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삼국지 유비로 천하쟁패의 등장인물. 원 역사의 전예에게서 모티브를 따왔다.2. 작중 행적
젊은 시절 유비의 부하로 지내다가 유비와 헤어진 뒤 조조군으로 이적한 인물. 민심을 무기로 사용하는 유비에 대응할 방법을 고심하던 조조에게 가후가 그를 남양 태수로 삼을 것을 추천한다. 예전에 유비의 부하이기도 했고 민심을 추스르는 역량이 뛰어나 남양을 단도리할 태수직에 최적의 인사라는 것.이후 남양태수로 부임해 남양 호족들을 불러 모아 완전 툭 까놓고 "좌장군은 좋은 사람이 맞지만 이대로 있다가는 내가 죽을 거 같아서 나온 거다."라는, 대놓고 나 배신자라 선언하는 자학성 발언으로 유비 편에 가담할 때 닥칠 고난과 깨끗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받아주는 조조의 그릇을 강조하고 우금이 이끄는 5만 대군이 곧 도착하니 함께 맞이하러 가자는 발언을 던져 국지전 패배 따위로 변하지 않는 양쪽의 세력 차이를 일깨운다. 동요하던 호족들을 단번에 진정하자 슬그머니 소작료 감면 이야기를 꺼내는 모습이 백미.
이후 완성에 합류하여 유비군의 공세 때 마초를 막아선다. 수레와 화공을 통해 마초의 맹공을 한나절이나 막아냈으나, 전예의 부곡들이 이민족과의 전투 경험이 메인이었던 것과 너무 눈치가 빠른 것이 독이 되는데, 마초가 물러나는 걸 눈치채자마자 과거 이민족들과의 전투 경험을 떠올려 사실상 싸움이 끝났다 판단해 긴장을 조금 풀었고 그 틈을 찌른 관우의 우회 공세를 막지 못하고 난입을 허락하고 만다.
그래도 재빨리 예비대를 투입시키며 보병의 질량으로 소수의 기병을 뭉개 버린다는 정석적인 대응을 했는데 무아지경으로 일격필살을 실현하는 관우의 무력 앞에선 그런 정석 자체가 무의미해 대형은 붕괴되었고, 유비군 소속이었다는 패널티 때문에 후퇴 후 재정비도 못하는지라 울며 겨자먹기로 직접 칼을 들고 관우에게 달려든다.
당연히 무력 차이 때문에 일격에 승부가 갈렸으나 관우가 예전에 한솥밥 먹은 정으로 창대로 쳐준 덕분에 갈빗대 몇 대 부러지는 대신 목숨을 건지고 사로잡힌다.
합비의 병력까지 빼 전군을 투입하는 조조의 움직임을 보고 자문을 구하는 유비의 말에 자문은 은근슬쩍 회피하면서도 태도는 싸바싸바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때 유비가 내린 전예에 대한 평은 인간 풍향계, 가후 순한 맛. 그 말인즉슨 전예가 적극 협력하면 자신에게 대세가 기울었다는 뜻이리라 여긴 유비도 계속 풍향계로 써먹기 위해 더 이상 조조군 관련 정보는 묻지 않고 시시콜콜한 근황 이야기만 나눴다.
이후 양번 공방전 때 관우와 장료가 같은 전장에 선 것을 보곤 지난 30여년간 전장에서 막무가내로 살던 두 장수가 여기서 만난다며 관우 vs 장료 떡밥을 투척한다.
3. 능력
전쟁, 정치, 처세 등 여러 분야에서 다재다능한 만능형 무장이다. 조조도 전예가 민심을 아우르는 재주가 있다고 인정해 유비군 소속 이력이라는 결점에도 불구하고 파견했으며, 실제로 당근과 채찍을 동원해 능숙히 호족들을 끌어들이는 정치적인 실력을 보여줬다. 작중 전략전술을 이야기하는 장수들은 많으나 전예처럼 그 밑준비인 정치적 활동을 직접 하는 건 전예만 나왔다.[1]군사 지휘관으로서도 매우 유능해 그 마초가 직접 서량기병들을 몰아 공격해도 방어에 성공했고, 마지막에 관우가 들이닥치지만 않았으면 격퇴에 성공했을 것이다. 또한 잘 언급되진 않으나 보병만 잘 지휘하는 게 아니라, 기병 역시 잘 지휘한다.
4. 기타
작가의 전작인 아! 내가 마속이다에서는 고령의 노장으로 등장한 인물인데, 본작에서도 상대적 젊은 시절로 재등장한 인물 중 한 명이다. 전예가 유비와 함께 활동하던 시절이 나름 초기인지라 전예 이 양반 의외로 장수했었네? 라는 재평가(?)를 받았다.가솔들 걱정에 어쨌든 협력은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다잡지만 가솔들이 걱정됐다면 차라리 거기서 자결을 했어야 했다. 본인이 항장, 그것도 당장 적대중인 유비군 출신의 무장인 상황에서 그 유비군에게 길을 내준 데다 안 죽고 포로로 잡히기까지 했으니 위나라 조정에 이것이 어찌 보일지는 너무나 뻔하기 때문. 당장 같이 싸우고 있는 장합도 전예는 뭐했냐고 부르짖는 판국이니. 그나마 조조는 전예를 알 테니 당장 그의 가족을 해하진 않겠지만 문제는 그 뒤가 원 역사에서 거의 같은 길을 걸은 우금을 조롱해 분사하게 만든, 사이코패스 인성을 지닌 조비라는 것.
이런 전예의 면모는 작가의 전작인 아! 내가 마속이다에서도 나타난다. 작가가 아예 전예의 캐릭터성으로 못 박아둔 모양. 내마속과 유비쟁패뿐만 아니라 간절히 작가의 위나라 캐릭터들 자체가 유독 형벌에 대한 내로남불이 심하고(더 정확히는 나만은 무사할 거라는 안일함) 유비군에서 위군으로 전향한 인물일수록 더욱 그런 성향이 강하며 그래서인지 유사 사례인 진군 같은 경우 내마속에서 아예 위나라의 사상을 대놓고 찬양하며 촉한을 헐뜯는다. 그리고 이들의 논리를 소설 전개를 통해 다시금 박살내는게 간절히 작품의 특징이다. 위의 진군 같은 경우에도 아들인 진태의 행적을 통해 논리를 박살냈었다.
전예가 유비군을 이탈한 이유는 초기 유비군의 너무나도 아슬아슬한 상황에 못 배기고 나온 것이라고 한다. 유비의 최측근인 관우조차도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마당에 하위 무장인 자신은 여기 있다가는 100% 제명에 못 살게 확실하다 본 것. 이 때문에 관우가 왜 아직도 살아있는 거냐고 기막혀하기도 했다. 그래도 작중에서 관우에게 털릴 당시 묘사를 보면 나름 부하들 목숨도 챙기려고 노력하는 편이나, 문제는 그 결정으로 인해 부하들이 관우와 마초에게 조져지며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가 되었다는 것.
이후 유비가 가후 순한 맛이라 평한 것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속물적이고 소시민적인 면이 강한 사람이지만 가후처럼 아주 혐오스럽지는 않은 미묘한 인간상이다. 좋게 봐줄 수는 없는데 그렇다고 아주 나쁘게 보기도 뭐한 타입.
[1] 장합과 하후연, 조홍도 정치를 이용하려고 하긴 했지만 상세한 준비 같은 건 하지 않았고, 당사자들의 바보짓이나 준비 부족으로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