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피동 표현 두 개가 같이 쓰인 것. 대개 피동 접사인 '-이-/-히-/-리-/-기-/-되-' + 어미 '-어' + 피동 보조 동사인 '-지-' + 어미, 즉 단형 피동에 장형 피동이 서로 합쳐져 피동 표현이 중첩된 말을 말한다. 드문 예로 '씌이다'처럼 피동 접미사가 두 번 쓰인 예도 있다. '중첩 피동 표현'이라고도 한다.2. 예시
아래 예시는 모두 어근 + 접미사 + 어미 '-어-' + 보조동사 '-지-' + 어미 '-다' 구조이다.단어 | 어근 | 피동 접미사 | 교정 | 예문 |
그여지다/그이다[1] | 긋- | -이- | 그어지다(긋- + -어지- + -다; 'ㅅ' 불규칙 활용) | |
나뉘어지다 | 나누- | 나누어지다/나눠지다/나뉘다 | ||
놓여지다 | 놓- | 놓이다/놓아지다 | 길가에 덩그러니 놓여진 저 의자 위에도(NELL의 기억을 걷는 시간) → 길가에 덩그러니 놓아진 저 의자 위에도 네 앞에 놓여진 세상의 ~(김동률의 동행) → 네 앞에 놓아진 세상의 ~ | |
들려지다 | 듣- | 들리다/들어지다('ㄷ' 불규칙 활용) | ||
모여지다 | 모(으)- | 모아지다/모이다[2] | ||
바뀌어지다/바뀌이다 | 바꾸- | 바꾸어지다/바꿔지다/바뀌다 | ||
보여지다[3] | 보- | 보아지다/보이다 | ||
쓰여지다/씌어지다/씌이다 | 쓰- | 써지다/쓰이다/씌다[4] | 이 글은 n년 전에 쓰여졌습니다(인스티즈 옛날 글 알림) → 이 글은 n년 전에 쓰였습니다 컵은 음료를 따라 마시는 데 쓰여진다. → 컵은 음료를 따라 마시는 데 쓰인다. | |
짜여지다 | 짜- | 짜지다/짜이다 | ||
닫혀지다 | 닫- | -히- | 닫히다/닫아지다 | |
묻혀지다[5] | 묻- | 묻히다/묻어지다 | ||
잊혀지다 | 잊- | 잊히다/잊어지다[6] | 잊혀지지 않을 거예요(산울림의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 잊어지지 않을 거예요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이용의 잊혀진 계절) → 잊어져야 하는 건가요 | |
들려지다[7] | 들- | -리- | 들리다/들어지다 | |
열려지다 | 열- | 열리다/열어지다 | ||
믿겨지다 | 믿- | -기- | 믿어지다/믿기다 | 니가 여자가 생겨 믿겨지지가 않아(컨츄리꼬꼬의 Happy Christmas) → 니가 여자가 생겨 믿어지지가 않아 |
찢겨지다 | 찢- | 찢기다/찢어지다 | 다 찢겨져 버린 사이(M.C The Max의 넘쳐흘러) → 다 찢어져 버린 사이 | |
실현되어지다 | 실현 | -되- | 실현되다 |
한자어에 '被'가 쓰여 있으면 한자어에서 이미 피동의 의미가 들어있으므로 '피살되다', '피폭당하다'와 같은 표현은 이중 피동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한자어의 특성상 한국어 내에서 생산성의 한계가 있어 완전한 동궤에서 보기는 어렵다. 그런 이유로 '피살되다'와 같은 것은 사전에도 실려있다. 여기에 '피살'이 이미 피동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서 이중 피동을 피하고자 '살-되다'라는 표현을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피살-하다'를 써도 되겠으나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없고, '살해-되다'라는 단어를 쓸 수도 있으나 그것은 '살해'라는 다른 어휘를 끌어온 것이므로 문법적 변화의 범주에서는 벗어나 있다. '피폭당하다'는 '피폭하다'로 바꾸면 한 글자 짧아진다.
특히 '잊혀지다', '쓰여지다', '짜여지다'는 이중 피동 표현 가운데 널리 쓰이는 예이다. '잊혀질 만큼만', '잊혀질 권리', '잊혀진 계절', '잊혀진 두루무', '잊혀진 도시의 중심부' 등. '잊혀지다'는 뉴스에서도 널리 쓰일 정도이다. '쓰이다', '짜이다' 따위가 피동사인 것과 무관하게 '내용를 쓰여두었다', '짜여둔 프로그램'처럼 쓰지도 발음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따지면 어미 '-어'가 어간 '잊-'/'쓰-'/'짜-'와 '-지-' 사이에서 '-혀'/'-여'로 바뀌는 사실상 불규칙 활용으로 볼 수도 있다. 예수 종교에서는 '쓰임받다'가 쓰이곤 한다. 한술 더 떠서 '씌여지다', '바뀌여지다'라는 때마저 있는데, 이건 삼중 피동이다.
3. 비문 논란
이것을 올바른 표현으로 간주하느냐 마느냐를 두고 아직도 국어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부분은 견해가 많이 갈리며, 다양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도 이중 피동이 그른지 옳은지 여러 해에 걸친 문의 답변에 따라 달라져,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중 피동이 그르다고 명시한 적이 있다(#페이지 연결 불가, 2017)
- 이중 피동이 바르고 그르고를 규정한 바 없다(#페이지 연결 불가, 2018)
- 견해 차가 있을 수 있지만 간결한 표현에 알맞지 않을 뿐, 비문은 아니다(#페이지 연결 불가, 2019).
곧 간결체를 쓰기 위해 피해야 하는 표현일 수는 있으나 노래 가사, 시 등에서 이중 피동 표현을 썼다고 이를 문법 파괴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이다.
한편 현재 중고등 국어 교과서에서는 이중 피동 표현은 잘못됐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는 한국어에 '먹었었다', '보았었던'이 '먹었다', '보았던'과 의미 차이가 없는 잉여적 표현이라고 가르쳤다가[8] 후에 과거 시제 선어말 어미의 중복 사용이 비문이 아니라고 인정되면서 그 내용이 교과서에서 사라진 전례가 있다. 교육이 상당히 변화에 보수적이라 하는 점을 감안하면 한 번 내지 두 번 정도의 교육 과정 개편을 거쳐 이중 피동 표현이 잘못됐다고 설명하는 내용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국어 교과서에서 지적하는 부분이다 보니 메이저급 언론사에서는 수정한다. 심지어 '잊혀지다' 같은 대중적으로 널리 쓰이는 표현도 \'잊히다'로 수정하는 언론사도 있다.
사실 한국어는 문법 요소의 중복(redundancy)이 상당히 자주 일어난다. 가령 겹말, '-시-'를 중복으로 써서 주체 높임성을 강조하는 예가 있다.[9] 의미·기능상으로 중복되는 표현을 씀으로써 뜻을 더욱 잘 전달하려는 목적이다. 하나 쓰면 어떤 뜻, 둘 쓰면 또 다른 뜻 같은 수학식과는 거리가 먼 편.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글을 쓰면 전달력이 반토막 나버리는 일도 잦다.[10]
북한의 어문 규범인 문화어로는 '-기우-', '-히우-', '-리우-', '-이우-'라는 표현을 도입하고선, 피동의 의미를 강조하는 의미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 북한의 언론 보도나 공문서에서도 많이 쓰인다.
4. 유사 형식
위의 형태처럼 보인다고 모두 중첩 피동 표현인 건 아니다.4.1. 사동사 + '-어지다'
한국어에서는 피동 접사와 사동 접사의 모양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한순간 피동과 사동이 헷갈리기도 한다. 이중 피동 판별에도 '믿겨졌다'가 이중 피동인 걸('믿기다'와 '믿어지다'가 피동이므로) 보고 '얼려졌다'도 이중 피동으로 오해하듯이.피동 표현을 나타낼 때 쓰는 접미사는 '-이-, -히-, -리-, -기-'이고, 사동 표현을 나타낼 때 쓰는 접미사는 '-이-, -히-, -리-, -기-, -우-, -구-, -추-'이다. 게다가 목적어는 상황에 따라 생략할 수도 있고, '보이다'처럼 사동 표현과 피동 표현의 형태와 발음이 같은 말도 있다. 이 말인즉 피동 표현을 나타내는 접미사와 사동 표현을 나타내는 접미사가 겹쳐진 '-이-, -히-, -리-, -기-' 부분에 조심하라는 뜻이다.
피동 표현에는 목적어가 없지만 사동 표현에는 목적어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알리다'는 기본형인 '알다' 사이에 '-리-'가 들어갔지만 이것은 피동 접미사가 아닌 사동 접미사이다. '얼리다'도 사동이므로 '얼려지다'는 정상인 사동 피동 표현이다.
나는 곧 소식을 알린다 | '~을(를)' 목적어 있음. 사동 표현임.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정지용 시) | 목적어 없음. 피동 표현임. |
그런데 어떻게 보면 '다양하게 활용하게 재료를 만들다' 같은 표현도 사동으로 볼 수 있고, '자료가 불티나게 팔리다' 같은 표현도 사동 피동 중첩 표현으로 볼 수 있다.
4.2. 강세 표현 '-치-' + '~어지다'
강조 또는 강세의 뜻을 나타낼 때 쓰는 접미사인 '-치-'[11]가 결합하고 '-어지다'가 붙은 형식에서 어간이 'ㄷ, ㅌ, ㅈ, ㅊ' 받침이면 피동 접사 '-히-'가 결합할 때 발음이 [치]가 되어 혼동된다(예: '부딪치다'[부딛치다], '부딪히다'[부디치다])[12][13] 강세 표현 '-치-'인 대부분은 타동사이므로 별 무리 없이 '-어지다' 피동 표현을 쓸 수 있다.4.3. 형용사 변화 '~어지다'
한국어는 동사와 형용사를 구별하지 않는 전통으로 형태가 대부분 같다. 형용사 변화 표현에도 '~(어)지다'를 쓰는데, 예를 들면 '세련되다'는 형용사이기 때문에 '세련되어지다'는 쓸 수 있다. '-되다'는 피동 표현을 만드는 접미사이자 형용사를 만드는 접미사이다. '기막히다'는 어원상으로 피동과 유관하나 형용사이므로 현실에서는 안 쓰이지만 '기막혀지다'도 형용사 변화 표현이다. 동사로도 쓰이고 형용사로도 쓰이는 말은 <한국어의 5언 9품사> 문서에서 볼 것.'(~)하여지다'는 사동 피동도 이중 피동(하- + -이- + -어지- + -다)도 아닌 불규칙 일반 피동(하- + -아지- + -다) 또는 불규칙 형용사 변화 표현이다(예: 정하여지다, 튼튼하여지다). '(~)해지다'로 줄일 수도 있다. 이중 피동 '짜여지다'가 쓰이는 것은 '(~)하여지다' 때문일 수도 있고 '바라다'가 '바래'로 활용되는 것과도 비슷해 보인다.
4.4. '되다', '-게 되다' + '~어지다
동사 '되다'는 접미사 '-되다'와 달리 피동 표현이 아닌 변화를 나타내는 표현이기에 이중 피동은 아니다. 다만 자동사이기 때문에 자동사 피동인 '되어지다'가 쓰이기는 어렵다.'-게 되다'는 피동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예컨대 '굳어지다'와 '피해되다'는 피동사인데 그 뜻풀이는 '-게 되다.'로 끝났으며,[14] 형용사로는 '-게 되다'와 '-어지다'가 거의 비슷한 의미이기는 하다(예: 아깝게 되다 = 아까워지다 = 아까운 상황에 이르다). 그렇게 보면 '-되다'의 '-게 되다' 꼴인 '-되게 되다'(예: 허락되게 되다)나 '-어지게 되다'도 이중 피동으로 볼 수 있다. 다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게 되다'의 '되다'를 "어떤 상황이나 사태에 이르다."의 의미로 본다([4]「1」).
5. 삼중 피동
만들기 어려울 것 같지만, 음절 축약을 이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 '씌여지다'는 (쓰- + -이- + -이- + -어지- + -다)로 분해할 수 있다. (쓰- + -이-)가 '씌'로 되고, (-이- + -어지-)가 '여지'가 된다.6. 관련 문서
[1] '긋다'의 피동 표현으로 인정되지 않는 표현.[2] 그러나 '모이다'는 '사람들이 알아서 모였다.'처럼 자동사로 쓰이기도 한다.[3] '보다'에 대응되는 말은 아니지만 사동형인 '보이다'(현대에는 보조용언 '주다'와 결합해 '보여주다'로 자주 쓰임)에 쓰인 표현은 국립국어원도 확답을 못하는 상황이다.[4] '(Be) written'의 의미와 'utilized' 또는 'used'의 의미 둘 다 같은 형태다.[5] '땅에 묻다'의 뜻으로 쓰이는 단어와 그 다의어 한정.[6] '잊히다'가 있어서 '잊어지다'도 적절치 않단 국립국어원의 답변도 있으나 '피동 표현' 문서에도 적힌 문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7] '아령을 들다' 등 타동사 한정.[8] '-었었-'이라는 어형 자체는 1909년 경에도 써졌을 정도로 매우 오래된 형식이지만 '대과거'라는 별개의 시제 의미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 하면 '-었-'으로 나타내도 무방한 잉여적 표현으로 처리될 수 있다. 오늘날에도 '-었었-'을 대과거(더 오랜 과거)로 보지 않는 견해는 꽤 있지만 이는 '과거 완료 지속이다', '과거 상태이다', '과거 완료이다' 등 '-었었-'의 의미를 가리키는 정확한 시상 용어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지, '-었-'과 다른 의미를 나타낸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냥 '-었-'으로도 과거 완료를 뜻할 수 있으나, 주로 일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었었-'의 의미는 대개 과거 완료이다. 즉, "과거에는 먹었지만 지금은 먹지 않는다.", "과거엔 보았지만 지금은 보지 않는다."의 뜻을 '-었었-'으로 나타내는 일이 많다. 어떻게 보면 '-었던'도 '-(으)ㄴ'의 잉여적 표현으로 볼 수도 있지만. 자세한 건 '었' 문서에서 찾으면 좋겠다.[9] 다만 '숟가락을 잡으시셨다'처럼은 안 쓰인다.[10] 문법 요소의 중복이 잦은 언어의 특징으로 일상적으로 두세 번씩 같은 기능의 문법 요소를 넣어 쓰다 보니 한 번만 써서는 뜻이 약해진다. 이와 비슷하게 영어처럼 어순이 정형적인 고립어와 달리 한국어처럼 비교적 자유로운 교착어에서는 일부 문장 성분의 중복도 곧잘 일어난다. 예를 들면 \'사람은 ~는 것이 사람이다'와 같이 피정의항를 앞뒤로 되풀이하는 것이다. 중세 한국어 시절부터 내려온 유서 깊은 문법이다.[11] 이 '-치-'는 대개 동사 '치다'[打\]에서 왔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12] 단, '부딪히다'와 '부딪치다'는 본래 하나의 단어를 억지로 '-치다', '-히다'로 나누어 놓은 것이라는 의견이 있다.[13] '받치다'는 이 '-치-' 결합형처럼 보이지만 어원상으로 '받- + -히-'로 사동 접사 결합형이다. '바티-'에서 '바치-'가 됐고 근대에 '받-'을 재구해 '받치다'가 됐다. '받치다'와 '받히다'가 헷갈리는 건 피동사와 (기원상)사동사가 헷갈리는 예로 이 문단의 예와는 다소 다르고 오히려 위 문단과 유사하다.[14] '굳어-지다': 「동사」 「1」누르는 자국이 나지 아니할 만큼 단단하게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