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9 07:53:39

은혜 갚은 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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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줄거리3. 파생4. 여담

1. 개요

한국의 대표적인 전래동화 중 하나. 까치가 자신의 새끼를 구해준 지나가던 선비에게 은혜를 갚는다는 이야기이다.

주로 은혜 갚은 꿩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배경이 치악산(雉岳山)임을 명시한 판본에서는 꿩 치(雉) 자를 살려 반드시 까치가 아닌 이 주인공이며 '치악산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도 유명하다. '은혜갚은 꿩(혹은 '치악산의 전설')'은 제목 및 내용에 확실한 지명들을 포함하고 있으니 전설이지만, 은혜 갚은 까치는 전자의 변형된 이야기로 시대는 명확하나 확실한 지명이 없으므로 민담이다. 고로 한국 전설로서의 더 정확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은혜 갚은 꿩 항목을 참고하자.

2. 줄거리

조선시대에 한 선비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이었다. 산을 넘는 중에 유독 까치소리가 시끄러워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니 웬 커다란 구렁이가 나무를 둘둘 감고 올라가 둥지의 새끼 까치들을 노리고 있었다. 부모 까치들은 이 광경에 안절부절 못하고 둥지 위를 계속 날기만 하며 깍깍 울부짖고만 있었다. 선비는 마침 가지고 있던 로 구렁이의 배를 정확히 맞춰 죽여서 까치 가족을 구해준 뒤 유유히 갈 길을 마저 걸어갔다.

이후 날이 저물고 주막 하나도 없는 깜깜한 이 첩첩산중에서 어찌 밤을 보낼까 고민하던 선비는 저 멀리 반짝이는 불빛을 발견해 그 곳으로 향한다. 도착한 곳은 작지만 선명한 불빛이 흘러나오고 있던 오두막. 선비는 이런 산 속에 사람 사는 거처가 다 있다는 것이 좀 의아했지만, 당장 묵을 곳이 없었기에 그런 거 신경 쓸 겨를도 없이 주저없이 문을 두드렸고, 이윽고 젊고 예쁜 아가씨가 나와 선비를 맞이했다. 아가씨가 홀로 지키고 있는 그 오두막에서 묵기로 한 선비. 그는 하루종일 걷느라 피곤해진 탓에 그녀가 차려준 맛있는 밥을 배불리 먹고 금세 잠이 들었다.

그렇게 한창 단잠을 자고 있던 와중에 선비는 무언가 몸을 꽉 조여 숨이 답답해진 느낌에 눈을 떴다. 그런데 낮에 죽인 구렁이와 똑같이 생긴 거대한 구렁이가 자신의 몸을 칭칭 감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경악한 선비가 "다, 당신의 정체가 뭐요? 나한테 왜 이러는 것이오?"라고 묻자, 구렁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낮에 네놈이 쏘아 죽인 구렁이의 부인[1]이다. 네가 내 남편을 죽여 분하고 원통하니 나도 너를 결코 살려 보내지 않겠지만, 저 언덕 위의 에 있는 종이 세 번 울리면 너를 살려 줄 것이다. 그러나 이 밤중에 누가 와서 종을 울리겠느냐? 그때까지 종이 울리지 않으면 너를 먹어치워버리고 말겠다!!"

꼼짝없이 개죽음을 당하게 된 선비. 살려줄 것을 간청하자 구렁이는 날이 새기 전[2], 언덕 위 절의 종루에 있는 종이 3번[3] 울린다면 살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점점 날은 밝아 오는데 종이 울릴 기미는 도통 없고 선비가 이젠 완전 끝이라고 체념한 그 순간 종소리가 크게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또 다시 크게 울리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크게 울리는 종.
"너를 꼭 죽여 없애고 싶었건만 약속은 약속이니 어찌할 수 없구나. 살려줄테니 가거라."

구렁이는 몹시 통곡하며 선비를 풀어주고 곧바로 이 되어 승천해 사라졌다.[4]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살아난 선비는 채비 후 부처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종루로 올라가 봤더니...

종루 바닥에는 수십 마리의 까치들이 머리가 깨진 채로 처참하게 죽어 있었으며 종에는 까치들의 피가 흥건했는데, 이는 바로 전날 선비가 구해준 새끼 까치들의 부모가 동료들을 동원해 있는 힘껏 종을 머리로 들이받아 소리를 낸 것. 죽으면 새끼들은 누가 먹여살려? 선비는 까치들의 숭고한 희생에 슬퍼하며 이들을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상경길에 올랐다.

아무리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자신이 받은 은혜가 있으면 그것을 반드시 갚는다는 교훈이 담긴 민담이며, 판본에 따라서 선비가 과거에 급제해서 잘 살았다는 결말이 추가된다던가, 선비가 까치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한양행을 포기하고 을 짓고 승려가 되었다는 버전도 있다.[5]

3. 파생

이 이야기는 다양하게 파생되기도 하는데, 앞 부분의 이야기는 동일하며 다른 점은 은혜를 입는 동물 부분이다. 여기서 죽은 구렁이는 독이 든 동물, 식물(예를 들어 잉어, 딸기, 버섯)로 환생해 주인공에게 먹혀서 주인공을 독사시키려고 하지만, 황새들이 몸의 독을 쪼아 치료해 준 덕분에 주인공이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버전이 있다. 그 뒤 흔적은 낫조각이 남는다든가, 벌레들이 변소에서 죽어 있다든지 다양하게 나온다.

서브컬처에서도 빈번하게 볼 수 있는 소재다.
  • 옛날 옛적에의 한 에피소드로도 제작되었으며, 여기서도 까치로 나왔다. 그리고 과부가 된 그 구렁이는 같이 도를 닦던 도중 원래 하루만 더 있으면 남편 구렁이와 함께 이 되어 승천할 팔자였는데, 선비의 손에 의해 남편을 잃어서 그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설정. 종이 울리지 않은 채로 날이 밝아오자 좋아하며 선비를 죽이려는 찰나 갑자기 종이 울리자 분하다고 울면서 그대로 홀로 용이 되어 승천했다.
  • 한국의 현대음악가 정윤주는 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무용조곡 "까치의 죽음"을 1957년에 발표했다.
고맙습니다! 그 말종 남편에게 시달려왔는데 당신 덕에 은혜를 입었습니다!

라고 큰절하며 고마워하고 재물을 줘서 모두가 행복해졌어요로 마무리. 그리고 종소리에 까치가 시끄럽다고 투덜거린 게 잠깐 나오고 끝.
  • 마음의소리 551화에서는 선배가 다친 까치를 구해준 것을 보고 감동한 애봉이 그 선배에게 고백하는 순간 까치가 "선비님! 도망치세요!"라고 하면서 학교의 종을 들이받아 울렸다...

4. 여담

사실 현대 자연주의 및 생태주의 관점에서 보면 선비가 괜히 생쇼로 당연한 먹이사슬 생태계의 일에 간섭하려다가 죽을 뻔했다는 식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구렁이 등 뱀들이 새, 특히 새끼새를 노리고 잡아먹는 건 자연계에서 흔한 일인데[7] 인간이 거기에 손을 대는 건 자연의 섭리를 방해한 행위라는 것. 저 구렁이가 다른 사람, 어린 아이 등을 노리는 거라면 당연히 그 자리서 쏴 죽여 구하는 게 맞겠지만 굳이 그런 게 아닌 이상 손을 댈 필요는 없었다는 의견이다.[8]

이 때문에 현대의 각색판에서는 선비에게 활을 맞은 구렁이나 아내 구렁이가 "우리는 산 것을 잡아먹어야 하는 구렁이로 태어난 것 뿐인데 그것이 죽을 죄냐, 새끼 새는 불쌍하고 우리는 불쌍하지 않더냐"라고 따지고 선비는 그에 대해 항변하지 못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옛날 옛적에에서는 선비를 죽이려던 구렁이의 아내가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고, 소설 유랑화사에서는 이렇게 자기가 죽인 구렁이의 원한을 다 늙어 노인이 될 때까지 짊어져야 했던 선비가 나오는 에피소드가 있다. 아이들이 동화의 비논리적인 점을 뒤집어서 보게끔 각색한 어느 책에서는 선비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자기가 살려준 까치의 도움을 받아 남편 구렁이를 치료할 약초를 구해오는 해피엔딩으로 각색하기도 했다.

이야기의 내용과 달리 구렁이의 신체스펙은 인간을 삼키거나 조여죽일 수준이 결코 못 된다. 그린아나콘다그물무늬비단구렁이같은 초대형종은 되어야 인간을 죽일 살상능력이 있다. 보통 전래동화에서 영물급 동식물은 일반적인 개체의 크기를 한참 뛰어넘는 것[9]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이야기에 나오는 구렁이는 말도 하고 변신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범상치 않은 존재이니 그래서 그렇게 크다고 하면 말은 된다.

이와 비슷하게 인간이 작은 동물을 육식동물에게서 구해주는 이야기가 인도 설화에도 있는데, 여기에서는 위에서 지적한 '육식동물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 수행자가 숲 속에서 수행을 하던 중 매에게서 도망치는 작은 새를 숨겨주고 매에게 새를 살려주라고 타일렀는데, 그러자 매는 "짐승을 잡아먹어야 하는 매로 태어난 것을 나보고 어쩌라는 말이오? 나는 너무 굶주려 지금 그 새를 잡아먹지 못하면 죽게 될 것이니, 그 새를 내주든지 그 새 무게만큼의 날고기를 내게 주시오"라고 따진다. 매의 말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수행자는 제 살을 베어 내주기로 마음먹고 저울과 칼을 가져오는데, 이상하게도 고통을 참고 제 몸을 아무리 베어 저울에 올려놓아도 작은 새 하나만큼의 무게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 수행자는 자기가 직접 저울에 올라가 보는데, 그제야 저울이 평형을 이룬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수행자는 약속을 지켜 자신이 작은 새 대신 매에게 잡아먹히기로 한다. 그런데 매도 작은 새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피가 줄줄 흐르던 수행자의 몸도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 그런 수행자의 앞에 제석천, 즉 인드라 신이 나타나 "아까 그 매는 나였고, 그대를 시험해 보기 위해 벌인 일이다. 작은 새의 생명과 매의 생명은 그대의 목숨과 똑같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대는 다음 생에 큰 진리를 얻을 것이다"라고 치하했다는 이야기.

머리로 종을 울렸다는 점에 착안해서, 머리를 반복적으로 무언가에 부딪히는 웃긴 장면을 보고 은혜갚은 까치라며 놀리는 경우도 있다.


[1] 판본에 따라 여동생이나 누나, 어머니인 경우도 있다. 처음부터 이 구렁이는 선비가 묵을 곳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여인으로 변신하여 그를 감쪽같이 꾀어냈던 것이다.[2] 판본에 따라 자정(0시) 이전.[3] 드물게 5번 이상인 경우도 있다.[4] 또는 "넌 남편(판본에 따라 오빠 혹은 남동생, 아들인 경우도 있다.)의 원수지만 동시에 내 소망을 이뤄준 은인이기도 하구나! 역시 예사롭지 않은 존재로다!"라고 말하고 용으로 변하지 않고 그냥 수풀 속으로 사라진다는 버전도 있다.[5] 비스한 이야기인 은혜 갚은 꿩은 결말이 이거다.[6] 이 때 구렁이가 "호, 혹시 성함이?"라고 묻자 그분의 이름을 댄다.[7] 심지어 작중 선비가 구해준 까치 역시 다른 동물을 사냥해서 먹이로 삼는 잡식성 동물이며, 개체에 따라서는 뱀을 사냥하기도 한다.[8] 바닷속을 잠수하는 잠수부부터 또 오지의 자연을 촬영하러 가거나 탐험하는 사람들까지 일종의 규칙이 있는데 바로 저런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잡아먹으려는 일에 자기가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더라도 절대 손을 대지 않는 것이다. 잡아먹으려는 쪽도 자신들의 생존이 걸려 있으니까. 다만 폐어구에 해양생물들이 갇혀 있거나 하는 등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그 생물들이 피해 입는 경우만큼은 개입해 구해준다.[9] 인간을 씹지도 않고 통째로 삼킬 수 있을 정도로 큰 호랑이라든가 어린아이 몸통만한 산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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