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4-23 02:46:30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


주의. 사건·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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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2. 전개
2.1. 1991년
2.1.1. 미인도 포스터 제작2.1.2. 작가 반발2.1.3. 위작시비 점화2.1.4. 작가 절필 선언
2.2. 1999년
2.2.1. 위작범 자백
2.3. 2002년
2.3.1. 작품 감정
2.4. 2015년
2.4.1. 작가 사망으로 논란 재점화2.4.2. 2002년 작품 감정에 대한 문제 폭로
2.5. 2016년
2.5.1. SBS스페셜 보도2.5.2. 위작범의 진술 번복2.5.3. 위작범의 진술 재번복2.5.4. 유족 측의 고소2.5.5. 천경자 미인도 검찰 제출2.5.6. 천경자 1주기 추모전2.5.7. 프랑스 감정팀 감정 착수2.5.8. 프랑스 감정팀 위작 판정2.5.9. 검찰 측의 진품 주장2.5.10. 유족 측의 반발과 항고 의사 표시2.5.11.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팀의 반박
2.6. 2017년
2.6.1. 김재규-신군부 연관설 보도2.6.2. 작가 자필 공증 확인서 사본 공개2.6.3. 국립현대미술관 미인도 공개2.6.4. 검찰의 항고 기각2.6.5. 김어준의 파파이스 출연2.6.6. 재판 현황2.6.7. 향후 전개 예상
2.7. 2023년
3. 주장과 반응
3.1. 미술관 측의 주장
3.1.1.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측의 주장
3.2. 천경자 유족 측의 주장
3.2.1. 짜깁기 정황3.2.2. 뤼미에르 감정팀 측의 주장
3.3. 김재규 옹호 측의 주장
3.3.1. 신군부 연관설
3.4. 대중의 반응
3.4.1. 대중의 반응에 따른 영향
4. 교훈
4.1. 작가들의 입장에서: 체계적인 작품 관리 필요4.2. 한국 미술계 관계자 입장에서: 부실한 작품 감정 시스템 개선 필요4.3.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미술품 비자금 조성 감시 필요
5. 관련 문서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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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1] 장미와 여인(19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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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의 처녀(1974) 고(1974)
화가 천경자의 그림으로 알려진 '미인도'의 진위 여부를 놓고 벌어졌던 위작시비. 천경자 본인이 위작이라고 주장하는 그림에 대해 소장 국립현대미술관이 진품이라고 반론한 결과 작가의 일시적[3] 절필, 여기서 더 나아가 전두환 정권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공작이 아니었냐는 의혹까지 이어진 사건이다. 대략적인 경위는 다음과 같다.

1977년작으로 기재된 미인도는 본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이 소장하고 있던 작품이라고 알려져 있다. 10.26 사태로 김 전 부장의 재산이 압수되면서 이 미인도도 정부의 소유로 넘어갔고, 우여곡절 끝에 1980년 5월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러나 입고 당시의 사진 기록은 없다. 미인도의 사진이 처음 찍혀 현대미술관에 기록된 것은 1984년이다. 입고 후 10여년 간 잠자던 작품은[4] 국립현대미술관 1991년 3월 문화공보부가 '움직이는 미술관' 순회전의 전시작으로 포함시키며 세상에 모습을 나타냈지만, 이 그림을 직접 확인한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길고 긴 위작 논쟁이 시작되었다.

천경자의 위작 주장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은 진위를 가리기 위해 X-ray, 적외선, 자외선 촬영등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였다 하였으나 당시 강정식 보존과학실장은 진품이라는 증거는 되지 않는다고 말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의 위촉을 받은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5]는 1991년 4월 11일 진품이라고 판정하였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앞으로 위작임을 확증할 수 있는 증거가 밝혀지면 받아들이겠다"는 단서를 붙인 끝에 진품임을 주장하였다. 그후 일부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들은 국과수 및 KIST에서 진품으로 감정했다는 허위를 퍼뜨리기도 했다.[6] 작가는 이에 대해 항변하였지만 당시 사람들은 언론에 보도된 '과학적' 감정과 논란 당시 작가의 나이가 67세였던 점이 맞물려 '자기 그림도 몰라보는 정신나간 작가'#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다. 결국 큰 충격을 받은 작가는 사건 직후 예술원 회원직을 사퇴하고 전시회 출품 등 작품공개 활동을 중지하겠다고 선언한 끝에 미국으로 떠난다. 이후 1995년 호암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가진 후 2년 뒤 미국으로 떠났으며, 1998년 말 서울시립미술관에 주요 작품 93점과 화구 등을 기증하였다.

<미인도>에 대한 논란은 1999년 고서화 위조범 권춘식이 자신이 미인도를 위조했다는 증언을 함으로써 다시 재개되었다. 그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작품입수 시점과 위조했다고 진술한 시점이 불일치하고, 위조자가 수묵화 위조 전문이어서 천경자의 채색화를 위조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기존 입장을 고수하였다. 검찰에서는 공소시효가 만료되어 더 이상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7]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주장했던 권춘식은 "미인도는 내가 그리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며 기존의 주장을 번복했다가 # 다시 자기가 그렸다고 재번복하는 등 #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 전개

2.1. 1991년

2.1.1. 미인도 포스터 제작

언급한 것처럼 사건은 1991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아트포스터로 제작해 판매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내막을 적은 기사에 따르면, 천경자의 후배 시인이 천경자의 집을 방문했을 때 대화 중에 "선생님 그림 잘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후배 시인은 현대그룹 사옥 부근에 살면서 현대그룹 사옥 지하 사우나탕에 자주 들리는데 그 안에 천경자의 미인도가 하나 걸려있다고 했다. 그 미인도는 오리지날 작품이 아니고, 현대미술관에서 당시에 보기 좋은 그림, 유명 작가의 그림을 선택하여 미술관 아트숍에서 대량 프린트하여 미술문화 대중화 차원에서 한 장당 만원씩 받고 팔고 있었는데, 그 중에 인기작가인 천경자의 그림(프린트)이 잘 팔려 나갔다고 한다. 현대사옥의 헬스클럽도 예외는 아니어서 싸고 좋은 천경자의 미인도 프린트를 사다 장식용으로 걸어 놓았던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그 말을 전해 들으신 예민하고 자존심 강한 선생님께서 그냥 넘어가실 분이 아님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튿날 아침 일찍 직접 프린트가 걸려 있다는 헬스클럽에 찾아가 확인하신 뒤에 그 그림의 미인도는 진짜가 아니라고 현대미술관 측에 통보했고, 모 신문사에도 정보 제공을 하신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그 시인을 통해 들은 바 있다."고 한다.#

2.1.2. 작가 반발

당시 천경자는 분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작품은 내 혼이 담겨 있는 핏줄이나 다름 없습니다.
자기 자식인지 아닌지 모르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나는 결코 그 그림을 그린 적이 없습니다.
나는 절대 머릿결을 새카맣게 개칠하듯 그리지 않아요.
머리위의 꽃이나 어깨 위의 나비 모양도 내 것과는 달라요.
작품 사인과 연도 표시도 내 것이 아닙니다.
난 작품 년도를 한자로 적는데, 이 그림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 있어요.[8]
내가 낳은 자식을 내가 몰라 보는 일은 없습니다.

2.1.3. 위작시비 점화

작가 자신이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말했으니 위작을 발견한 단순한 사건으로 결론이 날 것으로 생각 되었으나… 국립현대미술관이 이 작품은 진품이라고 맞서며 국내 미술계 최대의 위작시비가 벌어지게 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김재규중앙정보부장의 소장품이었다가 국가에 환수되어 재무부, 문공부를 거쳐 미술관으로 넘어온 소장 경위가 확실하다는 근거와, 전문위원이었던 미술평론가 오광수가 이미 진품으로 감정했다는 이유를 들어 진품으로 주장했다.

화랑협회 감정위원회는 1차 감정 실시 후 적어도 가짜는 아니다란 결론을 냈고, 2차 감정에서도 진품이란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는 생존 작가이고 정신 상태가 정상이라면 작가 의견에 감정의 우선 순위를 둔다는 화랑협의회 내부의 규정에도 어긋난 결론이었다.

결국 이 사건은 재판까지 가게 되었지만 법원에서는 판단 불가를 판정했다.

2.1.4. 작가 절필 선언

이 사건으로 충격을 받은 천경자는 사건 직후인 1991년 4월 7일 아래와 같이 절필을 선언하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4월 16일 요양차 둘째 딸 김정희와 함께 미국으로 떠났다.
붓을 들기 두렵습니다.
창작자의 증언을 무시한 채 가짜를 진짜로 우기는 풍토에서는
더 이상 그림을 그리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4개월간 미국에 머물다 귀국한 천경자는 "절필은 죽음과도 같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붓을 잡기 시작해, 1995년 호암갤러리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개최하게 된다.(대중들에게 알려진 것하곤 달리 절필은 일시적인 것이였다.)[9] 그러다 1998년 건강이 나빠져 9월 큰딸이 머물고 있는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고, 11월에 일시 귀국하여 서울시에 채색화와 드로잉 93점과 화구 등을 기증하였다.[10]

천경자의 둘째 딸 김정희는 이에 대해 감정위원들을 비판하기도 했다.#

2.2. 1999년

2.2.1. 위작범 자백

그리고 그로부터 8년 후인 1999년, 고서화 위작 및 사기판매사건으로 구속된 위조범 권춘식이 검찰 수사과정에서 "화랑을 하는 친구의 요청에 따라 소액을 받고 달력 그림 몇 개를 섞어서 '미인도'를 만들었다"고 말하면서 위작시비는 재연됐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당시 "'미인도'는 진짜이며 현대미술관이 현재 소장하고 있다."면서 "한국화 위조범과 현대 미술관 중 어느 쪽을 믿느냐"고 반문했다.

2.3. 2002년

2.3.1. 작품 감정

2002년 국립현대미술관은 후속 조치로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에 작품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화랑협회에서는 다시 진품이라는 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한 재수사는 없었으며 수많은 의혹을 간직한 채 이 그림은 여전히 진품으로 소장되고 있다.# 2014년 12월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공식사이트에서 소장품 검색을 해 보면 이 작품은 검색되지 않는 상태이다. 참고로 2010년 즈음 공식사이트 개편 이전까지는 검색이 됐다.

2.4. 2015년

2.4.1. 작가 사망으로 논란 재점화

2015년 천경자가 사망한 이후 유족들을 중심으로 재감정 요구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측에서는 재감정은 없다고 못박았다.

2.4.2. 2002년 작품 감정에 대한 문제 폭로

그런데 이런 와중에 그동안 미술관 측이 진작 근거로 제시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의 미인도 정밀감정이 애초에 없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아마도 2002년에 감정했다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의 주장에 대해 두 기관 모두 감정했다는 기록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로 인해 과학적 증거가 있다던 당초 주장과 달리 감정위원들이 분위기와 색채 등 안목으로만 진품 결론을 내렸다는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사실 미술관측의 몇몇 주장에는 신빙성 문제가 있었다. 김재규가 소장했다고 그것이 진작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위조범으로 지목된 권춘식의 자백이 오락가락 하는 문제 또한 위조범의 기억이 불확실한 것일 탓일 가능성이 있다. 한국근대회화선집에 수록된 사진도 컬러가 아닌 흑백이라는 점에서 원작과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회화선집에 실린 작품이 작가의 동의를 거친 바로 그 작품이라는 근거도 사실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진작이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원과 한국과학기술원의 감정 결과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감정이 애초에 없었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이 위작 사건은 더 점입가경의 상황이 된다.

2.5. 2016년

2.5.1. SBS스페셜 보도

이 상황에서 2016년 2월 14일자 'SBS스페셜'(423회)에서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에 대해 다루었다.# 이로 인해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졌다.

2.5.2. 위작범의 진술 번복

그런데 자신이 위조했다고 자백했던 권춘식이 2016년 3월, 17년 만에 자신이 미인도를 그리지 않았다고 밝히며 기존의 주장을 번복했다. # 권춘식은 “당시 수사검사였던 최순용 검사에게 조사받으며 혹시 감형 받을 수도 있다는 기대로 미인도 복사본을 보여주며 확인을 요청했을 때 우물쭈물했고, 그래서 사건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덕분에 가뜩이나 오리무중인 진위논란이 더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됐다.

2.5.3. 위작범의 진술 재번복

위작범으로 미인도를 자신이 그렸다고 했다가 2015년 말을 번복한 권춘식이란 자가 2016년 4월, 국립현대미술관에 보관된 미인도는 자신이 그린, 위작품이라는 사실을 자필로 다시 고백하면서 논란이 재점화 되었다. # 화랑협 임원의 회유로 진술을 번복하게 되었다는 내용인데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2.5.4. 유족 측의 고소

2016년 4월 27일 천경자의 차녀 김정희를 대리하고 있는 '위작 미인도 폐기와 작가 인권 옹호를 위한 공동변호인단'은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 등 6명을 사자명예훼손, 저작권법 위반,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소·고발한 상태이다.# 이로 인해 앞으로의 사태 추이는 지리한 법정공방이 끝나야 결과가 나오게 되었다. ‘미인도’ 검찰에 제출

2.5.5. 천경자 미인도 검찰 제출

2016년 6월 8일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배용원 부장검사)는 8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인도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미인도는 위작 논란이 제기된 1991년 이후 25년 만에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서 나온 것이다. 작품을 받은 검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국과수) 등에 감정을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천경자의 차녀 김정희(62)는 국내 기관이 아니라 해외 기관에 감정을 의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5.6. 천경자 1주기 추모전

이런 가운데 6월 14일 부터 8월 7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천경자 1주기 추모전: 바람은 불어도 좋다 어차피 부는 바람이다>가 열렸다.# 참고로 천경자는 과거에 서울시에 작품들을 기증한 적이 있다.

2.5.7. 프랑스 감정팀 감정 착수

9월 22일 유족 측이 원하던대로 프랑스의 뤼미에르 감정팀이 감정에 착수할 것이라고 한다.#

2.5.8. 프랑스 감정팀 위작 판정

2016년 11월 3일, 프랑스 감정팀은 위작이 맞다고 판정을 내렸다.# 그림의 눈, 코, 입 등 특정 부분을 1600여 개의 단층으로 쪼갠 뒤 분석해 다른 천경자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각 요소들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판명했다.# 수치상으로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에 대해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는 도안화된 인물을 그린 작품이 아니라, 천경자의 차녀인 김정희를 보고 그린 것이어서 프랑스 감정단이 제시한 패턴화 분석은 의미가 없으며, 미술품 감정 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요소인 작가에 대한 전반적 배경지식, 작품에 대한 미술사적 분석자료, 재료 분석자료, 소장 경위 자료, 전문가 의견 등이 배제되어 있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2.5.9. 검찰 측의 진품 주장

2016년 12월 19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수사검사 김덕곤, 양선순, 이치현)은 프랑스 감정팀의 판정과 정반대로 과학감정·소장 이력 및 여러 증거를 통해 진품이라 판단하였다.# 검찰은 프랑스팀의 감정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1) '미인도' 감정 보고서에 심층적인 단층분석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점, 2) 뤼미에르 팀이 사용한 계산식을 천경자 다른 작품('테레사 수녀')에 사용했더니 진품일 확률이 4.01% 수준으로 나왔던 점, 3) 뤼미에르팀이 미인도의 원본이라고 밝힌 장미와 여인에 대한 비교·분석 자료가 없는 점 4) 국립미술관으로 넘어간 김재규 소유품 목록에 '천경자 작 미인도'라는 항목이 있었던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를 근거로 미인도 사건을 불기소처분했다.

2.5.10. 유족 측의 반발과 항고 의사 표시

천경자 공식웹사이트 참조
검찰 발표에 대한 고소인 및 공동변호인단 반박 전문

당연히 유족 측은 이에 반발했다.# 유족 측은 미인도를 눈으로 감정한 감정인들 중에 미인도 사건과 이해관계가 있는 인사가 포함됐다며 안목감정위원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족측은 검찰의 '4.01%' 주장이 프랑스 감정팀에 대한 명예훼손이라 보았고, 프랑스 감정팀에서 이에 대해 대응을 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인터뷰 기사 유족 측 법률 대리인인 배금자 변호사(해인법률사무소)는 "국제적 명성의 연구소가 한 달 이상 걸려 완성한 치밀한 연구 결과를 검찰이 고의적으로 배제한 것은 충격적인 일"이라며 "항고를 통해 미인도가 위작이란 사실을 과학적으로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27일에도 유족 측 대변인은 "검찰 발표가 나자 마치 위작 논란이 종식된 것처럼 말하는데 이는 잘못됐다"며 "검찰 수사 발표는 중간 발표고 검찰의 판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검찰의 결정에 대해 30일 이내에 항고하고 재정신청할 수 있다"며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등을 비롯한 관련자들에게 개인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

2.5.11.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팀의 반박

12월 27일 유족 측의 의뢰로 미인도를 분석했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서울 프레스 센터에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하는 기자 회견을 열었다. 프랑스 뤼미에르 감정단 CEO 장 페니코(Jean Penicaut)는, 천경자의 유족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객관적이고, 수치화가 가능한 범주 안에서 작품 자체 분석에만 집중했고 어떤 주관적 해석이나 논평도 삼갔다"고 밝혔다. #

뤼미에르 팀은 다중 스펙트럼, 초고해상도 촬영, 1650층의 층간 분리 기술과 광학적, 물리학적, 수학적 기법을 동원해 미인도를 분석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인도의 출처와 국립 현대 미술관의 소장 경위, 위작 논란의 경과, 육안을 통한 일반적인 안목 감정 결과 등은 감정인의 주관적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모두 차단했다고 밝혔다. 뤼미에르 팀은 그 결과를 63쪽 분량의 분석 보고서에 담아 제출했는데, 검찰이 이를 무시한 것은 "논리적 근거도 없이 과학적 분석 결과를 전적으로 무시한 것"이며, "검찰이 보고서를 묵살하고 왜곡했다"며 반발했다. 페니코 사장은 앞서 검찰이 "뤼미에르 팀의 감정방식대로면 테레사 수녀가 진품일 가능성은 4%다"라고 일축한 것에 대해서, "검찰은 우리의 분석방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오히려 검찰에서 사용한 방법대로면, 미인도가 진품일 가능성은 0.0000000006%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감정팀은 2017년에 국제 과학 저널에 이번 감정 결과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립 현대 미술관 측과 기자 회견에 참석했던 (자칭) 빅데이터 전문가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확률의 오류가 있다며 뤼미에르 팀을 비판했다. #

2.6. 2017년

2.6.1. 김재규-신군부 연관설 보도

2017년 1월 21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신군부의 김재규 재산 환수 과정과 천경자 미인도의 연관 관계를 파헤친 내용을 보도했다.#, #

2.6.2. 작가 자필 공증 확인서 사본 공개

2017년 2월 7일 유족측은 작가 자필 공증 확인서의 1991년 12월 26일자 사본을 공개했다. 기사
파일:external/img.yonhapnews.co.kr/AKR20170207200200005_01_i.jpg

2.6.3. 국립현대미술관 미인도 공개

국립현대미술관은 경기도 과천관에서 연 '소장품특별전: 균열'을 통해 2017년 4월 23일부터 2018년 4월 29일까지 미인도를 공개한다.#

2.6.4. 검찰의 항고 기각

2017년 5월 24일. 검찰측에서 항고를 기각하며 "기록을 세밀히 검토한 결과 이 항고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유족 및 변호인단 측은 검찰측 통지서에는 단 한 줄 항고를 기각한다는 취지만 기재돼 있을 뿐 판단의 이유가 설명돼있지 않다는 점, 항고인 진술요청을 해달라는 신청을 거부하고 미국에 살고 있는 김 교수가 귀국해 서울고검 앞에서 면담신청을 해도 거부한 점 등을 언급하며 항고기각 결정에 대해 재정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2.6.5. 김어준의 파파이스 출연

2017년 6월 30일 업로드된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서 미인도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천경자의 딸 김정희 교수와 배금자 변호사가 출연하여 가짜인 이유에 대해 설명하였다. #영상

2.6.6. 재판 현황

2017년 11월 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박강민 판사는 '미인도를 진품으로 보기에 타당하다'며 '미인도는 진품이다'라는 주장을 펼친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60)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이 언론 기고문에 쓴 내용의 전체적인 취지는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것이고, 피고인으로서는 이를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사정이 있었다”며 “기고문 내용도 미술 평론으로서 합리성과 논리성을 갖추고 있다"며 사후명예훼손 1심 무죄를 판결했다.

사자명예훼손의 경우 허위사실유포에 의해서만 구성되는데, 이 사건의 경우 피고인에게 자신이 말한 것이 허위사실이 아니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기에 “사자명예훼손”이 아닌 것만 인정된 것이다. [11]. 즉, 미인도 자체의 진위 여부는 본 사건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별개의 일이다.

2.6.7. 향후 전개 예상

프랑스 감정팀의 과학적인 감정 결과가 나왔을 때까진 천경자 유족 측이 판결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됐는데,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이를 부정하고 '혐의없음'으로 불기소처분하면서 법원에서 재판조차 받을 수 없게 되었다.[12] 일부 언론은 서울중앙지검의 불기소처분을 근거로 '검찰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으니 25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는 식으로 보도하고 있는데, 일단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하겠으나 상황이 유족 측에게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다.

일단 유족 측은 "검찰 수사 발표는 중간 발표고 검찰의 판단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며 항고재정신청을 비롯해 정부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하긴 했다. 그런데 상황이 쉽지가 않다. 왜냐면 일단 유족측이 검찰측에 항고[13]를 해야 하는데, 검찰에 항고 시, 그 항고장을 받는 곳은 법원이 아니라 검찰이기 때문이다.[14] 지방검찰청의 판단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상급검찰청(고등검찰청)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항고이고, 이 항고에 대한 결정은 "항고 기각" 또는 "재기수사명령" 둘 중 하나가 나오게 된다. 만약 재기수사명령이 나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사실상 불기소 처분을 한 바로 그곳에 다시 기소하라고 항의하는 꼴이라서 항고 기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봐야 한다. 관련 법령 정보에 대한 설명은 다음 글을 참고하라.#

다만 2007년 12월 21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된 뒤로는 모든 당사자 고소 사건에 대해 검찰에 항고 뒤 재정신청이 가능하게 되었다. 즉 일단 항고한 뒤에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또 불기소처분을 하면 유족 측은 재정신청을 할 가능성이 높다.[15] 이 경우 재정신청은 서울고등법원이 받아서 처리하게 된다. 항고 기각이 합당한지를 묻는 재정신청 결과는 "신청 기각"이나 "공소 제기(기소)"의 두 가지 중 하나의 결론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일단 공소제기가 나오면 법원에서 재판이 시작되는 거지만, 만약 신청 기각이 나오면 유족 측 대리인은 형사재판은 못하고 민사재판으로 가는 쪽으로 대응을 바꿀 가능성이 높다.

결국 가뜩이나 질질 끌어온 사건이 또 질질 끌고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이다. 일단 이번 사건의 향후 처리는 다시 검찰의 몫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형사절차상으로만 따져도 바로 재판부로 넘겨 판결을 내기는 어렵고, 만약 민사소송까지 간다 치면 적어도 몇년은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설령 재정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극단적인 경우 형사재판에서 판사들이 프랑스 감정팀의 의견을 배척하고 일반인들의 통념과 반대되는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법적 처리 과정 가운데 뤼미에르 감정팀의 보고서가 나올 것이고, 일단 재판이 열린다면 프랑스 감정팀의 보고서가 재판 증거로 제출될 것이다. 그 뒤에는 계속 증거에 증거를 제시하는 지리한 공방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사재판의 경우에는 이번 문제와 좀 동떨어져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경자 미인도 위작 여부와 관련된 시시비비를 가려 미인도 작품의 가치를 재확인하고 화가 천경자의 명예를 회복하느냐 마느냐의 문제지, 유족들이 정부측으로부터 금전적인 보상을 얼마나 얻어내느냐가 아니기 때문이다.

2.7. 2023년

  • 사건번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단5158580
  • 재판부: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

2023년 7월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판사는 검찰이 진품이라고 판단한 데 반발한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을 기각했다.법률신문

3. 주장과 반응

3.1. 미술관 측의 주장

  1. 미인도는 진짜다.
  2. 천경자 작가는 본인이 작품년도를 한자로 적는다고 하였으나, 천경자의 1973년 작 길례언니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있다
  3. 미인도는 김재규중앙정보부장 소장품이었다는 확실한 소장 기록이 남아있어 신빙성이 높다.[16]
  4. 해당 작품을 위조했다고 자백한 권춘식은 정선의 금강전도를 위작한 혐의로 수사 중 스스로 천경자의 미인도를 3점 위작하였다고 자백하였다. 자백 당시 위작 의뢰를 84년에 받았다고 말하였으나 현대미술관의 미인도 입수는 80년으로 시기가 맞지 않는다.[17] 이에 권춘식의 위작이 해당 미인도일 가능성은 없다고 검찰은 판단하였다.[18]
  5. 사용된 안료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원과 한국과학기술원의 여러 감정 결과 기존 천경자가 사용하던 것과 동일한 것으로 밝혀졌다.[19]
  6. 해당 작품은 논란이 일어나기 한참 전인 1990년 1월 출간된 '한국근대회화선집'의 '장우성/천경자'편에 흑백사진으로 수록되었다. 주요작을 엄선한 화집에 작품 이미지가 실린 것은 작가의 동의를 거쳤다는 것, 즉 작가가 인정한 작품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20]
  7. 작가는 이미 이전에 인도의 무희라는 작품을 위작이라고 주장했었지만 출처가 분명해서 진품으로 밝혀졌던 적이 있다.[21]
  8. 자신이 그렸다고 말했다가 안그렸다고 말하는 권춘식의 진술은 오락가락해 신빙성이 없다.
  9.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측의 주장은 오류와 모순을 '과학'이라 주장하고, 한국 미술계 전문가들의 견해와 검찰의 과학적·종합적 수사 결과를 무시하는 태도일 뿐이다. 명암대조값, 흰자위 두께 수치 차이만으로 진품 확률이 낮다고 했는데 이런 공식이라면 다른 9점은 100% 확률이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은 것은 진품 확률 공식 자체의 오류다.[22] 뤼미에르사는 국립현대미술관 측으로부터 비과학적인 공격을 받는다는 등 피해자인 척, 공정하지 못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한편 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이었던 미술평론가 정준모는 미인도가 위작이 아니라는 내용의 의견을 기사를 통해 밝혔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이 상업적으로 팔려나가는 것에 분노해서 사태가 이렇게 흘러왔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정준모 학예실장은 천경자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16년 1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김진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명암대조 분석값을 근거로 대고 있지만, 진품들을 대상으로 해도 진품이란 게 증명되지 않는다"며 분석방법에 문제를 제기했다.#

3.1.1.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측의 주장

  1.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팀의 감정은 기소 의견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작품 이력, 재료, 기법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 '미인도' 감정 보고서에는 심층적인 단층분석방법이 제시되지 않았다.
  3. 뤼미에르 팀이 사용한 계산식을 천경자의 다른 작품에 사용했더니 진품일 확률이 4.01% 수준으로 나왔다.[23]
  4. 뤼미에르팀이 미인도의 원본이라고 밝힌 '장미와 여인'에 대한 비교·분석 자료가 없다.

3.2. 천경자 유족 측의 주장

  1. 미인도는 가짜다.
  2. 미인도 위작 행위를 벌인 주체는 국립현대미술관과 화랑협회 감정 관계자들이다.
  3. 작가가 그린 작품은 작가가 제일 잘 안다. 작가는 미인도를 그린 기억이 없다.
  4. 권춘식이 자신이 미인도를 위작했다고 자백했다.
  5. 검은 머리, 꽃과 나비 장식, 작품 사인과 연도 표시 등이 천경자의 다른 작품과 다르다.
  6. 유족측은 검찰측 감정단 중에 전문가는 단 한 명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X-ray 촬영 정도 수준의 감정은 과학 감정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초보적인 것이라 주장했다. 검찰이 유전자(DNA) 분석을 실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천경자의 진품 12점을 확보해 대조한 필적 감정에서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
  7. 검찰이 자체적으로 프랑스 감정팀의 기술을 적용해서 얻어냈다는 '진품끼리의 4%'라는 수치도 믿을 수 없다. 프랑스 감정팀이 적용한 수학 공식을 돌리는 데는 특수 소프트웨어가 필요한데, 이를 검찰이 어떻게 적용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 또한 날카로운 필기구로 사물의 외곽선을 그리는 건 동양화에서 흔히 사용되는 기법이고, 다른 밑그림의 존재는 권춘식이 원작을 보고 위작에 베끼고 수정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 검찰 발표에 대한 고소인 및 공동변호인단 반박 전문
  8. 미인도가 김재규의 소장품이므로 신빙성이 높다는 주장에 대해서 김재규의 유족들은 자신들은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다고 천경자 유족측의 변호인 배금자에게 알렸다. 김재규의 소장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진짜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해당 녹취 내용

3.2.1. 짜깁기 정황

파일:천경자 미인도 짜집기 뉴스 캡쳐본.jpg
이와 관련해서는 천경자 회고전을 기획하고 천경자 평전을 집필한 최광진 평론가의 글도 참고해 볼 만하다. 자신이 직접 미인도를 보고 감정하여 내린 결론을 정리하고 있다.##1#2#3

먼저 전체 작품의 경우 1981년 천경자의 작품 장미와 여인의 구도와 광원 등 전체적인 틀을 따온 것으로 보인다.

구도의 경우 여인의 어깨선과 목선, 턱선이 일치하며, 광원의 경우 관찰자의 기준으로 턱선을 따라서 왼쪽 목빗근으로 내려가는 그림자와 오른쪽 쇄골에 진 그림자, 볼에 광대뼈를 따라 이어진 그림자, 콧대와 안와를 따라서 진 눈두덩의 그림자가 일치하는걸 볼 때 광원의 방향은 물론 그림자의 형태 까지 모작한 것으로 보인다.

여인의 어깨에 앉은 나비의 경우 1974년 작품 에 그려진 나비 전체의 윤곽과 날개에 그려진 점, 무늬를 표현한 붓질의 위치가 일치한다.

여인의 화관을 구성하는 이파리의 경우 1974년작인 바리의 처녀에 그려진 이파리의 윤곽과 색채의 구성이 일치한다.

또한 화관의 경우 1975년작 발리 섬의 처녀에 그려진 화관을 오른쪽으로 눕혀 다시 그린 것에 불과하다.

천경자의 전 작품과 일치하는 것이 오히려 진품이라는 근거가 아니냐는 주장이 있지만, 이러한 짜깁기는 오히려 전형적인 위작의 수법이다. 자세한 것은 1995년 천경자 회고전을 기획하고 천경자 평전을 집필하였으며, 감정 과정에도 참여한 최광진 평론가의 글 참조.# 쉽게 말해, 미인도는 기존의 작품을 보고 최대한 천경자의 화풍을 똑같이 재현하려 한 모작인데, 그림을 그리는 데 이런 방식을 동원해야 할 사람은 작가보다는 위조범에 훨씬 가까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천경자 화백 본인이 그림을 그리려 했다면 구태여 자기 그림을 보고 소품을 끼워 맞춰 가면서까지 그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위조범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천경자 화백 본인이 아닌 이상에야 그냥 그림을 그린다고 천경자 화백의 스타일을 그대로 재현하기 쉽지 않은 노릇이고, 원작가의 스타일을 의도적으로 닮아 보이게 하기 위해서는 짜깁기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3.2.2. 뤼미에르 감정팀 측의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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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미인도 위작 판별을 위해 다중스펙트럼, 초고해상도 촬영, 1650층의 층간분리 기술을 동원했다. 분석에 광학, 물리학, 수학 지식을 동원한 결과 검찰에 제출한 분석 보고서가 63쪽에 달할 정도로 충분한 데이터 검증을 마쳤다.
  2. 한국 검찰의 자체 과학수사 결과는 비과학적이고 비객관적이며 임의의 자료를 모아 놓은 것에 불과하다. 우리 연구소의 25년 이상 축적된 첨단기술과 경험을 그렇게 쉽게 흉내낼 수 없다. 검찰 측은 미인도의 출처와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 경위, 위작 논란의 경과, 육안을 통한 일반적인 안목 감정 결과를 배제했다고 지적했는데, 객관적이고 수치화가 가능한 범주 안에서 작품 자체 분석에만 집중하고 어떤 주관적 해석이나 논평도 삼가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24]
  3. 검찰은 심층적 단층분석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했다. 그림 1개당 1천650개의 단층을 촬영해 작품 간의 차이점을 분석했지만 검사는 이 보고서를 참고자료로 사용하지 않았다.[25]
  4. 검찰은 자신들이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사용한 수학적 방법을 자체 실험에서 대입했고 그 결과 진품도 진품으로 나올 가능성이 4%라고 발표했는데 "검찰이 주장하는 바는 존중하고 받아들이고 싶지만, 주장할 때는 근거가 뚜렷해야 한다." "어떤 수식과 방법으로 계산해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지 알고 싶다."
  5. 화가가 빛을 인식하는 과정은 개개인마다 다르며 이는 쉽게 모방할 수 없다. 광도 편차값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명암 대비(contrast)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미인도와 천경자의 동시대 다른 작품 9점을 비교한 결과 다른 작품들의 값은 20~30으로 일정한 반면, 미인도는 45.29로 다른 작품들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6. 화가가 작품 안에서 밝은 부분과 어두운 부분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식도 쉽게 모방할 수 없다. 휘도 편차값을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빛의 균형(balance)자료를 얻을 수 있다. 천경자의 다른 작품 9점의 은 21~34 사이에 분포하는 반면, 미인도는 45로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를 함수로 계산한 결과 "미인도가 다른 작품들과 동일한 화가(천경자)에 의해 그려졌을 확률이 0.0002%"이다. 11월 3일 제시했던 수치는 이 휘도 편차값에 근거한 것이다.#
  7. 화가의 작품들 중 비슷한 대상을 그린 경우 객관적인 비교를 하기에 좋다. 천경자의 경우, 눈동자 흰자위 부위가 객관적인 비교 대상으로 적절했다. 흰자위 두께를 다중층간확대분석방법을 이용해 900나노미터까지 측정했다. 이 분석 결과 미인도의 흰자위는 다른 작품들에 비해 채색이 얇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6%에 불과하다.
  8. 눈 주위 곡선의 모양과 코와 입술의 작업방식 등도 천경자의 다른 작품과 달랐다.
  9. 근본적 문제는 작품의 진위는 화가의 판단이 가장 우선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국가에서는 작품의 진위를 결정할 때 화가 본인의 판단을 가장 존중한다. 애초에 프랑스라면 진위여부를 학계에서 다룰 수는 있어도 법정까지 가지도 않는다. 이와 관련된 일화도 있다. 파블로 피카소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사람이 그림을 샀다는 얘기를 듣고 집에 찾아가서 ‘그 그림은 가짜’라고 했고 그 말 때문에 주인은 그 자리에서 그 그림을 찢어버려야 했다. 또 카미유 피사로는 그림이 자기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인에게 ‘돈을 주면 (내 그림이라고) 얘기해주겠다’며 흥정을 했었다. 물론 이것은 잘못된 행동이지만 그 정도로 화가의 말은 절대적이란 것을 보여준다.#

3.3. 김재규 옹호 측의 주장

한편 김재규 옹호 측은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은 단순히 위작 문제가 아니며, 신군부와 미술계가 결탁한 사건이라고 주장한다.

3.3.1. 신군부 연관설

2017년 1월 21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김재규 재산 환수 과정 및 천경자 미인도에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다.# #

신군부가 김재규에게 부패했다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기 위해 없는 죄를 만드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는 것은 여러 원로 인사들의 증언으로 이미 알려져 있고, 그 과정에서 애꿎은 천경자의 이름이 이용당한 것 뿐이다. 또한 그 이후로도 김재규는 여야 막론하고 저평가되어[26] 현재까지 이른 상황이다.

주류 미술계 전체가 다 김재규를 적대시하기 할 리가 있냐며 물타기를 하고 계속 반달하는 특정 미술계 관련자가 있는데, 실제로 양심적인 인사들은 이미 당시 미술계에 가해진 압력을 고백했다. 또한 감정업계와 미술관 측은 자신들의 이권을 수호하기 위해 '김재규가 사치스러운 수집벽이 있었고 이를 위해 부정축재를 벌였다.'식의 프레임을 씌워야만 했던 당시의 공작에 가담한 것이다. 그리고 일단 그렇게 양심을 팔고 진품이라고 감정한 이상, 번복하면 한국 미술계 자체가 나락에 떨어지게 될 것 같으니 프랑스 전문가들이 온갖 과학적인 감정 기법을 동원해 아니라고 밝혀도 한국 미술계에서는 계속 진품이라고 우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모든 미술계 전체가 김재규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가짜를 진짜라고 우긴다고? 음모론도 정도껏 해라.'라고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달리 단 한 차례라도 조작이 있었더라면 미술계가 본질을 흐리는 주장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마치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탄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조작이 가해졌을 시기는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이다. 수 많은 조작, 공작사건이 이미 밝혀졌고 이 사건 역시 비슷한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27]

민주화 유공자이자 원로로서 끊임없이 김재규의 복권을 주장했던 함세웅 신부의 의견도 다음과 같다. 링크 요약하면, 신군부는 12.12 이후 김재규의 죄를 부풀리는 과정에서 김재규에 대한 '파렴치범' 또는 찬탈범의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김재규가 굉장히 많은 부를 부정축재했으며 그의 집안에서는 고가의 미술품이 쏟아져 나왔다는 식의 여론조작을 행했다. 이 과정에서 입수할 수 있는 모든 미술품 등을 끌어모아 일방적으로 증거라고 세간에 내밀었으며(당시 검찰 조사서에서는 군부가 제시한 자료 내역이 전혀 등재되어 있지 않다.) 이렇게 마구 사치품을 끌어모으는 과정에서 위작이 섞여들어갔다는 것이다. 천경자의 미인도는 그 과정에서 김재규의 부정축재의 증거물이자 환수품으로 세탁되어 기증되었다는 것. 즉, 입수 경로 자체가 근본적으로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상황이다.

결국 천경자의 미인도가 위작으로 판명날 경우, 미술계의 치부가 드러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위작으로 판명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의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정권에 기생하는 검찰이나 미술관/감정업계나 공동체의 운명이니 발을 뺄 수가 없다. 천경자의 미인도가 진위 여부 논란에서 위작으로 판명나게 되면, 그 입수 경로인 김재규로부터의 환수품이라는 사실에 대한 재조사로 자연스럽게 연결되게 되고, 보수논객 조갑제조차 '청탁이 전혀 먹히지 않는 사람이고 청렴결백하여 박정희가 매우 아꼈다'고 평가하는 김재규의 재산 환수 과정[28]과 이 과정에서 군부의 정치적 개입과 누명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지게 돤다. 나아가 이와 결탁하고 영합하여 신군부에 부역한 미술계 전반의 치부가 크게 드러나게 되므로 이 사실을 우려해 외압을 넣어 '한 정신병 걸린 작가의 발악' 정도로 축소하고 시간에 묻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뤼미에르 테크놀러지는 루브르 박물관과도 감정 계약이 되어 있는 권위 있는 감정팀이다. 페니코 사장은 검찰의 진품 결정과 감정 결과 거부에 대해 검찰이 계산식과 검사 방법을 멋대로 왜곡 적용했고 과학적으로도, 작가 본인도 위작이라고 하는 상황에서도 이런 결정을 내리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면서 공개 토론도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도대체 왜 검찰은 자신들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 대해 졸속으로 진품 확정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걸까? 이를 밝히기 위해선 10.26 재판과 관련한 김재규 고문과 여론 공작, 검찰과 미술계의 부역, 천경자를 어떻게 정신병자로 몰아갔는지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 물론 정권이 바뀌었지만 역시 달라진 건 없었다. 민주화 인사들과 김재규의 관계 역시 좋은 관계가 아니며 대중의 관심에서도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로 김재규의 명예회복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처럼, 이 미인도가 위작이거나 김재규의 집으로부터 환수된 것이 아니라면, 이것은 10.26을 역사적으로 깎아내려 자신들의 정권 정당성을 확보하려고 했던 신군부의 인위적인 조작 행위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로서 작용할 수 있다. 최순실 게이트 이후 공정한 재조사를 청원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3.4. 대중의 반응

2016년 2월 기준으로 대다수 대중의 반응은 '본인이 그렇게 아니라고 억울해 하면서 한국 땅을 떠나기까지 했는데 화가인 본인이 자신의 그림을 못 알아보는 일이 가능한가'라는 반응이 제일 많고, 일부는 '언제부터 국가에서 타인의 미술품을 진품이냐 아니냐를 결정할 권리가 있었느냐', '사실 가짜임이 밝혀지면 그동안 진품이라고 감정을 내린 감정사들과 미술협회 등의 위상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품위유지를 위해 진품이라고 고집을 부리는 게 아니냐'는 의견 등이 있다. 2017년 기준으로 봤을 때 천경자 유족측이 제시한 과학적 근거가 더 신빙성이 있어 이런 대중의 반응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그렇다고 천경자 유족 측의 의견이 맞았으니 위작 논쟁이 발생하면 무조건 화가가 참말을 하는 것이라고 믿는 태도도 곤란하다. 만든 작품이 수천점이 넘는다면 제아무리 작가라도 혼동할 가능성이 없진 않다. 실제로 2010년 저명한 모 서양화가가 자신의 작품을 '위작'이라고 밝혔다가 3년 만에 '진품'이라고 번복한 적이 있다.#

또한 대중이 위작 사건을 판단하는 태도는 선입견이나 감정적인 요소에 휩쓸리기 쉽다. 비슷하게 위작 시비에 말려든 이우환 위작 사건과 비교해보자. 둘 다 작가 자신이 '자기 자식 알아보는 부모'라고 주장하는데도 이우환 위작 사건을 옹호하는 사람은 적은 편이다. 이는 이우환의 작품은 극도로 미니멀리즘을 추구한 추상화였고, 천경자는 표현적인 구상화라는 차이가 크게 작용한 결과긴 하다. 아무래도 추상화는 발상이 어려운 것이지 직접 물질적인 작품을 위조하는 것이 그렇게 어렵진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고, 실제로 그렇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식으로 작품이 사실적으로 또는 구상적으로 재현되었느냐의 첫인상만 가지고 위작 여부를 판단한다면, 매우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또한 천경자의 경우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를 몇가지 자세하게(머리카락을 칠하는 방식, 비슷한 구도와 소품을 다른 작품에서 차용했을 가능성, 서명을 한 방식 등) 제시했고, 사후 유족들이 프랑스 업체로부터 진품이 아니라는 감정까지 받았지만, 이우환 작가의 경우 '나만의 호흡' 같은 모호하고 추상적인 기준을 근거로 제시했고, 실제로 위작으로 명백히 밝혀진 가짜 작품을 자신의 진품이라 주장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서 신뢰성이 떨어진 것 역시 감안해야 한다.

작가 본인의 주장이 작품 감정에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작가도 사람이므로 실수할 수 있고, 때로는 위에서 예로 든 파블로 피카소처럼 작가가 '가치 파기'를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위작 논쟁이 벌어지면 섣부른 판단은 삼가고 몇 년 동안 신중하게 법원과 학계가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사실 전문가들 중에도 문제작을 직접 보지 못한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언론 기사로만 잠깐 본 대중에게 신중한 판단을 요구하기란 애초에 무리인 면이 있지만 말이다.

3.4.1. 대중의 반응에 따른 영향

프랑스의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팀의 과학적 감정 결과 미인도가 진품일 확률은 0.0002%인 것으로 판정을 내렸다. 반면,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하는 측은 마땅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정적으로 변한 대중의 반응을 의식해서인지, 2016년 5월 말 ~ 6월 초 경에 국립현대미술관의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인도 진위를 모르겠으니 일반인·전문가에게 그림을 공개해 널리 의견을 구하려 한다'는 서한을 유족 측에 전달했다. 이에 김정희 교수 측은 "전문가 의견을 구한다는 얘기는 제3자 의견을 빌어 과거처럼 가짜를 진짜로 둔갑시키려는 것"이라며 경계감을 감추지 않았다. 과거 1991년 천경자는 본인 작품으로 전시된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했으나 작가 견해는 인정되지 않았고, 미술관 감정 의뢰를 받은 한국화랑협회가 진작 판정을 내렸다. 유족들이 '여론몰이'를 우려한 것으로 볼 수 있다.

4. 교훈

4.1. 작가들의 입장에서: 체계적인 작품 관리 필요

예술창작자들, 특히 예술가 지망생들에게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자기 작품 관리는 자기가 잘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품에 워터마크 꼼꼼히 넣고 글이나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 남기고 아카이빙, 데이터베이스화 하는 등의 작업에 소홀한 사람들이 많다. 예술가 지망생들이라면 이런 일에 철저하게 공을 들이길 바란다. 자기 작품이 마음에 안든다고 파기하지 말고, 설령 파기하더라도 '나는 x년 x월 x일에 이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 작품은 무슨무슨 재료를 썼고 무슨 기법을 썼으며 이를 통해 이러이러한 것을 의도한 작업이었는데, 마음에 안들어서 x년 x월 x일에 이 작품을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파기한다' 같은 기록을 남겨라. 아예 캔버스에다 머리카락, 침, 피 같이 DNA가 검출되는 것들을 집어넣는[29] 작가도 있다고 한다.

문제는 상당수 예술가 지망생들이 생계 유지에 쫒겨 작업 관리를 제대로 못한다는 것이다. 당장 만든 작업을 전시하긴 커녕 보관할 장소조차 마땅치 않은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관련 연구자들은 지금도 상당수 작품이 먼지 맞고 곰팡이 핀 상태로 어딘가에 방치되어 있을 거라고 말한다. 당연히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미국이나 유럽 같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다른 국가들과 '문화 자본'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그래도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서 과거보다는 자료관리가 편해졌으니 가능한 한 최대로 신경을 써두자. 위에서 거론되었듯 아날로그 방식과 결합하면 효과가 몇 배가 된다.

4.2. 한국 미술계 관계자 입장에서: 부실한 작품 감정 시스템 개선 필요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 한국 현대미술계가 얼마만큼의 권위를 유지 할 수 있을지 여부다. 예술가들의 안목을 강조하며 신비한 아우라를 씌운 것은 사실 예술계 종사자 및 관계자들이었는데, 이번 사건으로 이 안목이 불완전하다는 것이 대중에게 알려진 꼴이 됐다. 미술계의 구조적 문제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를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은 한국 미술계의 부실한 작품 감정 시스템을 개선해서 신뢰할 수 있는 미술 작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다. 사태가 이지경이 된건 기본적으로 한국에선 90년대까지도 이렇다할 감정시스템이 없었고 그냥 화랑협회에 감정을 맡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화랑협회는 전문가 7명을 모아 눈으로 진품 위작을 가렸을 뿐이다. 과학감정보다는 전문가들의 식견과 기억에 의존하는 안목감정에 의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객관적인 감정이 가능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기에 미술품 감정의 특수성 상 단순히 시료분석만 해서는 작품의 진위를 판별하는데 한계가 있다. 분석기계는 그 작품이 어떤 물질로 이루어졌는지를 말해줄 뿐, 누가 그 그림을 그렸는지를 말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약 위조범이 대상 작품에 사용했던 재료가 뭐였는지를 알아내서 그 재료를 구해다가 사용하든, 아니면 우연히 같은 재료를 쓰든 원작가가 사용한 재료와 같은 재료로 위작을 만든다면, 과학분석은 힘을 쓰지 못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미술작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그 자료를 가지고 감정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작가의 화풍이나 제작습관 등을 면밀히 아는 감정전문가나 연구자들이 많아져야 한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팀의 분석은 이 데이터베이스 분석 면에서 앞서갔지만 외국 감정팀의 한계상 자료 접근에 제한이 있어 표본이 9점에 그쳤다는 점에서 역시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한국전쟁을 거친데다, 산업성장에 치중해 문화 연구 지원이 미비한 한국에서 이런 자료 구축이 제대로 되었을 리가 없다. 게다가 화랑이나 콜렉터들은 작품 가격에만 관심이 있지, 이런 감정이나 데이터베이스화에는 무관심하다. 도리어 작품 가격 떨어질까봐 작품 감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번 사건에서는 외국 감정단의 힘을 빌리고 나서야 끝이 날 뻔했으나, 아직도 모두가 납득하는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이다. 앞으로도 이렇게 위작 시비가 붙을 때마다 외국 감정 기관의 힘을 빌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예술가, 예술 시장, 컬렉터, 대중 모두 쓸데없는 소모전을 반복하게 될 것이기에 체계적인 작품 감정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이 더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4.3.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 미술품 비자금 조성 감시 필요

만약 김재규와 신군부의 연관 관계가 사실이라면 이 문제는 단순히 작가 개인이 자기 작품을 관리하는 문제, 미술계의 감정 시스템을 개선하는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의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미술품이 고가에 거래되면서 이를 비자금 조성과 부정축재를 위해 악용하는 폐단이 생기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

5. 관련 문서



[1] 위작 논란이 있는 작품이다.[2] 천경자가 직접 그린 작품으로, 논란의 미인도의 모작의 대상이라고 추정되고 있는 작품 중 하나다.[3] 후술하겠지만 얼마 뒤 재기한다.[4] 당시 큐레이터들도 그 존재를 몰랐던 것으로 박래경 전 학예연구관은 증언했다.[5] 화랑협회장 김창실[6] 그런데 2015년에 이 과학 감정이 애초에 없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의 전개 항목 참고.[7] 김기리, 한국 미술품 감정에 관한 연구: 미술품 진위시비 사례를 중심으로, 학위논문(석사),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전공, 2005년 8월. 56-57쪽.[8] 그러나 73년도 작품인 '길례언니'에는 아라비아 숫자로 적혀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2016년도 JTBC에 의하면 이 발언은 왜곡된 것으로 숫자 '7'을 이렇게 쓰지 않는다는 발언을 감정 측에서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왜곡해서 논점을 흐리는데 써먹은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길례언니'에 있는 숫자 '7'과 논란의 미인도에 있는 숫자 '7'의 모양이 서로 다르다.[9] 자세한 것은 최광진 저 "천경자 평전-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의 205페이지 참고.[10] 이 기증작품들을 토대로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은 "천경자실"을 따로 마련하여 이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11] 대법원 92도3160 판례 참고[12] 범죄 인정 안 됨인지 증거 불충분인지는 불확실.[13] 이때 말하는 항고는 일반적으로 원심법원의 결정이나 명령에 불복할 때 내는 항고가 아니라 고소인이나 고발인이 검사의 불기소처분에 불복할 때에 하는 신청(검찰항고)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검찰청법 제10조 제1항과 제2항에 규정된 항고다. 이때 항고장은 일단 불기소처분을 한 검찰청에 내는 것이 원칙이다.[14] 다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한단계 높은 서울고등검찰청으로 가긴 한다.[15] 애초에 항고에서 기각 결정이 난 뒤에야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16] 기록에 미인도라 적혀있는건 사실이지만 당시 사진이나 실물로 확인된적은 없다고 한다.[17] 다만, 80년부터 소장되었다는 기록은 존재하지만 그 실체를 알 수 없으므로, 신군부가 관련되어있다는 문제제기가 사실이라면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것에 실체를 입히기 위해 차후에 위작을 그려 보관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84년 역시 신군부의 독재시절이기 때문이다.[18] 그러나 이에 대해 권춘식은 상술하였듯 재번복 진술에서 아래와 같이 다시 해명하였으므로 해당 근거는 설득력을 다소 잃게 되었다. 권춘식은 위작할 당시인 79~80년 무렵 S화랑 대표의 의뢰로 3점을 그려준 게 있고, 그 무렵 서울 인사동 다른 화랑의 주인이 화첩 종이와 견본 그림을 가져와 4호 크기(미인도 사이즈 27×22㎝)의 작은 그림을 총 5점 정도 그렸다고 기억했다. 그는 “(99년 검찰 진술 때) 미인도를 15년 전에 그렸다고 진술했는데 이 때문에 위작 시기가 84년으로 나가면서 많은 오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은 권춘식가 84년에 위조했다고 주장했지만 80년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었다는 점을 들어 권춘식의 위작품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다.#[19] 그러나 이 감정은 애초에 없었다는 폭로가 나와 신빙성이 의심되고 있다. 고의로 누락한 중요한 정보가 있었다는 것이다. 국과수는 비교 샘플이 부족해 감정이 불가능하다고 통보했다. KIST도 안료의 성분은 같지만 당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것이어서 미인도의 진품 근거는 될 수 없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는 두 기관이 미술관에 통보한 공문을 통해 확인된다. 미술관 측은 이 같은 결과를 당시에 공개하지 않았다. 진품이란 결정의 근거가 흔들리기 때문이다.#[20] 그러나 이 또한, 작가는 편집에 참여한 적이 없으며 인터뷰를 한번 했던 것에 불과하다는 폭로가 나왔다. 또 위작논란이 시작되기 1년 전인 1990년 금성출판사에서 발간한 <한국근대회화선집> 중 ‘장우성/천경자편’에 미인도가 실려 있다는 점을 근거로 J는 “화집에 미인도가 실린 것을 천경자가 몰랐을 리 없다”고도 주장했다. 이것 역시 화집에 천경자에 대한 평론을 쓴 박래경 전 학예관에게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천경자는 박 전 학예관과 한 번 인터뷰를 응했을 뿐 책 편집 과정에 참여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책의 편집에는 이경성 관장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관장은 이 전집의 편집위원이었다.#[21] 그러나 이 역시도 와전된 소문이라는 반론이 최광진 미술평론가(1995년 천경자 회고전 기획)가 집필한 "천경자 평전-찬란한 고독, 한의 미학"에서 제기되었다(202페이지). 이 평전에 기술된 내용에 따르면 1991년 3월 강남의 모 화랑에서 열린 전시에서 <인도의 무희>라는 작품을 천경자가 위작이라고 주장하자 화랑 측은 인쇄했던 팜플렛을 폐기하였는대, 이게 "출처가 명확히 밝혀져서 천경자가 위작 주장을 번복했다"는 것으로 와전된 것이라고 한다.[22] 다만 이 주장은 확률에 대해 잘 모르거나 혹은 일부러 곡해하려는 의도에서 한 말로 보인다. 다른 9점을 똑같이 복사기로 복사라도 하지 않는 이상 100% 확률로 일치하는건 애초에 불가능하다. 구도, 색상, 붓질 횟수 등을 다 따져보다보면 50% 이상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뤼미에르 팀의 주장대로 4% 정도 일치 확률값이 나왔다면 그건 꽤 높은 편인 셈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된다.[23] 다만 0.0002%와 4.01%는 매우 큰 차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국에는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팀의 단층분석을 위한 카메라도 없는데 검찰이 뤼미에르 팀과 같은 방법으로 진품을 분석한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따라서 저 4.01%라는 수치가 대체 어떻게 나온 것인가에 대해 뤼미에르 측은 강한 의문을 품고 있다.[24] 이 대목은 향후 뤼미에르 팀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한국측 감정 전문가들이 단순히 안목감정만 한 것도 아니고, 일단은 적외선, X-ray, 시료 분석 등을 했다고 밝힌 상태이기 때문이다. 시료 분석 결과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서 정확히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만약 천경자만이 사용하는 시료가 미인도에도 사용됐다는게 증명된다면 뤼미에르 팀의 분석은 그야말로 겉만 핥은 분석이 될 수도 있다. 뤼미에르 팀이 광학, 물리학, 수학 지식을 동원했다 주장할 때, 한국 감정위원들은 '우린 화학적 지식을 동원했다'라고 되받아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장 경위, 위작 논란의 경과, 안목 감정을 '주관적 해석이나 논평'으로 치부하는 태도도 향후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를 범죄수사에 비유하자면 강력 범죄 사건에서 DNA 검사나 탐문 조사도 하지 않고 동선 분석만 해놓은 채 범인은 누구라고 단정짓는 태도와 다를 바 없는 셈이다. 다만 2016년 12월 27일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자료 자체만 놓고 보면 뤼미에르 팀이 더 객관적인 것처럼 보인다. 프랑스에서는 문화재 복원 및 감정업무에 이공계 출신들을 대거 고용한다. 루브르박물관 지하에는 입자가속기까지 존재할 정도이니 말이다. 반면 한국에서 문화재 복원 하는 사람중에는 이공계 전공자를 눈씻고 찾아봐도 찾기 힘들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과학적 분석을 했다는 것은 신빙성이 없다. 또한 이 문제는 사실 검찰이 뤼미에르 팀에 일반적인 안목 감정 결과를 배제한 것을 지적할 문제가 아니다. 검찰이 뤼미에르의 결과에 더해서 일반적인 안목감정을 포함해 판단하면 될 문제이며, 뤼미에르의 감정결과를 인정하지만 일반적인 안목감정의 결과에 좀 더 무게를 싣는다고 발표한 후 그 책임을 졌으면 될 일이다. 하지만 검찰은 뤼미에르의 감정결과를 비과학적이라고 주장하며 증거로 채택하지 않았고, 당연히 뤼미에르의 반발을 살 수 밖에 없는 일을 한 것이다. 실제로 진품이라고 한들, 검찰의 이러한 행태는 비판받을 지점이라 할 수 있다.[25] 이 부분은 향후 검찰과 격렬하게 공방이 오고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뤼미에르 팀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단층분석 결과를 제시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26] 김재규에게 보호 받거나 간접적으로 은혜를 입은 민주화 세력 또한 민주화 업적을 오롯이 독차지하길 원하기 때문.[27] 다른 사건이 조작이니 이것도 반드시 조작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의심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이 사건은 정황이 많고, 대한민국 사회의 현실은 결코 경제규모와 비례하는 수준이 아니다.[28] 김재규는 중정부장 취임 당시 받은 판공비 8억을 그대로 기증하여 직원들의 퇴직금을 마련하는 등 개인적으로 부에 대해서는 굉장히 깨끗했던 인물로 평가받는다. 심지어 비리 및 각종 청탁,이권과 가장 직접적으로 결부되어 있는 자리인 건설부 장관을 하면서도 단 한건의 청탁도 들어주지 않았고 가족들의 부조 및 경조사 축의금까지 못 받게 할 정도로 엄격하게 자기관리를 했던 사람이었다.[29] 예를 들어 그림에 머리카락 하나 넣고 덧칠하는 건 아주 간단하면서도 오래 가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지문을 찍는 방법도 간편하고 효과가 크다. 실제로 손으로 작품을 마무리 하는 작가 습관으로 진위를 감정한 경우도 많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