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가장 널리 쓰이는 이중 피동 표현. 이중 피동 표현은 중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서 잘못된 표현의 대표적인 예시로 등장하므로, 메이저급 언론사에서는 대부분 수정한다. 하지만 '잊혀지다'만은 깐깐한 언론사에서도 수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잊히다', \'잊어지다'로 올바르게 쓴 기사는 극히 드물다.당장 포털에서 기사 검색을 해 봐도, 바른 표현을 쓴 기사는 페이지 수로 6페이지에 불과한데, 기사 검색 결과가 이 정도라면 검색량이 매우 적다고 봐야 한다.
2. 원인
국어국문과 학생이 기고한 기사에 따르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첫 번째는 문법적 견해의 차이이다. 이 경우는 문법적으로 논란이 있는 표현임은 알고 있지만, ‘잊혀지다’를 이중 피동이 아닌, 사동 후 피동이라고 해석하거나, 시적 허용이라 생각한다. 시적 허용에 해당하는 경우로는 오장환 시인의 시집 <잊혀진 계절>이 있다. 그래서 이와 제목이 같은 가수 이용의 노래 잊혀진 계절도 의외로 별다른 논란이 되지 않는다. [1]
두 번째는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익숙함’을 이유로 든 후자의 경우는 뉘앙스의 차이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잊히다’보다 ‘잊혀지다’가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져 ‘잊혀지다’를 사용한다고 답변했다 한다. 한마디로, 문법적으로 논란이 있는 표현이라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경우다.
여기서 저자가 지적한 부분은 두 번째 경우인데, ‘잊히다’와 ‘잊혀지다’의 어감을 구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익숙해서란 것. ‘잊혀지다’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자칫하면 다른 이중 피동 표현도 분별없이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기사에는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지만, 이 경우는 발음 문제도 있다. '잊혀지다'는 문법적으로는 올바르지 못한 표현이긴 하지만, '-어지-', '-다'만 쓰인 '잊어지다'보다도 발음이 편하고,[2] 상대방이 잘못 들을 가능성도 적다.
반면, 옳은 표현인 \'잊히다'는 발음하기도 불편하지만, 상대방이 '미치다'로 잘못 듣고 화를 낼 가능성이 높다.
깐깐한 언론사에서 다른 표현은 바로잡아도, 유독 이것만은 바로잡지 못하는 것은 이 점이 결정적일 것이다.
3. 논란
절대 다수의 대중들이 잘못된 표현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인지하더라도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교정, 교열 업무 종사자들을 가장 난감하게 만드는 문제다. 교정, 교열 담당자의 관점으로는 중고등학교에서도 기본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인 데다가, 다른 이중 피동 표현도 분별없이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다른 것은 인정해도 이 부분은 '맞다'와 같이 쉽사리 타협하지 않으려 한다.물론 이 사람들도 이용의 <잊혀진 계절> 같은 경우는 시적 허용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저자는 시적 허용 여부를 고려해서 저 표현을 쓰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문맥상은 불필요한 경우가 절대 다수이다.
문제는 이 부분을 수정할 때 클레임이 들어오는 것이다. 애초에 바른 표현인 \'잊히다', \'잊어지다'는 일상생활에서 아예 사장된 표현과 다름없다 보니, 이상하게 여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관성의 법칙처럼 문법 의식을 버려서까지[3] 더 쓰이는 표현은 가까이하고 덜 쓰이거나 그다지 안 쓰이는 표현은 멀리하거나 아예 사장하려는 심리가 있기도 하고.[4] 그래서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설명하는 교열 담당자가 문법나치로 몰리기 쉽다.
4. 관련 문서
- 이중 피동 표현
- 한국어/불규칙 활용: '잊히다'가 피동사인 것과 무관하게 '사람을 잊혀버렸다'처럼 쓰지도 발음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현실적으로 따지면 어미 '-어'가 어간 '잊-'과 '-지-' 사이에서 '-혀'로 바뀌는 사실상 불규칙 활용으로 볼 수도 있다.
[1] 노사연의 히트곡 <만남>은 가사 중 "우리의 바램이었어"라는 표현 때문에 지금도 지적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2] '찢어지다'가 '찢혀지다'로 쓰이지 않음을 생각해도 발음이 편한 건 상기된 대로 익숙함 때문인 셈이다. 다만 이중 피동인 '찢겨지다'로 간혹 써지기도 한다.[3] 이는 문법화의 원인으로 볼 수도 있다. '번역체 문장/영어·일본어 공통 번역체' 문서에 적힌 일부가 이 예시인 셈.[4] 어떤 표현을 그다지 안 쓰인다는 이유로 더 쓰이는 표현으로 수정하는 작성자도 있다(무시되다→무시당하다 등). 이는 틀렸다고 오해하기 쉬운 한국어의 원인이기도 하고, 은연 중 메이저부심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