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5 16:30:34

말음 첨기


1. 개요2. 주된 글자3. 두음 첨기4. 외부 링크

1. 개요

乾達婆矣 遊烏隱 城肹良 望
乾達婆의 노는 잣(城叱)일랑 바라(望良)고
혜성가
한글 전 한국어 표기에서 순우리말을 한자 훈차로 적을 때, 순우리말의 말음(末音)을 덧붙여 적는 표기법을 말한다. 흔히 차자 표기법을 이야기할 때 ''이라는 순우리말을 한자 훈차로 이라고도 적었다고 하는데, 光이라고만 하면 이게 음독하여 '광'이라고 했는지 훈독하여 '빛'이라고 했는지 알 수 없다.[1] 따라서 ''을 나타내는 을 덧붙여 光叱라고 적으면 훈독으로 읽으란 뜻이 되어 '광'이 아니라 '빛'으로만 읽을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말음 첨기는 읽을 때 편의를 위한 표기법이라 문헌에 따라, 또 같은 문헌에서도 문장에 따라 쓸 때도 안 쓸 때도 있었다.[2] 정말 쓰는 사람 마음인 셈이다. 단, 쓸지 말지 여부가 자유로웠다는 것이지 특정 음에 대해서 어떤 글자를 써서 말음을 첨기할지는 얼추 정해져 있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차자 표기법에서는 말음만 표기할 뿐 나머지 음소는 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3] 어느 정도는 추측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가령 '令只'라는 단어가 있다. 只는 'ㄱ/기'를 나타내고 당시에 <사동 표현>을 나타내는 어휘로 '시기다'가 있었으니 '시기다'를 표기한 것이라고 추측할 따름이다. 만에 하나 '○기다'이며 기능도 동일하게 <사동 표현>인 어휘가 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단지 그런 가정을 해봤자 결국 물음표로 남아 의미가 없으니 배제할 뿐이다. 다만 15세기 한글 표기로 말음이 동일하면서 의미가 유사한 어휘가 상정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해당 차자 표기가 어떤 것을 의도했는지 알기가 어렵다.[4] 그나마 한글 창제 이후 이두 학습서에서 이두 표기의 전체 음을 한글로 달아두곤 하여 이를 통해 소급하여 한글 전 차자 표기의 독음을 추측하기도 한다.

신라 이두의 기본적인 특징이라고 하는 '훈주음종'(訓主音從)도 유사한 의미이다. 뜻을 나타내는 글자를 먼저 적고 그 다음에 음을 나타내는 글자를 뒤에 적었다는 뜻이다. 음을 나타내는 글자는 주로 말음에 해당하는 것을 적었으니 자연히 말음 첨기가 된다.

일본어의 오쿠리가나는 지금도 이 용법을 따른다. 라고만 하면 さいわい인지 こう인지 알 수 없지만 幸い라고 적어 さいわい임을 알 수 있게 된다. 다만 일본어는 개음절 언어로 음절 말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첨기되는 말음은 한국어 말음 첨기와 달리 대체로 온전한 음절이라는 차이가 있다.

2. 주된 글자

乙, 音, 叱의 빈도가 매우 높다. 乙, 叱은 '', '' 등 하나의 한자로 합친 국자로도 활발히 나타나고 종종 인명으로도 쓰이기에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높다. 괄호는 약자화된 구결이다.

'ㄷ, ㅂ, ㅇ' 말음 표기는 매우 드물다. 언어적으로 고대 한국어에 해당 말음은 분명히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나 표기로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아직 알기 어렵다고 한다. 문헌의 부족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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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잘 알려진 이두 어휘 중 하나인 '다짐'(侤音)이 이 말음 첨기자를 쓴 예이다. 이두의 말음 첨기 용법을 설명하면서 '다짐'(侤音)의 예를 들어 설명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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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향약구급방의 약재 이름에서 등장한다. 가령 道羅次는 '도라', 加次은 ''의 'ㅈ'을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두, 구결에서 활발하게 나타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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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들 모음 말음 첨기는 주로 부사에서 자주 나타난다. '조초'(현대어 '조차')를 追乎로 적는 식이다.

3. 두음 첨기

매우 드물게 말음이 아닌 두음을 표기한 예가 있다. 일본 한문훈독에서 오쿠리가나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가나점 중에 그런 예가 드물게 존재한다.[5] 구결에서도 두음을 표기한 것이라는 가설이 있는 예로 我(우)가 있다. 한편 이두에는 구결과 달리 두음 첨기가 종종 보인다. ㅅ계 합용병서 어휘들(分, 段)에 을 앞에 덧붙여 적은 것이 그 예이다.

4. 외부 링크


[1] 그리고 이 문제가 현대 일본어에서는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오쿠리가나 표기를 잘 쓰지 않는 지명/인명 고유명사에서 한자를 음독해야 할지 훈독해야 할지 어려울 때가 꽤 있다.[2] 이 특징은 아래 설명할 일본어 오쿠리가나도 그렇다. 단, 오쿠리가나는 현재 어문 규정상 표기해야 하는 경우가 어느 정도는 규정되었다.[3] 몇몇 예에서 훈의 전체를 표기한 전(全)훈독으로 추측되는 것이 있으나 비율은 말음 첨기에 비하면 매우 적다. 이러한 양상은 일본 한문훈독에서도 유사한데, 한국 구결에 비해서는 훈을 전부 적은 게 좀 더 자주 나타나기는 하나 기본적으로는 일본 한문훈독 역시 조사/어미에 해당하는 뒷 부분만 적는 게 보통이다.[4] 대표적인 예로 復를 통해서 말음이 '-'이면서 復의 의미를 지닌 부사를 표기한 것임을 추측할 수 있다. 이에 해당하는 한국어 부사로는 '또' 혹은 '도로'가 2개 존재한다.[5] 일례로 おのづから라는 독음을 표기하기 위해 에 おのづから의 두음 를 가나점으로 적은 예가 나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