들에게 오줌을 누면 그들도 너에게 똑같이 갚아주는 법이야."
"요즘 젊은 스타시아 양 뱃살이 좀 조여 보이지 않니?"
"그렇지 않아!"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유일한 하인은 테이의 유모인 에데바 뿐이었다. 그녀는 여느 하녀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 있는 상처가 그녀를 추하게 보이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심하게 부러진 코와 단발의 머리가 그녀에 대한 이질적인 신비감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간간이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에 미소를 지으며 지극한 사랑과 헌신을 담아 테이를 바라보곤 했다.
어느날, 아침식사 후, 베이나라는 테이와 베스터에게 속삭였다. "우리 섬 반대편에 있는 언덕위에 가자."
그녀는 전에도 종종 그런 단호한 어조로 불가피성을 토로한 적이 있었고 그 때에는 항상 뭔가 굉장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풀과 큰 바위 뒤에 감추어져 있던 폭포, 양지바른 무화과 과수원, 하인들이 몰래 만들어 놓은 증류기, 무릎 꿇은 모습으로 꼬인 병든 오크나무, 그들이 메렐라라고 이름 붙인 망국의 공주가 마지막 피난처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수 천 년도 더 되었을 것이라고 믿었던 지금은 무너져 버린 돌담들 등...
셋은 숲을 가로질러 공터가 나올 때 까지 계속 걸었다. 몇백 미터 너머 초원은 작고 부드러운 돌로 채워진 메마른 하구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들은 나무들이 그들의 머리 저 높은곳에 천장을 형성한 깊고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갔다. 듬성등섬 붉고 노란 꽃들이 축축한 덤불들을 따라 만개해 있었으나, 그들이 오크나무와 느릅나무들의 그늘 밑을 통과하는 동안 점점 사라져갔다. 새들이 문제의 노래를 단조 코드를 스타카토로 합창하기 시작했고 공기가 틱틱 거렸다.
"우리 도대체 어디가는 거야?" 테이가 물었다.
"우리가 어디를 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무엇을 볼 것이냐가 중요하지." 베이나라가 대답했다.
숲은 세 아이들을 완전히 감쌌고 그들을 자신의 어둠으로 뒤덮었으며 그들 위로 축축한 탄식을 내쉬었다. 그들이 괴물의 안에서 그 괴물의 배배꼬인 돌로 된 척추 위를 걷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베이나라는 가파른 언덕위를 기어올라 관목 무더기와 나무들 사이로 들여다보았다. 테이는 베스터를 하구에서 먼저 내보낸 뒤에 부드러운 풀을 잡고 기어 올라갔다. 여기서 부터는 숲으로 통하는 길이 나있지 않았다. 가시덤불과 낮은 가지들이 마치 야수들의 손톱처럼 그들에게 부딫혀왔다. 새들의 지저귐이 마치 침입자들로 인해 분노했다는 듯이 격렬해졌다. 가지하나가 베스터의 볼에 피가 나게 했으나 베스터는 울지 않았다. 통과할 수 없다고 생각되던 숲조차도 에테리얼 생명체처럼 쉽게 지나다니던 베이나라 마저 가시나무에 머리가 걸리면서 하인이 해준 복잡하게 땋은 머리칼이 망가지고 말았다. 베이나라는 잠시 멈추어 남은 한쪽 머리도 풀어버렸다. 그녀의 밝은 제멋대로인 머릿결이 자유로이 흘러내렸다. 이때부터 베이나라는 매우 활발해 졌다. 마치 다른 둘에게 그녀의 숲을 가로질러 안내하는 요정 같았다. 그 노래가 거대한 파동처럼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거대한 협곡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아래의 암붕에서 잿더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끔찍한 전투의 흔적 같았고 화재로 인한 대참사를 보는 듯 했다. 새까맣게 타버린 상자들, 무기들, 동물 뼈, 그리고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된 시체들이 인근에 어지러이 널부러져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테이와 그 일행은 검게 탄 공터로 달려갔다. 베이나라는 마침내 자신이 무엇인가 비밀스럽고 신비한 것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여긴 도대체 무슨 장소지?" 결국 베스터가 물었다.
"나도 몰라." 베이나라가 으쓱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폐허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보니깐 쓰레기 더미네.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쓰레기 더미. 이걸 좀 봐."
셋은 각자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베이나라는 살짝 검게 그을린 휘어진 검을 찾아 그 날에 써진 글자를 읽기 위해 광을 내기 시작했다. 배스터는 약한 상자를 손과 발로 부셔대며 자신이 힘센 거인이 된 듯이 즐거워했다. 테이는 난타당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방패에 흥미를 느꼈다. 그것이 마치 그 노래와 공명하는 듯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방패를 꺼내어 깨끗이 닦았다.
"나는 한 번도 그런 문장은 본적 없어." 베이나라가 테이의 어께너머로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난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생각이 안나." 테이가 자신의 꿈에서 뭔가를 떠올리려고 애쓰며 중얼거렸다. 그는 전에 그 문장을 본적이 있음을 확신했다.
"이것 좀 봐." 베스터가 테이의 생각을 흐트러뜨리며 소리쳤다. 베스터는 수정 구슬을 들고 있었다. 베스터의 손이 구슬 표면의 먼지와 흙을 닦아내는 동안 노래의 선율은 점점 강해졌으며 테이의 전신에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베이나라는 베스터가 찾은 보물을 구경하러 달려갔지만 테이는 움직일 수 없었다.
"어디서 이런걸 찾은거야?" 그녀가 헐떡이며 수정구 안의 소용돌이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수레 안에서" 베스터는 수레 손잡이로 간신히 수레인지 알아 볼 수 있는 검은 나무더미를 가리켰다. 베이나라는 거의 반쯤 무너진 수레 안으로 발만 남겨놓고 파고 들어갔다. 그 노래는 테이의 온몸을 훑으며 그 위력을 늘려갔다. 테이는 천천히 베스터에게 다가갔다.
"그걸 내놔." 테이는 그 자신도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싫어." 베스터는 구슬의 중심부에서 반사되는 빛들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로 대답했다. "이건 내꺼야."
베이나라는 몇분 정도 수레안을 더 뒤지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녀는 베스터의 것과 같은 것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거의 모든 것이 부수어져 있었고 남아있던 것은 부러진 화살, 갑옷 파편들, 구아 뼈들 등의 잡동사니뿐이었다. 결국 지쳐버린 베이나라는 포기하고 밖으로 기어나왔다.
큼지막한 협곡의 가장자리에 테이만 서 있었다.
"베스터는 어디갔어?"
테이는 찡긋 하며 베이나라를 돌아보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녀석은 사람들에게 자기 전리품을 자랑하러 돌아갔어. 넌 뭐 찾은거 없어?"
"아니." 베이나라가 말했다. "우리 베스터가 남들에게 말하면 곤란한 말을 하기 전에 빨리 돌아가자."
테이와 베이나라는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테이는 자신이 도착했을 때 베스터가 그곳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스터는 결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수정구는 테이의 가방 속에 테이가 주워 넣은 쓰레기더미 아래 숨겨져 있었다. 진심으로 그는 노래가 재개되어 그 협곡과 길고 긴 침묵의 추락에 대한 기억을 회복시켜 주기를 기대했다. 그 소년은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를 여유도 없었다.
독의 노래, 제1권
브리스틴 젤 지음
그것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마지막 장작들이 난로 안에서 타닥 거리고 있었고, 젊은 하녀와 그녀의 아이가 문 옆의 의자에서 졸고 있었으며, 벽에 걸린 테피스트리는 반정도 완성되어 내일 즈음에 완성이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창밖에는 달 하나가 우윳빛 구름 넘어 보였고, 외로운 새 한 마리가 서까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울고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이 평화로워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테이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그 노래의 첫 구절이 매우 강렬하게 귀를 파고드는 것을 느꼈다.
서까래 안에 있던 새는 까악하고 울부짖더니 창밖으로 날아가 버렸고, 하녀 품에 안겨있던 아기는 잠에서 깨어 울어재끼기 시작했다. 그 곡은 점점 맹렬히 들려왔고 그러면서도 장엄하고도 불가사의한 템포가 유지되었다. 모든 움직임이 마치 기괴한 춤이 시연되기 시작한 듯이, 그 노래의 리듬에 맞춰 펼쳐지는 것처럼 보였다. 창문으로 달려가는 하녀, 지옥의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는 구름들, 그녀의 비명소리, 모든 것이 그 노래에 묻혀 사라졌다. 그 후에 일어난 모든 일이 테이에게는 너무나도 많이 봐서 거의 악몽이 되었던 것들이었다.
그는 고른 섬에 오기 전의 삶에 대해 전혀 기억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과거에 그와 그의 친척들을 갈라놓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의 부모가 죽었다는 것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친척인 베이나라의 부모도 전쟁에서 모두 죽었기 때문이다. 고른의 관리인이나 인근 몬홀드의 관리들도 딱히 그에게 냉혹하게 굴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여느 다른 인도릴이 귀찮은 여덟 살짜리 소년을 대하듯 정중한 중립적 시각으로 그를 대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이유에서인가, 테이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며 혼자라는 것을 절대적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언제나 그의 귓가를 맴도는 노래와 그의 악몽들로 인하여....
"넌 상상력이 지나친게 틀림없어." 그의 숙모 율리아는 자신이 할 집안일을 하기 위해 테이를 쫒아내기 전까지, 그렇게 말하며 참을성 있게 미소를 지었다.
"다르다고?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은 자신을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해.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이 오히려 매우 평범한 일이야." 그의 사촌 형인 칼코리쓰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그 당시 신전의 사제가 되기 위해 공부하고 있는 중이었고 역설법을 상당히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사람이었다.
"아무 노래도 들리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노래가 들린다고 말하면 사람들이 너를 미쳤다고 여기고 쉐오고라스의 사원에 묻어버릴게다." 그의 삼촌인 트리피쓰는 그렇게 말하며 자기 일터로 성큼 성큼 걸어가 버리곤 했다.
오직 그의 유모인 에데바만이 그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었다. 그녀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는데 희미하게 자부심이 느껴지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결코 그 외에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의 사촌이나 친한 친구인 베이나라는 그의 노래와 그의 악몽에 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는 사람이었다.
"너는 질리지도 않니? 테이?" 그가 여덟 살이었던 해의 여름날 점심을 먹은 후에 베이나라가 말했다. 그와 그녀와 그리고 어린 사촌동생 배스터는 만개한 나무들 사이의 빈터로 걸어가고 있었다. 수풀은 간신히 그들의 발목까지 올라올 정도로 낮았고 지난 가을 떨어진 거대한 낙엽 더미가 쌓여있었다. "다시 하던 얘기로 돌아가자, 뭐하고 놀까?"
"오시니움 공성전을 해보자." 테이가 잠시 생각한 뒤 제안했다.
"그게 뭔데?" 그들보다 3살이 어렸던 베스터가 물었다.
"오시니움은 오크들의 터전이었어. 로스가리안 산맥에 있었지. 수백년 동안 그곳은 계속해서 커지고 커지고 더 커졌데. 결국 오크들은 산맥을 내려와 하이 락 지방의 곳곳을 약탈하고 강간을 일삼기 시작했어. 그러자 대거폴의 왕 요일과 디아그나의 질서의 수장 가이덴 신지 그리고 누군지 잊어버렸는데 센티넬의 다른 한 명이 오시니움에 대항하기 위해 뭉쳤다고 해. 30년동안 전쟁이 이어졌어. 오시니움은 철로 만든 벽이 있었고 너무 튼튼해서 벽을 넘을 수 없었지."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어?" 베이나라가 다시 물었다.
"너는 있지도 않은 일을 만들어내는데 선수잖아. 이번에도 지어내면 되지." 그리하여 그들은 상황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테이는 오크들의 왕을 맡아 그들이 오니시움이라고 정한 나무위에 걸터앉았다. 베이나라와 베스터는 요일 왕과 가이덴 신지를 맡고 테이가 그들에게 낼 수 있는 최대한 거친 목소리로 그들을 약올리는 동안 테이를 향해 작은 돌맹이나 나뭇가지를 집어 던졌다. 셋은 키나레스 여신 (베이나라가 1인 2역을 맡았다)이 가이든 신지의 기도를 들어주어 오니시움이 폭우로 인하여 물에 잠기도록 만들었다는 설정을 세웠다. 결국 방벽은 녹이 슬고 무너졌으며, 벽이 무너진 신호 후에 테이는 나무 아래로 끌어 내려져 요일왕과 가이든 신지의 마법 검에 의하여 난도질 당했다.
제1시대의 675년 여름의 대부분의 기간 동안 테이는 태양의 강력한 힘에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지경이었다. 구름은 없었지만 거의 매 밤마다 비가 내렸고 그로인해 고른 섬의 초목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무성하게 자랐다. 햇빛이 비치는 돌들은 마치 그들 스스로 빛을 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으며 도랑은 터리풀과 파슬리도운으로 빛이 났다. 그의 주위에서는 온통 꽃과 나무들의 부드러운 향기가 바람에 흩어지지 않은 채 맴돌았다. 이파리들은 자주녹, 청록, 백록, 회녹색을 띄고 있었다. 그리고 넓은 둥근 지붕과 배배 꼬인 자갈길, 작은 고른 마을의 초가지붕들, 그리고 샌딜 가의 탈색된 거대한 바위 이 모든 것들이 테이에게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여전히 그는 밤에 악몽에 시달렸고 그가 의식이 있건 없건 간에 그 노래는 계속하여 그의 귀에서 맴돌았다.
율리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테이, 베이나라 그리고 베스터는 야외에서 하인들과 아침을 같이 먹었다. 율리아 숙모는 집 안에서 혼자 식사를 하거나 고위인사들과 식사를 함께 했다. 물론 손님은 드물었기 때문에 그녀는 거의 혼자 식사를 했다. 처음에는 하인들은 점잖은 척 조용히 식사를 했지만 결국 포기하고 아이들에게 자질구레한 이야기들,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나 소문을 말해주었다.
"불쌍한 아르닐.. 또 열로 쓰러졌다더군."
"내가 말했잖아, 그들은 저주받았어. 그들 모두가 말이야. 요정들에게 오줌을 누면 그들도 너에게 똑같이 갚아주는 법이야."
"요즘 젊은 스타시아 양 뱃살이 좀 조여 보이지 않니?"
"그렇지 않아!"
전혀 말을 하지 않는 유일한 하인은 테이의 유모인 에데바 뿐이었다. 그녀는 여느 하녀들과는 많이 달랐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 있는 상처가 그녀를 추하게 보이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심하게 부러진 코와 단발의 머리가 그녀에 대한 이질적인 신비감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간간이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에 미소를 지으며 지극한 사랑과 헌신을 담아 테이를 바라보곤 했다.
어느날, 아침식사 후, 베이나라는 테이와 베스터에게 속삭였다. "우리 섬 반대편에 있는 언덕위에 가자."
그녀는 전에도 종종 그런 단호한 어조로 불가피성을 토로한 적이 있었고 그 때에는 항상 뭔가 굉장한 것이 기다리고 있었다. 수풀과 큰 바위 뒤에 감추어져 있던 폭포, 양지바른 무화과 과수원, 하인들이 몰래 만들어 놓은 증류기, 무릎 꿇은 모습으로 꼬인 병든 오크나무, 그들이 메렐라라고 이름 붙인 망국의 공주가 마지막 피난처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그리고 수 천 년도 더 되었을 것이라고 믿었던 지금은 무너져 버린 돌담들 등...
셋은 숲을 가로질러 공터가 나올 때 까지 계속 걸었다. 몇백 미터 너머 초원은 작고 부드러운 돌로 채워진 메마른 하구바닥으로 가라앉았다. 그들은 나무들이 그들의 머리 저 높은곳에 천장을 형성한 깊고 어두운 숲 속으로 들어갔다. 듬성등섬 붉고 노란 꽃들이 축축한 덤불들을 따라 만개해 있었으나, 그들이 오크나무와 느릅나무들의 그늘 밑을 통과하는 동안 점점 사라져갔다. 새들이 문제의 노래를 단조 코드를 스타카토로 합창하기 시작했고 공기가 틱틱 거렸다.
"우리 도대체 어디가는 거야?" 테이가 물었다.
"우리가 어디를 가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야. 무엇을 볼 것이냐가 중요하지." 베이나라가 대답했다.
숲은 세 아이들을 완전히 감쌌고 그들을 자신의 어둠으로 뒤덮었으며 그들 위로 축축한 탄식을 내쉬었다. 그들이 괴물의 안에서 그 괴물의 배배꼬인 돌로 된 척추 위를 걷고 있다고 상상하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베이나라는 가파른 언덕위를 기어올라 관목 무더기와 나무들 사이로 들여다보았다. 테이는 베스터를 하구에서 먼저 내보낸 뒤에 부드러운 풀을 잡고 기어 올라갔다. 여기서 부터는 숲으로 통하는 길이 나있지 않았다. 가시덤불과 낮은 가지들이 마치 야수들의 손톱처럼 그들에게 부딫혀왔다. 새들의 지저귐이 마치 침입자들로 인해 분노했다는 듯이 격렬해졌다. 가지하나가 베스터의 볼에 피가 나게 했으나 베스터는 울지 않았다. 통과할 수 없다고 생각되던 숲조차도 에테리얼 생명체처럼 쉽게 지나다니던 베이나라 마저 가시나무에 머리가 걸리면서 하인이 해준 복잡하게 땋은 머리칼이 망가지고 말았다. 베이나라는 잠시 멈추어 남은 한쪽 머리도 풀어버렸다. 그녀의 밝은 제멋대로인 머릿결이 자유로이 흘러내렸다. 이때부터 베이나라는 매우 활발해 졌다. 마치 다른 둘에게 그녀의 숲을 가로질러 안내하는 요정 같았다. 그 노래가 거대한 파동처럼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은 거대한 협곡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아래의 암붕에서 잿더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끔찍한 전투의 흔적 같았고 화재로 인한 대참사를 보는 듯 했다. 새까맣게 타버린 상자들, 무기들, 동물 뼈, 그리고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된 시체들이 인근에 어지러이 널부러져 있었다. 말할 필요도 없이 테이와 그 일행은 검게 탄 공터로 달려갔다. 베이나라는 마침내 자신이 무엇인가 비밀스럽고 신비한 것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다.
"여긴 도대체 무슨 장소지?" 결국 베스터가 물었다.
"나도 몰라." 베이나라가 으쓱이며 말했다. "처음에는 그저 폐허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보니깐 쓰레기 더미네. 지금까지 살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종류의 쓰레기 더미. 이걸 좀 봐."
셋은 각자 쓰레기 더미를 뒤지기 시작했다. 베이나라는 살짝 검게 그을린 휘어진 검을 찾아 그 날에 써진 글자를 읽기 위해 광을 내기 시작했다. 배스터는 약한 상자를 손과 발로 부셔대며 자신이 힘센 거인이 된 듯이 즐거워했다. 테이는 난타당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던 방패에 흥미를 느꼈다. 그것이 마치 그 노래와 공명하는 듯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방패를 꺼내어 깨끗이 닦았다.
"나는 한 번도 그런 문장은 본적 없어." 베이나라가 테이의 어께너머로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난 본적이 있는 것 같은데 생각이 안나." 테이가 자신의 꿈에서 뭔가를 떠올리려고 애쓰며 중얼거렸다. 그는 전에 그 문장을 본적이 있음을 확신했다.
"이것 좀 봐." 베스터가 테이의 생각을 흐트러뜨리며 소리쳤다. 베스터는 수정 구슬을 들고 있었다. 베스터의 손이 구슬 표면의 먼지와 흙을 닦아내는 동안 노래의 선율은 점점 강해졌으며 테이의 전신에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베이나라는 베스터가 찾은 보물을 구경하러 달려갔지만 테이는 움직일 수 없었다.
"어디서 이런걸 찾은거야?" 그녀가 헐떡이며 수정구 안의 소용돌이를 들여다보며 물었다.
"수레 안에서" 베스터는 수레 손잡이로 간신히 수레인지 알아 볼 수 있는 검은 나무더미를 가리켰다. 베이나라는 거의 반쯤 무너진 수레 안으로 발만 남겨놓고 파고 들어갔다. 그 노래는 테이의 온몸을 훑으며 그 위력을 늘려갔다. 테이는 천천히 베스터에게 다가갔다.
"그걸 내놔." 테이는 그 자신도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게 속삭였다.
"싫어." 베스터는 구슬의 중심부에서 반사되는 빛들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채로 대답했다. "이건 내꺼야."
베이나라는 몇분 정도 수레안을 더 뒤지고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녀는 베스터의 것과 같은 것은 더 이상 찾을 수 없었다. 거의 모든 것이 부수어져 있었고 남아있던 것은 부러진 화살, 갑옷 파편들, 구아 뼈들 등의 잡동사니뿐이었다. 결국 지쳐버린 베이나라는 포기하고 밖으로 기어나왔다.
큼지막한 협곡의 가장자리에 테이만 서 있었다.
"베스터는 어디갔어?"
테이는 찡긋 하며 베이나라를 돌아보며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 녀석은 사람들에게 자기 전리품을 자랑하러 돌아갔어. 넌 뭐 찾은거 없어?"
"아니." 베이나라가 말했다. "우리 베스터가 남들에게 말하면 곤란한 말을 하기 전에 빨리 돌아가자."
테이와 베이나라는 빠른 속도로 돌아갔다. 테이는 자신이 도착했을 때 베스터가 그곳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베스터는 결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수정구는 테이의 가방 속에 테이가 주워 넣은 쓰레기더미 아래 숨겨져 있었다. 진심으로 그는 노래가 재개되어 그 협곡과 길고 긴 침묵의 추락에 대한 기억을 회복시켜 주기를 기대했다. 그 소년은 너무 놀라 비명을 지를 여유도 없었다.
3. 2권
원문
독의 노래, 제2권
브리스틴 젤 지음
테이는 자신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협곡으로부터 숲을 통과하여 메마른 하구 바닥을 건너는 긴 여정동안 테이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나라와 즐겁게 조잘거릴 수 있었다. 그가 대화로부터 잠시 벗어나 베스터의 짧은 생애 마지막 순간에 대해 회상할 때마다 그 노래가 점점 더 시끄럽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래서 테이는 베스터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그 일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너희들 엉망이구나." 율리아 숙모가 두 아이들이 숲에서 샌딜가의 마당으로 가까이 오는 것을 보자마자 놀라 소리쳤다. "도대체 어디를 다녀온 거니?"
"베스터가 이미 말하지 않았나요?" 테이가 물었다.
그 이후의 장면은 테이가 예측했던 대로 흘러갔다. 노래의 모든 무희들이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율리아 숙모는 베스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고 베이나라는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셋이서 멀리 가진 않았으며 베스터는 길을 잃었나 보다는 천진난만한 거짓말을 했다. 밤이 되고 여전히 베스터가 돌아오지 않자 느린 그러나 규칙적인 공포의 리듬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베이나라와 테이는 엉엉 울며 자신들이 어디에 갔었는지 이실직고 하고 트리피쓰 삼촌과 하인들을 협곡의 쓰레기 더미 쪽으로 안내했다. (테이는 자신이 아무 감정도 없이 우는 것이 너무 수월하다는 것에 놀랐다.) 베이나라와 테이가 어린 사촌의 죽음에 대하여 받은 처벌은 어른들의 화난 꾸지람이 전부였다.
그들의 애절한 울음을 들은 어른들은 두 아이가 충분히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들은 해가 뜰 무렵에 집으로 돌려보내졌고 수색은 계속되었다.
테이는 그의 유모인 에데바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을 때 깊이 잠들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두 눈은 여전히 테이를 향한 확고한 사랑과 헌신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녀가 손을 잡아주자 테이는 자신의 꿈과 악몽 속으로 편안히 빠져들 수 있었다. 그 노래는 거의 들릴 듯 말듯 테이의 의식안에서 휘몰아쳤으며 테이는 다시 한 번 성안의 방에 대한 환영을 보았다. 소녀와 그녀의 아기, 서까래의 새, 메마른 불. 그리고 갑자기 등장하는 격렬한 대 파괴. 테이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눈을 떳다.
그 순간 에데바는 문제의 그 노래를 부드럽게 흥얼거리며 살며시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가방에 숨겨두었던 수정구가 들려있었다. 테이는 소리를 지르려다 멈칫했다. 그녀가 어떻게 그 노래를 알고 있던 것일까? 그녀가 자신이 수정구를 얻기 위해 베스터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어쩐지 그는 에데바가 자신을 돕고 있는 것이며 그녀가 모든 일을 알고 있고 그를 무척 사랑하고 있으며 그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 주, 그리고 그 다음 달도 모두 한결같았다. 누구도 실종된 아이를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자는 제안이 나오기 전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모든 곳에서 철저히 수색이 이루어졌다. 테이는 그들이 왜 협곡 안을 수색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곧 그곳이 얼마나 접근하기 어려운지 깨달았다.
베스터의 실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캐나 가프리지의 개인 교습 강의가 거의 대학 교육에 필적할 정도로 어려워졌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생기발랄함과 부족한 집중력은 언제나 강의를 짧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분별이 있던 베이나라와 조용한 편인 테이는 강의하기 딱 좋은 학생들이었다. 그는 특히 그 둘이 딱딱할 수 있는 역사학 강의 중 모로윈드의 가문들의 문장에 관한 강의에 대해 집중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흐랄루의 문장은 저울이란다." 그는 경멸조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위대한 조정자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명예롭게 여기고 있지. 수백년 전 그들은 레스딘을 따르던 부족이었는데 ...."
"잠깐만요 캐나." 베이나라가 질문했다. "곤충이 그려져 있는 문장은 어느 가문의 것이죠?"
"레도란 가문의 문장을 아직도 모르는 거냐?” 선생이 여러 방패들 중 하나를 들어올리며 물었다. "너희들이 고른 섬에서 쭉 살아온 것은 알지만 레도란 가문의 문장 정도는 알 때도 되지 않았니?"
"그 문장이 아니에요. 캐나." 테이가 대답했다. "제 생각에 곤충이 그려진 다른 문장을 말하는 것 같은데요?"
"아, 그렇구나." 캐나가 미간을 찡그리며 끄덕였다. "그래 여섯 번째 가문의 문장을 보았을만한 나이는 아니지. 바로 다고스 가문이란다. 레드 마운틴의 전쟁에서 저주받을 드웨머 이교도들과 함께 우리의 적들이었단다. 군주, 어머니 그리고 마법사인 트라이뷰널 삼신에 의해 다행히도 사라졌단다. 그 가문은 우리 땅에 백년 이상 동안 존재해 온 고질적인 저주덩어리였고 그들의 만행이 마지막으로 이 땅에 저질러 졌을 때 대지는 화염의 구름과 잿더미를 내뿜었고 1년 동안 낮조차 밤으로 만들어버렸단다."
베이나라와 테이는 그들이 말을 해선 안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대신 그들은 캐나가 드웨머와 다고스 가문의 사악함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는 동안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그들은 샌딜 가문을 벗어나 최대한 눈과 귀가 없는 곳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오후의 태양이 창처럼 강변의 뾰족한 나무들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멀리서 둘은 인부들이 가을맞이 수확을 준비하느라 서로에게 알아듣기도 힘든 천박하면서도 익숙한 어조로 소리질러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네가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방패에 있던 문장과 완전 똑같았어. 거기 있던 모든 것들이 다고스 가문의 흔적이었던 거야!"
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은 기이한 수정구에 가 있었다. 그는 소리없는 노래의 미약한 떨림이 자신의 몸을 울리는 것을 느꼇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자신이 노래의 새로운 운율을 발견해 낸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사람들이 그 모든 것들을 태워버리고 폐기해버린 걸까?" 테이가 진지하게 고민하며 물었다.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저주받았을 정도로 다고스 가문이 사악하다고 생각하니?"
베이나라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내내 행해진 저주나 사악한 여섯 번째 가문에 관한 대화는 삶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무난한 상상과 억측에 의해 이루어졌다. 둘은 차갑고, 조용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성으로 돌아갔다. 밤이 깊자, 베이나라는 쓰레기 더미에서 가져온 보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달빛에 의해 조그마한 항아리, 오랜지 색의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 용도를 알 수 없는 빛바랜 은이나 금 조각들 모두가 불길한 모습을 띄었다.
극심한 혐오감이 그녀의 감탄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에게는 기이한 에너지가 담겨있었다. 죽음과 부패의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 베이나라는 창문으로 뛰어가 구토를 했다.
창문 밖으로 어두운 잔디밭을 바라보다가 베이나라는 잔디밭에 촛불들이 커다란 벌레의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누군가가 그 초들을 밝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벌레는 바로 다고스 가문의 문장이었다. 그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급히 숨었지만 촛불로 인해 그 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테이의 유모인 에데바였다.
다음날 아침 베이나르는 그녀의 보물들을 담은 커다란 보따리를 매고 일찍 성을 나섰다. 그녀는 그것들을 쓰레기장에 버렸다. 그녀는 돌아와 트리피쓰 삼촌에게 그녀를 토하게 만든 보물에 관한 이야기를 빼고 자신이 어젯밤에 목격한 것을 말해주었다.
에데바는 고른 섬에서 상의도 없이 쫓겨났다. 그녀는 테이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허락해 달라고 울며 간청했으나 모든 이들은 그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테이가 그녀에 대해 묻자 사람들은 그녀가 육지에 있는 그녀의 집안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고 알려주었다. 또한 테이는 유모를 둘 나이가 지나기도 했다고 말해주었다.
베이나라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그녀가 아는 것을 결코 테이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독의 노래, 제2권
브리스틴 젤 지음
테이는 자신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에 무척 놀랐다. 협곡으로부터 숲을 통과하여 메마른 하구 바닥을 건너는 긴 여정동안 테이는 자신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나라와 즐겁게 조잘거릴 수 있었다. 그가 대화로부터 잠시 벗어나 베스터의 짧은 생애 마지막 순간에 대해 회상할 때마다 그 노래가 점점 더 시끄럽고 선명하게 들려왔다. 그래서 테이는 베스터의 죽음에 대해 생각할 수는 없었지만, 그는 자신에게 그 일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너희들 엉망이구나." 율리아 숙모가 두 아이들이 숲에서 샌딜가의 마당으로 가까이 오는 것을 보자마자 놀라 소리쳤다. "도대체 어디를 다녀온 거니?"
"베스터가 이미 말하지 않았나요?" 테이가 물었다.
그 이후의 장면은 테이가 예측했던 대로 흘러갔다. 노래의 모든 무희들이 미리 짜여진 각본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율리아 숙모는 베스터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고 베이나라는 별로 놀라는 기색 없이 셋이서 멀리 가진 않았으며 베스터는 길을 잃었나 보다는 천진난만한 거짓말을 했다. 밤이 되고 여전히 베스터가 돌아오지 않자 느린 그러나 규칙적인 공포의 리듬이 강해지기 시작했다. 베이나라와 테이는 엉엉 울며 자신들이 어디에 갔었는지 이실직고 하고 트리피쓰 삼촌과 하인들을 협곡의 쓰레기 더미 쪽으로 안내했다. (테이는 자신이 아무 감정도 없이 우는 것이 너무 수월하다는 것에 놀랐다.) 베이나라와 테이가 어린 사촌의 죽음에 대하여 받은 처벌은 어른들의 화난 꾸지람이 전부였다.
그들의 애절한 울음을 들은 어른들은 두 아이가 충분히 자신들의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들은 해가 뜰 무렵에 집으로 돌려보내졌고 수색은 계속되었다.
테이는 그의 유모인 에데바가 자신의 방에 들어왔을 때 깊이 잠들지 못하는 중이었다. 그녀의 두 눈은 여전히 테이를 향한 확고한 사랑과 헌신으로 가득차 있었고 그녀가 손을 잡아주자 테이는 자신의 꿈과 악몽 속으로 편안히 빠져들 수 있었다. 그 노래는 거의 들릴 듯 말듯 테이의 의식안에서 휘몰아쳤으며 테이는 다시 한 번 성안의 방에 대한 환영을 보았다. 소녀와 그녀의 아기, 서까래의 새, 메마른 불. 그리고 갑자기 등장하는 격렬한 대 파괴. 테이는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눈을 떳다.
그 순간 에데바는 문제의 그 노래를 부드럽게 흥얼거리며 살며시 문을 나서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는 가방에 숨겨두었던 수정구가 들려있었다. 테이는 소리를 지르려다 멈칫했다. 그녀가 어떻게 그 노래를 알고 있던 것일까? 그녀가 자신이 수정구를 얻기 위해 베스터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어쩐지 그는 에데바가 자신을 돕고 있는 것이며 그녀가 모든 일을 알고 있고 그를 무척 사랑하고 있으며 그를 보호하기 위해 행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음 날, 그리고 그 다음 주, 그리고 그 다음 달도 모두 한결같았다. 누구도 실종된 아이를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자는 제안이 나오기 전까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모든 곳에서 철저히 수색이 이루어졌다. 테이는 그들이 왜 협곡 안을 수색하지 않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곧 그곳이 얼마나 접근하기 어려운지 깨달았다.
베스터의 실종으로 인한 부작용은 캐나 가프리지의 개인 교습 강의가 거의 대학 교육에 필적할 정도로 어려워졌다는 것이었다. 어린 아이의 생기발랄함과 부족한 집중력은 언제나 강의를 짧게 만들곤 했다. 그러나 분별이 있던 베이나라와 조용한 편인 테이는 강의하기 딱 좋은 학생들이었다. 그는 특히 그 둘이 딱딱할 수 있는 역사학 강의 중 모로윈드의 가문들의 문장에 관한 강의에 대해 집중을 하는 것을 보고 놀라워했다.
"흐랄루의 문장은 저울이란다." 그는 경멸조로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들은 그들 자신을 위대한 조정자라고 생각하며 그것을 명예롭게 여기고 있지. 수백년 전 그들은 레스딘을 따르던 부족이었는데 ...."
"잠깐만요 캐나." 베이나라가 질문했다. "곤충이 그려져 있는 문장은 어느 가문의 것이죠?"
"레도란 가문의 문장을 아직도 모르는 거냐?” 선생이 여러 방패들 중 하나를 들어올리며 물었다. "너희들이 고른 섬에서 쭉 살아온 것은 알지만 레도란 가문의 문장 정도는 알 때도 되지 않았니?"
"그 문장이 아니에요. 캐나." 테이가 대답했다. "제 생각에 곤충이 그려진 다른 문장을 말하는 것 같은데요?"
"아, 그렇구나." 캐나가 미간을 찡그리며 끄덕였다. "그래 여섯 번째 가문의 문장을 보았을만한 나이는 아니지. 바로 다고스 가문이란다. 레드 마운틴의 전쟁에서 저주받을 드웨머 이교도들과 함께 우리의 적들이었단다. 군주, 어머니 그리고 마법사인 트라이뷰널 삼신에 의해 다행히도 사라졌단다. 그 가문은 우리 땅에 백년 이상 동안 존재해 온 고질적인 저주덩어리였고 그들의 만행이 마지막으로 이 땅에 저질러 졌을 때 대지는 화염의 구름과 잿더미를 내뿜었고 1년 동안 낮조차 밤으로 만들어버렸단다."
베이나라와 테이는 그들이 말을 해선 안된다는 점을 알고 있었고, 대신 그들은 캐나가 드웨머와 다고스 가문의 사악함에 대하여 열변을 토하는 동안 서로 눈길을 주고받았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그들은 샌딜 가문을 벗어나 최대한 눈과 귀가 없는 곳으로 조용히 걸어갔다.
오후의 태양이 창처럼 강변의 뾰족한 나무들의 그림자를 길게 드리우고 있었다. 멀리서 둘은 인부들이 가을맞이 수확을 준비하느라 서로에게 알아듣기도 힘든 천박하면서도 익숙한 어조로 소리질러대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그건 네가 쓰레기 더미에서 발견한 방패에 있던 문장과 완전 똑같았어. 거기 있던 모든 것들이 다고스 가문의 흔적이었던 거야!"
테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마음은 기이한 수정구에 가 있었다. 그는 소리없는 노래의 미약한 떨림이 자신의 몸을 울리는 것을 느꼇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자신이 노래의 새로운 운율을 발견해 낸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째서 사람들이 그 모든 것들을 태워버리고 폐기해버린 걸까?" 테이가 진지하게 고민하며 물었다. "그들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저주받았을 정도로 다고스 가문이 사악하다고 생각하니?"
베이나라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날 내내 행해진 저주나 사악한 여섯 번째 가문에 관한 대화는 삶에 재미를 더하기 위한 무난한 상상과 억측에 의해 이루어졌다. 둘은 차갑고, 조용한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성으로 돌아갔다. 밤이 깊자, 베이나라는 쓰레기 더미에서 가져온 보물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달빛에 의해 조그마한 항아리, 오랜지 색의 보석이 박혀있는 목걸이, 용도를 알 수 없는 빛바랜 은이나 금 조각들 모두가 불길한 모습을 띄었다.
극심한 혐오감이 그녀의 감탄을 압도하기 시작했다. 그것들에게는 기이한 에너지가 담겨있었다. 죽음과 부패의 항거할 수 없는 기운이... 베이나라는 창문으로 뛰어가 구토를 했다.
창문 밖으로 어두운 잔디밭을 바라보다가 베이나라는 잔디밭에 촛불들이 커다란 벌레의 모양으로 배열되어 있고 누군가가 그 초들을 밝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벌레는 바로 다고스 가문의 문장이었다. 그 누군가가 그녀를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 그녀는 급히 숨었지만 촛불로 인해 그 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바로 테이의 유모인 에데바였다.
다음날 아침 베이나르는 그녀의 보물들을 담은 커다란 보따리를 매고 일찍 성을 나섰다. 그녀는 그것들을 쓰레기장에 버렸다. 그녀는 돌아와 트리피쓰 삼촌에게 그녀를 토하게 만든 보물에 관한 이야기를 빼고 자신이 어젯밤에 목격한 것을 말해주었다.
에데바는 고른 섬에서 상의도 없이 쫓겨났다. 그녀는 테이에게 마지막 작별 인사를 허락해 달라고 울며 간청했으나 모든 이들은 그것이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나중에 테이가 그녀에 대해 묻자 사람들은 그녀가 육지에 있는 그녀의 집안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일이 생겼다고 알려주었다. 또한 테이는 유모를 둘 나이가 지나기도 했다고 말해주었다.
베이나라는 너무 두려운 나머지 그녀가 아는 것을 결코 테이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4. 3권
원문
독의 노래, 제3권
브리스틴 젤 지음
테이는 제1시대 685년, 18살이 되어 처음으로 첨탑의 도시이자 여신의 집이라는 모운홀드를 방문했다. 그의 사촌인 칼코리쓰는 이미 사원의 선임 수행자였고 테이에게 자신의 집 1층에 있는 방 한쌍을 제공했다. 방들은 좁고 가구도 없었지만 창 밖에는 비터그린이 자라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오면 그의 침실은 향긋하고 상큼한 향기로 가득 찼다.
그 노래의 선율은 더 이상 그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가끔씩은 그 노래가 너무 작아져서 인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따금 그가 교육을 받기 위해 사원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을 때면 누군가가 스쳐지나갈 때 그가 완전히 멀어지기 전까지 노래가 강렬해지는 적은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 있든 말든 테이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래에 자신을 맡겨버렸던 때를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의 사촌 동생인 베스터를 죽여 버리고 말았다. 그 때의 기억이 그를 심하게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도 불필요하게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집의 배달부들이 주기적으로 테이에게 베이나라의 편지를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아직도 고른섬의 샌딜가에 살고 있었는데 충분히 사원에 와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우수했지만 그녀 스스로가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1년, 아무리 늦어도 2년 안에 그녀는 지금 사는 곳을 떠나 인도릴 가문의 일원이 되어야겠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테이는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담긴 편지를 반겼으며 자신이 배운 것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적어 답장으로 보냈다.
모운홀드에서 머무른 지 세 달이 되던 때에 그녀는 한 소녀와 이미 사귀는 중이었다. 그녀 역시 사원에서 교육받던 학생이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아크라였다. 테이는 베이나라에게 편지로 아주 열성적으로 아크라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편지에 의하면 아크라는 소사 실의 마음과 비벡의 지헤 그리고 아말렉시아의 미모를 겸비하고 있는 소녀로 묘사되었다. 베이나라는 이에 대해 사원의 학생들이 이렇게 불경스러워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것을 알았더라면 자신도 수행자가 될 것을 그랬다며 유쾌한 답장을 보내왔다.
"너 사촌을 좋아하는 구나?" 테이가 그 답장을 보여주자 아크라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좌절된 로맨스의 흔적일까나?"
"그녀는 무척 사랑스러운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난 그런 쪽으로 그녀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 테이가 콧웃음 쳤다. "근친상간에는 관심 없어."
"그러면 그녀가 굉장히 가까운 사촌인가 보구나?"
테이는 잠시 생각을 해본 뒤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솔직히 아무도 내게 나의 부모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거든. 그래서 나와 베이나라가 정확히 어떻게 친척이 되는 것인지는 몰라. 두분다 레드 마운틴 전쟁의 희생자들이라고 알고 있어. 그리고 우리가 나나 그녀의 부모님에게 물어볼 때마다 어른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 후로 우리는 물어본 적이 없어. 하지만 너도 인도릴이지. 어쩌면 네가 베이나라보다 가까운 친척인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럴지도." 아크라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명문가의 여사제들에게 정해진 방식으로 틀어 올린 머릿결을 풀어뜨렸다. 테이가 보는 앞에서 그녀는 로브와 두건을 고정시켜 주던 브로치를 풀어버렸다. 부드러운 실크 로브가 천천히 땅에 떨어지며 테이의 눈앞에 처음으로 그녀의 어둡고 날씬한 나신이 드러났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은 근친상간에 대해 흥미가 생기니?"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동안 그 노래는 테이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그리고 주기적으로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의 눈앞에 있던 아크라의 모습이 악몽에서 보았던 이미지들로 바뀌었다. 절정에 달하였을 때 그의 방은 꿈에서 보았던 화염의 구름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 소녀와 그녀의 아이의 비명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가 눈을 뜨자, 그에게 미소짓고 있는 아크라가 보였다. 테이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고 그녀를 안고 있음에 안도했다.
그 후로 2주동안 테이와 아크라는 늘 함께 다녔다. 그들이 서로 각기 사원의 반대쪽에서 수업을 듣는 동안에도 테이는 그녀에 대해 생각했고 그녀 역시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모든 수업이 끝나고 매일 만나 밤에는 그의 방에서 그리고 낮에는 사원의 은밀한 구석진 곳에서 서로를 탐닉하였다.
그날 오후도 테이는 자신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가던 중이었다. 그 길을 걷던 중 넝마를 걸친 한 늙은 노파와 그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문제의 그 노래가 굉장히 불쾌한 음조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멈춰서 눈을 감고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다시 눈을 뜨고 코크벌브 파피루스를 사는 그녀를 보았을 때 마침내 그녀가 누군지를 알아차렸다. 고른 섬에서 그의 늙은 유모였던 에데바, 바로 그녀였다. 본토에 있다던 그녀의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그를 떠났던 바로 그녀.
그녀는 그를 못본 채 거리를 내려갔으며 테이는 그녀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둘은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도시의 빈민가로 들어섰다. 그곳은 테이에게 아카비르의 야만스러운 공국만큼이나 동떨어진 곳이었다. 이름도 없는 거리에서 그녀는 조그마한 목재 문의 자물쇠를 열었고 결국 테이는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지만 테이는 따라 들어가면서 문이 조금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 방 안은 마치 동굴처럼 어둡고 축축했다. 그녀는 그곳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그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더 주름져 있었고 슬픔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그는 문을 닫았고 그녀는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건강하게 자라나셨군요. 그들이 저를 도련님으로부터 떨어뜨리려 할 때 죽었어야 했는데." 에데바가 울며 말했다.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테이가 차갑게 물었다.
"도련님이 제 유일한 가족입니다." 그녀가 속삭였다. "제가 그들이 아닌 도련님과 도련님의 가문을 섬긴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인도릴의 돼지새끼들이 제 얼굴에 칼을 들이밀고 저를 강제로 도련님 곁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베이나라 그 나쁜 년이 제가 애도의 의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어요."
"실성한 사람처럼 말을 하는구나." 테이는 냉소적으로 비웃었다. "내가 인도릴의 사람이거늘 어찌 네가 나의 가문과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느냐?"
"도련님께선 이제 사실을 알만큼 충분히 성장하셨습니다." 에데바가 강하게 말했다. 테이는 그녀의 광기에 쓴웃음을 지었으나, 곧이어 그녀의 늙은 눈에서 무었인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도련님은 인도릴 가문이 아니십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고 도련님을 자신들의 가문에 데려왔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진실된 역사를 지우고 자신들의 적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었습니다. 인도릴을 비롯한 다른 가문들이 전쟁으로 발생한 그들의 적들의 고아들을 마치 자신들의 하나인 양 기르는 방식 말입니다."
테이는 문을 향해 돌아섰다. "네가 왜 고른 섬에서 쫓겨났는지 알겠군. 노망이 들었던거야."
"기다리세요!" 에데바가 곰팡이 슬은 서랍장으로 뛰어가며 외쳤다. 그녀는 서랍장에서 우두컴컴한 방 안에서도 무지갯빛을 발하는 수정 구슬을 꺼내들었다. "이거 기억나세요? 도련님께선 베스터가 이것을 발견하자 그 어린 아이를 죽이셨고 저는 도련님이 아직 도련님의 유산과 책임을 맞이하기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이것을 가져갔지요. 이 물건이 어째서 도련님을 그리하도록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테이는 충격을 받아 숨을 헐떡이며 그러고 싶지 않았음에도 말을 했다. "때때로 노래가 들려온다."
"그 노래는 도련님의 선조들로부터 내려오는 노래입니다. 도련님의 진정한 가문이요." 그녀는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도련님은 그 노래에 저항해선 안 돼요. 그 노래는 운명의 노래입니다. 그 노래는 도련님을 도련님의 운명으로 이끌 것입니다."
"닥쳐!" 테이가 소리쳤다. "그런건 전부 거짓말이야!! 넌 미쳤어."
에데바는 온 힘을 다해 구슬을 땅바닥에 내던졌고 구슬은 귀가 마비될 정도의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났다. 파편들이 공기 중에 녺아 들었고 평평한 왕관이 새겨진 작은 은반지가 나타났다. 노파는 조용히 그것을 주워 문에 기댄 채로 떨고 있던 그에게 건냈다.
"이것이 도련님의 유산입니다. 여섯 번째 가문의 후계자이시여."
반지에 새겨진 왕관은 가문의 공식적인 포고령을 날인하고 봉인하는데 쓰이는 것이었다. 테이는 트리피쓰 삼촌에게 인도릴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이것과 비슷했던 반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이 반지는 그것과 차이가 있었다. 인도릴의 문장 대신 이 반지에는 캐나 선생과의 강의 때 배웠던 문장이 있었다.
바로 저주받은 다고스 가문의 문장이었다.
그 노래가 테이의 모든 감각을 장악해 버렸다. 그는 그 음악을 들었고 그 공포를 맛보았고, 그 슬픔을 느꼈으며, 그 힘을 체감했다. 그리고 그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파괴의 화염들 뿐이었다. 그가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웠을 때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테이는 자신의 단검을 뽑아 자신의 늙은 유모의 심장에 밖아 넣었다.
에데바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피로 얼룩진 미소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도 테이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
노래의 장막이 걷혔을 때 테이는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의 눈앞에서는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었다. 그가 태어난 집을 태워버린 화염이. 그리고 다시 그의 앞에서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염은 그가 무너져가던 그 집에 지른 불이었다. 불길은 이미 벽에 옮겨 붙는 중이었고 그의 늙은 유모와 함께 타올랐다.
테이는 주민들이 경비병들을 부르는 사이에 거리를 따라 도망쳤다.
독의 노래, 제3권
브리스틴 젤 지음
테이는 제1시대 685년, 18살이 되어 처음으로 첨탑의 도시이자 여신의 집이라는 모운홀드를 방문했다. 그의 사촌인 칼코리쓰는 이미 사원의 선임 수행자였고 테이에게 자신의 집 1층에 있는 방 한쌍을 제공했다. 방들은 좁고 가구도 없었지만 창 밖에는 비터그린이 자라고 있었는데 바람이 불어오면 그의 침실은 향긋하고 상큼한 향기로 가득 찼다.
그 노래의 선율은 더 이상 그를 힘들게 하지 않았다. 가끔씩은 그 노래가 너무 작아져서 인지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따금 그가 교육을 받기 위해 사원으로 가는 길을 걷고 있을 때면 누군가가 스쳐지나갈 때 그가 완전히 멀어지기 전까지 노래가 강렬해지는 적은 있었다. 그 사람들에게 무슨 특별한 점이 있든 말든 테이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살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노래에 자신을 맡겨버렸던 때를 기억하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그는 자신의 사촌 동생인 베스터를 죽여 버리고 말았다. 그 때의 기억이 그를 심하게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그 누구도 불필요하게 다치게 하고 싶진 않았다.
집의 배달부들이 주기적으로 테이에게 베이나라의 편지를 가져다 주었다. 그녀는 아직도 고른섬의 샌딜가에 살고 있었는데 충분히 사원에 와서 교육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우수했지만 그녀 스스로가 그러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1년, 아무리 늦어도 2년 안에 그녀는 지금 사는 곳을 떠나 인도릴 가문의 일원이 되어야겠지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테이는 그런 소소한 일상들이 담긴 편지를 반겼으며 자신이 배운 것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적어 답장으로 보냈다.
모운홀드에서 머무른 지 세 달이 되던 때에 그녀는 한 소녀와 이미 사귀는 중이었다. 그녀 역시 사원에서 교육받던 학생이었는데 그녀의 이름은 아크라였다. 테이는 베이나라에게 편지로 아주 열성적으로 아크라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편지에 의하면 아크라는 소사 실의 마음과 비벡의 지헤 그리고 아말렉시아의 미모를 겸비하고 있는 소녀로 묘사되었다. 베이나라는 이에 대해 사원의 학생들이 이렇게 불경스러워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란 것을 알았더라면 자신도 수행자가 될 것을 그랬다며 유쾌한 답장을 보내왔다.
"너 사촌을 좋아하는 구나?" 테이가 그 답장을 보여주자 아크라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게 좌절된 로맨스의 흔적일까나?"
"그녀는 무척 사랑스러운 것은 사실이야. 하지만 난 그런 쪽으로 그녀를 생각해본 적은 없어." 테이가 콧웃음 쳤다. "근친상간에는 관심 없어."
"그러면 그녀가 굉장히 가까운 사촌인가 보구나?"
테이는 잠시 생각을 해본 뒤 대답했다. "잘 모르겠어. 솔직히 아무도 내게 나의 부모님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해준 적이 없거든. 그래서 나와 베이나라가 정확히 어떻게 친척이 되는 것인지는 몰라. 두분다 레드 마운틴 전쟁의 희생자들이라고 알고 있어. 그리고 우리가 나나 그녀의 부모님에게 물어볼 때마다 어른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 같더라. 그래서 그 후로 우리는 물어본 적이 없어. 하지만 너도 인도릴이지. 어쩌면 네가 베이나라보다 가까운 친척인지도 모르지."
"어쩌면 그럴지도." 아크라가 의자에서 일어나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명문가의 여사제들에게 정해진 방식으로 틀어 올린 머릿결을 풀어뜨렸다. 테이가 보는 앞에서 그녀는 로브와 두건을 고정시켜 주던 브로치를 풀어버렸다. 부드러운 실크 로브가 천천히 땅에 떨어지며 테이의 눈앞에 처음으로 그녀의 어둡고 날씬한 나신이 드러났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은 근친상간에 대해 흥미가 생기니?"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동안 그 노래는 테이의 머릿속에서 서서히 그리고 주기적으로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의 눈앞에 있던 아크라의 모습이 악몽에서 보았던 이미지들로 바뀌었다. 절정에 달하였을 때 그의 방은 꿈에서 보았던 화염의 구름들로 가득 차 있었으며 죽음을 맞이하게 된 소녀와 그녀의 아이의 비명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그가 눈을 뜨자, 그에게 미소짓고 있는 아크라가 보였다. 테이는 그녀에게 입을 맞추었고 그녀를 안고 있음에 안도했다.
그 후로 2주동안 테이와 아크라는 늘 함께 다녔다. 그들이 서로 각기 사원의 반대쪽에서 수업을 듣는 동안에도 테이는 그녀에 대해 생각했고 그녀 역시 그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모든 수업이 끝나고 매일 만나 밤에는 그의 방에서 그리고 낮에는 사원의 은밀한 구석진 곳에서 서로를 탐닉하였다.
그날 오후도 테이는 자신의 연인을 만나기 위해 서둘러 가던 중이었다. 그 길을 걷던 중 넝마를 걸친 한 늙은 노파와 그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문제의 그 노래가 굉장히 불쾌한 음조로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멈춰서 눈을 감고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지만 다시 눈을 뜨고 코크벌브 파피루스를 사는 그녀를 보았을 때 마침내 그녀가 누군지를 알아차렸다. 고른 섬에서 그의 늙은 유모였던 에데바, 바로 그녀였다. 본토에 있다던 그녀의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그에게 작별인사도 없이 그를 떠났던 바로 그녀.
그녀는 그를 못본 채 거리를 내려갔으며 테이는 그녀를 미행하기 시작했다. 둘은 어두운 골목길을 지나 도시의 빈민가로 들어섰다. 그곳은 테이에게 아카비르의 야만스러운 공국만큼이나 동떨어진 곳이었다. 이름도 없는 거리에서 그녀는 조그마한 목재 문의 자물쇠를 열었고 결국 테이는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았지만 테이는 따라 들어가면서 문이 조금 열려있는 것을 보았다.
그 방 안은 마치 동굴처럼 어둡고 축축했다. 그녀는 그곳에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그가 기억하던 것보다 훨씬 더 주름져 있었고 슬픔이 선명히 새겨져 있었다. 그는 문을 닫았고 그녀는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건강하게 자라나셨군요. 그들이 저를 도련님으로부터 떨어뜨리려 할 때 죽었어야 했는데." 에데바가 울며 말했다.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테이가 차갑게 물었다.
"도련님이 제 유일한 가족입니다." 그녀가 속삭였다. "제가 그들이 아닌 도련님과 도련님의 가문을 섬긴다는 것을 알게 되자 인도릴의 돼지새끼들이 제 얼굴에 칼을 들이밀고 저를 강제로 도련님 곁을 떠나게 만들었습니다. 베이나라 그 나쁜 년이 제가 애도의 의식을 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어요."
"실성한 사람처럼 말을 하는구나." 테이는 냉소적으로 비웃었다. "내가 인도릴의 사람이거늘 어찌 네가 나의 가문과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느냐?"
"도련님께선 이제 사실을 알만큼 충분히 성장하셨습니다." 에데바가 강하게 말했다. 테이는 그녀의 광기에 쓴웃음을 지었으나, 곧이어 그녀의 늙은 눈에서 무었인가 타오르는 것을 느꼈다. "도련님은 인도릴 가문이 아니십니다. 그들은 전쟁이 끝나고 도련님을 자신들의 가문에 데려왔습니다. 그것은 그들이 진실된 역사를 지우고 자신들의 적들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선택한 수단이었습니다. 인도릴을 비롯한 다른 가문들이 전쟁으로 발생한 그들의 적들의 고아들을 마치 자신들의 하나인 양 기르는 방식 말입니다."
테이는 문을 향해 돌아섰다. "네가 왜 고른 섬에서 쫓겨났는지 알겠군. 노망이 들었던거야."
"기다리세요!" 에데바가 곰팡이 슬은 서랍장으로 뛰어가며 외쳤다. 그녀는 서랍장에서 우두컴컴한 방 안에서도 무지갯빛을 발하는 수정 구슬을 꺼내들었다. "이거 기억나세요? 도련님께선 베스터가 이것을 발견하자 그 어린 아이를 죽이셨고 저는 도련님이 아직 도련님의 유산과 책임을 맞이하기에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하여 이것을 가져갔지요. 이 물건이 어째서 도련님을 그리하도록 만들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테이는 충격을 받아 숨을 헐떡이며 그러고 싶지 않았음에도 말을 했다. "때때로 노래가 들려온다."
"그 노래는 도련님의 선조들로부터 내려오는 노래입니다. 도련님의 진정한 가문이요." 그녀는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도련님은 그 노래에 저항해선 안 돼요. 그 노래는 운명의 노래입니다. 그 노래는 도련님을 도련님의 운명으로 이끌 것입니다."
"닥쳐!" 테이가 소리쳤다. "그런건 전부 거짓말이야!! 넌 미쳤어."
에데바는 온 힘을 다해 구슬을 땅바닥에 내던졌고 구슬은 귀가 마비될 정도의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 났다. 파편들이 공기 중에 녺아 들었고 평평한 왕관이 새겨진 작은 은반지가 나타났다. 노파는 조용히 그것을 주워 문에 기댄 채로 떨고 있던 그에게 건냈다.
"이것이 도련님의 유산입니다. 여섯 번째 가문의 후계자이시여."
반지에 새겨진 왕관은 가문의 공식적인 포고령을 날인하고 봉인하는데 쓰이는 것이었다. 테이는 트리피쓰 삼촌에게 인도릴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이것과 비슷했던 반지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이 반지는 그것과 차이가 있었다. 인도릴의 문장 대신 이 반지에는 캐나 선생과의 강의 때 배웠던 문장이 있었다.
바로 저주받은 다고스 가문의 문장이었다.
그 노래가 테이의 모든 감각을 장악해 버렸다. 그는 그 음악을 들었고 그 공포를 맛보았고, 그 슬픔을 느꼈으며, 그 힘을 체감했다. 그리고 그가 볼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파괴의 화염들 뿐이었다. 그가 반지를 자신의 손가락에 끼웠을 때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신도 모르게 테이는 자신의 단검을 뽑아 자신의 늙은 유모의 심장에 밖아 넣었다.
에데바가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져 피로 얼룩진 미소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할 때도 테이는 그녀의 마지막 말을 듣지 못했다.
노래의 장막이 걷혔을 때 테이는 그것이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의 눈앞에서는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었다. 그가 태어난 집을 태워버린 화염이. 그리고 다시 그의 앞에서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염은 그가 무너져가던 그 집에 지른 불이었다. 불길은 이미 벽에 옮겨 붙는 중이었고 그의 늙은 유모와 함께 타올랐다.
테이는 주민들이 경비병들을 부르는 사이에 거리를 따라 도망쳤다.
5. 4권
원문
독의 노래, 제4권
브리스틴 젤 지음
아크라는 테이의 방에 벽난로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은 그녀가 믿지 않는 신지학에 관하여 자세히 다루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설득력이 있게 보였다. 문이 열리고 테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자신이 읽던 부분을 마저 읽은 뒤 테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네가 이렇게 늦을 줄 알았더라면 책을 더 가져오는 건데." 그녀는 키득 키득 웃었다. 이윽고 그녀가 테이의 얼굴과 그의 옷 상태를 보았을 때 그녀의 행동은 신중해졌다.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 어린 시절 나의 유모였던 에데바를 만났어." 테이는 이상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어. 나는 에데바가 모운홀드에 있는 줄 몰랐거든."
"네가 어디 가는 줄 나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녀가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도 에데바를 만나보고 싶어."
"음, 너무 늦었어. 내가 그녀를 죽여 버렸거든."
아크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테이의 표정을 조심히 관찰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쥐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해줘."
테이는 그의 연인이 그를 난로로 데려가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는 난로에서 불을 쬐며 자신의 손에 끼어진 은반지를 내려다 보았다. "내가 그녀를 죽이기 전 그녀는 나에게 이걸 줬어. 이것은 다고스 가문의 인장 반지야. 그녀가 말하기를 내가 다고스 가문의 유산 상속자이고 내가 항상 내 머릿속에서 듣던 그 노래는, 내가 어렸을 적 어린 아이를 죽이게 만들었던 그 노래는, 그리고 에데바 자신을 죽이게 만들었던 그 노래는 나의 선조들의 노래라고 그랬어."
잠깐 침묵이 흘렀다. 아크라는 그의 옆에서 반지가 끼워진 그의 손을 응시하고 있었다. "더 말해줘."
"나의 가정교사였던 캐나 가프리시는 다고스 가문이 모로윈드의 재앙이라고 가르쳤어. 그가 말하길 전쟁 막바지에 다고스 가문이 모두 쓰러지던 순간 대지가 스스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했어." 테이는 눈을 감았다. "공백이 느껴져. 그 노래에서조차 그 공백이 들려와. 에데바는 다섯 가문이 다고스 가문의 아이들을 입양해서 그들의 전통에 따라 아이들을 길렀다고 했어. 나는 그녀가 미쳤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인도릴 가문이라고 믿었던 지난 세월 모두가 거짓이었던 거야."
"그래서, 넌 어떻게 할거야?" 아크라가 조용히 물었다.
"글쎄, 에데바는 노래를 따라가라고 말했어." 테이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노래는 내가 그녀를 죽이게 만들었어. 그녀가 이 지경이 되고도 여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어쨌든 난 모운홀드를 떠나야해.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나는 유모의 집에 불을 지른 상태였고 경비병들이 몰려왔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
"만약 네가 스스로 되돌아온 다고스 가문의 계승자라고 밝히면 너를 보호해줄 사람이 많이 있을 거야." 아크라가 반지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내가 그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게."
테이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나를 도우려하지"
"네가 나를 인도릴 가문의 친척이라고 생각했을 때 너는 그것이 근친상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사랑하기를 망설이지 않았지." 아크라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나 역시 그 노래를 들었어. 물론 너처럼 강렬하게 들려온 것은 아니지만 한 번도 그 노래를 외면한 적은 없어. 그 노래를 통해 나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여대는 사원의 사제나 여사제들에게서 배운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 나는 내 진정한 이름이 다고스 아크라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나에게 남자 형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
"아냐," 테이가 이를 악물고 말을 했다. "거짓말이야."
"넌 다고쓰 타이쏜이야."
테이는 아크라를 거칠게 벽에 밀어붙이고 방을 벗어났다. 그가 거실을 지나고 있을 때 테이는 그 뒤의 계단에서 칼코리쓰의 발소리를 들었다. 그의 마음과 머릿속에선 그 노래의 타악기 소리가 점점 더 강렬해졌다.
"사촌 동생아," 선임 수행자는 말을 이었다. "혹시 화재에 대해 들었나"
테이는 돌아서서 단검을 뽑아 칼코리쓰의 목에 깊숙이 쑤셔 밖았다. "사촌이라고?" 그가 냉소했다. "나는 너의 사촌이 아니야."
모운홀드의 거리는 유모의 집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한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화재는 계속되는 강렬한 돌풍에 의하여 비좁은 골목을 타고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다고쓰 우르 자신이 직접 강림하여 자신의 후예가 붙인 불에 부채질하는 듯 했다. 저택의 경비병이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다 피묻은 단검을 든 채로 문 앞에서 비틀거리며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는 테이를 보고 멈춰 섰다.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테이는 숲을 향해 내달렸다. 그의 두건이 세찬 바람에 의해 펄럭이며 그의 뒤를 때렸다. 경비병도 검을 빼어들며 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경비병으로선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 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상황은 보나마나였다.
한 시간 이상을 테이는 거친 숲속을 내달렸고 노래는 그를 계속하여 나아가게 만들었다. 추격자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침내 나무들이 뜸해지며 그의 눈 앞에는 물과 허공 이외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테이는 백 미트가 넘는 높이의 절벽 위에 서있었다.
노래는 그에게 더 이상 전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노래는 그를 북쪽으로 이끄는 듯 했다. 그에게 북쪽에 네가 믿을 수 있는 자들 사이에서 쉴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달콤히 속삭였다. 친구 이상의 – 그를 다고스의 계승자로서 숭배할 사람들이 있다고. 그가 벼랑 끝으로 천천히 다가 갈수록 노래는 더욱 위협적으로 변했으며 그에게 자신의 운명을 외면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듯 했다. 죽음으로는 도망칠 수 없다는 듯이.
테이는 자신의 가문을 저주하는 말을 내뱉고 절벽 아래로 내해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날 베이나라는 고른 섬에서 몇 주만에 간신히 푹 쉴 수 있는 날을 얻어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트리피쓰 삼촌은 멀리서 온 가신을 중요한 손님으로 맞이하는 중이었으며 그녀는 모든 만찬, 모든 회의, 모든 의식에 참여해야 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과거에 그녀는 주목받기를 원했었지만 지금은 그녀의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실내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하고자 한 것이 있다면 자기 사촌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저녁에 해도 된다고 스스로 타일렀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에게서는 요 근래에 통 소식이 없었다. 필시 그 아크라라는 소녀 때문이리라. 베이나라는 첫 사랑이 얼마나 한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버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쾌해 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그것에 대해 읽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베이나라는 들꽃이 핀 벌판을 멍하니 걷는 동안 깊이 생각에 잠겨 그녀의 하녀 힐리마가 부르는 것도 듣지 못했다. 그녀는 돌아서서 어린 하녀가 허겁지겁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놀라고 말았다.
"아가씨!" 하녀가 헐떡이며 말했다. "빨리 오세요 아가씨!! 사람이 해변에 떠밀려왔어요!! 아가씨 사촌이신 인도릴 테이 도련님이세요!"
독의 노래, 제4권
브리스틴 젤 지음
아크라는 테이의 방에 벽난로 옆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그 책은 그녀가 믿지 않는 신지학에 관하여 자세히 다루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상당히 설득력이 있게 보였다. 문이 열리고 테이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자신이 읽던 부분을 마저 읽은 뒤 테이에게 시선을 돌렸다.
"여기서 한 시간 넘게 기다렸다고. 네가 이렇게 늦을 줄 알았더라면 책을 더 가져오는 건데." 그녀는 키득 키득 웃었다. 이윽고 그녀가 테이의 얼굴과 그의 옷 상태를 보았을 때 그녀의 행동은 신중해졌다. "괜찮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내 어린 시절 나의 유모였던 에데바를 만났어." 테이는 이상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어. 나는 에데바가 모운홀드에 있는 줄 몰랐거든."
"네가 어디 가는 줄 나도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녀가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나도 에데바를 만나보고 싶어."
"음, 너무 늦었어. 내가 그녀를 죽여 버렸거든."
아크라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테이의 표정을 조심히 관찰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쥐고 말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두 말해줘."
테이는 그의 연인이 그를 난로로 데려가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는 난로에서 불을 쬐며 자신의 손에 끼어진 은반지를 내려다 보았다. "내가 그녀를 죽이기 전 그녀는 나에게 이걸 줬어. 이것은 다고스 가문의 인장 반지야. 그녀가 말하기를 내가 다고스 가문의 유산 상속자이고 내가 항상 내 머릿속에서 듣던 그 노래는, 내가 어렸을 적 어린 아이를 죽이게 만들었던 그 노래는, 그리고 에데바 자신을 죽이게 만들었던 그 노래는 나의 선조들의 노래라고 그랬어."
잠깐 침묵이 흘렀다. 아크라는 그의 옆에서 반지가 끼워진 그의 손을 응시하고 있었다. "더 말해줘."
"나의 가정교사였던 캐나 가프리시는 다고스 가문이 모로윈드의 재앙이라고 가르쳤어. 그가 말하길 전쟁 막바지에 다고스 가문이 모두 쓰러지던 순간 대지가 스스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고 했어." 테이는 눈을 감았다. "공백이 느껴져. 그 노래에서조차 그 공백이 들려와. 에데바는 다섯 가문이 다고스 가문의 아이들을 입양해서 그들의 전통에 따라 아이들을 길렀다고 했어. 나는 그녀가 미쳤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인도릴 가문이라고 믿었던 지난 세월 모두가 거짓이었던 거야."
"그래서, 넌 어떻게 할거야?" 아크라가 조용히 물었다.
"글쎄, 에데바는 노래를 따라가라고 말했어." 테이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노래는 내가 그녀를 죽이게 만들었어. 그녀가 이 지경이 되고도 여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 어쨌든 난 모운홀드를 떠나야해.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나는 유모의 집에 불을 지른 상태였고 경비병들이 몰려왔지.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
"만약 네가 스스로 되돌아온 다고스 가문의 계승자라고 밝히면 너를 보호해줄 사람이 많이 있을 거야." 아크라가 반지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내가 그들을 찾을 수 있게 도와줄게."
테이가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왜 나를 도우려하지"
"네가 나를 인도릴 가문의 친척이라고 생각했을 때 너는 그것이 근친상간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를 사랑하기를 망설이지 않았지." 아크라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나 역시 그 노래를 들었어. 물론 너처럼 강렬하게 들려온 것은 아니지만 한 번도 그 노래를 외면한 적은 없어. 그 노래를 통해 나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여대는 사원의 사제나 여사제들에게서 배운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 나는 내 진정한 이름이 다고스 아크라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나에게 남자 형제가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어."
"아냐," 테이가 이를 악물고 말을 했다. "거짓말이야."
"넌 다고쓰 타이쏜이야."
테이는 아크라를 거칠게 벽에 밀어붙이고 방을 벗어났다. 그가 거실을 지나고 있을 때 테이는 그 뒤의 계단에서 칼코리쓰의 발소리를 들었다. 그의 마음과 머릿속에선 그 노래의 타악기 소리가 점점 더 강렬해졌다.
"사촌 동생아," 선임 수행자는 말을 이었다. "혹시 화재에 대해 들었나"
테이는 돌아서서 단검을 뽑아 칼코리쓰의 목에 깊숙이 쑤셔 밖았다. "사촌이라고?" 그가 냉소했다. "나는 너의 사촌이 아니야."
모운홀드의 거리는 유모의 집에서 시작된 화재로 인한 붉은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화재는 계속되는 강렬한 돌풍에 의하여 비좁은 골목을 타고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 광경은 마치 다고쓰 우르 자신이 직접 강림하여 자신의 후예가 붙인 불에 부채질하는 듯 했다. 저택의 경비병이 화재 현장으로 달려가다 피묻은 단검을 든 채로 문 앞에서 비틀거리며 어정쩡한 자세로 서있는 테이를 보고 멈춰 섰다.
"무슨 짓을 하신 겁니까?"
테이는 숲을 향해 내달렸다. 그의 두건이 세찬 바람에 의해 펄럭이며 그의 뒤를 때렸다. 경비병도 검을 빼어들며 그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경비병으로선 살인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집에 들어가 볼 필요가 전혀 없었다. 상황은 보나마나였다.
한 시간 이상을 테이는 거친 숲속을 내달렸고 노래는 그를 계속하여 나아가게 만들었다. 추격자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었다. 마침내 나무들이 뜸해지며 그의 눈 앞에는 물과 허공 이외의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테이는 백 미트가 넘는 높이의 절벽 위에 서있었다.
노래는 그에게 더 이상 전진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노래는 그를 북쪽으로 이끄는 듯 했다. 그에게 북쪽에 네가 믿을 수 있는 자들 사이에서 쉴 수 있는 곳이 있다고 달콤히 속삭였다. 친구 이상의 – 그를 다고스의 계승자로서 숭배할 사람들이 있다고. 그가 벼랑 끝으로 천천히 다가 갈수록 노래는 더욱 위협적으로 변했으며 그에게 자신의 운명을 외면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듯 했다. 죽음으로는 도망칠 수 없다는 듯이.
테이는 자신의 가문을 저주하는 말을 내뱉고 절벽 아래로 내해를 향해 뛰어들었다.
그날 베이나라는 고른 섬에서 몇 주만에 간신히 푹 쉴 수 있는 날을 얻어 즐기고 있는 중이었다. 트리피쓰 삼촌은 멀리서 온 가신을 중요한 손님으로 맞이하는 중이었으며 그녀는 모든 만찬, 모든 회의, 모든 의식에 참여해야 했다. 그녀가 기억하기로 과거에 그녀는 주목받기를 원했었지만 지금은 그녀의 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시간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고 느끼고 있었다.
실내에서 그녀가 유일하게 하고자 한 것이 있다면 자기 사촌에게 편지를 쓰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저녁에 해도 된다고 스스로 타일렀다. 어찌되었든 간에 그에게서는 요 근래에 통 소식이 없었다. 필시 그 아크라라는 소녀 때문이리라. 베이나라는 첫 사랑이 얼마나 한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버리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불쾌해 하지는 않았다. 적어도 그녀는 그것에 대해 읽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베이나라는 들꽃이 핀 벌판을 멍하니 걷는 동안 깊이 생각에 잠겨 그녀의 하녀 힐리마가 부르는 것도 듣지 못했다. 그녀는 돌아서서 어린 하녀가 허겁지겁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놀라고 말았다.
"아가씨!" 하녀가 헐떡이며 말했다. "빨리 오세요 아가씨!! 사람이 해변에 떠밀려왔어요!! 아가씨 사촌이신 인도릴 테이 도련님이세요!"
6. 5권
원문
독의 노래, 제5권
브리스틴 젤 지음
이틀 동안 집안의 치유술사들이 침대 곁에서 테이를 간호하였고 베이나라도 테이의 손을 잡은 채로 그의 옆에 머물렀다. 테이는 고열로 시달렸으며 잠이 든 것도 깨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보이지 않는 악령에 시달렸다. 치유술사들은 젊은이의 강인함을 칭송하였다. 전쟁 기간 동안에 많은 자들이 고른 섬의 해변에 떠내려 왔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율리아 숙모가 베이나라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기 위해 종종 들렸다. "너도 조심을 해야한다 얘야. 테이가 다 나아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너를 간호하게 만들 순 없잖니."
테이의 열이 가라앉고 마침내 눈을 뜬 테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가 1살이 된 이후로 17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온 젊은 여인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가져다 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가 먹는 것을 도와주었다.
"네가 죽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어." 그녀가 애정을 담아 속삭였다.
"나는 사실 죽기를 바랐었어. 하지만 그와 반대로 살고 싶기도 했지." 그가 신음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베이나라.. 내가 전에 말해준 악몽들이 기억나?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었어."
"그건 네 몸이 좀 더 회복이 되면 이야기 하자."
"안돼!" 그가 탄식했다. “나는 너에게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말해야겠어. 그래야 네가 테이라고 부르는 소중한 사촌이 얼마나 끔찍한 괴물인지 알게 될 테니... 네가 이 사실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너는 내가 낫길 그렇게 열렬히 바라지 않았을 거야."
눈물이 베이나라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테이가 모운홀드에 있던 몇 달 사이에 아름다운 미녀로 성장해 있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건간에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될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
"나는 나의 옛 유모 에데바를 만나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어."
"아." 베이나라는 이 순간이 올 것을 두려워해 왔었다. "테이, 에데바가 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나의 잘못이야. 너 캐나 선생이 우리에게 다고스 가문과 그 타락에 대해서 가르쳐 준 것 기억하지? 그날 밤 나는 네 유모가 북쪽 잔디밭에서 여섯 번째 가문의 문장을 이용해서 어떤 제단 같은 것을 만드는 걸 목격했어. 그녀는 몇 년 동안 그 일을 해왔을지 몰라. 하지만 난 결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었어. 나는 트리피쓰 삼촌에게 그 일을 말했고 삼촌은 에데바를 내쫓았어. 그동안 너에게 몇 번이나 알려주고 싶었지만 너무 두려웠어. 그녀는 너에게 정말 헌신적이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테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도 저주받은 가문에 대한 그녀의 헌신과 나에 대한 그녀의 헌신에 대해 무엇인가 연관이 있지 않을지 생각해보지 않은 거야? 나는 너를 잘 알아 베이나라. 너는 그런 생각 없는 여자가 아니야."
"그 여자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그녀는 문제가 많아 보여. 그리고 그 여자가 너와 여섯 번째 가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던 간에 그건 틀린 생각이야. 넌 그걸 알아야해. 제정신이 아닌 여자가 횡설수설 지껄인 걸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
"그것만이 아니야." 테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테이는 손을 들어올려 잠시동안 멍하니 손을 바라보다 화난 표정으로 베이나라를 바라보았다. "내 반지는? 그 반지를 봤다면 내가 지금 너에게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란 걸 알았을 테지."
"그 몹쓸 물건은 내가 내다 버렸어." 베이나라는 일어섰다. "테이, 이제 좀 쉬어."
"나는 다고스 가문의 후계자야!" 테이의 눈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고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말을 하고 있었다. "전쟁 후 인도릴 가문의 사람으로 길러졌지만 나의 선조들의 노래에 의해 인도되었지. 우리가 어렸을 때 나는 그 노래가 나에게 베스터가 나의 유산을 훔쳐갔다고 말했기 때문에 베스터를 죽였지. 에데바가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고 나에게 반지를 주었을 때 노래는 그녀가 목적을 이루었고 더 이상 쓸모가 없다했고 나는 그녀를 죽이고 그녀의 집을 불태웠다. 칼코리쓰의 집에 돌아갔을 때 내 연인이 그곳에 있었고 자신도 다고쓰 가문의 일원자 나의 형제라고 말했어. 나는 도망쳤다. 그리고 칼코리쓰가 나를 불러 세우자 그를 죽여버렸어. 왜냐하면 노래가 나에게 그가 나의 원수라고 알려줬으니까!"
"그만해 테이!” 베이나라가 흐느꼈다. “네가 한 말 전혀 못 믿겠어. 넌 고열을 겪었어...."
"테이가 아냐." 그는 머리를 무겁게 들어올리며 무거운 한숨을 토해내었다. "나의 부모님께서 나에게 주신 이름은 다고스 타이쏜이다."
"네가 에데바를 죽였을 리가 없어. 넌 그녀를 무척 아꼈잖아. 그리고 베스터랑 칼코리쓰라고? 그들은 우리 사촌이야!"
"그들은 나의 진짜 친척이 아니었어." 테이는 차갑게 말했다. "노래는 그들이 나의 원수들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 노래가 너를 나의 원수라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내가 무시하고 있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래를 무시할 거야."
베이나라는 문을 세게 닫으며 방을 나가버렸다. 그녀는 놀란 하녀 힐리마에게서 열쇠를 빼앗아 방문을 걸어 잠궜다.
"인도릴 베이나라 아가씨." 힐리마가 안쓰럽게 속삭였다. "인도릴 테이 공자님께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일단 쉬고 나면 그는 괜찮아 질 거야." 베이나라는 그녀의 품위를 되찾고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든 아무도 그를 만나지 못하게 해. 열쇠는 내가 가지고 있겠어. 해야할 일이 많아. 어부들에게 샐딜 저택의 보급품을 공급하는 일에 관해서 아직 말한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아가씨. 그런 적 없는 것 같아요."
베이나라는 부두로 내려가 그녀만의 방법인 작은 일에 집중함으로써 그녀의 심란한 마음을 달랬다. 테이가 한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잠시나마 어부들과 그들의 수확량에 관해 얘기하고 그들이 수확량의 얼마를 훈제처리하고 어느정도의 분량을 마을에 보내며 얼마만큼 저택의 식품창고에 보낼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서 잊을 수 있었다.
율리아 숙모도 베이나라의 숨겨진 고통은 눈치채지 못한 채 회의에 동참했다. 그들은 트리피쓰 삼촌과 그의 지휘관들이 섬에서 지낸 일주일 동안 얼마만큼의 식량을 먹어치웠는지, 그리고 그들이 언제 돌아올지,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 될 지를 논의했다. 어부 한 명이 부두에서 논의를 중단시키며 소리쳤다.
"배가 오고 있습니다!"
율리아 숙모와 베이나라는 방문객을 맞이했다. 방문자는 여사제의 로브를 입고 있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가 작은 배를 정박시키는 동안 베이나라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왠지 익숙해 보이는 생김새에 놀랐다.
"고른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베이나라가 말했다. "저는 인도릴 베이나라라고 하며 이분은 저의 숙모이신 인도릴 율리아라고 합니다. 우리 언제 만난 적 있나요?"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아가씨." 여인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저는 인도릴 테이의 소식이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원에서 파견되었습니다. 그는 며칠간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고 사제님들은 걱정하고 계십니다."
"아 우리가 연락을 했어야하는 건데." 율리아가 초조해하며 말했다. "테이는 며칠 전에 거의 익사하기 직전의 상태로 이곳에 왔어요. 지금은 회복 중이지요. 저택까지 저희와 함께 가시죠."
"테이는 지금 안정을 취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가 방해받지 않도록 지시해 놓았어요." 베이나라는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예의가 아닌 것은 알지만 지금 율리아 숙모와 잠시 개인적으로 해야 할 얘기가 있습니다. 저택에서 잠시 우리를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잔디밭과 언덕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쭉 가시기만 하면 됩니다."
여사제는 가볍게 목례를 한 뒤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율리아는 화를 냈다.
"사원의 대표자를 그렇게 대하다니 무슨 짓이란 말이냐? 네 사촌을 돌보느라 예의마저 잃어버릴 정도로 탈진한 게냐?"
"율리아 숙모." 베이나라가 어부들이 대화를 들을 수 없도록 율리아를 돌려세우며 속삭였다. "테이가 정말 제 사촌이 확실해요? 테이는 자기가 다고스 가문의 후예라고 믿고 있어요."
율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사실이다. 전쟁이 벌여졌을 당시에 넌 아기였기 때문에 그것이 어땠었는지 모를 거야. 모로윈드의 어떤 장소도 황폐화되지 않았던 곳이 없었단다. 이 섬에서도 전투가 벌어졌지. 수년 전에 너희들이 발견했던 쓰레기 잔해 더미들 기억나니? 그것들이 그 흔적이란다. 그리고 저주받은 그 가문이 패퇴하고 전쟁이 끝났을 때 우리는 사악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죄 밖엔 없는 무조한 고아들을 보았단다. 물론 그들을 모두 죽여 다고스 가문의 잔재를 모두 지워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가문 연합군 내에 존재했단다. 하지만 결국 동정론이 승리를 거두었고 여섯 번째 가문의 고아들은 각기 다른 다섯 가문에서 데려갔단다. 그렇게 우리는 전쟁을 승리했고 평화를 쟁취했다고 생각했지."
"아, 이런. 맙소사. 만약 테이가 믿는 것이 사실이라면 더 이상 평화는 없는 것이군요." 베이나라는 몸서리쳤다. "그가 주장하기를 그의 선조들의 노래가 그에게 세명을 살해하도록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 중 둘은 우리 가문의 사람이었죠. 칼코리쓰와 베스터요."
율리아는 두 손으로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을 감싼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할거에요." 베이나라가 말했다. "그 노래는 여전히 그에게 들려오고 있어요. 그가 말하길 이 사실을 아는 다른 이들이 있다고 했어요. 다고스 가문을 재건하는 것을 도와줄 누군가가... 그리고 그의 여동생이... "
"참으로 재앙이로구나." 율리아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베이나라가 부두에서 저택으로 이어지는 길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조카야, 무슨 생각 하는 거니?"
"여사제가 우리에게 이름을 말해주었던가요?"
두 여인은 경비를 부르며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저택의 두 마님들이 그렇게 서두르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어부들도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자신들의 갈고리와 칼을 들고 뒤를 쫓기 시작했다.
샌딜 가문의 정문은 활짝 열려있었으며 첫 번째 시체가 그 위에 쓰러져있었다. 저택은 피투성이의 도살장이 되어 있었다. 트리피쓰 삼촌의 시종이었던 애너가 창자가 드러난 채 자신이 저녁에 앉아 플린 한 잔을 즐기던 휴게실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객실 담당 시녀였던 러린은 깨끗했던 천을 들고 계단을 오르다가 머리가 잘려나갔다. 경비병들과 하인들의 시체가 흩어진 낙엽처럼 거실 사방에 너부러져 있었다. 계단 꼭대기에서 힐리마를 보았을 때 베이나라는 숨이 멎는 듯 했다. 그녀는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누워있었고 마치 좁은 창밖으로 자기 몸을 끌어내려 했었던 것처럼 죽어있었다.
피로 얼룩진 저택을 걸으며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베이나라, 율리아나 어부들도. 그들은 문이 부수어진 채로 열려있는 테이의 텅 빈 병실을 지나쳤다. 그들이 거실 아래의 베이나라의 방에서 발소리를 들었을 때 그들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그쪽으로 향했다.
부두에서 봤던 여사제가 침대 옆에 서있었다. 그녀는 베이나라가 테이의 손가락에서 뺏던 은반지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다른 손에는 그녀의 가운처럼 피로 물든 길고 완만하게 휘어진 곡도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들이닥치자 우아하게 미소를 지으며 목례했다.
"아크라, 테이가 편지에 묘사해 준 내용으로 너를 알아봤어야 했는데." 베이나라는 낼 수 있는 한 가장 안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사촌은 어디 있지?"
"나는 스스로를 다고쓰 아크라라고 부르길 선호하는 편이에요. 당신의 가짜 사촌이자 나의 진실된 오라버니는 이미 그의 운명을 맞이하러 떠났답니다. 당신이 여기 있었다면 그가 당신에게 영원한 작별인사를 제공할 수 있었을텐데 참 유감스럽네요."
베이나라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 찼다. 그녀는 무기를 든 어부들에게 손짓했다. "저 여자를 찢어 죽이세요!"
"여섯번째 가문은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다고스 타이쏜이 우리를 이끌 거에요." 아크라는 웃었다. 그녀가 귀환 마법을 외우고 유령처럼 사라진 후에도 그녀의 말이 메아리처럼 남아 귓가를 멤돌았다.
독의 노래, 제5권
브리스틴 젤 지음
이틀 동안 집안의 치유술사들이 침대 곁에서 테이를 간호하였고 베이나라도 테이의 손을 잡은 채로 그의 옆에 머물렀다. 테이는 고열로 시달렸으며 잠이 든 것도 깨어있는 것도 아닌 상태로 보이지 않는 악령에 시달렸다. 치유술사들은 젊은이의 강인함을 칭송하였다. 전쟁 기간 동안에 많은 자들이 고른 섬의 해변에 떠내려 왔지만 살아있는 사람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율리아 숙모가 베이나라에게 식사를 가져다주기 위해 종종 들렸다. "너도 조심을 해야한다 얘야. 테이가 다 나아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너를 간호하게 만들 순 없잖니."
테이의 열이 가라앉고 마침내 눈을 뜬 테이의 눈에 들어온 것은 그가 1살이 된 이후로 17년의 시간을 함께 보내온 젊은 여인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그에게 미소를 지으며 음식을 가져다 달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조용히 그가 먹는 것을 도와주었다.
"네가 죽지 않을 거란 걸 알고 있었어." 그녀가 애정을 담아 속삭였다.
"나는 사실 죽기를 바랐었어. 하지만 그와 반대로 살고 싶기도 했지." 그가 신음을 내뱉으며 말을 이었다. "베이나라.. 내가 전에 말해준 악몽들이 기억나? 그것들이 모두 사실이었어."
"그건 네 몸이 좀 더 회복이 되면 이야기 하자."
"안돼!" 그가 탄식했다. “나는 너에게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말해야겠어. 그래야 네가 테이라고 부르는 소중한 사촌이 얼마나 끔찍한 괴물인지 알게 될 테니... 네가 이 사실들을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너는 내가 낫길 그렇게 열렬히 바라지 않았을 거야."
눈물이 베이나라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테이가 모운홀드에 있던 몇 달 사이에 아름다운 미녀로 성장해 있었다. "네가 무슨 짓을 했건간에 내가 너를 사랑하지 않게 될거라고 생각할 수 있어?"
"나는 나의 옛 유모 에데바를 만나 그녀와 대화를 나누었어."
"아." 베이나라는 이 순간이 올 것을 두려워해 왔었다. "테이, 에데바가 너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모두 나의 잘못이야. 너 캐나 선생이 우리에게 다고스 가문과 그 타락에 대해서 가르쳐 준 것 기억하지? 그날 밤 나는 네 유모가 북쪽 잔디밭에서 여섯 번째 가문의 문장을 이용해서 어떤 제단 같은 것을 만드는 걸 목격했어. 그녀는 몇 년 동안 그 일을 해왔을지 몰라. 하지만 난 결코 그 의미를 알지 못했었어. 나는 트리피쓰 삼촌에게 그 일을 말했고 삼촌은 에데바를 내쫓았어. 그동안 너에게 몇 번이나 알려주고 싶었지만 너무 두려웠어. 그녀는 너에게 정말 헌신적이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테이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도 저주받은 가문에 대한 그녀의 헌신과 나에 대한 그녀의 헌신에 대해 무엇인가 연관이 있지 않을지 생각해보지 않은 거야? 나는 너를 잘 알아 베이나라. 너는 그런 생각 없는 여자가 아니야."
"그 여자가 너에게 무슨 말을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 그녀는 문제가 많아 보여. 그리고 그 여자가 너와 여섯 번째 가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던 간에 그건 틀린 생각이야. 넌 그걸 알아야해. 제정신이 아닌 여자가 횡설수설 지껄인 걸로는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어."
"그것만이 아니야." 테이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테이는 손을 들어올려 잠시동안 멍하니 손을 바라보다 화난 표정으로 베이나라를 바라보았다. "내 반지는? 그 반지를 봤다면 내가 지금 너에게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란 걸 알았을 테지."
"그 몹쓸 물건은 내가 내다 버렸어." 베이나라는 일어섰다. "테이, 이제 좀 쉬어."
"나는 다고스 가문의 후계자야!" 테이의 눈은 분노로 타오르고 있었고 거의 비명을 지르다시피 말을 하고 있었다. "전쟁 후 인도릴 가문의 사람으로 길러졌지만 나의 선조들의 노래에 의해 인도되었지. 우리가 어렸을 때 나는 그 노래가 나에게 베스터가 나의 유산을 훔쳐갔다고 말했기 때문에 베스터를 죽였지. 에데바가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고 나에게 반지를 주었을 때 노래는 그녀가 목적을 이루었고 더 이상 쓸모가 없다했고 나는 그녀를 죽이고 그녀의 집을 불태웠다. 칼코리쓰의 집에 돌아갔을 때 내 연인이 그곳에 있었고 자신도 다고쓰 가문의 일원자 나의 형제라고 말했어. 나는 도망쳤다. 그리고 칼코리쓰가 나를 불러 세우자 그를 죽여버렸어. 왜냐하면 노래가 나에게 그가 나의 원수라고 알려줬으니까!"
"그만해 테이!” 베이나라가 흐느꼈다. “네가 한 말 전혀 못 믿겠어. 넌 고열을 겪었어...."
"테이가 아냐." 그는 머리를 무겁게 들어올리며 무거운 한숨을 토해내었다. "나의 부모님께서 나에게 주신 이름은 다고스 타이쏜이다."
"네가 에데바를 죽였을 리가 없어. 넌 그녀를 무척 아꼈잖아. 그리고 베스터랑 칼코리쓰라고? 그들은 우리 사촌이야!"
"그들은 나의 진짜 친척이 아니었어." 테이는 차갑게 말했다. "노래는 그들이 나의 원수들이라고 말했다. 지금 그 노래가 너를 나의 원수라고 계속해서 주장하고 있지만 내가 무시하고 있을 뿐이지. 그리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래를 무시할 거야."
베이나라는 문을 세게 닫으며 방을 나가버렸다. 그녀는 놀란 하녀 힐리마에게서 열쇠를 빼앗아 방문을 걸어 잠궜다.
"인도릴 베이나라 아가씨." 힐리마가 안쓰럽게 속삭였다. "인도릴 테이 공자님께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일단 쉬고 나면 그는 괜찮아 질 거야." 베이나라는 그녀의 품위를 되찾고 눈물을 닦아내며 말했다. "무슨 일이 있든 아무도 그를 만나지 못하게 해. 열쇠는 내가 가지고 있겠어. 해야할 일이 많아. 어부들에게 샐딜 저택의 보급품을 공급하는 일에 관해서 아직 말한 적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모르겠어요. 아가씨. 그런 적 없는 것 같아요."
베이나라는 부두로 내려가 그녀만의 방법인 작은 일에 집중함으로써 그녀의 심란한 마음을 달랬다. 테이가 한 말이 그녀의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그러나 잠시나마 어부들과 그들의 수확량에 관해 얘기하고 그들이 수확량의 얼마를 훈제처리하고 어느정도의 분량을 마을에 보내며 얼마만큼 저택의 식품창고에 보낼지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서 잊을 수 있었다.
율리아 숙모도 베이나라의 숨겨진 고통은 눈치채지 못한 채 회의에 동참했다. 그들은 트리피쓰 삼촌과 그의 지휘관들이 섬에서 지낸 일주일 동안 얼마만큼의 식량을 먹어치웠는지, 그리고 그들이 언제 돌아올지,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 될 지를 논의했다. 어부 한 명이 부두에서 논의를 중단시키며 소리쳤다.
"배가 오고 있습니다!"
율리아 숙모와 베이나라는 방문객을 맞이했다. 방문자는 여사제의 로브를 입고 있는 젊은 여성이었다. 그녀가 작은 배를 정박시키는 동안 베이나라는 그녀의 아름다움과 왠지 익숙해 보이는 생김새에 놀랐다.
"고른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베이나라가 말했다. "저는 인도릴 베이나라라고 하며 이분은 저의 숙모이신 인도릴 율리아라고 합니다. 우리 언제 만난 적 있나요?"
"제 기억에는 없습니다. 아가씨." 여인이 인사를 하며 말했다. "저는 인도릴 테이의 소식이 없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원에서 파견되었습니다. 그는 며칠간 수업에 참석하지 않았고 사제님들은 걱정하고 계십니다."
"아 우리가 연락을 했어야하는 건데." 율리아가 초조해하며 말했다. "테이는 며칠 전에 거의 익사하기 직전의 상태로 이곳에 왔어요. 지금은 회복 중이지요. 저택까지 저희와 함께 가시죠."
"테이는 지금 안정을 취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저는 그가 방해받지 않도록 지시해 놓았어요." 베이나라는 말을 더듬거리며 말했다. "예의가 아닌 것은 알지만 지금 율리아 숙모와 잠시 개인적으로 해야 할 얘기가 있습니다. 저택에서 잠시 우리를 기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잔디밭과 언덕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라 쭉 가시기만 하면 됩니다."
여사제는 가볍게 목례를 한 뒤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율리아는 화를 냈다.
"사원의 대표자를 그렇게 대하다니 무슨 짓이란 말이냐? 네 사촌을 돌보느라 예의마저 잃어버릴 정도로 탈진한 게냐?"
"율리아 숙모." 베이나라가 어부들이 대화를 들을 수 없도록 율리아를 돌려세우며 속삭였다. "테이가 정말 제 사촌이 확실해요? 테이는 자기가 다고스 가문의 후예라고 믿고 있어요."
율리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 "사실이다. 전쟁이 벌여졌을 당시에 넌 아기였기 때문에 그것이 어땠었는지 모를 거야. 모로윈드의 어떤 장소도 황폐화되지 않았던 곳이 없었단다. 이 섬에서도 전투가 벌어졌지. 수년 전에 너희들이 발견했던 쓰레기 잔해 더미들 기억나니? 그것들이 그 흔적이란다. 그리고 저주받은 그 가문이 패퇴하고 전쟁이 끝났을 때 우리는 사악한 부모 밑에서 태어난 죄 밖엔 없는 무조한 고아들을 보았단다. 물론 그들을 모두 죽여 다고스 가문의 잔재를 모두 지워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가문 연합군 내에 존재했단다. 하지만 결국 동정론이 승리를 거두었고 여섯 번째 가문의 고아들은 각기 다른 다섯 가문에서 데려갔단다. 그렇게 우리는 전쟁을 승리했고 평화를 쟁취했다고 생각했지."
"아, 이런. 맙소사. 만약 테이가 믿는 것이 사실이라면 더 이상 평화는 없는 것이군요." 베이나라는 몸서리쳤다. "그가 주장하기를 그의 선조들의 노래가 그에게 세명을 살해하도록 만들었다고 했어요. 그 중 둘은 우리 가문의 사람이었죠. 칼코리쓰와 베스터요."
율리아는 두 손으로 눈물로 얼룩진 그녀의 얼굴을 감싼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이건 단지 시작에 불과할거에요." 베이나라가 말했다. "그 노래는 여전히 그에게 들려오고 있어요. 그가 말하길 이 사실을 아는 다른 이들이 있다고 했어요. 다고스 가문을 재건하는 것을 도와줄 누군가가... 그리고 그의 여동생이... "
"참으로 재앙이로구나." 율리아가 중얼거렸다. 그녀는 베이나라가 부두에서 저택으로 이어지는 길을 노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조카야, 무슨 생각 하는 거니?"
"여사제가 우리에게 이름을 말해주었던가요?"
두 여인은 경비를 부르며 길을 달리기 시작했다. 저택의 두 마님들이 그렇게 서두르는 것을 본 적이 없는 어부들도 서로 눈을 마주친 뒤 자신들의 갈고리와 칼을 들고 뒤를 쫓기 시작했다.
샌딜 가문의 정문은 활짝 열려있었으며 첫 번째 시체가 그 위에 쓰러져있었다. 저택은 피투성이의 도살장이 되어 있었다. 트리피쓰 삼촌의 시종이었던 애너가 창자가 드러난 채 자신이 저녁에 앉아 플린 한 잔을 즐기던 휴게실 탁자 앞에 앉아 있었다. 객실 담당 시녀였던 러린은 깨끗했던 천을 들고 계단을 오르다가 머리가 잘려나갔다. 경비병들과 하인들의 시체가 흩어진 낙엽처럼 거실 사방에 너부러져 있었다. 계단 꼭대기에서 힐리마를 보았을 때 베이나라는 숨이 멎는 듯 했다. 그녀는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누워있었고 마치 좁은 창밖으로 자기 몸을 끌어내려 했었던 것처럼 죽어있었다.
피로 얼룩진 저택을 걸으며 그 누구도 말을 하지 않았다, 베이나라, 율리아나 어부들도. 그들은 문이 부수어진 채로 열려있는 테이의 텅 빈 병실을 지나쳤다. 그들이 거실 아래의 베이나라의 방에서 발소리를 들었을 때 그들은 천천히, 조심스럽게 극도의 공포를 느끼며 그쪽으로 향했다.
부두에서 봤던 여사제가 침대 옆에 서있었다. 그녀는 베이나라가 테이의 손가락에서 뺏던 은반지를 들고 있었다. 그녀의 다른 손에는 그녀의 가운처럼 피로 물든 길고 완만하게 휘어진 곡도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들이닥치자 우아하게 미소를 지으며 목례했다.
"아크라, 테이가 편지에 묘사해 준 내용으로 너를 알아봤어야 했는데." 베이나라는 낼 수 있는 한 가장 안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사촌은 어디 있지?"
"나는 스스로를 다고쓰 아크라라고 부르길 선호하는 편이에요. 당신의 가짜 사촌이자 나의 진실된 오라버니는 이미 그의 운명을 맞이하러 떠났답니다. 당신이 여기 있었다면 그가 당신에게 영원한 작별인사를 제공할 수 있었을텐데 참 유감스럽네요."
베이나라의 얼굴이 분노로 가득 찼다. 그녀는 무기를 든 어부들에게 손짓했다. "저 여자를 찢어 죽이세요!"
"여섯번째 가문은 다시 일어날 것입니다. 그리고 다고스 타이쏜이 우리를 이끌 거에요." 아크라는 웃었다. 그녀가 귀환 마법을 외우고 유령처럼 사라진 후에도 그녀의 말이 메아리처럼 남아 귓가를 멤돌았다.
7. 6권
원문
독의 노래, 제6권
브리스틴 젤 지음
인도라니온 요새의 압도적인 경관이 저무는 햇빛에 의하여 빛나고 있었다. 자스랏 대장은 보급부대를 남서쪽으로 지휘하며 지평선 너머로 그 광경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야간 기동을 지휘하는 것은 그에게는 낯선 일이었으나 그가 직면하고 있었던 문제보다 기괴하지는 않았다. 그는 보스머치고는 전혀 많지 않은 나이인 70살에 불과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다른 시대의 사람으로만 느껴졌다.
그는 거의 평생을 바덴펠 동쪽에서 살았다. 레드 마운틴과 유령의 바다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마을들, 꽃밭들 그리고 모든 숲들이 그의 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대붕괴와 태양이 죽어버린 해 이래로 그는 그가 전혀 모르던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 대붕괴 이후 야간 이동은 매우 위험해 졌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이 그에게 내려진 명령이었다.
문제의 낭떠러지는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예리한 시각의 정찰병이 미리 경고하지 않았더라면 보급부대 전체가 수렁에 곤두박질 칠 뻔했다. 자스랏은 욕설을 내뱉으며 지도를 확인했으나 지도에서는 그 수렁에 관한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이런 일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 수렁은 이름 없는 거대한 균열로서 누구나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쫙 벌려져 있었다. 대장은 자신이 내릴 수 있는 대안을 살펴보았다. 그는 보급부대를 남동쪽 텔 아룬 쪽으로 이동시킨 다음 최종 목적지 방향인 서쪽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떠올려 보았다. 그가 지도를 살펴보던 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닥불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의 부관들과 함께 구아를 몰고 모닥불 쪽을 조사하기 위해 나섰고 그곳에서 애쉬랜더 부족의 남녀 한 쌍을 발견했다.
"이곳은 더 이상 너희들의 영역이 아니다." 그가 호통 쳤다. "교단에 의해 이곳이 가문의 소유지로 지정되었음을 모르나?"
애쉬랜더들은 발을 질질 끌며 조용히 언덕과 수렁 사이의 좁은 산등성이로 떠나갔다. 자스랏은 다시 그들을 불러세웠다.
"이 주변의 길을 혹시 아는가?" 자스랏이 묻자 그들은 여전히 시선을 땅바닥에 내리깐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스랏은 자신의 보급부대에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길을 안다면 그대들이 우리를 안내하라."
낭떠러지를 건너는 길은 매우 구불구불하고 위험했다. 구아들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고 마부들이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끌 때마다 수레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부딪히고 긁어댔다. 애쉬랜더 여인과 남자는 보급부대를 인도하며 서로 조용히 소곤거렸다.
"둘이서 뭐라고 소곤대는 것이지? 응?" 자스랏이 소리쳤다.
애쉬랜더 남성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제 여동생과 저는 다고스 가문의 반란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추측하기로 당신은 팔렌사라노 요새에 무기를 가져다주러 가는 중이라고 하는 군요. 그 이유로는 당신이 길을 택하지 않고 낭떠러지를 건너가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스랏은 웃으며 말했다. " 애쉬랜더들이 가문들과 교단에 문제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무언가 기대감에 들떠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기대감을 꺾어 버리고 싶지는 않으나 그 사건은 폭동이나 반란 근처에도 가지 못해. 그저 불쾌한 몇몇 사건 사고들에 불과하지. 여동생에게 그렇게 말해."
계속해서 걸어가는 동안 안 그래도 좁았던 비탈이 더욱 좁아지기 시작했다. 애쉬랜더들은 언덕의 낮고 날카로운 크레바스를 발견했다. 태양이 죽기도 전에 용암이 흐르며 형성되었으리라. 보급부대는 이동하는 동안 석벽을 긁어댔다. 자스랏 대장은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 지역에서의 평탄치 못했던 20년간의 경험이 자신의 오랜 본능을 자극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곳이 매복하기에 최적의 지형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애쉬랜더, 얼마나 더 가야 하지?" 그가 외쳤다.
"다 왔소." 다고스 타이쏜이 대답하며 신호를 보냈다.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만큼 습격은 잠깐 사이에 종료되었다. 가문의 마지막 경비병마저 낭떠러지 아래로 가라앉자 그곳에는 보급부대가 두고 간 물품들만이 남아있었다.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으며 반란군에게 필요했던 모든 물자가 충족될 정도였다. 데이드라 검들, 여러 묶음의 갑옷들, 에보니 볼트 여러 묶음, 몇 주간 버틸수 있는 만큼의 식량.
"먼저 주둔지로 돌아가." 타이쏜은 그의 누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수송단을 지휘하지. 아마 몇 시간이면 도착할 거야."
아크라는 열정적으로 그와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귀환 마법 사용신호를 내렸다. 그 직후 그녀는 다시 그녀의 텐트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애쉬랜더의 누더기를 벗어 던지고 옷가방 안에서 은근히 비치는 옷을 꺼내었다. 타이쏜이 돌아와서 그녀를 보았을 때 좋아할 그런 류의 옷이었다.
"모라사!" 그녀는 자신의 하녀를 불러들였다. "병력을 소집하도록! 타이쏜과 다른 사람들이 곧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장비와 식량들을 가지고 돌아올 거야."
"모라사는 더 이상 네 말을 들을 수 없을거야." 아크라가 몇주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놀란 표정을 지우고 뒤를 돌아보았다. 대답한 인물은 인도릴 베이나라였다. 하지만 지난번에 샌딜 저택 학살현장에 만났던 흔들리던 그녀가 아니었다. 베이나라는 중무장한 전사의 차림이었고 조롱조로 자신감 있게 말을 하였다. "모라사가 네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병력을 소집할 수는 없을거야. 너희들에게 무기와 식량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희들에겐 더 이상 무장시킬 사람도 먹일 사람도 남아있지 않거든, 아크라."
다고스 아크라는 귀환 주문을 외웠으나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네가 텐트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듣자마자 우리 전투 마법사들이 이 주변에 모든 마력을 흩트려버리는 주문을 걸었어." 베이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텐트를 활짝 열어 열두명의 가문의 병사들이 들어오게 했다. "넌 도망칠 수 없어."
"만약 저의 오라버니가 당신의 함정에 걸려들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노래에 대한 오라버니의 신뢰를 과소평가하는 거에요. 그 노래가 오라버니께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저는 오라버니에게 더 이상 노래에 저항하지 않도록 설득했어요. 그 노래가 우리를 최후의 승리자로 만들어 줄 것이에요." 아크라가 냉소하였다.
"나는 너보다도 그에 대해 더 오래 알았고 더 잘 알고 있어. 지금 그 노래가 너에게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군. 테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알고 싶은데."
"타이쏜이에요. 아가씨."아크라가 정정했다. "오라버니는 더 이상 거짓된 당신들 가문과 교단의 노예가 아닙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마음대로 저를 고문해보세요. 하지만 맹세컨대 당신이 오라버니를 만나게 된다면 그 만남은 당신이 아닌 오라버니가 원했기 때문일 것이에요. 그리고 그 날이 당신의 마지막이 될 거에요."
"걱정하지 마." 베이나라의 나이트블레이드가 그녀에게 찡긋하며 말했다. "누구나 자신은 고문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언제나 그렇듯이 모두 굴복하고 말지요."
베이나라는 텐트를 나섰다. 그녀 역시 때로는 전쟁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문행위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고문 장면을 지켜보는 취미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심지어 가문의 병사들이 반란군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조차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학살현장에서 또 다른 학살현장으로 옮겨 다니며 타이쏜과 아크라를 추적하는 몇 주 동안 유혈참사에 무감각해지기를 바랐지만 그녀에게는 지금 치워지는 시체가 아군이 아닌 적들의 시체라는 것조차도 전혀 위안이 되지 못했다. 죽음은 언제나 죽음일 뿐이었다.
베이나라가 자신의 텐트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의 나이트블레이드가 들어왔다.
"생각보다 독한 계집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한 일은 단지 그녀의 배에 단검을 갖다 대고 친절히 물어본게 전부에요. 그러자 그년이 엉엉울며 죄다 불더군요. 솔직히 별로 놀라운 것도 아니죠. 언제나 세게 나가는 것들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법이니까요. 아가씨께서 태어나시기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 군요..."
"가루안, 그녀가 뭐라고 하던가요?" 베이나라가 물었다.
"그게 뭐 던지 간에, 노래가 그녀의 오라비에게 그녀가 잡혔으며 야영지로 돌아오지 말라고 했답니다." 나이트블레이드는 자신의 경험담이 끊긴 것에 살짝 맘이 상한 채로 대답했다. "놈은 예닐곱의 엘프들과 함께하고 움직이고 있답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인도릴 군대를 이끌었던 인물을 암살하려고 하고 있다는 군요. 인도릴 트리피쓰 장군 말입니다."
"트리피쓰 삼촌을?" 베이나라가 숨을 들이쉬었다. "삼촌은 지금 어디쯤에 있나요?"
"저도 확실히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마님. 그년에게서 알아볼까요?"
"저도 함께 가겠어요." 베이나라가 말했다. 그들이 아크라의 텐트로 향할 때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상황이 명확해졌다. 경비들이 살해되어 있었고 포로는 탈출해 버린 것이다.
"흥미로운 여자로군요." 가루안이 말했다. "나약한 마음에 강한 팔을 가지고 있다니... 트리피쓰 장군께 위험을 알리는 전갈을 보내야 할까요?"
"우리가 늦기전에 그가 어디있는지 알아낸다면..." 베이나라가 말했다.
독의 노래, 제6권
브리스틴 젤 지음
인도라니온 요새의 압도적인 경관이 저무는 햇빛에 의하여 빛나고 있었다. 자스랏 대장은 보급부대를 남서쪽으로 지휘하며 지평선 너머로 그 광경이 서서히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야간 기동을 지휘하는 것은 그에게는 낯선 일이었으나 그가 직면하고 있었던 문제보다 기괴하지는 않았다. 그는 보스머치고는 전혀 많지 않은 나이인 70살에 불과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이 다른 시대의 사람으로만 느껴졌다.
그는 거의 평생을 바덴펠 동쪽에서 살았다. 레드 마운틴과 유령의 바다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마을들, 꽃밭들 그리고 모든 숲들이 그의 집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모든 것이 바뀌어 버렸다. 대붕괴와 태양이 죽어버린 해 이래로 그는 그가 전혀 모르던 세상에 내동댕이쳐졌다. 대붕괴 이후 야간 이동은 매우 위험해 졌지만 그 위험을 감수하라는 것이 그에게 내려진 명령이었다.
문제의 낭떠러지는 갑작스럽게 나타났다. 예리한 시각의 정찰병이 미리 경고하지 않았더라면 보급부대 전체가 수렁에 곤두박질 칠 뻔했다. 자스랏은 욕설을 내뱉으며 지도를 확인했으나 지도에서는 그 수렁에 관한 어떤 정보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시대에 이런 일은 그다지 놀라운 일도 아니었다.
그 수렁은 이름 없는 거대한 균열로서 누구나 확인 할 수 있을 정도로 쫙 벌려져 있었다. 대장은 자신이 내릴 수 있는 대안을 살펴보았다. 그는 보급부대를 남동쪽 텔 아룬 쪽으로 이동시킨 다음 최종 목적지 방향인 서쪽으로 이동하는 방안을 떠올려 보았다. 그가 지도를 살펴보던 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닥불이 희미하게 빛나는 것이 보였다. 그는 그의 부관들과 함께 구아를 몰고 모닥불 쪽을 조사하기 위해 나섰고 그곳에서 애쉬랜더 부족의 남녀 한 쌍을 발견했다.
"이곳은 더 이상 너희들의 영역이 아니다." 그가 호통 쳤다. "교단에 의해 이곳이 가문의 소유지로 지정되었음을 모르나?"
애쉬랜더들은 발을 질질 끌며 조용히 언덕과 수렁 사이의 좁은 산등성이로 떠나갔다. 자스랏은 다시 그들을 불러세웠다.
"이 주변의 길을 혹시 아는가?" 자스랏이 묻자 그들은 여전히 시선을 땅바닥에 내리깐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스랏은 자신의 보급부대에 신호를 보내며 말했다. "길을 안다면 그대들이 우리를 안내하라."
낭떠러지를 건너는 길은 매우 구불구불하고 위험했다. 구아들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고 마부들이 수렁에 빠지지 않도록 끌 때마다 수레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부딪히고 긁어댔다. 애쉬랜더 여인과 남자는 보급부대를 인도하며 서로 조용히 소곤거렸다.
"둘이서 뭐라고 소곤대는 것이지? 응?" 자스랏이 소리쳤다.
애쉬랜더 남성은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말했다. "제 여동생과 저는 다고스 가문의 반란에 대해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추측하기로 당신은 팔렌사라노 요새에 무기를 가져다주러 가는 중이라고 하는 군요. 그 이유로는 당신이 길을 택하지 않고 낭떠러지를 건너가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스랏은 웃으며 말했다. " 애쉬랜더들이 가문들과 교단에 문제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무언가 기대감에 들떠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 기대감을 꺾어 버리고 싶지는 않으나 그 사건은 폭동이나 반란 근처에도 가지 못해. 그저 불쾌한 몇몇 사건 사고들에 불과하지. 여동생에게 그렇게 말해."
계속해서 걸어가는 동안 안 그래도 좁았던 비탈이 더욱 좁아지기 시작했다. 애쉬랜더들은 언덕의 낮고 날카로운 크레바스를 발견했다. 태양이 죽기도 전에 용암이 흐르며 형성되었으리라. 보급부대는 이동하는 동안 석벽을 긁어댔다. 자스랏 대장은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 지역에서의 평탄치 못했던 20년간의 경험이 자신의 오랜 본능을 자극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곳이 매복하기에 최적의 지형이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애쉬랜더, 얼마나 더 가야 하지?" 그가 외쳤다.
"다 왔소." 다고스 타이쏜이 대답하며 신호를 보냈다.
처음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만큼 습격은 잠깐 사이에 종료되었다. 가문의 마지막 경비병마저 낭떠러지 아래로 가라앉자 그곳에는 보급부대가 두고 간 물품들만이 남아있었다. 기대 이상의 수확이었으며 반란군에게 필요했던 모든 물자가 충족될 정도였다. 데이드라 검들, 여러 묶음의 갑옷들, 에보니 볼트 여러 묶음, 몇 주간 버틸수 있는 만큼의 식량.
"먼저 주둔지로 돌아가." 타이쏜은 그의 누이에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수송단을 지휘하지. 아마 몇 시간이면 도착할 거야."
아크라는 열정적으로 그와 키스를 나누었다. 그리고 귀환 마법 사용신호를 내렸다. 그 직후 그녀는 다시 그녀의 텐트 안으로 돌아와 있었다. 노래를 흥얼거리며 애쉬랜더의 누더기를 벗어 던지고 옷가방 안에서 은근히 비치는 옷을 꺼내었다. 타이쏜이 돌아와서 그녀를 보았을 때 좋아할 그런 류의 옷이었다.
"모라사!" 그녀는 자신의 하녀를 불러들였다. "병력을 소집하도록! 타이쏜과 다른 사람들이 곧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장비와 식량들을 가지고 돌아올 거야."
"모라사는 더 이상 네 말을 들을 수 없을거야." 아크라가 몇주간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가 대답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놀란 표정을 지우고 뒤를 돌아보았다. 대답한 인물은 인도릴 베이나라였다. 하지만 지난번에 샌딜 저택 학살현장에 만났던 흔들리던 그녀가 아니었다. 베이나라는 중무장한 전사의 차림이었고 조롱조로 자신감 있게 말을 하였다. "모라사가 네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하더라도 병력을 소집할 수는 없을거야. 너희들에게 무기와 식량은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너희들에겐 더 이상 무장시킬 사람도 먹일 사람도 남아있지 않거든, 아크라."
다고스 아크라는 귀환 주문을 외웠으나 아무런 변화도 생기지 않았다.
"네가 텐트 안에서 움직이는 소리를 듣자마자 우리 전투 마법사들이 이 주변에 모든 마력을 흩트려버리는 주문을 걸었어." 베이나라는 미소를 지으며 텐트를 활짝 열어 열두명의 가문의 병사들이 들어오게 했다. "넌 도망칠 수 없어."
"만약 저의 오라버니가 당신의 함정에 걸려들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당신은 노래에 대한 오라버니의 신뢰를 과소평가하는 거에요. 그 노래가 오라버니께 필요한 모든 것을 알려주고 있답니다. 저는 오라버니에게 더 이상 노래에 저항하지 않도록 설득했어요. 그 노래가 우리를 최후의 승리자로 만들어 줄 것이에요." 아크라가 냉소하였다.
"나는 너보다도 그에 대해 더 오래 알았고 더 잘 알고 있어. 지금 그 노래가 너에게 뭐라고 하는지 듣고 싶군. 테이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지 알고 싶은데."
"타이쏜이에요. 아가씨."아크라가 정정했다. "오라버니는 더 이상 거짓된 당신들 가문과 교단의 노예가 아닙니다. 당신이 하고 싶은 마음대로 저를 고문해보세요. 하지만 맹세컨대 당신이 오라버니를 만나게 된다면 그 만남은 당신이 아닌 오라버니가 원했기 때문일 것이에요. 그리고 그 날이 당신의 마지막이 될 거에요."
"걱정하지 마." 베이나라의 나이트블레이드가 그녀에게 찡긋하며 말했다. "누구나 자신은 고문에 굴복하지 않겠다고 말하지만 결국 언제나 그렇듯이 모두 굴복하고 말지요."
베이나라는 텐트를 나섰다. 그녀 역시 때로는 전쟁에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문행위가 필요할 수 밖에 없는 때가 있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고문 장면을 지켜보는 취미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심지어 가문의 병사들이 반란군들의 시체를 처리하는 것조차 똑바로 쳐다 볼 수 없었다. 그녀는 학살현장에서 또 다른 학살현장으로 옮겨 다니며 타이쏜과 아크라를 추적하는 몇 주 동안 유혈참사에 무감각해지기를 바랐지만 그녀에게는 지금 치워지는 시체가 아군이 아닌 적들의 시체라는 것조차도 전혀 위안이 되지 못했다. 죽음은 언제나 죽음일 뿐이었다.
베이나라가 자신의 텐트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녀의 나이트블레이드가 들어왔다.
"생각보다 독한 계집은 아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제가 한 일은 단지 그녀의 배에 단검을 갖다 대고 친절히 물어본게 전부에요. 그러자 그년이 엉엉울며 죄다 불더군요. 솔직히 별로 놀라운 것도 아니죠. 언제나 세게 나가는 것들이 가장 먼저 무너지는 법이니까요. 아가씨께서 태어나시기 전에 있었던 일이 생각나는 군요..."
"가루안, 그녀가 뭐라고 하던가요?" 베이나라가 물었다.
"그게 뭐 던지 간에, 노래가 그녀의 오라비에게 그녀가 잡혔으며 야영지로 돌아오지 말라고 했답니다." 나이트블레이드는 자신의 경험담이 끊긴 것에 살짝 맘이 상한 채로 대답했다. "놈은 예닐곱의 엘프들과 함께하고 움직이고 있답니다. 그리고 전쟁에서 인도릴 군대를 이끌었던 인물을 암살하려고 하고 있다는 군요. 인도릴 트리피쓰 장군 말입니다."
"트리피쓰 삼촌을?" 베이나라가 숨을 들이쉬었다. "삼촌은 지금 어디쯤에 있나요?"
"저도 확실히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마님. 그년에게서 알아볼까요?"
"저도 함께 가겠어요." 베이나라가 말했다. 그들이 아크라의 텐트로 향할 때 경보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들이 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상황이 명확해졌다. 경비들이 살해되어 있었고 포로는 탈출해 버린 것이다.
"흥미로운 여자로군요." 가루안이 말했다. "나약한 마음에 강한 팔을 가지고 있다니... 트리피쓰 장군께 위험을 알리는 전갈을 보내야 할까요?"
"우리가 늦기전에 그가 어디있는지 알아낸다면..." 베이나라가 말했다.
8. 7권
원문
독의 노래, 제7권
브리스틴 젤 지음
트리피쓰는 바리시마인의 난간에 기대어 서서 화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시인들이 화산을 묘사하며 사용한 은유들 모두 진짜 화산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핏물처럼 흐르던 용암을 부패한 상처로 표현한 것도, 영속적인 연기의 왕관을 잿더미의 왕이라 표현한 것도 레드 마운틴의 험준하고 거대한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다. 그 어떤 말로도 그것을 표현 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레드 마운틴은 요새로부터 수마일 떨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놈은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화산의 압도적인 경관에 짓눌려 스스로를 몹시 하찮은 존재로 비관하려하는 순간 다행히도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부름은 그에게, 비록 거대한 산에 비하면 매우 하찮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확고한 권력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어 다소나마 위안이 되어 주었다.
"인도릴 트리피쓰 장군님" 라엘 사령관이 말했다. "동문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사건은 사소한 다툼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후문 쪽에서 술 취한 애쉬랜더 한 명이 가문의 경비병들과 시비가 붙은 듯 했다. 경비병들이 그를 내쫓으려 하자 그의 친척들이 합세하더니 곧이어 6명의 애쉬랜더들과 12명 가량의 경비병들의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애쉬랜더들의 무장상태가 생각 이상으로 잘 갖춰져 있지 않았더라면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태가 진정되었을 것이다. 장군이 더 많은 병력을 끌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두 명의 애쉬랜더가 죽고 나머지들은 도주한 상태였다.
"그 놈들의 머릿속에 연기가 들어 찬 게 틀림없습니다. 그 연기가 그들을 광기로 물들인 것이겠죠." 라엘이 으쓱이며 말했다.
트리피쓰는 저녁식사를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레도란 보릴크 장군과 흐랄루 노톡 의원이 모로윈드 내의 가문의 영토를 재분할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모운홀드는 아말렉시아로 개명될 예정이었고 거대한 신도시가 비벡의 영광을 기리기 위하여 건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누구의 돈으로? 그 문제가 그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수많은 세칙과 밤샘토론, 협박, 그리고 타협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장군의 마음은 너무도 심란하여 가문의 로브를 거꾸로 입다시피 할 정도였다. 또한 그는 그림자 하나가 테피스트리 뒤에서 살며시 나와 침실 문을 잠그는 것도 알아챌 수 없었다. 트리피쓰가 돌아본 것은 그가 빗장이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난 후였다.
"후문에서의 소동으로 인해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들어왔나 보군. 훌륭하구나. 테이." 그가 간단히 말했다. "아니면 이제 다고스 타이쏜이라고 불러야하나?"
"네놈은 나의 모든 이름을 알고 있었지." 젊은이가 칼을 뽑으며 으르렁거렸다. "네가 나의 가족들을 학살하고 내 부족을 해산시키기 전에 나는 타이쏜이었다. 네가 나를 네놈의 집에 데려와 나의 사람들로부터 떨어트려 놓았을 때 난 테이였지. 이젠 나를 복수라고 불러도 된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타이쏜과 트리피쓰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는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트리피쓰 장군님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꼬마야 날 죽일 거라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내 부하들이 저 문을 2분 안에 부수고 들어올 듯하구나." 트리피쓰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네놈이 일일이 말해 줄 필요는 없다. 거짓 ‘삼촌’이여. 내 선조들의 노래가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노래가 말하길 네놈이 나의 아버지를 살해하기 전에 목숨을 구걸토록 시켰다는데. 나는 네놈이 똑같이 목숨을 구걸하는 꼴을 보고싶군."
"네 선조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트리피쓰가 비웃었다. "그들은 왜 다 죽었을까?"
타이쏜은 목 깊은 곳에서 괴성을 내며 전진했다. 세차게 두드리는 통에 문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은 억세고 튼튼했다. 문이 부수어지는데 2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장군의 예측은 상당히 빗나간 듯 했다. 순간 두드림이 멈추고 익숙한 목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테이." 베이나라가 외쳤다. "내 말을 들어."
타이쏜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사촌이여. 네 삼촌이 자기 비참한 목숨을 구걸하는 것을 들으려고 때를 맞춰 왔구나. 네가 늦을까 봐 걱정했다. 다음에 듣게 될 소리는 나의 가문을 학살하고 노예로 만든 자가 죽음을 맞아 몸부림치는 소리가 될 것이다."
"너를 노예로 만든 것은 트리피쓰 삼촌이 아니라 그 노래야. 그 노래를 믿어선 안돼. 그것이 너를 미치게 만들고 있어. 그 노래가 너를 처음에는 미친 노파에게 조종당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스스로 네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아크라라는 마녀에게 조종당하게 만들었어."
타이쏜은 자신의 칼날이 장군의 목에 닿도록 밀어붙였다. 연장자가 뒷걸음질 쳤고 젊은이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눈은 그의 팔에서부터 검의 손잡이를 따라 훑었다. 다고스 가문의 은반지가 창밖의 화산의 붉은 빛을 비추었다.
"테이, 제발 더 이상 아무도 해치지 마. 부탁이야, 네가 잠시만 그 노래가 아닌 내 말에 귀를 기울이면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사랑해." 베이나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맑고 평온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 자신의 울음을 억지로 삼켰다. 그녀 뒤의 계단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장군의 호위들이 마침내 충각을 가지고 올라온 것이다.
두 번의 충돌 만에 문은 조각 조각 부셔져나갔다. 인도릴 트리피쓰 장군은 창밖을 노려보며 자신의 목을 잡고 있었다.
"삼촌!! 무사하세요?" 베이나라가 그에게 달려갔다. 그는 그의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그의 손을 치웠다. 그의 목에는 조금 긇힌 상처만이 나있었다. "테이는 어디 갔나요?"
"녀석은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트리피쓰는 한 그림자가 화산을 향해 구아를 달리는 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그가 자살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탈출로를 마련해 놓았구나."
"그 놈을 곧 잡아오겠습니다. 장군님.” 라엘 사령관이 경비병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말했다. 베이나라는 그들이 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재빨리 삼촌에게 키스를 한 뒤 안뜰에 있는 자신의 구아를 향해 달렸다.
레드 마운틴의 정상을 향해 달리면 달릴수록 테이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갔다. 그의 구아는 힘겹게 숨을 내쉬며 더위에 대한 불만이 섞인 투레질을 하며 매우 느리게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결국 그는 그의 구아를 버리고 거의 수직에 가까운 표면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재가 화산으로부터 바람에 실려 그의 눈으로 떨어져 내렸다. 거의 눈이 멀다시피 한 상황에서 영구적이고 시끄럽게 울려대는 노랫소리를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매끄러운 핏빛 용암이 수정같은 결정들을 띄운 채 테이의 몇 발짝 옆까지 밀려왔으며 테이는 자신의 살이 타기 시작하고 수포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연기 너머 한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베이나라였다.
"테이, 뭐하는 거야?" 그녀가 화산의 굉음을 넘어 소리쳤다. "내가 노래를 따르지 말라고 말했잖아!"
"생애 처음으로 나와 노래가 같은 것을 원하고 있어!" 그가 소리쳤다. "너에게 용서를 바라진 않아. 하지만 부디 나를 잊어버리도록 해!"
그는 베이나라의 시야에서 벗어나 더 높이 올라갔다. 베이나라는 자신이 분화구에 가까이 접근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그의 이름을 소리 질러 불렀다. 부글 부글 끓어 오르는 가스의 파도가 그녀를 덮쳤고 그녀는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였다. 아지랑이가 아른 거리는 대기를 너머 그녀는 테이가 화산의 입구에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옷과 그의 머리가 화염에 타올랐다. 그는 아주 잠시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베이나라는 화산을 내려가는 길고 험난한 여정동안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녀는 이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문들의 회담을 열기 위해서 고른 섬의 저택에 식량은 충분한가? 의원들은 그곳에서 몇주 혹은 몇달 동안 묵게 될 예정이다.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천천히 내려오면서 그녀는 잊기 시작했다.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다.
다고스 아크라는 화산의 입구 근처에 재들로 인해 눈을 깜빡이며 열기에 흠뻑 젖은 채 서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지켜보았고 미소를 지었다. 지면에는 다고스 문장이 새겨진 은반지가 놓여있었다. 타이쏜의 땀과 함께 반지가 흘러내렸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집어 자신의 손에 끼웠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모로윈드에 독의 노래가 펼치는 새로운 후렴구가 시작되는 것을 감상했다.
독의 노래, 제7권
브리스틴 젤 지음
트리피쓰는 바리시마인의 난간에 기대어 서서 화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에게는 시인들이 화산을 묘사하며 사용한 은유들 모두 진짜 화산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한 것처럼 느껴졌다. 핏물처럼 흐르던 용암을 부패한 상처로 표현한 것도, 영속적인 연기의 왕관을 잿더미의 왕이라 표현한 것도 레드 마운틴의 험준하고 거대한 모습을 담아내지 못했다. 그 어떤 말로도 그것을 표현 하기란 불가능해 보였다. 레드 마운틴은 요새로부터 수마일 떨어져 있었지만 여전히 놈은 지평선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가 화산의 압도적인 경관에 짓눌려 스스로를 몹시 하찮은 존재로 비관하려하는 순간 다행히도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부름은 그에게, 비록 거대한 산에 비하면 매우 하찮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가 확고한 권력과 영향력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주어 다소나마 위안이 되어 주었다.
"인도릴 트리피쓰 장군님" 라엘 사령관이 말했다. "동문 쪽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사건은 사소한 다툼에 지나지 않아보였다. 후문 쪽에서 술 취한 애쉬랜더 한 명이 가문의 경비병들과 시비가 붙은 듯 했다. 경비병들이 그를 내쫓으려 하자 그의 친척들이 합세하더니 곧이어 6명의 애쉬랜더들과 12명 가량의 경비병들의 싸움으로 번지고 말았다. 애쉬랜더들의 무장상태가 생각 이상으로 잘 갖춰져 있지 않았더라면 싸움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태가 진정되었을 것이다. 장군이 더 많은 병력을 끌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두 명의 애쉬랜더가 죽고 나머지들은 도주한 상태였다.
"그 놈들의 머릿속에 연기가 들어 찬 게 틀림없습니다. 그 연기가 그들을 광기로 물들인 것이겠죠." 라엘이 으쓱이며 말했다.
트리피쓰는 저녁식사를 위해 옷을 갈아입으러 계단을 올라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레도란 보릴크 장군과 흐랄루 노톡 의원이 모로윈드 내의 가문의 영토를 재분할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하여 곧 도착할 예정이었다. 모운홀드는 아말렉시아로 개명될 예정이었고 거대한 신도시가 비벡의 영광을 기리기 위하여 건설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누구의 돈으로? 그 문제가 그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수많은 세칙과 밤샘토론, 협박, 그리고 타협들이 이루어질 것이다.
장군의 마음은 너무도 심란하여 가문의 로브를 거꾸로 입다시피 할 정도였다. 또한 그는 그림자 하나가 테피스트리 뒤에서 살며시 나와 침실 문을 잠그는 것도 알아챌 수 없었다. 트리피쓰가 돌아본 것은 그가 빗장이 내려가는 소리를 듣고난 후였다.
"후문에서의 소동으로 인해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들어왔나 보군. 훌륭하구나. 테이." 그가 간단히 말했다. "아니면 이제 다고스 타이쏜이라고 불러야하나?"
"네놈은 나의 모든 이름을 알고 있었지." 젊은이가 칼을 뽑으며 으르렁거렸다. "네가 나의 가족들을 학살하고 내 부족을 해산시키기 전에 나는 타이쏜이었다. 네가 나를 네놈의 집에 데려와 나의 사람들로부터 떨어트려 놓았을 때 난 테이였지. 이젠 나를 복수라고 불러도 된다."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타이쏜과 트리피쓰는 서로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는 강도가 더욱 강해졌다. "트리피쓰 장군님 괜찮으십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꼬마야 날 죽일 거라면 서두르는 게 좋을 거다. 내 부하들이 저 문을 2분 안에 부수고 들어올 듯하구나." 트리피쓰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네놈이 일일이 말해 줄 필요는 없다. 거짓 ‘삼촌’이여. 내 선조들의 노래가 나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다. 노래가 말하길 네놈이 나의 아버지를 살해하기 전에 목숨을 구걸토록 시켰다는데. 나는 네놈이 똑같이 목숨을 구걸하는 꼴을 보고싶군."
"네 선조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말이다." 트리피쓰가 비웃었다. "그들은 왜 다 죽었을까?"
타이쏜은 목 깊은 곳에서 괴성을 내며 전진했다. 세차게 두드리는 통에 문이 찌그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은 억세고 튼튼했다. 문이 부수어지는데 2분 정도가 걸릴 것이라는 장군의 예측은 상당히 빗나간 듯 했다. 순간 두드림이 멈추고 익숙한 목소리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테이." 베이나라가 외쳤다. "내 말을 들어."
타이쏜이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사촌이여. 네 삼촌이 자기 비참한 목숨을 구걸하는 것을 들으려고 때를 맞춰 왔구나. 네가 늦을까 봐 걱정했다. 다음에 듣게 될 소리는 나의 가문을 학살하고 노예로 만든 자가 죽음을 맞아 몸부림치는 소리가 될 것이다."
"너를 노예로 만든 것은 트리피쓰 삼촌이 아니라 그 노래야. 그 노래를 믿어선 안돼. 그것이 너를 미치게 만들고 있어. 그 노래가 너를 처음에는 미친 노파에게 조종당하게 만들더니 이제는 스스로 네 동생이라고 주장하는 아크라라는 마녀에게 조종당하게 만들었어."
타이쏜은 자신의 칼날이 장군의 목에 닿도록 밀어붙였다. 연장자가 뒷걸음질 쳤고 젊은이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눈은 그의 팔에서부터 검의 손잡이를 따라 훑었다. 다고스 가문의 은반지가 창밖의 화산의 붉은 빛을 비추었다.
"테이, 제발 더 이상 아무도 해치지 마. 부탁이야, 네가 잠시만 그 노래가 아닌 내 말에 귀를 기울이면 무엇이 옳은 것인지 알 수 있을 거야. 사랑해." 베이나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맑고 평온하게 들리게 하기 위해 자신의 울음을 억지로 삼켰다. 그녀 뒤의 계단에서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장군의 호위들이 마침내 충각을 가지고 올라온 것이다.
두 번의 충돌 만에 문은 조각 조각 부셔져나갔다. 인도릴 트리피쓰 장군은 창밖을 노려보며 자신의 목을 잡고 있었다.
"삼촌!! 무사하세요?" 베이나라가 그에게 달려갔다. 그는 그의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그의 손을 치웠다. 그의 목에는 조금 긇힌 상처만이 나있었다. "테이는 어디 갔나요?"
"녀석은 창밖으로 뛰어내렸다." 트리피쓰는 한 그림자가 화산을 향해 구아를 달리는 모습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그가 자살하려고 한다고 생각했는데 탈출로를 마련해 놓았구나."
"그 놈을 곧 잡아오겠습니다. 장군님.” 라엘 사령관이 경비병들에게 지시를 내리며 말했다. 베이나라는 그들이 가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재빨리 삼촌에게 키스를 한 뒤 안뜰에 있는 자신의 구아를 향해 달렸다.
레드 마운틴의 정상을 향해 달리면 달릴수록 테이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갔다. 그의 구아는 힘겹게 숨을 내쉬며 더위에 대한 불만이 섞인 투레질을 하며 매우 느리게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결국 그는 그의 구아를 버리고 거의 수직에 가까운 표면을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재가 화산으로부터 바람에 실려 그의 눈으로 떨어져 내렸다. 거의 눈이 멀다시피 한 상황에서 영구적이고 시끄럽게 울려대는 노랫소리를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매끄러운 핏빛 용암이 수정같은 결정들을 띄운 채 테이의 몇 발짝 옆까지 밀려왔으며 테이는 자신의 살이 타기 시작하고 수포가 생기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그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려 연기 너머 한 사람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베이나라였다.
"테이, 뭐하는 거야?" 그녀가 화산의 굉음을 넘어 소리쳤다. "내가 노래를 따르지 말라고 말했잖아!"
"생애 처음으로 나와 노래가 같은 것을 원하고 있어!" 그가 소리쳤다. "너에게 용서를 바라진 않아. 하지만 부디 나를 잊어버리도록 해!"
그는 베이나라의 시야에서 벗어나 더 높이 올라갔다. 베이나라는 자신이 분화구에 가까이 접근했다는 것을 깨달을 때까지 그의 이름을 소리 질러 불렀다. 부글 부글 끓어 오르는 가스의 파도가 그녀를 덮쳤고 그녀는 무릎을 꿇고 숨을 헐떡였다. 아지랑이가 아른 거리는 대기를 너머 그녀는 테이가 화산의 입구에 서있는 것을 보았다. 그의 옷과 그의 머리가 화염에 타올랐다. 그는 아주 잠시 그녀에게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베이나라는 화산을 내려가는 길고 험난한 여정동안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그녀는 이후에 처리해야 할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가문들의 회담을 열기 위해서 고른 섬의 저택에 식량은 충분한가? 의원들은 그곳에서 몇주 혹은 몇달 동안 묵게 될 예정이다.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천천히 내려오면서 그녀는 잊기 시작했다. 그것은 끝이 아닌 시작이 될 것이다.
다고스 아크라는 화산의 입구 근처에 재들로 인해 눈을 깜빡이며 열기에 흠뻑 젖은 채 서있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지켜보았고 미소를 지었다. 지면에는 다고스 문장이 새겨진 은반지가 놓여있었다. 타이쏜의 땀과 함께 반지가 흘러내렸던 것이다. 그녀는 그것을 집어 자신의 손에 끼웠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모로윈드에 독의 노래가 펼치는 새로운 후렴구가 시작되는 것을 감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