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03 18:37:29

초절기교 연습곡

Liszt, 12 Transcendental Etude S.139
1. 개요
1.1. 이름에 대하여
2. 12개의 연습곡과 12개의 대연습곡3. 구성
3.1. No.1 '프렐류드'3.2. No.23.3. No.3 '풍경'3.4. No.4 '마제파'3.5. No.5 '도깨비불' 3.6. No.6 '환영'3.7. No.7 '영웅'3.8. No.8 '사냥'3.9. No.9 '회상'3.10. No.103.11. No.11 '밤의 선율'3.12. No.12 '눈보라'
4. 여담

1. 개요

프란츠 리스트가 가진 피아노 연주 테크닉을 집대성한 12곡의 연습곡. 그의 스승인 카를 체르니에게 헌정되었다.

당시 최고의 피아노 연주실력을 자랑하던 리스트의 피아노 독주곡답게, 12곡 모두 매우 높은 수준의 기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악성과 표현력을 요구한다. 2번, 4번 마제파, 8번 사냥, 10번처럼 화려한 연주효과를 위한 곡이 있는 한편, 5번 도깨비불처럼 섬세한 터치와 손가락의 독립을 위한 곡들이 있다.

1.1. 이름에 대하여

대부분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는 부분인데 '초절기교 연습곡'은 일본어판 제목인 '超絶技巧練習曲'을 직역한 것이다. 출판 당시의 원제인 'Études d'exécution transcendante(초월적인 연주를 위한 연습곡)'이나 영어식 제목인 Transcendental Études(초월적인 연습곡)을 보면 알 수 있지만 '기교'라는 단어는 일본으로 유입되는 과정에서 삽입된 것이며,테크닉과 음악성을 아우르는 원제인 '초월적인 연주'를 단지 기교만을 강조하듯이 번역했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표제가 아니고 의역이라 하더라도 오역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 일제 강점기 시절 근대화를 거치면서 일본을 통해 유입된 수많은 문물처럼 본 표제도 국어 전문가의 검토 없이 일본어 중역으로 들어온 게 원인인 듯 하다.

이러한 일본어의 중역으로 인한 오역은 다른 작곡가의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Pathétique'이란 단어를 모두 '비창(悲愴)'으로 번역한 곡들[1]이 해당[2]된다.

어쨌든 ‘초절기교 연습곡’이라는 명칭은 아마추어는 물론 전공자들 및 한국어로 된 음악 논문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대체할 만한 용어도 없다시피하다. 단순히 ‘초월적 연습곡’이라고 하는 것보다 잘 모르겠지만 왠지 있어보이는 ‘초절기교’라는 용어가 정착하면서 초고난도 피아노곡을 대표하는 이 연습곡의 이미지 형성에 한몫하고 있다.

2. 12개의 연습곡과 12개의 대연습곡

원래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은 이전 버전의 연습곡들을 최종 수정한 버전이다. 즉 리스트가 15세인 어렸을 때 작곡한 12개의 연습곡(1826년)을 수정해서 고친 게 1837년에 발표한 12개의 대연습곡(12 Grande Etudes)이고, 이를 또 수정해서 최종 발표한 게 1852년 발표된 초절기교 연습곡이다. 쉽게 이해하자면 밑의 표시와 같다.

12개의 연습곡(S.136) → 12개의 대연습곡(S.137) →[3] 초절기교 연습곡(S.139)

2번째 버전인 12개의 대연습곡은 발표 당시 너무나도 어려워서 오죽하면 슈만이 “이 곡을 이 세상에서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10명 정도일 것이다. 그만큼 어렵다.”라고 말했을 정도. 12개의 대연습곡은 너무 어렵고 난해하여 오늘날에 거의 연주되지 않으며, 초절기교 연습곡보다 기교나 테크닉적으로 훨씬 어렵다. 특히 2번, 4번 마제파, 8번 사냥, 10번의 난이도는 초절기교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사악한 난이도를 자랑한다. 너무 어려워서 발표 당시 많은 사람들이 악평을 했고, 이에 과도한 기교들을 삭제하고 음악성과 예술성을 높인 최종버전이 오늘날 연주되는 초절기교 연습곡이다.[4]

총 24개의 장/단조 중 기본적인 다장조와 가단조에 더해 플랫 1개~5개에 해당하는 장/단조까지 12개를 차례로 사용하였다. 1, 2번은 조표가 붙지 않은 다장조와 가단조, 3, 4번은 플랫이 하나 붙은 바장조와 라단조 등으로 플랫이 하나씩 더 붙어나가는 구성이다.

여담이지만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대연습곡는 비슷한 테크트리를 탄 케이스지만, 이름 면에서는 완전히 반대되는 케이스인데, 이쪽은 초절기교란 이름으로 먼저 나왔는데 너무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서, 나중에 대연습곡이란 이름으로 난이도 너프를 먹고 나온 경우다.

3. 구성[5]

3.1. No.1 '프렐류드'

화려하고 기교적인 곡으로 오른손에 중점을 둔 장대한 분위기의 연습곡이다. 넓은 아르페지오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인 연주시간은 1분 내외로 짧은 곡이다. 12곡의 초절기교 연습곡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쉬운 곡으로 평가받는 곡이다. 다만 엄연히 초절기교 연습곡이니만큼 상당한 수준의 테크닉을 요한다. 특히 양손의 두터운 화음 도약과 아르페지오 패시지가 매우 어렵다. 오른손의 손가락 독립이 요구되는 것은 덤.

3.2. No.2

페루초 부조니가 'Fusées'이라는 별명를 붙였으나 세계적으론 잘 안 쓰인다. 국내에선 이를 번역한 '로켓', '도화선' 등으로 알려져 있다.[6]
양손이 엇박자로 빠르게 진행되는 고난도의 연습곡. 특히 Pretissimo 부분은 인템포로 정확히 쳐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이다. 끝부분에는 웬만한 곡에서 찾아보기 힘든 5화음까지 등장한다. 잘 알려지지 않은 사안이 있는데 간혹 연주자의 재량에 따라 위클리나 연주회 때 앞의 1번과 연결하여 연주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초절기교 1번이 연주 시작 전 즉흥 전주곡의 역할을 한다는 사실에 기초한 연주 방식. (당시에는 곡 시작 전 손풀기로 즉흥적인 전주곡을 연주하는 것이 관례였다.)

3.3. No.3 '풍경'

고요하고 아름다운 정경을 묘사하는 작품. 느리고 조용한 분위기를 나타낸다. 리스트 초절기교 연습곡 중 그나마 가장 난이도가 낮은 곡이다.

3.4. No.4 '마제파'


항목 참조.

3.5. No.5 '도깨비불'

오른손의 독립과 연타능력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곡이다. 주로 반음계적 스케일과 왼손의 도약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쉬운 구간이 단 한 곳도 없을 정도로 빽빽하게(악보는 덤) 사악한 테크닉으로 차 있다. 손에 힘을 빼고 가볍고 매우 부드럽게 쳐야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 초절기교 연습곡 중 12번과 함께 가장 어려운 곡으로 평가받는다. 듣는 것은 산뜻할지 몰라도 테크닉과 악보의 상태는... 유튜브에 검색만 해도 사보한 영상들이 있는데 차라리 직접 보면서 들으면 이해하기 편하다. 그냥 어릴 때 적당히 피아노 배워 본 사람의 관점으로도 어렵고, 전공할 정도로 파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 어려움이 더욱 절절히 보인다.

3.6. No.6 '환영'

아르페지오를 위한 연습곡. ...이라지만 사실은 아르페지오에 화음과 도약이 끼어있어 난이도를 친히 끌어올린다. 가끔씩 등장하는 왼손과 오른손의 3도 트레몰로 패시지는 덤이다. 곡의 분위기 자체는 웅장하고 우수에 차있는, 끊임없는 아르페지오로 화려한 곡이다.

3.7. No.7 '영웅'

영웅의 일대기를 다룬, 두페이지 분량의 서주로 시작하는 행진곡풍의 주제의 연습곡. 이 곡의 가장 첫 부분은 S.150에서도 사용 된 음형이다. 19마디 세번째 박에서 이 곡의 주제가 나온다. 이 주제는 여러 조로 변형되어 계속 제시된다. 서사적이면서도 격동적인 분위기를 나타낸다. 이 곡이 기교가 쉬운 편에 속한다는 카더라 가 있지만 이는 큰 오산이다. animato의 오른손 화음이 섞인 아르페지오와 클라이맥스에서의 4화음이 섞여있는 양손 옥타브 패시지는 그야말로 답이 없다 (리스트 초절기교 중 옥타브 패시지에서 가장 어려운 난이도이고, 전체 초절기교 연습곡 중에서도 상당히 어렵다). 곡 자체의 기승전결도 뚜렷한 편이라 이야기를 만들어 청중에게 전달하는 것도 어려운 편이다. 오히려 난곡에 속하면 속했지 쉬운편은 아니다.
여담으로, 초판인 1826년 버전에서는 없는 곡으로, 대연습곡 시기에 작곡된 곡이다.

3.8. No.8 '사냥'

두터운 화음의 신속한 도약을 목적으로 하는 연습곡이다. 곡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오는 4화음, 5화음들을 안정적이게 짚기가 굉장히 어렵고, a capriccio 부분의 선율은 듣기는 서정적이고 좋지만 왼손의 도약과[무려] 오른손의 독립, 점 8분음표로 인한 박자 변화로 난이도가 상당한 편이다. 또한 5분에 걸쳐 엄청나게 많은 4화음들을 ff~fff로 쳐야 하므로 뛰어난 체력과 손 크기 등 피지컬도 요한다......
초절기교 연습곡 중에서도 5번, 12번을 제외하면 4번 마제파, 2번과 함께 어려운 축에 속한다.

3.9. No.9 '회상'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카덴차를 위한' 연습곡이다. 곡의 도입부부터 해서 살만하다 싶으면 까다로운 카덴차가 연주자를 괴롭힌다. 분위기 상 대부분 여리게 쳐야 하니 두 배로 힘든 건 덤이다.

3.10. No.10

페루초 부조니가 'Appassionata'라는 별명를 붙였지만 세계적으론 잘 안 쓰인다. 국내에선 이를 번역한 '열정'으로 알려져 있다.
부조니의 별명처럼 말 그대로 열정적이고 강렬한 연습곡. 특히 왼손에 어려운 패시지가 많이 나와 왼손 기교 (도약, 스케일, 아르페지오) 가 부족한 피아니스트는 건들지 않는 곡이다.

3.11. No.11 '밤의 선율'

부제에 나와있듯이 하프와 같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의 진행으로 감상하기에도 좋은 곡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감상하기는 좋지만 연주하기에는 매우 어렵다. 양손 4화음의 빠른 진행, 왼손 도약 진행, 양손 화음 도약, 오른손 3화음 진행, 어려운 아르페지오는 이 곡의 난이도를 격상시킨다. 정말 선율과 난이도의 매치가 안 되는 고난이도의 곡이다. 덤으로, 초절기교 연습곡 중 가장 악보가 빽빽하고 더러운 편이다. 그나마 다행히 악보를 읽을 수 있으면 초절기교 연습곡 중에서는 쉬운 편에 속한다.

참고로 여기서도 리스트의 주제 변형 기법이 드러난다. 마 장조의 조용한 아르페지오 부분과 내림라장조의 화려한 클라이막스는 같은 주제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1826년 초기 버전에서는 지금의 11번이 아닌 7번이였으며, 초기 버전의 11번은 지금의 에로이카로 대체되어 사라졌다.

3.12. No.12 '눈보라'

트레몰로와 반음계 스케일, 도약을 위한 연습곡이다. 후반부의 도약과 반음계를 매우 빠른 속도로 소화해야 하기에 굉장히 어려운 곡이다. 5번 도깨비불과 함께 초절기교 연습곡 중에서 가장 어렵다고 평가받는다.

4. 여담

  • 1826년 버전이나 1837/38년 버전에는 부제가 붙어 있지 않았다가, 1852년 버전에서 부제를 달았다.
  • '초절기교'라는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강렬함과 높은 예술성으로 인해 음악 관련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 곡의 살벌한 난이도 때문에 통상 콩쿠르에서 잘 시도하지 않지만, 2022년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콩쿠르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임윤찬이 준결승에서 전 곡을 뛰어나게 연주하여 세계 피아노계의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찬사를 받았다. 준결승 초절기교 연주 실황은 앨범으로도 발매되었다 파일:유튜브 아이콘.svg
  • 초절기교 2번이 2015년 서울대 입시곡으로 선정되었다.
  • 초절기교 2번, 4번, 5번이 2024년 서울대 입시곡으로 선정되었다.

[1] 차이콥스키, 베토벤, 알캉 등의 작품[2] 올바른 번역은 '비장(悲壯)'혹은 '비장미'이며, '비창'의 경우 tristesse, chagrin '비창한'은 triste, chagrin 등 전혀 다른 표현을 쓴다.[3] 마제파의 경우 중간에 수정본 S.138이 있다[4] 그 외 여러 부분들이 수정되었는데, 그 예로 12번 눈보라는 앞부분이 수정되었다.[5] 번호 옆에 적힌 것은 해당 곡의 부제이며, 2번과 10번은 리스트가 부제를 붙이지 않았다.[6] fusées는 fusée의 복수형이고 종종 영어 rockets로 번역되기 때문에 '로켓'이라는 역어가 퍼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로켓'이란 의미의 fusée는 군사 혹은 과학 용어이기 때문에 적절하지 못하며, 보통은 '폭죽'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불화살', '분출', '폭발' 등의 의미가 있다.[무려] 2옥타브를 도약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