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轉爐, Converter
용광로에서 나온 선철에서 과량의 탄소를 제거하여 강철로 만드는 설비.
전로라는 이름은 전기와 관련된 뜻이 아니고[1] 바꾼다는 뜻의 '바꿀 전(轉)' 전로이다. 즉 선철을 강철로 전환시킨다는 걸 의미한다. 영어명도 converter.
2. 상세
용광로에서 철광석을 제련하면 산소와 불순물이 제거되어 쇳물이 나오는데 이 쇳물은 제련 과정에서 쓰인 코크스 등으로 인해 탄소성분이 많이 포함된 선철이므로 단단하기는 하지만 충격에 약해 쉽게 깨진다. 이 선철에서 인, 황 등 불순물을 제거하고 탄소 성분을 적절히 줄여야 비로소 강하고 탄력있는 강철(steel)이 된다. 과거에는 쇳물에서 탄소를 제거하는 기술이 부족해서 대장간에서 고온으로 달궈진 철괴를 오랫동안 두드려 내부의 탄소와 불순물을 줄이는 과정을 여러차례 반복해야 했으므로 강철은 매우 생산하기 어렵고 비쌀 수밖에 없었고 품질도 낮았다.하지만 전로가 발명되면서 쇳물에서 값싸고 빠르게 탄소와 불순물을 제거할 수 있게되어 비로소 강철을 공업적으로 대량으로 값싸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이 전로의 발명은 차량이나 선박, 교량, 고층 건물과 기계 공구 등 강철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오늘날의 현대 문명이 가능하게 한 결정적 발명 중에 하나로 꼽힌다.
3. 원리
벳세머 전로의 얼개. |
전로는 쇳물인 용선 안으로 공기나 산소를 불어넣어 용선 안의 탄소가 이산화 탄소나 일산화탄소 가스 상태로 배출되게끔 한다.
전로를 기울여 상부로 용선을 투입한 후, 전로 하부의 풍구로 공기를 주입하면 탄소가 불타서 나오므로 철의 탄소함량이 줄어들도록 되어 있다. 전 과정은 잘 조직된 공장의 경우 20~30분 가량으로 끝난다.
4. 역사
공업적으로 전로법을 개발한 것은 헨리 벳세머(Henry Bessemer)이다. 1855년 벳세머 전로의 등장 이전에는 강철을 생산하기 위해 점토로 쌓은 고로인 블루머리에서 직접환원법으로 얻은 순철에 가까운 철괴를 탄소덩어리인 숯과 함께 달궈 탄소를 서서히 침투시키는 침탄과정을 거쳐 탄소함량을 높여야 했으므로, 최소 며칠에서 몇주간 철을 고온으로 달구어 두어야 했다.[2][3] 이에 따라 시간도 많이 걸리고 생산량도 적고 엄청난 연료가 소비되었으므로 강철은 매우 비쌀 수밖에 없었다. 원료도 불순물이 적은 스웨덴산 철광석을 써야 하는 등 제약이 많았다. 즉 전로 이전에는 강철은 비싸고 대량생산이 안되어 용도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었다.벳세머 전로의 등장으로 생산성이 높은 용광로에서 얻은 선철을 빠른 속도로 강철로 전환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강철의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다. 원가가 종래방식의 1/7 밖에 들지않고 짧은 시간에 수십 톤씩 처리할 수 있어 강철의 가격도 급격히 하락하고 생산량도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철교나 철도 빌딩 선박 등 많은 대중적 용도에 강철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카네기 같은 철강재벌이 경제를 지배할 수 있었다. 강철의 대량 생산을 통해 19세기 후반의 2차 산업혁명을 지탱할 수 있었다는 점이 벳세머 전로의 역사적 의의라고 하겠다. 한마디로 현대 강철시대를 연 산업적, 경제적,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발명이다.
그러나 벳세머 전로는 산성 슬래그를 사용하므로 철 안에 포함된 중요 불순물 가운데 산성인 유황과 인을 제거하지 못했으므로 고품위의 강철을 얻는데는 부적합하였다. 또한 용철 안에 공기를 불어넣음에 따라 필연적으로 강철에 질소가 녹아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벳세머 전로는 비교적 저품위의 강철을 대량생산하는 데 사용되었고, 고품위의 강철은 여전히 블루머리-침탄에 의해 생산되었으며 후일 지멘스-마르땡 평로(平爐, Open Hearth Furnace)가 이를 이어받게 된다.
이후 영국의 시드니 길크라이스트 토마스에 의해 염기성 슬래그와 염기성 돌로마이트 내화물을 사용하는 토마스 전로가 개발되어 유황과 인의 제거가 가능해졌다.
20세기에 들어서 공기를 냉각시켜 액화 순산소를 값싸게 제조하는 방법이 개발되었으나, 이를 벳세머식 저취전로에 사용할 경우 반응이 지나치게 강하여 조업 제어능력이 떨어졌다. 순산소를 사용하는 제강법은 오스트리아 Voestalpine社가 전로의 상부에서 랜스를 통해 용강면에 분사하는 상취전로법(린츠-도나비츠 전로법, 줄여서 LD전로법)을 실용화하고서야 보편화되었다. 이후 순산소 전로제강법은 평로를 거의 완전히 대체하고 제강법의 주류로서 현재에 이른다. 현재는 순산소 상취전로법이 가진 교반력 저하의 문제로 하부 풍구를 통해서도 불활성 기체를 불어넣는 복합취련식 전로가 보편화되어 있다.
5. 기타
- 용광로와 달리 전로는 사고가 나기 쉬운 구조라서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안전에 유의하지 않으면 넘쳐흐르거나 엎질러져 쏟아진 쇳물에 휩쓸려 인체가 녹아 사람의 형체도 남지 않는 사고도 자주 일어날 수 있다. 공정의 속도 자체가 매우 빠르고 격렬하다. 슬로핑[4], 스피팅[5] 같은 현상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노를 통째로 뒤집을 수 있게 되어 있으므로 최악의 경우 엎어지면서 쇳물을 쏟게 된다.
- 용광로에서 나온 쇳물을 전로에 주입하거나 처리가 끝난 쇳물을 전로에서 쏟는 과정이 쇳물이나 불꽃이 사방에 튀고 매우 역동적이고 볼만한 광경이라 제철소 설비 홍보용 소개영상 등에 단골로 등장하기 때문에 이걸 제철소의 대표적인 설비인 용광로로 오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1] 전기로라고 불리는 전기의 열을 이용하는 다른 설비가 있다[2] 고온에서도 탄소가 철 내부로 침투하는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이다.[3] 중국 한대에 개발된 초강법은 근대의 벳세머 전로와 유사하게 선철(통상 4wt% 이상의 탄소를 함유)을 녹인 용선에 공기를 불어넣고 금속산화물 등 탈탄제를 넣어 탄소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강철을 생산한다. 한대의《회남자》, 명대의 《천공개물》에 초강법의 탈탄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고고학적으로도 매우 일찍 등장하는데 관련 논문에 따르면 한성 백제 시절 중국에서 도입된 게 확인된다 덕분에 중국은 17세기까지 세계 최고 품질의 철을 생산하는 국가였다..[4] 전로 입구로 슬래그가 흘러내림[5] 전로 내부에서 소규모 폭발로 녹은 쇳물이나 슬래그가 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