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1-13 01:29:32

별의 순간



1. 사전적 의미

'별의 순간'은 독일어 'Sternstunde(슈테른슈툰데)'에서 비롯된 단어이다. 미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숙명적인 결정이나 행위, 사건을 뜻하는 은유로 쓰인다. 흔히 한국어로 '운명적 시간, 결정적 순간'이라는 의미로 번역된다.

이 단어는 점성술에서 파생됐는데, 이는 출생 당시 별의 위치가 인간의 삶을 결정한다는 당시의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2. 변천

이 은유적 표현은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츠바이크(Stefan Zweig)의 베스트셀러 <인류의 별의 순간>(Sternstunden der Menschheit)이 1927년 발간되면서 널리 퍼지고 대중적으로 사용되기에 이르른다. 국내에서 <광기와 우연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저서는 츠바이크가 1927년부터 1940년에 걸쳐 쓴 14편의 역사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다. 츠바이크는 역사의 변곡점에 선 인간들(키케로, 레닌, 우드로 윌슨 등)을 중심에 두고 극적으로 역사를 서술하고 있다.

서문에서 츠바이크는 '별의 순간'을 이렇게 정의한다.
"극적 긴장이 가득한 운명적인 순간이 닥치면 하루 만에, 혹은 한 시간 만에, 심지어는 단 일 분 만에 훗날을 좌우하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러한 순간은 개인의 삶에서도 드물고 역사에서도 드물다. 내가(...) 별의 순간/ 별처럼 빛나는 순간이라 이름 붙인 이유는 이러한 순간들이 부질없이 지나간 세월속에서 밤하늘의 별처럼 영원히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1]

츠바이크가 다룬 인물 중 '사색하는 인간'[2] 키케로와 '제 2의 모세'[3]로 추앙받던 이상주의자 윌슨이 별의 순간을 제대로 잡지 못한 데 반하여 '냉소적이며 대담한'[4]혁명가 레닌은 망명지 스위스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혁명이 일어난 조국 러시아로 돌아감으로써 혁명의 완성자로 우뚝 서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이 용어는 2021년 김종인 국민의 힘 비대위원장이 후일 대통령이 된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후보로 급부상한 상황에 빗대어 '윤석열은 별의 순간을 잡아야 한다'라는 표현을 거듭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5]

독일의 일상어에서 '별의 순간'은 긍정적인 의미에서 비범하며 휘황찬란한 사건이나 시대를 의미한다. 스위스 TV 방송국 3Sat는 1994년부터 '철학의 별의 순간 Sternstunden Philosophie', '종교의 별의 순간 Sternstunden Religion', '예술의 별의 순간 Sternstunden Kunst'이라는 토론 프로그램을 27년에 걸쳐 방영하고 있다. 그밖에도 독일어권에서 여러 단체와 저서의 이름으로 쓰이면서 '별의 순간'은 본래의 점성술적 의미가 퇴색하고 최고의 순간, 절정의 순간을 뜻하는 관용어가 된다.

3. 외부 링크


[1] 광기와 우연의 역사. 키케로에서 윌슨까지, 이화북스 5쪽[2] 같은 책 20쪽[3] 같은 책 342쪽[4] 같은 책 334쪽[5] 김종인은 독일에서 유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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