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유럽공법(Jus Publicum Europaeum)이란 서로를 동등한 전쟁 당사자로 인정하고 공존의 파트너로 삼는 국제사회의 법적-정치적 최소단위이다. 엘리트주의 중심의 다극체제인 유럽에서 통용된 전통이다. 유럽공법 체제란 전쟁의 문명화를 핵심으로 하는 질서 체계로 주권국가 사이의 전쟁은 종교전쟁과 달리 상대방을 절멸시키기보다는, 각각의 국가가 한정된 자기 이익을 위해 한정된 전쟁을 전개하는 것이다. 중세 이후에 정착된 유럽공법 체제는 전쟁과 실제 전투를 법제화하고 규칙화한 유럽 역사상 최고의 문명적 성과라 할 수 있다. 개인과 국가의 결합, 즉 내셔널리즘의 기반이 되었다는 평을 받는다.2. 비판
하지만 당시 서구권의 정치개념들이 흔히 그랬듯 유럽중심주의, 팽창주의에 입각하여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패권을 정당하는 데 쓰이곤 했다. 유럽공법은 그야말로 '유럽'공법이었지, 모든 나라를 위한 공법은 아니었다. 열강들은 전면에 내세워진 그럴듯한 원칙들을 편의적으로 해석하여 실제로는 약소국에 무제한에 가까운 폭력을 투사하였다.왕이 항복하면 그것으로 끝났던 중세시대의 전쟁과는 달리, 민족국가 개념이 성립하면서 왕이 항복하더라도 전쟁이 끝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였는데, 유럽공법은 전쟁의 주체를 국가, 정규군으로 한정한다. 즉 나라가 외세의 압력에 무릎을 꿇은 후 벌어지는 민중들의 투쟁은 범죄자들이 저지르는 불법 행위에 불과하다고 간주되는 것이다. 제네바 협약 또한 전쟁 포로의 범위를 정규군으로 한정짓고 있으며, 그리하여 포로의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이 심각한 수준의 인권침해를 겪고 있다.
3. 출처
- 동국대학원신문 '[포커스] 20세기에서 퇴각하는 길 : 칼 슈미트 읽기의 현재성'
- 유럽중심주의 비판과 주변의 재인식 : 부산대학교 인문한국HK고전번역-비교문화학 연구단 편
- 채널예스 - 장정일의 독서일기 '존 키건의 『전쟁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