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의학에서 쇼크(shock)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체내 기관들에 공급되는 적정 혈류가 부족해지는 상황을 의미한다. 혈액공급을 받지 못한 신체의 주요 장기들은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생명이 위험해진다. 국소 조직에서만 혈액 공급이 부족해지는 허혈(ischemia)과 다르게, 쇼크는 심혈관계 전체에 발생한 여러 문제들로 인해 다양한 조직들에서 동시에 손상을 일으킨다. 노환으로 인한 것이 아닌 인간의 죽음은 최종적으로 쇼크를 수반한다.한국어에서 별도로 대체되는 용어는 없으며 한국 의학계에서는 그냥 '쇼크' 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1]
2. 일상적 의미와의 차이
일반적으로는 '물리적인 충격'이나 '감정적인 충격[2]'을 통틀어 '쇼크'라 부르므로 의학적인 쇼크와 혼동하기 쉽지만, 둘 사이에는 어떠한 관계도 없다. 충격을 받은 것은 '자극'이며, 그로 인해 '장기로 공급되는 혈류의 부족 현상' (tissue hypoperfusion)이 일어나야 의학적 쇼크이다. 그렇지 않으면 설령 쓰러졌다 할 지라도 쇼크가 아니다.[3][4] 흔히 '저혈당성 쇼크'라는 말을 쓰는데, 장기 혈류 자체는 멀쩡하므로 정확한 단어가 아니다.3. 단계
저체액성(저혈량성) 쇼크나 심인성(심장성) 쇼크의 경우 발생 직후 사망에 이르게 되는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크게 진행 단계를 비진행 단계(nonprogressive stage), 진행 단계(progressive stage), 회복불능 단계(irreversible stage)의 3단계로 나눈다. 비진행 단계에서는 쇼크가 발생하였어도 체내 다양한 혈압 조절, 보상 기전들이 활성화되어 주요 장기들로의 혈류 공급이 끊기지 않도록 한다. 단기적인 보상기전에는 압력수용체반사(baroreflex)와 그로 인한 교감신경계 활성화가, 장기적인 보상기전에는 레닌-안지오텐신-알도스테론계(renin-angiotensin-aldosterone system, RAAS)와 항이뇨 호르몬을 필두로 한 호르몬의 분비가 대표적이다.쇼크가 계속 진행되면 진행성 단계에 접어들게 되는데, 이때는 혈류 공급이 줄어들며 몸의 다수 조직들에서 저산소증이 일어난다. 산소의 공급이 부족해지면 미토콘드리아가 산화적 인산화 과정을 거칠 수 없게 되므로 이를 산소에 비의존적인 해당 과정으로 대체하게 된다. 해당 과정의 결과 생성되는 부산물인 젖산은 체내 조직에 축적될 시 혈액의 저류를 일으키며 혈액을 산성화시켜 산성혈증을 유발한다.
상황이 해결되지 않은 채 더욱 심각해지면 더 이상 조직들이 소생 불가능한 회복불능 단계에 접어들며, 이 경우 대다수의 환자들은 다양한 악순환을 겪게 되며 사망하게 된다. 가령, 조직 안 세포들이 파괴되면 세포 안의 리소좀 등에 보관되어 있던 분해효소들이 다량 방출되게 되며, 이 방출된 효소는 주변에 손상되지 않은 조직을 분해하여 상태를 악화시킨다.
4. 증상
쇼크는 원인에 따라 몇가지 양상을 띄지만 대개 혈압의 감소와 심박수의 증가를 동반하며, 치료를 안하면 여러 신체조직의 저산소증과 심장마비로 이어지며 사망하게 된다.쇼크의 증상으로 가장 흔히 빈맥(tachycardia; 심박이 빨라짐)이 보여지게 되며, 그 후 핍뇨(oliguria; 소변량의 감소)를 거치며 빈호흡(tachypnea; 호흡이 빨라짐), 산성혈증(acidosis)이 보여지게 된다. 이때 피부의 온도 저하가 동반되기도 한다. 그 후 혼수상태(AMS)가 보여지며 저혈압(hypontesion)이 관찰되게 된다.
중요한 점은, 대부분 쇼크라 하면 저혈압만을 쇼크의 증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쇼크의 정확한 의미는 생리적인 산소 공급과 수요의 부조화(O2 supply/demand mismatch)로 인한 조직의 관류저하로, 세포의 저산소증(hypoxia)이 발생 하면서 나타나는 조직의 기능장애 및 손상을 뜻한다. 이로 인해 간수치(LFTs), 크레아틴(Cr) 및 트로포닌(Troponin)의 혈청수치 증가가 보여지게 되며, 특히 혈청 내 젖산(Lactic acid) 수치 증가는 조직 관류 저하를 뜻하는 중요한 마커이기도 하다.
5. 유형
5.1. 저체액성 쇼크
Hypovolemic shock가장 흔한 유형의 쇼크로, 출혈 등으로 대량의 체액(대개 혈액)을 단시간에 잃었을 때 발생하는 쇼크다. 과다출혈로 인해 직접적으로 혈액을 다량으로 손실하였거나 탈수증으로 인해 체액량이 감소하여 그로 인해 혈액량이 줄어든 사람에게 발생한다. 그 외에도 화상(burn) 및 췌장염(pancreatitis) 등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일부 언론 등에서 잘 모르고 "과다 출혈 및 쇼크로 사망했다"고 쓰는 경우가 많은데,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라고 써야 맞다. 빨리 잃어버린 만큼의 체액을 심혈관계에 되돌려놓는 것이 치료법인데, 이때 혈액을 잃어버렸다고 꼭 혈액을 보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하트만 용액 같은 정질 수액(crystalloid)으로 양만 맞춰줘도 쇼크는 막을 수 있다.[5] 저체액성 쇼크에서 보여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심박출량(Cardiac Output, CO)의 저하
- 폐모세혈관쐐기압(Pulmonary Capillary Wedge Pressure, PCWP) - 이는 좌심방압력(Left Atrial Pressure, LAP)을 보여주며, 신체의 체액량을 의미하는 마커이다. 저체액성 쇼크는, 이 수치의 저하가 보여지게 된다.
- 전체혈관저항(Systemic Vascular Resistance, SVR)의 증가
- 혼합정맥혈산소포화도(SvO2)의 저하
5.2. 심인성 쇼크
Cardiogenic shock심장의 이상 때문에 발생하는 쇼크로, 심근경색(MI), 심부전(CHF), 심장판막증(valvular disease)이나 심장의 부정맥 등이 심하면 생길 수 있다. 이름부터가 "심장(心)에서 기인(因)하는"이란 뜻이며, 영문의 어근도 "심장의(cardio-) 원인(gen-)"으로 동일하다. 주의할 점은, 심인성 쇼크의 경우, 무작정 수액투여(IV fluid)를 시행할 경우, 쇼크를 더욱 악화 시킬수 있다. 치료는 심인성 쇼크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이를 치료한 후, 승압제(pressor)인 도파민(dopamin), Norepinehprine이나 Dobutamine을 투여하여 혈압을 유지하게 된다. 심인성 쇼크에서 보여지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심박출량(CO)의 저하가 심인성 쇼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 PCWP의 증가 - 이는 줄어든 심박출량으로 인해 신체의 체액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폐에 남아 PCWP 수치의 증가가 보여지게 된다. 위의 저체액성 쇼크와 구분 할수있는 중요한 마커.
- SVR의 증가 - 줄어든 심박출량에 대한 보상기전으로 인해 이 수치의 증가가 보여지게 된다.
- SvO2의 저하.
5.3. 폐쇄성 쇼크
Obstructive shock핏줄 자체가 폐색전증, 심낭압전[6] 등으로 인해 막혔을 때 발생하게 된다. 증상이 심인성 쇼크와 대동소이하기 때문에 심인성 쇼크의 하위 카테고리로 넣는 사람도 있다.
5.4. 분포성 쇼크
Distributive shock혈관의 확장으로 인한 저혈압으로 인한 쇼크이다. 신경성 쇼크, 패혈성 쇼크, 과민성 쇼크, 내분비성 쇼크 (shock due to adrenal crisis) 의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5.4.1. 신경성 쇼크
Neurogenic shock신경전달체계에 이상이 생겨서 발생하는 쇼크는 신경성 쇼크라고 한다. 자율신경 전달체계가 통제를 벗어나면 혈관의 긴장도를 조절할 수 없게 되는데, 이것이 전신 혈관을 이완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면 혈압이 심히 낮아질 수 있다. 통증이 극심해 사망에 이르는 쇼크도 존재한다. 신경성 쇼크에서 보여지는 특징은 모든 수치의 저하이다.
5.4.2. 패혈성 쇼크
Septic shock감염 등으로 인해 균의 양이 면역체계의 수용량을 초과하여 균이 걷잡을 수 없이 혈액을 돌아다니는 걸 패혈증이라 하며, 이 패혈증이 악화돼서 쇼크가 온 단계를 패혈성 쇼크라 한다. 특히 세포막이 두 겹이라서 바깥쪽 세포막에 내독소를 지니는 그람 음성(gram negatives)균의 패혈증으로 인해 흔히 발생하게 된다.[7] 한자의 뜻풀이는 "피가 썩었다"는 뜻이다. 보통 작은 감염의 경우 국소적인 염증반응으로 해결된다. 그러나 전신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전신 혈관의 이완이 일어나 혈압을 떨어트릴 수 있다. 패혈성 쇼크의 특징적 수치는 다음과 같다.
- CO의 수치 증가
- PCWP의 수치는 대부분 정상으로 나타나거나 증가가 보여진다.
- SVR의 수치 저하 - 이는 패혈 쇼크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 SvO2 의 수치 증가가 특징적으로 보여진다.
5.4.3. 과민성 쇼크
자세한 내용은 과민성 쇼크 문서 참고하십시오.Anaphylactic shock
벌 독에 알러지가 있는 사람이 벌에 쏘였을 때 죽는 이유는 과민성 쇼크 때문인데, 흔히 쇼크의 아형으로 분리되기보다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8]라고 불린다. 혈관의 확장 등의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이 아나필락시스에 의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분비되어 온 몸의 혈관이 팽창하는 바람에 혈압이 떨어져 발생하는 쇼크다.
[1] 사람에 따라 쇽과 샥의 중간 정도로 발음하기도 한다. 교수들 중에 그런 사람이 꽤 있는 편.[2] ex) "나 쇼크먹었어" 등.[3] 이 경우는 그냥 실신(Syncope)이라 한다.[4] 애초에 의학적 쇼크 상태를 판별하는데 의식의 상실여부는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사례처럼 쇼크상태에 빠진다 해도 의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경우 또한 있기 때문이다.[5] 물론 혈액손실이 극심할 경우에는 수액보충에 더불어 수혈을 해주지 않으면 저산소증으로 죽게 된다.[6] 외상 등 여러 이유로 심장과 심막 사이에 액체 따위가 고이는 것.[7] 엄밀히 말하자면 어떤 세균이든 면역체계를 뚫고 번식하는데 성공하면, 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8] 가려움증이나 재채기 같은 단순한 알레르기 반응을 넘어 기관지 경련(Bronchospasm)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의 반응을 보일 때 아나필락시스라고 불린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알레르기 반응이 대수롭지 않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