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6 03:38:16

샤치(인도 신화)


शची / Shachi(Sachi)

1. 개요2. 설명3. 신화

1. 개요

인도 신화여신. 신들의 왕 인드라의 아내. '인드라니(इन्द्राणी, 인드라의 아내)'라는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름 샤치는 '말하다'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 shach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하여 '웅변', '말의 힘' 정도로 해석되거나, 힘이나 행동을 의미하는 shak에서 파생되었다고 추정된다고 한다.

불교에선 제석천의 아내 사지(Shashi)에 대응한다. 다만 인드라와 샤치는 정상적으로 결혼한 반면 제석천과 사지는 제석천이 사지를 강간해서 결혼했다고 묘사된다.

2. 설명

리그베다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인드라가 신들의 왕이니 샤치는 신들의 여왕으로 언급된다. 당시엔 인드라가 주신이였기에 샤치 역시 제법 많이 언급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개별적인 역할 없이 인드라의 아내란 성질이 강했고, 그 때문인지 인드라 신앙이 약화된 힌두교 시대에 와선 인드라를 따라 비중이 줄었다. 인드라는 그나마 신화에서 분량이라도 자주 챙겼지만 샤치는 일단 신왕의 아내인데도 얼굴 비추는 신화가 드물다.

대단히 아름다운 여신이며 인드라는 샤치의 미모를 보곤 그녀를 아내로 선택했다고 한다. 성격은 친절하고 선한 면모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자존심과 질투심이 강한 것으로 묘사된다. 특히 인드라에게 선택된 것에 자부심을 가졌다고 하며, 리그베다에 따르면 인드라는 샤치의 뜻에 복종한다고 한다. 힌두교 신화에서도 크리슈나의 아내 사티야바마를 열등한 필멸자로 여기고 얕잡아보는 묘사가 있다.

아버지는 아수라왕 풀로만. 즉 신왕의 아내지만 신들의 숙적인 아수라족 출신이다. 더욱 공교로운 것은 풀로만이 다누의 자식이라 샤치는 인드라의 숙적 브리트라의 조카가 된다.

인도 신화에선 모든 여신이 아디 파라샥티[1]의 화신이므로, 샤치도 아디 파라샥티의 화신이다.

또한, 샤치는 마트리카 여신들(Matrikas) 중 하나인 '인드라니'[2]와 주로 동일시된다. 마트리카들이란 샥티가 가진 남신들의 파트너로서의 측면을 의인화한 여신들이다.[3] 이 여신들은 남신들의 배우자 여신과 비슷한 묘사를 가지며, 아예 그 배우자 여신들과 동일시되거나 그들의 화신으로 여겨졌다. 인드라니는 마트리카들 중 샥티의 인드라의 파트너로서의 측면을 의인화한 여신으로, 자연스레 샤치와 동일시되었다. 마트리카 인드라니가 질투와 연결되므로, 샤치는 질투와 분노의 여신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신앙은 있긴 하지만 개별로 숭배되진 않고 인드라의 아내 혹은 마트리카들의 일원으로서 숭배된다.

자식들론 자얀타, 자얀티, 데바세나, 샤스티를 두었다. 아르주나는 인드라와 쿤티의 자식이긴 하지만, 마하바라타에서 샤치를 자신의 친어머니 쿤티와 같은 분이라고 언급한다.[4]

3. 신화

리그베다에선 인드라에게 바치는 찬가에서 자주 언급된다.

라마야나에 따르면 샤치가 이미 인드라와 결혼했음에도 아눌라다란 아수라가 샤치와 결혼하길 원했고, 샤치의 아버지 풀로만에게 납치혼을 허락받았다. 아눌라다는 샤치를 납치했지만 인드라가 달려와 아눌라다와 풀로만을 죽이곤 샤치를 구했다고 한다.

인드라가 왕위를 빼앗겼을 때 도와주기도 했다. 인드라가 브리트라를 죽이고 브라만을 죽였다며[5] 참회하러 떠난 사이 나후샤라는 자가 신들의 왕으로 추대된다. 신왕이 된 나후샤는 자만심에 빠졌고 샤치에게도 자신의 아내가 되라고 했으며, 샤치는 인드라를 찾고 난 뒤에 아내가 되어주겠다고 시간을 번다. 그 사이 샤치는 나후샤가 왕이 된 것을 알고 숨어버린 인드라를 찾았고[6] 둘이 나후샤를 쫓아낼 계획을 짠다. 이 계획에 따라 샤치가 나후샤에게 현자가 타는 마차를 타고선 찾아오라고 말하고 나후샤는 마음이 급해서 마차에 있던 리쉬 아가스티야를 걷어차버린다. 인도 신화에서 리쉬들은 무례를 범한 자에게 꼭 저주를 내리므로 나후샤 역시 아가스티야에게 뱀이 되어 지상으로 쫓겨나는 저주를 받았고[7] 인드라는 왕의 자리를 되찾았다.

인드라가 늘상 크리슈나한테 털리는 것처럼 샤치도 크리슈나의 아내 중 하나인 사티야바마에게 당한 적이 있다. 사티야바마가 인드라의 정원에 방문했을 때 샤치의 나무를 마음에 들어해 가져가려고 했는데, 사티야바마를 열등한 필멸자로 여기며 얕본 샤치는 나무를 줄 생각이 없었다. 결국 가족간 싸움으로 번졌다가 크리슈나와 아들 프라듐나가 인드라와 아들 자얀타를 이겼고 그대로 나무를 뺏겼다고 한다.

마하바라타에선 등장인물 드라우파디가 샤치의 화신이라고 언급된다.[8] 다만 판본에 따라 락슈미의 화신으로 묘사될 때도 있다.
[1] 샥티는 브라흐만에 필적 혹은 동일시되는 우주의 여성적 근원 에너지로, 이 샥티와 남성적 에너지는 상호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아디 파라샥티는 샥티의 의인화다.[2] 인드라의 아내란 의미는 동일하지만 샤치의 별명 인드라니와는 구별되어 불린다. 자주 동일시되기 때문에 이런 구별은 무의미하기도 하지만.[3] 두르가의 수행원들이자 화신으로도 여겨진다.[4] 아르주나가 인드라의 궁전에서 머무른 적이 있었으니 샤치와 직접 만났을 가능성도 높다.[5] 시바브라흐마의 머리 하나를 자를 때도 브라만을 해했다며 참회하러 떠난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신족들은 브라만 비슷하게 취급되는 듯하다.[6] 이때 라트리 여신의 도움을 받았다.[7] 누군가와 만족스러운 영적 문답을 나누면 저주가 풀린다는 조건을 달긴 했다. 그래서 나중에 마하바라타에서 유디슈티라와 심오한 영적 문답을 하고 저주에서 풀려나 천상으로 돌아간다.[8] 참고로 드라우파디의 남편들인 판다바들은 전생에 다섯 명의 인드라였는데, 사실 인드라는 신들의 왕으로서의 직책명이니 판다바들의 전생은 샤치의 남편인 현 인드라가 아닌 그 전대의 인드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