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 | ||||||||||||||
乘 | 興 | 而 | 來 | 興 | 盡 | 而 | 反 | |||||||
오를 승 | 기뻐할 흥 | 말이을 이 | 올 래 | 기뻐할 흥 | 다할 진 | 말이을 이 | 돌아설 반 |
1. 겉뜻
흥이 나서 왔다가 흥이 깨져 돌아간다.2. 속뜻
속박되지 않고 자유분방한 태도를 일컫는다.3. 출전
초학기(初學記)4. 유래
동진 시대 사람 왕휘지(王徽之)는 산둥성 임기(臨沂) 출신인데, 유명한 서예가 왕희지[1]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서성(書聖)으로 추앙받는 만큼 그도 명문의 후광을 업고 있는 신분이건만 크게 출세하고 싶은 욕망이 없어서 자연을 벗 삼아 유유자적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어쩌다 관청에 떼밀려 들어가 역인(役人) 노릇을 하게 되었는데, 직무는 뒷전이고 말에 올라 산야를 돌아다니는 것이 능사였다. 한번은 그 날도 말을 타고 경치 구경을 나갔다가 말에서 내려 쉬기로 했다. 말도 지루한지 무릎을 꿇고 풀밭에 엎드렸고, 그 역시 비스듬히 드러누워 맑은 하늘을 쳐다보며 시구를 흥얼거렸다. 바로 그때 이웃 고을의 제법 높은 관리가 지나가다가 그 꼴을 보고 물었다."차림새를 보아하니 이 고을 관원인 것 같은데, 자네 직무가 뭔가?"
그러자 왕희지는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했다.
"예, 저는 관마(官馬)한테 바깥 구경을 시켜 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내 왕휘지는 깊은 산 속 강가에 집을 지어 세상을 등지고 숨어 버렸다. 그리고는 자연과 짐승들을 벗 삼아 신선처럼 살았다. 그러던 어느 겨울밤이었다. 온 산이 눈에 덮여 은세계를 이룬 가운데 보름달이 떠서 푸른 달빛 휘장을 드리우니 그 정취가 그저 그만이었다. 왕휘지는 그 황홀한 설경에 취해 혼자 술을 마시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는데, 문득 친구인 대규(戴逵)가 생각났다. 대규는 거문고의 명수에다 왕휘지처럼 출세에는 무관심한 한량이어서 두 사람은 누구보다 서로 죽이 맞는 친구였다.
"빨리 배를 준비하여라."
왕휘지는 하인에게 지시했다. 눈이 휘둥그레진 하인이 물었다.
"아니, 이 한밤중에 어딜 가시려구요?"
"시끄럽다! 대씨(戴氏)네 집으로 빨리 가자."
왕휘지는 마치 친구가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이 서둘렀다. 곧 배는 강기슭을 벗어나 물결 따라 내려가기 시작했고, 왕휘지는 반겨 줄 친구를 오랜만에 만나 함께 즐거워할 일을 상상하느라 마음이 한껏 부풀었다.
'그 친구 날 어지간히 반가워하겠지. 눈밭에 책상을 내놓고 밝은 달빛 아래서 거문고 타고 퉁소 불고 시를 짓는다면……. 아아, 그야말로 신선의 풍류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어쩐지 차츰 감흥이 식기 시작해서, 이윽고 대규의 집이 저만치 바라보였을 때는 완전히 딴 기분이 되고 말았다. 그래서 하인더러 즉시 배를 돌리게 했다. 훨씬 나중에 본인으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대규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이 사람아, 근처까지 왔다가 그냥 되돌아가는 법이 어디 있나?"
그러자, 왕휘지는 껄껄 웃으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아, 흥이 나서 자네를 만나러 왔는데, 그 흥이 죄 깨져 버린 다음에 만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
5. 기타
비슷한 뜻의 고사성어로 승흥이래 흥진이거(乘興而來 興盡而去)가 있다. 승흥이래 흥진이거는 '마음이 외물의 속박을 벗어날 때 참된 쾌락을 맛볼 수 있음을 뜻한다.[1] 동진 시대의 서예가. 사람 많은 중국 역사 중에서도 글씨 잘 쓰는 것으로는 으뜸으로 꼽힌 사람이며, 후대에도 엄청난 존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