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어 단어
속죄, 죗값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2. 소설
이언 매큐언(Ian McEwan)의 소설. 국내에서는 '속죄'라는 제목으로 2003년에 문학동네에서 번역 출간되었다.2.1. 줄거리
주인공 브라이오니 탈리스[1]는 소설가를 꿈꾸는 열세 살의 소녀이다. 상상력이 풍부하고 감수성이 예민하며, 결벽증이 있어서 자신을 둘러싼 세계가 질서정연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도 하다. 아직 2차 대전이 발발하지 않았고 영국 상류층이 마지막으로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던 1935년, 대학을 졸업하고 집으로 돌아온 브라이오니의 언니 세실리아 탈리스는 뭔지 모를 답답함과 자립해야 한다는 막연한 의무감에 시달린다.그리고 세실리아의 소꿉친구이자 탈리스 가(家)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 터너가 있다. 계급의 거리감과 둘 사이에 막 싹트기 시작한 긴장감 때문에 세실리아와 일부러 거리를 두는 로비와 로비의 태도를 눈치채고 표현하기 힘든 왠지 모를 울분을 느끼고 있던 세실리아가 어느 뜨거운 여름 오후에 정원의 분수대 앞에서 마주친다. 그동안 쌓인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감정이 폭발해 버린 세실리아는 로비가 보는 앞에서 옷을 벗고 분수대로 뛰어들고, 건물 위층 창가에서는 상상력 풍부한 어린 브라이오니가 그 모습을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그날 오후, 탈리스 가에는 손님 한 사람이 찾아온다. 저녁 식사 도중 저택에 있던 친척 아이들이 실종되고, 브라이오니의 사촌언니이자 아이들의 큰누나인 롤라가 아이들을 찾아나섰다가 누군가에게 강간을 당한다. 한편 로비와 세실리아 사이의 알 수 없는 행동을 목격하고 거기에 자신의 상상력까지 덧붙인 브라이오니는 로비를 강간범으로 확신하고 지목한다.
사실 브라이오니가 거짓말을 한 동기가 하나 더 있다. 그녀는 내심 로비를 짝사랑해서 관심을 끌어보려고 로비가 보는 앞에서 물가에 뛰어드는 짓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라이오니를 어린애로밖에 보지 않았던 로비는 위험하고 철없는 장난으로 여기고 브라이오니를 혼냈다. 그 후 로비가 세실리아에게 전하기 위해 쓴 편지에 음담패설이 담겨 있던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고, 결정적으로 서재에서 로비와 세실리아의 정사를 직접 목격하게 되면서 로비에게 여러 가지 의미로 배신감을 느낀 것.[2] '네가 나에게 상처를 줬으니 너도 뜨거운 맛 좀 봐라'라는 어린아이다운 유치한 의도로 로비를 지목한 것이었지만, 그 경망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로비는 강간범 누명을 쓰고 체포되어, 좋은 평판과 전도 유망한 의사 지망생이라는 사회적 입지를 모두 잃어버린다.
제2부에서는 강간 혐의로 복역하던 로비가 징집되어 2차 세계대전의 지옥을 겪는 장면들이 펼쳐진다. 이언 매큐언의 충실한 역사적 고증과 이를 생생하게 풀어낸 장면들이 돋보이는 대목으로, 연합군이 마지노선에서 퇴각하여 됭케르크까지 철수하는 아비규환의 상황과 폭격의 공포, 본국으로 떠날 배가 없어서 절망에 처한 병사들이 저지르는 집단적 폭력 등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제3부에는 브라이오니가 안락한 가정을 버리고 간호사로 자원하여 참혹한 전쟁의 와중에서 부상을 입은 군인들을 돌보며 자신이 저지른 죄를 속죄하려 애쓰는 모습이 나온다. 한편 롤라는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을 강간하여 모든 비극을 몰고 온 장본인인 폴 마샬과 행복하게 결혼하고, 롤라의 결혼식에 참석했던 브라이오니는 잘못을 빌고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해 세실리아를 찾아간다. 자신이 로비를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던 세실리아는 처음부터 그의 결백을 알았기에 그 여름밤의 사건 이후 가족들과 의절까지 하고 집을 나가 로비를 만나기 위해 브라이오니보다 먼저 간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브라이오니는 세실리아의 하숙집에 들렀는데, 그 곳에 세실리아와 함께 있는 로비를 발견한다.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그 엄청난 잘못도, 모든 것을 휩쓸어 버리는 전쟁마저도 이 두 사람의 사랑은 갈라놓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브라이오니는 안도하며, 한편으로는 쓸쓸해하며 런던으로 돌아온다.
-출판사 서평 中
그러나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전쟁 후 소설가가 된 브라이오니가 말년에 집필한 마지막 소설의 내용이다.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기반으로 둔 이 소설의 결말부는 완전히 허구이다.
사실 로비는 전쟁 중이던 1940년 6월에 영국군 퇴각을 하루 앞두고 브레이 듄스에서 패혈증으로 전사했으며, 같은 해 9월에 밸엄에 있던 세실리아 역시 밸엄 역에 가해진 폭격으로 인해 사망했다. 소설에서는 폭격으로 숨졌다고만 나와 있으나 영화에서는 공습을 피해 밸엄 역에 숨어 있었는데 폭격으로 역 위에 있던 수도관이 망가지며 쏟아진 물에 익사한 것으로 나왔다. 직접 폭격을 맞고 죽었다면 너무 처참하기에 저렇게 묘사한 듯하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그토록 애절하게 그리워했음에도 불구하고 몇 개월 시차를 두고 각자 세상을 떠나면서 생전에 영영 재회하지 못했다. 여기서 세실리아가 자신이 죽기 전에 로비의 사망을 알았는지 몰랐는지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는데, 몰랐다고 보는 게 타당할 것이다. 로비가 죽은 걸 알았다면 그대로 밸엄에 남아 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
그리고 자신의 망상으로 거짓된 증언을 하여 로비의 인생을 망가뜨리고 두 사람을 평생 갈라놓게 하고 결국 그들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버린 브라이오니는 자신의 죄에 대해 평생에 걸쳐 처절하게 죄책감을 가지고 후회한다. 그 후 브라이오니는 자신이 소망한 대로 소설가가 됐지만 말년에 치명적인 혈관성 치매에 걸려 시한부 선고를 받고 기억을 잃어가고 있었다.
죽음을 앞둔 그녀는 두 사람의 사랑을 소재로 자신의 스물한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소설을 집필하고 결말 부분은 실제와는 다르게 두 사람이 죽지 않고 재회하여 계속 사랑하는 것으로 창작(invent)한 뒤 이 소설의 제목을 '1999년 런던'[3]이라고 지으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2.2. 미디어 믹스
2.2.1. 영화
자세한 내용은 어톤먼트(영화) 문서 참고하십시오.[1] 한국어 공식 번역본에는 '브리오니'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영화를 보면서 발음을 들어보면 분명 '브라이오니'로 발음된다. 비록 주인공 이름 표기에는 오류가 있지만 공식 번역판의 번역은 훌륭하다고 생각해도 좋을 만큼 무난하다.[2] 실제로 어린이들이 부모님의 잠자리를 우연히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서 남녀간의 성관계에 혐오감을 느끼는 사례가 적잖이 있다.[3] 원래 브라이오니는 세실리아와 로비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소설을 18살에 이미 한번 쓴 적 있다. "분수대 옆의 두 사람" 이라는 제목으로 신생 잡지 '호라이즌'에 기고하며, 1999년 런던과 달리 세실리아와 로비 사이의 미묘한 감정이 싹트는 장면만을 중점적으로 묘사한 소설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