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5-01 14:40:15

아비소사우루스

아비소사우루스
Abyssosaurus
파일:abyssosaurus_skull_berezin_2018.jpg
학명 Abyssosaurus nataliae
Berezin, 2011
분류
<colbgcolor=#FC6> 동물계Animalia
척삭동물문Chordata
계통군 석형류Sauropsida
장경룡목Plesiosauria
†크립토클리두스과Cryptoclididae
아과 †콜림보사우루스아과Colymbosaurinae
아비소사우루스속Abyssosaurus
  • 아비소사우루스 나탈리아에(A. nataliae)모식종
    Berezin, 2011
파일:abyssosaurus_reconstruction_berezin_2016.jpg
골격도

1. 개요2. 연구사3. 특징
3.1. 궁극의 심해 파충류
4. 진화사와 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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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백악기 전기인 오트리브절에 살았던 크립토클리두스과의 장경룡. 이름은 "심해의 도마뱀"이라는 뜻이다.[1]

크립토클리두스과 중 오프탈모툴레(Ophthalmothule)[2]와 마찬가지로 백악기 전기에 서식했던 종이며, 이 둘은 가까운 근연종들과 함께 현재로써는 유일한 심해형 장경룡들이다.

2. 연구사

2011년에 러시아추바시야 공화국 에서 발견된 일부 목뼈들과 견갑골, 쇠골, 대부분의 늑골, 뒷지느러미발뼈들 등을 토대로 명명되었다.# 모식표본의 두개골도 부분적으로 보존되어 있었으나, 목에서 분리되어 견갑골 근처에 가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 발견되어 2018년에서야 학계에 알려졌다.

초기에는 아리스토넥테스아과 장경룡으로 여겨졌는데, 이는 당시 아리스토넥테스아과가 크립토클리두스과의 하위 분류군이었다고 여겨졌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후 아리스토넥테스아과가 엘라스모사우루스과의 하위 분류군으로 재분류되면서 아비소사우루스 역시 크립토클리두스과, 구체적으로는 콜림보사우루스아과로 재분류되었다.

3. 특징

몸길이는 약 7m로 추정되며 이중 절반이 목이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 초기부터 여러 기이한 특징이 발견되었으며 해부학적으로 장경룡 중에서 매우 특이한 종이다. 골격이 전체적으로 유형성숙했던 것으로 보인다. 크립토클리두스와 같이 더 전형적인 크립토클리두스과 장경룡들에 비교하면 두개골이 극단적으로 짧고 높은 삼각형을 뛰며 눈이 어마어마하게 큰데, 이처럼 어린 새끼에서나 예상되는 두개골 형태를 성체로도 가지고 있다. 상악골 역시 새끼 장경룡들의 상악골과 매우 흡사하다. 후두골이 매우 크게 발달되었으며 두개골 뒷부분에 날카롭게 돌출되어 있었고, 등골도 두개골 전체의 크기에 비해 매우 크게 발달되었다.[3] 이빨은 매우 가늘고 바늘 형태이다.[4] 목의 척추뼈들은 매우 견고하게 맏물려 있으며 뼈 사이 간격이 거의 없는데, 이 때문에 아비소사우루스의 목은 아래쪽으로는 잘 구부려졌지만 좌우로는 다른 장경룡들에 비해 매우 협소한 각도로만 움직일 수 있었다.

견갑골과 쇠골, 앞지느러미발 사이의 어깨관절도 독특하다. 장경룡들의 유영 방식은 앞지느러미발과 뒷지느러미발 둘 모두를 수직으로 날갯짓하며 펭귄이 유영하듯이[5] 수중 비행을 하는 것인데, 아비소사우루스의 경우는 어깨관절의 구조상 앞지느러미발의 수직 날갯짓이 거의 불가능했고 대신 노를 젓듯이 앞뒤로 크게 움직일 수 있었다. 이는 견갑골이 상대적으로 크게 발달된 동시에 비교적 앞쪽에 위치하였고 견갑골간 거리가 멀었으며, 어깨관절과 흉부 일부분이 뼈 대신 연골조직으로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골격의 다른 관절들에도 뼈 사이의 연골조직이 더 많아 관절이 더 유연하고 골격계의 상당량이 연골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는 아직 성장하고 있는 척추동물들에게는 흔한 특징이지만[6] 아비소사우루스의 화석에서는 성장 중이었다는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역시 유형성숙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또한 앞지느러미발이 뒷지느러미발보다 더 작았으며, 지느러미발들과 늑골, 복늑골의 골밀도가 매우 높았다.

아비소사우루스의 명명자인 알렉산더 유 베레진(Alexander Yu Berezin) 박사는 발표논문 작성 당시부터 이 모든 특이점들에 관심을 가졌었고, 이 중 많은 특징들과 유형성숙된 해부적 구조들이 현존하는 동물들 중 향유고래부리고래, 코끼리물범과 같이 공기호흡을 하면서 심해로 잠수하는 동물들에서 특히 많이 발견된다는 점을 눈여겨 보고 있었다. 베레진 박사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아비소사우루스가 심해형 장경룡이었을 거라는 가설을 학계에 제시하였고 2019년에 그동안의 연구를 총정리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영어 요악(후반부)

3.1. 궁극의 심해 파충류

심해로 잠수하는 사지동물들 중에는 골격이 유형성숙되었거나 유형성숙에서 흔히 드러나는 특징들이 수렴 진화하는 경우가 많다. 아비소사우루스의 기이한 신체구조 역시 이런 수렴진화의 결과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상술했듯이 유형성숙된 골격에는 관절마다 뼈 사이 연골이 더 많이 들어차 있는데, 상당부분이 연골로 구성된 골격은 외부에서 가해지는 압력에 파열되지 않고 유연하게 안쪽으로 접히거나 구부러지기 때문에 수압에 버티는데 더 용이하다. 또한 연골은 수압차에 의해 압축되거나 팽창하지 않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부력을 제공하므로 깊은 수심에서 중성 부력을 유지하기에도 적합하다.[7] 특이한 어깨관절의 움직임은 수평에 가까운 각도로 날듯이 유영하며 추진력을 얻기에는 매우 비효율적인 구조이지만, 물을 노 젓듯 뒤쪽으로 밀어내며 머리부터 수직으로 잠수하거나 수직으로 상승하는데는 오히려 더 유리한 구조이다.

두개골의 유형성숙 또한 심해에서는 강점으로 작용했었을 것이다. 큰 눈은 어두운 심해에서 길을 찾고 먹잇감을 포착하는 데 유리하며[8], 발달된 등골은 두개골 내부에서 체액이 엉뚱한 위치로 흐르는 것을 통제하는 장애물 역할을 해, 차가운 북방의 심해에서 냉각된 체액이 뇌와 민접해 뇌기능을 마비시키거나 저하시키지 못하게 했었을 것이라 본다. 크게 뒤로 돌출된 후두골은 잘 발달된 지방층을 지지해, 혈류순환 과정에서 냉각된 혈류가 이 지방층 내에서 역순환되어 다시 가열되고 동시에 혈내 질소를 지방층으로 방출하여 잠수병을 최소화했을 거라는 주장이 있다. 이는 오늘날 향유고래나 장수거북 등에도 나타나는 특징이다.

물론 이 녀석도 결국은 석형류였던 만큼 폐호흡에 의존했을 것이고, 심해에 영원토록 있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늑골과 척추의 배열을 보면 다른 장경룡들에 비해 늑골이 더 높게 치켜세워져 있었고, 그만큼 폐활량이 더 커져서 한 번 호흡할 때 더 많은 산소를 보충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증가한 폐활량으로 인해 늘어난 부력은 잠수하는데 방해가 되었는데 바로 이 부력을 상쇄하기 위해 골밀도가 매우 높았었던 것이다.

이 모든 특징을 복합적으로 합치면 아비소사우루스는 이름에서처럼 심해 바닥까지 잠수해 해저에 사는 작은 물고기나 두족류, 기타 연체동물을 잡아먹고 살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장경룡들이나 기타 해양 파충류들처럼 빠르게 헤엄칠 수는 없었지만, 대신 이들보다 훨씬 더 깊은 수심으로 잠수할 수 있고 침강에 필요한 에너지를 최소화했으며, 매우 짧은 순간들만 수면에서 호흡하고 대부분의 시간은 잠수한 상태로 보냈었을 것이다. 심해에 다다르면 중성부력을 유지하면서 해저 위를 느리게 유영하거나 떠 있다가, 아래쪽으로만 잘 구부러지는 긴 목을 사용해 해저 침전물 사이에서 먹잇감을 사냥했을 것이다. 부리고래의 장경룡 버전이라 봐도 된다.

4. 진화사와 멸종

쥐라기 후기부터 콜림보사우루스아과 장경룡 중 한 계통이 깊은 수심으로 잠수하는데에 적응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스피트라사우루스(Spitrasaurus)나 오프탈모툴레(Ophthalmothule)와 같은 종들에게 큰 눈과 특화된 어깨관절이 등장했다. 이 계통은 북극권을 포함한 북방의 깊고 차가운 바다에서 서식했으며 해저의 작은 먹잇감들을 사냥하는 데 적합하도록 적응방산을 거치고 있었다. 심해 생태계들은 기후 변화나 환경 변화의 영향을 덜 받기 때문에, 이들은 쥐라기가 끝나고 백악기가 시작되면서 일어난 해양환경의 변화에도 무사했다.[9] 하지만 백악기 초기에 해수면이 하강하자 이들이 의존하던 극지방의 심해 생태계들은 대부분 소멸되어 거의 모두가 멸종되게 되었다.#
그러나 일부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깊은 후미에서 살아남았고, 이 후미는 테티스 해의 최북단과 얕은 해협으로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이곳에 고립되게 되었다. 이들이 이 고립된 환경에서 심해 환경에 적응된 특징들을 더욱 발달시키면서 최후의 콜림보사우루스아과이자 크립토클리두스과였던 아비소사우루스로 진화했던 것으로 보인다. 콜림보사우루스아과중 심해 환경에 특화되었던 하위계통 가운데서도 가장 극단적으로 특화되었던 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매우 협소한 환경에서 진화했었고 워낙 심해에서의 사냥에 특화되어있었던 만큼, 이 최후의 심해 서식지마저 지속되는 해수면 강하로 얕아지자 결국 적응하지도, 얕은 바다를 뚫고 남쪽으로 이동하지도 못하고 멸종된 것으로 보인다.


[1] 하술하겠지만, 만약 이 장경룡에 대해 지금까지 진행된 연구 결과가 뒤집어지지 않는 한 이 녀석의 생태에 정말 걸맞는 이름이다.[2] 발견된 표본이 쥐라기 후기와 백악기 전기의 경계의 지층에 있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해당 장경룡을 소개한 논문에서는 지층의 시기가 백악기 전기에 더 가깝다고 주장하였다.[3] 참고로 장경룡들은 외부 귀가 없었다.[4] 흔히 플리오사우루스류를 제외한 모든 장경룡들이 이렇게 약한 이빨만을 가지고 있어 큰 먹잇감을 물어뜯는 등의 행동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으나, 이런 인식이 가장 강한 엘라스모사우루스과 장경룡들은 머리가 몸에 비해 작을지언정 이빨은 상당히 크고 견고하게 발달되어 있었다. 그러나 크립토클리두스과 장경룡들은 대부분이 정말로 연약한 턱과 이빨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아비소사우루스는 그 중에서도 심한 편이다.[5] 다만 장경룡들은 두 쌍의 지느러미발을 추진과 방향전환 모두에 사용했다는 차이가 있다.[6] 어린아이들의 관절이 성인들보다 더 유연한 걸 생각해 보자.[7] 물론 물 밖에서는 이런 골격 구조가 몸을 지탱하기 힘들거나 아예 불가능하게 하지만, 애초에 장경룡들은 물 밖에 나올 일이 전혀 없었으므로 상관없었다.[8] 현대 심해로 잠수하는 향유고래부리고래는 눈이 매우 작으나, 이들은 초음파에 의존하기 때문에 시각이 큰 필요가 없다.[9] 반면 콜림보사우루스아과의 나머지 종과 그 외의 크립토클리두스과 장경룡들은 이때 전부 멸종되었고, 대신 엘라스모사우루스과와 렙토클레이두스과 장경룡들이 새로 진화해 이들의 공백을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