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6-09 14:10:05

박헌영연맹

스탈린의 편지에서 언급되는 극좌테러단체. 박헌영주의자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동아연방의 구성국인 한국의 함경도 일대의 산악지대와 연변 일대, 백두산 밀림지대에서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으며, 이 단체의 지도자는 1952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박헌영의 아들 세르게이인데, 그는 현상금이 연방달러[1]로 2000만 달러나 걸려 있는 고액 현상금 수배자이다.

그는 2003년 서울에서 탄저균 테러를 자행해 세계적인 테러리스트가 되었다. 서울에 몰래 반입된 러시아제 시한장치 탑재 생화학탄이 광화문의 문화관광부 건물 [2]] 옥상에서 폭발하여 그 일대에 살포되었다. 또한 탄저균이 함유한 백색가루가 강남 일대 아파트와 상가밀집지역에 무작위로 배달되어 살포되었다.[3] 이 테러로 인해 무려 23만 명이 수일 내에 사망했고 38만 명은 오랜 고통 끝에 상당수가 죽고 말았다. 문화관광부 과장으로 일하고 있던 오수지의 어머니도 이때 탄저균에 감염되어 숨졌다.

테러 다음날, 백두산 북쪽에서 게릴라 활동을 벌이는 박헌영주의자들이 이번 테러가 자신들의 소행이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테러 이후 한국 전역에 공산주의에 대한 증오가 다시 생겨났다. 오죽하면 반미사상으로 가득했던 젊은이들이 반공주의자로 돌변할 정도이다.

이듬해 정부는 수도로서의 기능을 잃은 서울을 버리고 평양으로 수도를 이전하게 되는데, 민간정부의 한심한 대응에 불만을 느낀 사람들이 군부의 결단을 촉구했고, 급기야 군부가 정부를 전복하고 강력한 정치를 실시하게 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의회는 해산당했고 모든 정치활동은 금지됐다. 노조활동은 불법화되었고 노동운동가는 투옥되었다. 언론도 통제되어 사회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모두 반체제 사범으로 투옥되었다. 관제언론은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빨갱이라고 몰아붙이고 시민단체 회원들을 좌익으로 몰아 대대적인 검거가 이어졌다. 전국 공무원의 28%가 해고되었고 그 자리는 우익단체 회원들이 차지했다. 언론인보다 그들을 검열하고 통제하는 감시인의 숫자가 훨씬 더 많아졌고, 공산주의, 공산당, 노동운동 등 반체제와 관련된 모든 언어와 그 비속어를 사용하기만 해도 체포와 처벌이 가능한 '국어순화법'이 등장했다. 적대계층을 감시하는 '인권보호법'이나 공산주의자나 노동운동가의 친족이나 보호자까지 처벌하는 '치안안정법', 깡패들과 노숙자들을 잡아다가 함경도 광산지대나 백두산 밀림지대에서 강제노동을 시키는 '보안교정법'이 탄저균 테러로 막장이 된이 지옥 같은 사회를 지탱하는 법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테러로 인해 전 인구의 18%를 차지하는 '자유민'이라는 계층이 생겨났는데, 이들 계층은 그들의 혈육 중에 일제강점기 당시 공산주의 이념에 물들었거나 해방 후 남로당에 가입했거나 2003년 테러 이전에 노조활동을 했던 인물이 있으면 적대계층, 사회불순세력으로 취급되어 성범죄자가 발목에 끼는 GPS가 내장된 발찌를 끼고 광산, 벌목장, 공장 등에서 노예와 같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한다.

2006년 연방헌법 개정으로 모든 연방민은 거주이전의 자유와 국경개방이 허용되었으나 한국만이 그 조항을 지키지 않았다. 달라이 라마 14세 제11대 연방대통령이 이 조항을 실천하지 않는 한국을 연방에서 탈퇴시키겠다고 압박했지만 한국 군사정부는 자유민에게 거주이전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한다. 단 한국이 동아연방 내에서 가장 강력한 나라고, 사실상 유일하게 자립이 가능한 국가였음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아니 작가가 설정한 동아연방의 국력대로라면 사실상 한국이 동아연방을 먹여살리는 수준이다.

게다가 실제 역사에서는 1970년대나 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미니스커트 단속과 장발 단속이 21세기 한국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죄목으로 말이다. 실제 소설 속에서 남자 경찰이 장발 단속에 걸린 한 청년의 머리에 고속도로를 개통시키는 장면이 등장한다.

탄저균 테러 이후 당연히 서울에서는 헬게이트가 열렸다. 세종로와 시청 일대, 종로와 을지로, 명동 일대, 강남의 아파트 밀집지역은 세균에 오염돼 사람이 거주할 수 없게 되었다. 지난 7년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해 정화사업을 벌였지만 사람이 다시 입주하려면 10년은 더 소요된다고 하니 말 다했다. 탄저균 테러 이후 종전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하는 대도시였던 서울은 300만 명으로 인구가 확 줄어버렸다. 부동산 가격은 폭락했고 은행들은 파산했다. 부자들은 교외로 빠져나갔고, 도시 정화작업과 재건설 문제로 인해 서울시의 재정은 파탄 일보 직전이 되었다. 군사정부는 서울의 허공에 탄저균 포자들이 떠다닌다며 1년에 한 번씩 모든 시민들에게 백신을 접종했다. 비판자들은 탄저균이 이미 제거되었는데도 정부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공포를 끊임없이 부추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세르게이는 테러 이후에 벌어진 한국군의 대대적인 토벌작전에도 굴하지 않고 여전히 능란하게 버텨내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010년 동아연방 월드컵 기간에는 위구르국 산악지대를 장악한 중국 공산주의자들과 연대해 연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파괴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하지만 이 문서 제일 처음 문장에 적혀 있듯이 박헌영연맹은 등장인물들의 대사나 서술자의 설명으로 언급만 될 뿐 소설 속에서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여주인공 오수지와 중국계 미국인 여기자 미셸 왕과의 대화 중 펑더화이주의자들이 1993년 뉴욕에서 벌인 핵 테러 이후에 일어난 일에 관한 토막에서 이 소설 속의 시대적 분위기가 담겨져 있다. "세상이 퇴보하고 있는 거야. 폭력이 만연하고 인종차별은 심해지고 있어. 정부는 시민을 선동하는 포퓰리즘 정책만 쓰고 있지. 이러다가 세계대전이 일어나겠어."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거대한 연방정부가 세워졌다며 좋아할 일이 아닌 것이다. 차라리 2003년에 일어난 끔찍한 사건이 대구 지하철 참사 정도이고 테러는커녕 치안도 매우 좋고,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그래도 멀쩡한 민주정부와 여전히 수도로 기능하고 있는 서울이 있고, 북한이 연례행사처럼 말썽부리는 정도인 지금이 더 낫다고 해야 할까. 시대착오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생화학 테러를 일으켜 멀쩡하던 국가를 완전히 박살낸 것만으로도 박헌영연맹은 초막장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1] 동아연방의 화폐단위.[2] 현 대한민국 역사 박물관[3] 실제로 9.11 테러 직후 미국에서는 일부 테러리스트들이 미국 전역으로 우송되는 우편물에 백색가루를 넣어 보내 22명이 감염되고 5명이 숨졌다. 한편 미국의 동맹국인 한국에서도 9.11 테러 직후에 탄저균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어 길거리에 뿌려진 백색가루 때문에 한바탕 난리가 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단순한 밀가루였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