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3-27 22:55:02

백강고시체

1. 개요2. 특징3. 이 필체를 쓰는 유명인4. 여담5. 관련 문서

1. 개요

서예가 이태희가 고시생들을 위해 만든 서체. 이태희의 호인 '백강'을 따서 백강고시체라고 부른다.
파일:백강백강.jpg
백강 고시체 교수 및 학습서에 쓰인 백강고시체의 예시

2. 특징

기존의 정자체가 미적인 아름다움이 있지만 빠른 시간에 많은 분량을 써야 하는 고시 시험장의 현실에 맞지 않기 때문에 빠르고 가독성 있게 쓸 수 있는 서체를 개발했다. 자신이 쓴 중앙대학교 교육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한글 글씨 쓰기 교수·학습 연구: 한글 필기 글씨체 연구와 교정 지도에 관하여」(1997)#를 많이 참고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글씨가 오른쪽 위를 향하고 있으며, 세로획을 짧게 써서 한 장에 많은 글씨를 쓸 수 있도록 했고, 알아보기 쉽도록 자음을 크게 쓰는 특징이 있다. 또한 ''와의 구분을 위해 ''은 반드시 3획에, ''과의 구분을 위해 ''의 오른쪽 부분의 삐침을 강조해 세모꼴에 가깝게 쓰는 등 상술했듯 필기속도와 가독성을 중시한 서체. 특히 ''자를 쓸 때의 차이가 두드러지는 것은 시험공부 및 실무를 가리지 않고 ''이 들어가는 단어를 밥 먹는 것보다도 더 자주 써야 하는 상황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대표적으로, '법'을 정자로 쓰면 ㅂ(4)+ㅓ(2)+ㅂ(4)=무려 10획이나 되는데 백강고시체로 쓰면 불과 4획으로 절약된다.

사실 백강문자연구원이 출판한 백강고시체 교수 및 학습서를 보면 백강고시체는 총 두 가지 필체로 나뉘는데, 상술한 내용은 백강고시체 중에서 흘림체에 가까운 필기체를 설명한 것이다. 실제로 학습서에는 백강흘림체[1] 이외에 백강정자체[2]가 따로 존재한다.

최근에는 사법시험의 폐지, 무엇보다 디지털화로 손글씨를 쓸 일 자체가 줄어들며 이전만큼 존재감이 있지는 않다. 그래도 여전히 논술형이 포함된 고시류 시험 수험생들(5급 공채, 공인회계사시험 등)에게는 인지도가 있다. 악필은 답안 가독성에 심한 문제를 낳기에 글씨교정을 생각하는 악필 고시생들에겐 필수요소급으로 여겨진다.

백강고시체는 흘림체와 정자체 모두, 글씨를 바르고 빠르게 쓰게 만들기 위한 취지에서 만들어졌기에 가로로 큼직큼직하고 알아보기 쉽게, 띄어쓰기는 의미 단위로 확실하게 하도록 넓직하게 잡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백강고시체의 단점이 명확한데, 바로 글씨를 작게 적어야 할 때 나타난다. 특히 손가락보다는 손목과 팔목을 움직여서 쓰는 필체라서 더더욱 그 단점이 부각된다. 따라서 제한된 시험 시간 내에 많은 양의 글을 빠르고 읽기 쉽게 써야 하는 고시 대비용으로 매우 적합하다. 현재에도 악필인 고시생들이 지금도 백강고시체를 연습해서 시험을 보는 경우가 많고, 백강고시체를 숙련한 고시생들은 거의 타자치는 속도(분당 500글자 이상)에 맞먹게 답안을 쓰기도 한다.

3. 이 필체를 쓰는 유명인

파일:이재명 백강고시체.jpg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이재명의 손글씨체. 백강고시체를 베이스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시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고시 출신이 많은 정계 인사들에게서 자주 보이는 글씨체이다. 다만, 백강고시체를 베이스로만 쓰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백강고시체를 만든 서예가 이태희와 가장 흡사하게 쓰는 사람은 경찰이지만 악명 높은 고문 기술자였던 이근안[3]정도 뿐이다.

백강고시체를 베이스로 쓰는 사법고시 출신 정치인들은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 권성동, 오세훈, 나경원 등등 정말로 많은데, 오히려 쓰지 않는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를 정도.
특이하게도 윤석열[4]은 사법시험을 무려 9수나 했음에도 손글씨에서 백강고시체의 특징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사례이고, 한동훈 역시 백강고시체와는 거리가 먼 글씨체를 가지고 있다. 홍준표의 경우 백강고시체를 기반으로 가지고 있지만, 한 획으로 전부 쓰려다보니 날림으로 쓰는 독특한 케이스.

고시 출신이 아닌 정치인 중에서도 박근혜, 이명박, 조국처럼 백강고시체를 베이스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4. 여담

과거 상류층이나 지식인, 엘리트들이 쓰는 품위 있는 글씨체라는 이미지와 더불어 특유의 간지 때문에 백강고시체를 연습해서 구사하는 경우가 제법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인해 손 필기가 그렇게까지 중요하지 않은 세대가 등장하였고 현재는 악필을 교정하려는 사람들이나 종종 이런 글씨체도 있었구나, 알게 되는 수준으로 남게 되었다.

관련 서적으로는 백강문자연구원이라는 출판사에서 낸 『백강 고시체 교수·학습』(2008)이라는 책이 있는데, 오래되긴 했어도 구매는 인터넷으로 아직도 가능하다. 표지에 '성인 글씨 교정 및 답안지 축지법 수련'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글씨체 연습이야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것이고, 대단한 업데이트가 있던 것도 아니기에 책이 오래 되었다고 해서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작권 문제 등이 있으므로 온라인에서 무료로 배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5. 관련 문서


[1] 물론 백강고시체를 만든 이태희가 학습서에서 이 두 가지 다른 필체에 따로 이름 붙이진 않았지만, 여기서는 서로 구분 짓기 위해서 이름을 붙이겠다.[2] 경찰이자 고문 기술자로 유명했던 이근안의 필체가 백강정자체와 거의 99% 똑같다.[3] 특히 60~80년대 고등고시 공무원들은 보고서뿐만 아니라 괘도도 직접 쓰고 그려야 했기 때문에 필체가 좋아야 했으며 각 직장 단위마다 필체 좋은 직원은 상사가 떠넘기는 온갖 잡무로 야근을 하기 일쑤였다.[4] 이 때문에 법률가들 중에는 사석에서 "윤석열은 제대로 공부를 안 한 것 같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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