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25 17:51:03



1. 모양2. 쓰임
2.1. 한국어의 목적격 조사
2.1.1. 역사2.1.2. 다른 언어와 비교
2.2. 외래어에서

한글 유니코드 B97C 완성형 수록 여부 O
구성 ㄹ+ㅡ+ㄹ 두벌식QWERTY fmf 세벌식 최종–QWERTY ygw
현행 로마자 표기 reul 매큔-라이샤워 표기법 rŭl

1. 모양

한글 글자 중에서 굉장히 가로획이 많은 글자이다. ㄹ 자체가 가로 획이 세 개인데 초성/종성에 다 쓰이고 세로로 이어지다 보니 '를'이라고 쓰면 가로획을 7개나 써야 한다. 그래서 작은 글자로 보면 빽빽한 세로줄로 보인다. '핥'이나 '밟' 같은 글자는 田자 모양으로 가로세로가 균형있게 작아지는 것과는 대조되는 부분. 그러면서도 조사로 꽤 자주 쓰이는 글자이므로 폰트를 제작할 때 꽤 신경 써야 하는 글자.

그런 사연으로 '를'은 작은 글자에서는 '룰'이나 '롤'과 구분하기 힘들 때가 많다. 두 글자는 조사로 쓰일 때는 없으니 조사 자리에서는 헷갈릴 일이 없지만, 외래어에서 쓰일 때는 약간 헷갈릴 수 있다.

현대 한국어에서 ㄼ[1], ㄽ, ㄾ, ㅀ은 홀로 있을 때 ㄹ로 소리가 나므로 '륿', '릀', '릁', '릃' 역시 '를'과 같은 소리가 난다. 하지만 모양부터가 매우 이질적인 것이 이 글자들은 한국어 역사를 통틀어서 쓰인 적이 없다.

사소한 특징으로 '를'은 뒤집어서 봐도 '를'이다. 다만 글꼴을 제작할 때 보통 아래쪽이 커야 안정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아래의 ㄹ이 아주 약간 더 클 때가 많다.

2. 쓰임

조사를 제외한 한국어 동사/명사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ㄹ 글자 특성상 두음법칙의 영향으로 어두에선 거의 쓰일 일이 없고 그 외의 자리에서도 잘 쓰이지 않는 편. 명사 중에서 '를'이 쓰이는 사례는 '겨를' 정도뿐이다. -르 동사 + ㄹ이 붙은 꼴로 동사에서는 가끔 찾아볼 수 있다. '고를 게 없다' 등등.

2.1. 한국어의 목적격 조사

'을'과 함께 한국어에서 목적격 조사로 쓰인다. 받침이 있으면 '을'; 받침이 없으면 '를'이 쓰인다(ex: 학생을 / 교수를). 구어에서는 받침이 없을 때 쓰는 이 '를'을 받침으로 줄일 수 있다(나를→날). 다만 인칭대명사나 의존 명사 등을 제외하고서는 한 글자일 때는 ㄹ받침으로 줄이는 게 조금 어색할 때가 있다. '자동찰 운전하다'라고는 꽤 많이 말하지만 '찰 운전하다'라고는 그렇게 많이 말하지 않는 것 같다. 물론 맞춤법상 틀린 표기는 아니다.

한국어의 주격/목적격 조사의 특성상 그냥 생략하는 것도 가능하다. '너 나 좋아해?' 같은 문장은 주격/목적격 조사가 모두 생략된 사례. 한국어에서는 주격과 목적격의 어순을 크게 신경쓰지 않지만 둘 다 생략하는 경우에는 주로 주격 - 목적격 순서대로 쓴다. 위의 문장도 그래서 '너(는) 나(를) 좋아해?' 식으로 중간 부분이 목적격 '를'이 생략된 형태로 여겨진다. 반대로 '나 너 좋아해?' 라고 하면 주격과 목적격이 바뀌게 된다.

현대 한국어의 구어체 명령문에서는 생략되는 일이 많다. "이상한 소리 하지 마"라고는 해도 "이상한 소리를 하지 마"라고 하는 경우는 적은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만약 쓴다면 강조의 성격이 강하다.

2.1.1. 역사

삼국시대 서동요에도 등장할 정도로 역사가 길다. 한글 전 한국어 표기로는 새 을(乙)을 썼다. 이 글자는 그닥 뜻이 없기 때문에 보통은 이 목적격 조사로 쓰이거나 한국어 고유명사의 ㄹ 받침을 표시하는 데 쓰였다. 게다가 한자 모양도 ㄹ과 비슷하다 유명한 향가 서동요에서도 乙이 목적격 조사로 쓰인 것을 볼 수 있다. '薯童房(서동방)' 乙이라는 발음만으로는 앞 단어가 개음절일 때의 '를'을 커버할 수는 없지만, 이두/구결의 전통에서는 앞 단어의 변화에 따른 매개모음 추가 등의 조사 발음 변화를 잘 반영하지 않았으므로 주로 乙로 썼다.

현대에 ㅡ로 쓰이는 것들의 몇몇 개가 그렇듯이 이 '을/를' 역시 조선 시대에는 ᄋᆞᆯ/ᄅᆞᆯ로 쓰이는 일이 많았다. 관동별곡(1585)를 보면 ᄅᆞᆯ로 쓰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조선 초에는 모음조화를 지켰기 때문에 양성모음에는 ᄅᆞᆯ을 쓰고 음성모음에는 를을 썼던 것으로 보이나(ex: 정긔를 / 그ᄃᆡᄅᆞᆯ) 성산별곡(1560)에서 '외씨ᄅᆞᆯ' 같은 표현도 보이는 걸로 보아 똑떨어지게 지키는 것은 아니었던 듯하다. 다른 아래아에 비해서 을/를에서의 아래아는 비교적 이른 시점에 사라져서 독립신문(1897) 창간사에서도 을/를은 아래아로 쓰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

2.1.2. 다른 언어와 비교

일본어에서는 목적격 조사로 를 사용한다. 이 글자는 조사 이외에는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이 한글 '를'과 조금 유사하다. 하지만 음가를 아예 상실한 を와는 달리 '를'은 음을 잃어 다른 글자와 발음이 같아진 것은 아니다. 발음은 있는데 그냥 그 문장에서 안 쓰였을 뿐이다. 동사의 활용이 달라서 한국어에서 '을/를'을 쓰는 동사 중 일본어에서는 を를 쓰지 않고 를 쓰는 동사들도 있다.

튀르키예어에서는 목적격 조사로 ı(으)혹은 i(이)를 사용한다. 다만 한국어와 달리 목적격 조사가 한정의 의미도 들어가있기 때문에 목적격 조사 없이도 비한정 목적격이 성립 가능하다. 예를 들면, Türkler ekmek yer. (튀르키예인들은 빵을 먹는다.) 에서는 목적격인 ekmek에 목적격 조사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어떤 빵을 먹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기 때문에 목적격 조사가 결합된 ekmeği가 아닌 원형인 ekmek이 사용될 수 있다. 반면에 Dün Babamın ekmeğini yedim. (어제 (나는) (나의)아버지의 빵을 먹었다.)라는 문장에서는 다른 빵이 아닌 아버지의 빵으로 한정되어있으므로 목적격 조사가 결합된 ekmeğini가 되었다. (중간의 -ği-는 baba를 수식하는 한정형으로써 덧붙음)

굴절어에 속하는 언어들은 명사 자체가 변화하여 목적격을 나타내므로 목적격을 나타내는 특정 부분을 지칭할 수는 없다. 라틴어에서 flora(꽃의 여신)이 목적격으로 floram이 된다고 -m만 따로 떼서 목적격 역할을 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한편, 영어는 굴절이 약화되어 일반 명사가 주격이나 목적격에서나 같은 형태를 유지하는 게 특징.

고립어중국어는 주격 조사와 함께 목적격 조사 역시 존재하지 않고 어순으로 주격/목적격을 구분한다. 我爱你라고 하면 你가 곧장 목적격이 되는 식이다.

2.2. 외래어에서

유럽어에서는 한국어에 비해 자음만 단독으로 쓰일 때가 많은데, 단독 자음을 로 적는 한글 특성상 '를' 역시 rl 등을 적는 데 비교적 자주 등장한다. '샤를', '오를레앙, '카를', 바를러 등. 창작물의 고유명사이긴 하지만 를루슈처럼 '를'이 아예 어두에 등장하는 경우도 있다.


[1] '밟다'의 활용,넓죽하다, 넓둥글다에서는 ㅂ으로 발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