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12-10 16:28:41

아쿠다이칸

1. 개요2. 실제 모습3. 사극에서의 등장
3.1. 클리셰3.2. 대표적 배우
4. 사극 외 매체에서의 등장5. 관련문서

1. 개요


悪代官. 중세 이후의 일본에는 군주를 대신하여 영지를 다스리는 관직이 발생했고 이것을 다이칸(代官)이라고 불렀는데 현대 일본에서 사극을 제작하며 탐관오리를 다루면서 이게 하나의 캐릭터 유형으로 굳어지며 그 앞에 惡을 붙여 '나쁜 다이칸'이라고 한 것이다.

한국사의 악질 사또, 탐관오리에 해당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2. 실제 모습

현대에 다이칸이라하면 대부분 에도 시대의 다이칸을 가리킨다. 이 시대의 다이칸은 주로 천령이라 불리는 막부 직할령을 통치했는데 쇼군은 국정을 다스려야하므로 지방에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없기에 이들이 중용되었다. 당연히 천령의 수입은 막부의 수입이므로 얼마나 많은 세를 거두느냐가 중요시되었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다이칸들이 백성들을 착취했다.

다만 사극에서 나오는 것처럼 뇌물을 받고 사재를 불렸던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그런 유형의 탐관오리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반대로, 에도 시대에는 관직을 받으면 다들 입신출세의 기회로 보고 가문의 영광을 위하여 총력을 기울여 적극적으로 임했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사재까지 쓰는 게 보통이었다.[1] 막부 측에서도 그런 것을 알고서도 자신들의 재정을 아끼기 위해 암묵적으로 권장했는데 당연히 사재를 쓰면 이것을 어딘가에서 충당해야 했으므로 뇌물을 받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으며 막부에서도 도가 지나치지 않으면 뇌물을 받는 정도는 묵인했다. 어차피 그들이 받은 뇌물을 다시 공무에 썼기 때문이다.

한편 백성들을 착취하는데 너무 도가 지나치면 이들이 잇키를 일으키거나 야반도주를 하거나 아니면 막부에 직소를 올리게 되는데 나머지 둘은 기껏해야 경질되는 정도에 그치는 일이 많으나 만약 천령에서 잇키가 일어났다가는 다이칸 역시 극형을 면하기 어렵기에 적당히, 그러나 최대한 쥐어짜는 게 중요했고 당연하지만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이들 다이칸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기에 민중들의 사이에서 부정한 지배계층으로써 아쿠다이칸이라는 관념이 지지를 얻게 된 것이다.

3. 사극에서의 등장

3.1. 클리셰

보통 사극에서 등장할 적에는 악덕 상인[2]과 한 패로 등장해, 악덕 상인으로부터 '황금색의 과자(山吹色のお菓子)'[3]라며 금화[4]가 든 오반야키 상자[5]를 받고 "그대도 참 못됐구만"(お主もワルよのう)라며 악덕 상인을 칭찬한다. 그러면 악덕 상인은 "아닙니다 아닙니다, 다이칸님만 하겠습니까."(いえいえ、お代官様ほどでは)하고 능청맞게 되돌려 준다.[6] 그 다음 뭔가 뒤숭숭한 음모를 꾸미다가 주인공에 의해 일이 파토나고 난 뒤에 악덕 상인과 함께 붙들려서는 "상인 놈아, 네 놈도 나쁜 놈이다!"라고 남탓을 하다가 악덕 상인에게 "다이칸님만 하겠습니까!" 하고 되돌려 받는 것이 전형적으로 묘사되는 아쿠다이칸의 스테레오 타입이나 클리셰로 알려져 있다.

강철의 연금술사에서도 에드워드 엘릭이 불법으로 연성한 금을 써서 요키 중위와 유스웰 탄광 소유권을 거래할 때 이런 묘사가 나온다. 당연히 요키가 아쿠다이칸 역할이고 에드워드 엘릭이 악덕 상인 역할이다.

3.2. 대표적 배우

이 역할의 본좌이자 사실상 탐관오리의 캐릭터성을 확립한 배우로는 카와이 노부오(川合伸旺, 1932~2006)가 있다.

시대극 역사상 아쿠다이칸 역할을 가장 많이 맡은 본좌급 배우이자 일본의 시대극 드라마에서 손에 꼽는 대표적인 악역 배우다.

길을 가다가 아이들이 자신을 보고 "아쿠다이칸이다!"라고 소리치자 싫은 기색을 전혀 보이지 않고 웃는 얼굴로 대했다는 일화로 유명하다. 오죽하면 "설령 아이들이 제 이름은 기억하지 못할지언정, 얼굴만 봐도 '시대극에 나온 아쿠다이칸이다!'라고 말해주면 배우로서 분에 넘치는 행복을 느낍니다."라고 회고했을만큼 상냥하고 다정한 태도를 보여준 인격자였다.

얼마나 인기가 높았는지, 자신의 모습을 본뜬 피규어까지 발매되었고 카와이 본인은 기뻐하면서도 '이게 잘 팔릴까?'라고 의구심이 들었는데 걱정과는 달리 발매 즉시 동이 났다고 한다.

그 외 아쿠다이칸 역할로 유명한 배우로는 고미 류타로(五味龍太郎, 1933~2013), 이마이 켄지(今井健二, 1932~), 토야마 타카시(外山高士, 1930~2022) 야나 노부오(八名信夫, 1935~), 카메이시 세이이치로(亀石征一郎, 1938~), 에바타 타카시(江幡高志, 1928~), 타구치 케이(田口計, 1933~), 우에노야마 코이치(上野山功一, 1933~2023) 등이 있다. 이 중에서도 고미 류타로는 카와이와 쌍벽을 이루는 악역 배우로 생전 맡은 역할의 99%가 악역이었을만큼 악역 이미지가 강렬했다.

4. 사극 외 매체에서의 등장

  • 2002년 8월에는 아쿠다이칸을 주인공으로, 아쿠다이칸을 처단하기 위해 쳐들어오는 정의의 낭인들을 함정으로 쓰러트리는 악대관이라는 PS2용 게임이 출시되기도 했다. 그럭저럭 인기도 괜찮아 3편까지 제작되었으며, PSP로 보드게임도 2편 제작되었다.
  • 역전재판 시리즈에서는 극중극토노사맨 1기에 등장한 토노사맨 최대의 적수로 아쿠다이칸(アクダイカーン)이 등장한다. 마지막 칸(かん)을 장음 처리하여 (カーン)과 같은 표기로 만들어놓아서 적절히 특촬물 악역스러운 네이밍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판에서는 Evil Magistrate. 슈트 액터는 이부쿠로 타케시.
    토노사맨은 영주님을 뜻하는 토노사마에 '-맨'을 합친 이름인데, 영주님과 탐관오리가 대립한다는 컨셉에서 망나니 장군을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 두 사람은 프리큐어 Splash Star의 악역 아쿠다이칸은 여기서 이름을 따왔다.

5. 관련문서


[1] 에도 시대에는 큰 전란이 없었기에 무사들의 수는 많았던 반면 관직 자체는 그 수가 한정되어 있었기에 아무런 관직도 없는 하급 무사들이 매우 많았다.[2] 작중 에치고야(越後屋)란 이름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3] 직역하면 '황매화색 과자'. 황매화(일본어로 山吹, 야마부키) 꽃이 노란 빛을 띠기에 일본에서는 황금을 에둘러 말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였다.[4] 오반(大判)이라고 불리는 에도 시대의 금화.[5] 오방떡의 유래가 된 과자로, 오반야키라는 이름 자체가 오반과 비슷하게 생겼다는 의미로 지어진 것이다.[6] 대충 어떤 느낌인지 이 클리셰를 활용한 녹음기 광고 응모작을 참고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