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테일/던전/리시테아의 문

사랑하는 것을 위해서 준비하려고 했던 공간

아무것도 없던 공간을 찾아낸 여성은 이 공간을 다양한 것들로 채울 기대에 잔뜩 부풀었다.
그러나 자신만의 공간으로 만들 거라는 그런 바람과는 달리 황혼의 시간이 찾아왔고, 세계는 순식간에 엉망이 되어버린다.

여성은 뒤틀린 자가 되어 생명을 배신했다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그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게다가 아끼던 공간이 강제로 마계와 연결되자 여성은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남아서 오명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모든 걸 포기하고 이곳을 떠날지.

여성의 선택이 끝나고 마계의 일원들이 공간을 찾아온 순간.
그들을 맞이한 건 여성이 아닌 문이었다. 들어가면 어디로 갈지 아무도 모르는 그런 문.

가두고 가두고 가두는 수밖에 없는

아무것도 없던 공간이 마계에 편입되면서 원래 주인의 의도와는 다르게 쓰이게 되었다.
여성이 사랑했던 세계의 일부를 가져와 구속하기 시작한 것이다.
누가 그렇게 부르기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악랄하게도 이 장소에는 그 여성의 이름이 붙었다.

리시테아의 문.

문을 세워 공간을 나누고, 또 문을 세워 공간을 나눴다. 그리고 그곳에 마족들이 필요한 것들을 가져다 넣었다.
그것은 물건일 수도 있었고, 인간과 같은 생명일 수도 있었고, 정령처럼 신과 직접적인 관계의 존재일 수도 있었다.
어쨌든 살아 있는 것은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고 오랜 시간을 이곳에 갇힌 채로 방치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이곳은 마계의 일원들조차 꺼리는 장소가 되었다.
죽어야만 나올 수 있거나, 죽어서도 문 안에 남아 괴물이 된 채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결국 유배지나 다름없게 된 리시테아의 문 어딘가에 새로운 문이 등장한다.
그건 바로 리시테아가 사랑한, 프레이오스의 따뜻한 바람이 가득했던 바유나로 가는 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