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09-15 12:15:05

드레이븐/배경

1. 장문2. 속삭이는 그것3. 구 배경

1. 장문

드레이븐은 바실리치 길거리를 떠돌던 고아 시절에도 완고함과 허세로 가득했다. 그는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다른 고아들이나 수상한 암흑가 폭력배들과 자주 난투를 벌이곤 했다. 그는 지나칠 만큼 자신의 능력에 자신감이 넘쳤지만, 형 다리우스가 없었다면 소년기를 살아 넘기지 못했을 것이다. 다리우스는 드레이븐이 시작한 싸움을 항상 마무리 지었기 때문이다.

바실리치가 녹서스 군대 앞에 무릎을 꿇었을 때, 형제는 사이러스라는 지휘관의 눈에 들게 되었다. 드레이븐이 무모하게도 사이러스의 목숨을 노렸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투지에 감탄한 사이러스는 형제의 녹서스군 입대를 허가했다.

형제는 몇 년간 사이러스 군대의 일원이 되어 싸웠다. 다리우스는 이러한 삶에 쉽게 적응했지만, 드레이븐은 점점 싫증을 내기 시작했다. 그의 전투 능력은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지만, 단조롭고 고된 군인 생활은 노력에 비해 보상이 턱없이 적고... 개인적인 명성을 얻기엔 부족해 보였다.

다리우스는 자연스레 진급해 자신만의 부대를 거느리게 되었고, 드레이븐은 그와 함께했다. 그러나 좀 더 편한 생활과 개인적인 영예를 거머쥘 기회를 바라던 드레이븐은 크게 실망했다.

어떤 사람들은 드레이븐이 자신의 의지로 다리우스의 부대를 떠났다고 주장하지만, 쫓겨났다는 소문도 있다. 어느 쪽이든 간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그를 투사이자 결투가로서 원하는 곳은 많았다. 그는 아이오니아 점령기에 다양한 부대에 합류했고, 이후에는 꽤 좋은 조건으로 투기장에서 싸우게 되었다.

수 세기간 투기장 검투사들은 범죄자들을 벌하고 귀족 가문 사이의 분쟁을 해결하는 등 녹서스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드레이븐은 분명 자신이 누려 마땅한 부와 사랑,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많은 국경 지대에서 전쟁이 계속되자 시민들 사이에서 투기장의 인기는 식어 갔다. 군중의 관심이 사그라지자 낙담한 드레이븐은 수도의 허름한 술집과 도박장에서 점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가 돈 한 푼 없는 폐인이 되었을 무렵, 전직 장군 제리코 스웨인이 그를 발견했다.

스웨인은 녹서스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을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며,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 드레이븐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쩌면 그는 이후 형 다리우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수단으로 드레이븐을 고용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드레이븐은 대장군 보람 다크윌을 폐위시키려는 스웨인의 계획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스웨인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대중 앞에 선 드레이븐은 녹서스인들의 환호성을 한 몸에 받으며 몇 달 만에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여유를 부릴 시간은 없었다. 스웨인의 유례없는 쿠데타 성공 후 몇 주가 지났으나 많은 상류층 귀족들은 그를 대장군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귀족들은 투기장에서의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형수 한 명이 처형 전에 간수의 손에서 탈출했다. 드레이븐은 늘 그렇듯 순전한 본능으로 움직였다. 그는 높은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며 도망치는 사형수를 향해 도끼 한 쌍을 던졌고, 순식간에 그를 쓰러뜨렸다. 잠시 경악 속의 침묵이 이어졌고, 관중은 곧 우레 같은 환호성을 보냈다. 드레이븐은 도끼를 회수해 하늘 높이 빙빙 돌리며 새로 얻은 팬들의 열광적인 박수갈채를 음미했다.

이로써 드레이븐은 화려한 처형자가 되어 지루한 경기를 굉장한 구경거리로 탈바꿈시켰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되었다.

머지않아 적극적이면서도 왜소한 후원자 한 명이 새로운 제안을 가지고 드레이븐을 찾아왔다. 그는 관중이 점점 줄어가는 상황에서 막대한 숙소비, 식비, 훈련비를 투자한 검투사들이 죽어 나가는 데 신물이 난 터였다. 만약 전통적인 투기장 싸움과 드레이븐의 타고난 쇼맨십을 결합한다면 어떨까?

곧 검투사들은 전투에만 치중하지 않고 각자 신중하게 만들어 낸 배경과 전투 방식, 화려한 개성으로 볼거리를 극대화했다. 물론 전투는 녹서스 문화답게 여전히 잔혹했지만,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제국 전역에서 검투사 간의 경쟁 관계, 모욕, 음모가 회자되었다. 그러나 드레이븐만큼 유명한 자는 없었다.

한동안 드레이븐은 끝도 없는 파티와 연회에 초대받아 스웨인이 통치하는 새로운 녹서스 사회의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어울리며 화려한 생활을 했다. 다리우스와의 관계 역시 회복되어 종종 그의 군대와 함께 참전해 적의 전사와 장군을 단숨에 쓰러뜨리곤 했다.

그런데도 드레이븐은 다시 한번 삶이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그리던 모든 것은 물론 그 이상을 손에 넣었지만, 이제 온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떨치고 싶다는 욕망이 솟구쳤다.

2. 속삭이는 그것

자세한 내용은 해당 문서 참조.

3. 구 배경

"최고의 기준은 바로 내가 정한다."

드레이븐과 다리우스는 친형제였지만 전투에 임하는 태도는 서로 무척 달랐다. 드레이븐은 만인이 자신을 알아보길 바랐고, 군중의 환호성과 영광을 끊임없이 갈구했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전장에서의 전투는 전장에서의 기억에 그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녹서스 군대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이런 갈증을 해소해보려 했으나, 천성적으로 화려하고 극적인 걸 추구하는 그의 취향은 군대에선 절대 용납될 수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만인의 입에 드레이븐이란 이름 네 글자가 오르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그는 녹서스의 감옥에서 그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그건 바로 사형집행인이 되어 지루하고 끔찍하기만 한 처형식을 절대 놓칠 수 없는 구경거리로 둔갑시키는 것이었다.

목숨이 아까우면 도망쳐 보시지? 드레이븐이 처음으로 사형을 집행하던 날, 그는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죄수를 도망시켜 주겠다고 제안했고 구경꾼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도망친 죄수가 시야에서 벗어나기 바로 직전, 드레이븐의 도끼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가 죄수의 목숨을 단박에 앗아가고 말았다. 이렇게 그는 사형장을 일종의 무대로 활용하여 자신이 직접 쇼의 주인공이 되고자 했다. 이제 녹서스 사형수들에게 처형식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관중들에겐 최고의 볼거리가 되었다. 도망친 죄인들이 필사적으로 버둥대면 버둥댈수록 관중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그 누구도 드레이븐의 손아귀에서 빠져나갈 순 없었다.

드레이븐은 녹서스 처형자들이 입는 엄숙한 검은색 제복 따위는 입지 않았다. 대신 그는 빛나는 의상과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만한 화려한 동작을 통해 대중의 머릿속 깊이 각인되었다. 각지에서 드레이븐의 사형 집행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고, 그가 선보인 화려한 볼거리들은 즉각적으로 만인의 입을 통해 오르내렸다. 이미 한껏 부풀어 있던 드레이븐의 자의식은 이렇게 점점 인기를 끌면서 하늘을 찌를 듯 높아져만 갔다. 스포트라이트는 지금처럼 오로지 자신만이 차지해야 했다. 이내 한낱 도시국가일 뿐인 녹서스가 자신을 가둬놓는 답답한 무대라고 느낀 드레이븐은 전 세계에 자신이 고안한 처형 의식을 선보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