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color=black> 박씨전 (朴氏傳) | |
작자 | 미상 |
배경 | 조선 전역, 병자호란 |
갈래 | 군담소설, 한글 소설 |
성격 | 전기적, 영웅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박씨의 애국충정,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 |
1. 개요
조선 시대의 고전소설로 《박씨부인전》이라고도 한다. 작자와 상세한 연대는 미상이지만 소설의 배경을 보면 당연히 1637년 병자호란 이후다. 국문 필사본만 전해지며 목판본이나 한문본은 전해지지 않는다.청나라에게 진 것이 자존심 상해서인지 이런 소설이라도 써서 정신승리하는 내용인데 이는 단순한 비하가 아니라 학계의 정설이다. 국어 공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교과서나 시험대비 문제풀이를 위해 만들어진 참고서에도 청나라에게 무력으로 짓밟힌 조선 민중들의 정신적 승리라고 적혀 있다.[1]
2. 등장인물
3. 줄거리
인조 때 이조참판 이득춘의 늦게 얻은 아들인 이시백은 16세 되던 해 금강산의 박 처사의 장녀와 혼인한다. 이득춘이 아들을 얻기 전 금강산에 유람을 갔다가 만난 박 처사의 풍모에 반하여 서로의 자녀를 결혼시키자고 약속했기 때문이었다. 첫날밤 신방에 들어온 신부는 천하의 박색(薄色, 못생긴 얼굴. 여자한테 많이 씀.)에 어깨에는 2개의 혹이 매달려 있고 몸에서는 악취가 풍겼다.[3] 시집 온 첫날부터 독수공방한 박씨 부인은, 뒤뜰에 "피화당(避禍堂)"이라는 이름의 별당을 짓고 그곳에서 기거하였다. 그녀는 재주와 학식이 뛰어나고 도술로써 범상치 않은 능력을 보였으며, 남편 이시백을 장원급제 시킨다. 이때 아버지 박 처사가 구름을 타고 학의 소리를 내며 찾아와 딸의 흉한 허물을 벗겨준다. 지금까지 박씨 부인의 모습이 흉했던 이유는 전생의 업보 때문이라는 말도 함께 남겼다. 이시백은 미인으로 변모한 아내에게 마침내 사과하고 그의 벼슬은 평안감사, 병조판서에 이른다. 이 무렵 청나라의 가달[4]이 조선을 넘보므로, 이시백은 임경업과 함께 이를 평정한다. 청나라 왕은 자신의 공주[5]인 기룡대를 원주 기생 설중매(雪中梅)로 속여 두 사람을 암살하고자 하나, 박씨 부인이 미리 알고 예방한다. 또 용골대 형제가 군사 3만으로 한성부와 경기도 광주시에 침입하지만 박씨 부인의 도술에 혼이 나고 물러간다.[6] 이로써 박씨는 충렬정경부인이 되고 시백은 영의정, 세자사(世子師)가 되어 그 자손에게까지 관직이 내려졌다는 이야기이다.
4. 실제 역사
주인공인 이시백은 인조반정의 공신이며 호란 때 병조참판을 지낸 실존 인물이다.일단 이시백의 한자는 다르다. 소설 주인공은 李始白이며 실존 인물은 李時白이지만 실존인물과 동일하게 時白으로 표기된 판본도 존재하며 실명 거론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바꾼 것이다.[7]
실제 이시백의 부친은 김류 등과 함께 인조반정을 주도한 사람인 이귀이며 소설 속 이시백의 부친은 위에 서술되었듯 이조참판 이득춘[8]이고 실존 인물 이시백의 부인은 윤씨지만 활약 연대나 한글 이름 등으로 봐서는 소설 주인공 이시백의 모티브가 실존 인물 이시백이 맞다. 다만, 이 작품이 사실이 아닌 픽션이라는 것을 확실히 해 두기 위해 일부러 실존 인물들과 조금씩 디테일을 다르게 처리했다. 사실상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한 별개의 인물에 가깝다.
5. 평가
전형적인 먼치킨 대체역사물이지만 당시 민중에게 강하게 어필한 데다 소재, 주제, 기법 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문학적 저변 및 수준이 현대보다 협소하고 덜 세련되었다고 볼 수 있는 17세기 고전소설인 점을 감안하면 현대에 쏟아져 나오는 수준 이하의 대체역사물보다 나은 편이다.다소 특이한 것은 주인공인 박씨 부인과 그 하녀 계화는 물론, 만 리를 내다보는 청나라 황후 마씨나 여성 자객 기홍대 등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적군 측 인물들도 여성들이라는 점이다. 보통 고전소설과 달리 남성이 맡는 영웅적 역할을 여성들이 다수 담당하는 전격 여성 서사 소설이다.
못난 외모 때문에 남편에게 박대받는 걸 당연시하는 박씨 부인라든가 하는 장면도 나오는데 나중에 가면 박씨가 미인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남편에게 그동안 당했던 걸 그대로 갚아주는 장면도 나온다.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도 남녀가 평등하게 받는다.
5.1. 외모지상주의 관련
문제가 다 해결된 다음 모습이 예뻐진다는 것에 대해 외모지상주의가 느껴진다는 반응이 있다. 작중 박씨는 현모양처에다 남편의 과거시험을 사실상 하드 캐리해 줄 정도로 내조도 잘하는 부인이지만 외모지상주의 덕에 남편에게 부당하게 박대를 당하는 인물이라 이런 점에서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하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박씨의 변신으로 인해 이시백이 태세 전환하고 부부의 갈등이 종결된다는 전개는 오히려 외모지상주의를 긍정하는 부분이라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때 제갈량의 처인 황부인의 이야기를 인용하여 외모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면모를 비판하는 대사가 나오기는 한다. 사실 고전들을 보면 나중에 이뻐지는 전개가 동양을 넘어 서양에도 있을만큼 보편적인 소재였다. 미녀와 야수라든지, 가웨인 경과 데임 라그넬의 결혼라든가.박씨가 변신하기 전에 누가 봐도 추녀라고 하고 악취까지 풍긴다 할 만큼 엄청난 추녀이긴 했다. 물론 추녀라는 이유만으로 아예 무시하고 장원급제에 도움을 주겠다고 한 번만 자신을 보러 와달라고 간청하는 사람을 고마워하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발목 잡는다고 욕하면서 죄 없는 박씨의 몸종을 패버리는 등 이 시기 이시백의 행태는 당연히 잘못된 것이다. 읽어보면 알겠지만 박씨가 변신 후 역으로 이시백을 갈굴 때 이시백이 무릎까지 꿇고 싹싹 빌었는데 절대로 괜히 그러는게 아니다.
다만 이 부분을 평가할 때 한 가지 명심해야 할 것은, 본 작품이 저술된 당시에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각심이 현대같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신언서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현대처럼 외모가 차별 금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으로서의 품격의 한 부분에 해당한다고 보았을 정도이니 박색이 부덕이나 허물의 상징으로 나오는 것도 납득 범주에 든다. 당시라고 무조건 얼굴만 보고 평가한 건 아니지만, 고대 설화나 동화를 보면 주인공의 연인이나 여주인공은 처음부터 절세미인으로 묘사하는 게 당연시될 정도였다. 멀리 갈 것 없이 구운몽만 보더라도 전부 절세미녀다. 이 상황에서 여주인공이 잠깐이나마 박색으로 표현되어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당대 기준으론 상당히 진보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현대의 작품에서도 미인 그려넣고 못생겼다고 하는 등 겉으로만 경각심을 나타내는 경우가 많은 데에서 알 수 있듯, 외모가 인간의 주요한 평가 기준이라는 것은 부정하기가 어렵다.
5.2. 영웅주의
올바르고 훌륭한 지도자가 없어서 백성이 도탄에 빠졌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으며, 반대로 도술을 부리는 박씨라는 영웅이 있어서 문제를 해결하고 민족의 복수를 해준다는 구조를 담고 있다. 이는 전형적인 '한국적 사회관'이 반영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즉, 지도부의 무능을 비판하는 동시에 영웅적인 지도자를 기다리는 영웅주의적 정서를 담고 있다. 이러한 구조(무능한 지도자, 고통받는 백성, 이를 해결해주는 초인)는 오늘날의 수많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영웅주의에 대한 열광이 오래되었다는 것이다.[9]한편으로는 '도술을 부리는 기이한 여인'이라도 나타나야 할 정도로 답이 없는 국가 상태를 암시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어떤 지도자가 나타나든(지도자가 도술이라도 부리지 않는 한) 나라를 구할 수 없으므로 백성 하나하나가 분발해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하염없이 도술을 부리는 지도자를 기다리거나 지도자가 도술을 부리지 못함을 탓하는 민족성을 비판한 것으로 평가된다.
조선사람 모두가 해결하지 못한 일을 박씨 혼자 무쌍을 찍어서 해결하도록 떠넘긴 이야기로도 평가된다. '남이 해결해 줬으면'하는 정서가 반영된 작품이라는 관점이다. 스스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조선의 민중들은, 소설을 통해 박씨라는 캐릭터에게 모든 문제를 떠넘김으로써 정신승리를 했으며 그러한 심리적 요소 때문에 대중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아기장수 우투리와 함께 한민족의 모순적인 정서를 상징하기도 한다. 박씨전에서는 여성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아기장수 우투리에서는 아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한다. 동시에 윗사람들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원망도 담겨 있다. 그런데 윗사람이 문제를 백성들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면 일반 백성은 당대 기준으로 보다 낮은 사회적 위치에 있는 여성이나 아동에게 떠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윗사람을 몹시 원망하는 동시에 여자나 아동 등 아랫사람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환영하거나 은근히 기대한다는 점에서 한국 보통 사람들의 모순된 정서를 드러낸다는 것이다.[10]
6. 대중매체에서
한국 순정만화 정체불명 새색시가 이를 모티브로 했다. 여주인공 무연이 우스꽝스런 돼지 가면을 쓰고 다니는데, 나중에 벗고 보니 절세미인인 것 등... 그리고 나중에는 시준은 이시백이, 무연은 박씨 부인이 환생한 것이었음이 밝혀진다.윙크에서 연재했던 또 다른 순정만화 어화둥둥 내 보르미도 박씨전이 모티프. 하지만 작중 병자호란에 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 시점에서 연중되었다. 여기서는 원래 미인이었던 여주인공 보르미가 부모님의 싸움에 휘말려 추녀가 된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보르미의 가명이 이분을 모티프로 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분은 박씨전 원문에 실제로 인용된 적이 있다는 것.
푸차르 버전 패러디가 있다. 이른바 푸씨전. 이 패러디가 나왔던 2010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딸과 한국인 남성이 연애를 하고 이후 결혼까지 약속했다는 루머가 퍼졌는데 이를 패러디한 것이다.
한국 웹툰 영웅열공전의 세계관에서는 박씨전이 정사이며, 주인공은 박씨부인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가 각성된 초인이다.
한국 웹툰 실질객관동화의 에피소드에서는 박색이었던 시절 열심히 내조를 했음에도 자신을 박대한 남편과 병자호란에서 쏠쏠히 활약했음에도 여자라는 신분 때문에 이름조차 나오지 않은 소설 속 세계관에 빡쳐 자신의 초인적인 능력으로 남편을 참교육해 공처가로 만드는 에피소드로 각색되었다.
일부 어린이용 버전이나 연극 버전에선 이시백의 여동생 이시화, 시백과의 사이에서 박씨 부인이 낳은 쌍둥이 아들들인 이회기, 이회인이라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7. 기타
2009학년도 수능 마지막 지문에 출제되었다.(이시백과 그의 아버지 이득춘이 박씨와 혼례를 올리기 직전의 장면) 중학교 3학년 2학기 국어 교과서에서도 수록되어 있었으나 당해 수능 난이도가 어려웠고 이 지문의 문제 역시 난이도는 꽤 어려웠다. 이후 2015 개정 중학교 국어 3-1에 실리게 되었다.2017학년도 수능에도 EBS 연계 지문으로 출제되었다.
메인 빌런인 후금 장수 용골대는 풀네임이 타타라 잉굴다이로 항목의 내용대로 조선에도 여러 번 왔다 간 인물이다. 청의 조선침공과 협상에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지만 정작 한국사에서는 언급되는 것을 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학생들은 이 인물의 이름을 한국사책이 아닌 국어책에서 처음으로 보게 되는데 보통은 역덕이나 역사 전공자 등 유달리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따로 공부하는 사람들 정도나 그가 실존인물임을 아는 편이다. 심지어 공무원 시험 지문에도 나오는 경우가 있어 이 현상은 더 이어진다. SNL 게임즈 카스 병자호란에선 임요환이 조작하는 캐릭터로 등장한다.(...)
[1] 청나라에게 패배한 역사와 통쾌한 창작의 승리를 어떻게든 공존시키려다 보니 내용 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잉굴다이의 동생인 가상 인물 용홀대(용울대)를 등장시켜 죽이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충돌이 발생하지 않으나 경기도 광주에서 박씨가 도술을 부려 청나라 군대를 혼쭐내고 굴복시켰음에도 그들이 조선 궁녀들과 백성들을 끌고 가는 것을 막기는커녕 언젠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위로만 하고 끝난다. 조선 백성들이 끌려간 역사를 바꿀 수 없으니 이해하기 어려운 전개가 발생한다.[2] 당시 조선 사람들 중 이시백이 이귀의 아들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으나 소설상 장치로 이시백의 아버지 이름을 가명 처리했는데 이는 소설 속 이득춘의 행적이 실제 이귀의 행적과 다르기 때문이다.[3] 독서평설에 연재되었던 김경호의 고전소설 만화 시리즈에선 박씨부인을 골룸의 얼굴로 묘사했다...[4] 오이라트라는 주장이 있다.[5] 판본에 따라 시녀인 경우도 있다.[6] 일부 판본에선 조선을 침탈한 죄는 죽어 마땅하나 하늘의 뜻이므로 혼내기만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병자호란에서의 패배라는 역사적 사실을 아예 바꿀 수는 없으니 일부만 승리한 것으로 바꾼 양심적(?) 정신승리.[7] 고전소설에서 실존인물을 모델로 하는 인물을 등장시킬 때 자주 나오는 한자 변형이며 임진록에서도 김덕령, 강홍립 등의 이름이 살짝 뒤틀려 나온다. 이와 마찬가지로 현대사를 다룬 작품에서도 실명을 쓰기 곤란하면 이름을 바꿔 표현하는 경우가 흔하다. 예를 들어 남산의 부장들에서는 김재규가 김규평이란 이름으로 나온다.[8] 단, 실존인물인 이귀도 이조참판을 지낸 적이 있기는 하다.[9] 북한에서 지도자 김일성이 도술을 부려 외국 군대를 격파했다는 식의 선전물이 호응을 얻는 것도 동일한 양상이다.[10] 쉽게 말해, "아무 힘도 없는 백성들이 뭘 합니까? 윗대가리가 문제죠"라고 말하면서 정작 자신들은 정말로 아무 힘도 없는 여자나 아동이 대신 해주는 이야기를 수백년째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