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2-10-17 21:18:38

칼라티다

자바어 (라틴 문자): Serat Kalatidha
자바어 (자바 문자): ꦱꦼꦫꦠ꧀ ꦏꦭꦠꦶꦣ

1. 개요2. 발췌

1. 개요

19세기의 자바어 . 자바어로 'serat'은 서(書), 서신 정도를 뜻하는 고풍스러운 낱말(크라마체)이고, 'kala'는 '시절, 시기, 과거'(크라마체), 'tidha'는 '흐릿한, 혼탁한, 불확실한, 모호한'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한데 모으면 '혼탁한 시절의 서' 정도로 옮길 수 있다. 19세기 자바어 고전 문학 중 현대 자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지고 연구되는 작품으로 꼽히며, 자바어 원문과 더불어 인도네시아어 번역도 널리 읽히고 있다. 저자는 유서 깊은 수라카르타 시인 가문 출신으로, 할아버지 야사디푸라 2세(Yasadipura II)의 뒤를 이어 계관 시인이 된 롱가와르시타[1](Raden Ngabehi Ronggawarsita, 1802–1873)이다.

롱가와르시타의 아버지는 수라카르타의 궁정 서기였던 파장스와라(Mas Pajangswara)였다. 디파나가라 전쟁(1825–1830)의 결과 수라카르타의 수수후난 파쿠부워노 6세(재위 1823–1830)는 네덜란드 식민 정부로부터 디파나가라와 협력 관계라는 의심을 사 1830년 암본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 이때 궁정 서기였던 파장스와라는 파쿠부워노 6세와 디파나가라의 협력 관계를 밝혀내기 위해 네덜란드의 취조를 받던 와중 옥중에서 사망했다. 파장스와라는 끔찍한 고문을 받았으나, 죽을 때까지 결국 입을 열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네덜란드는 파장스와라에게서 아무런 정보를 얻지 못했지만, 파장스와라가 협력 관계를 모두 실토했다며 거짓 혐의를 파쿠부워노 6세에게 덮어씌워 그를 유배시켰다고 한다.

롱가와르시타(이 칭호를 얻기 전까지 사용한 본명은 바구스 부르한Bagus Burhan)는 아버지 파장스와라가 옥사한 1830년 아버지의 작위를 물려받았는데, 이때 '라덴 응아베히 롱가와르시타'라는 칭호를 얻고 본격적인 저술 활동을 시작하였다. 롱가와르시타가 야사디푸라 2세를 계승하여 수라카르타의 계관 시인이 된 것은 1845년 9월 14일의 일이다. 계관 시인이 된 롱가와르시타와 당시 수수후난이었던 파쿠부워노 7세(재위 1830–1858)의 관계는 돈독하였지만, 이후 수난으로 즉위한 파쿠부워노 9세(재위 1861–1893)는 유배당한 파쿠부워노 6세의 아들로서 파장스와라가 아버지의 유배에 책임이 있다고 믿고, 그 아들인 롱가와르시타를 증오하였다. 1850년대 말과 1860년대에 롱가와르시타는 네덜란드 식민 정부와의 관계도 좋지 못했는데, 네덜란드 식민 정부는 롱가와르시타가 저널리스트로서 자바인의 투쟁심을 자극하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2]. 한편 당시 자바는 완전히 네덜란드의 치하에서 식민지화된 상태로, 식민 정부의 강제 경작 제도(Cultuurstelsel)로 자바 농민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던 중이었다.

이러한 개인적, 사회적 난맥상 속에서 롱가와르시타는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하며, 장구한 자바 고전의 계보에서도 드문 비가(悲歌)인 〈칼라티다〉를 저술하게 된다. 〈칼라티다〉의 정확한 저술 시점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롱가와르시타가 신변의 어려움을 겪던 1860년 전후로 추정된다. 형식적으로, 〈칼라티다〉는 자바 전통 운문에서 마지막 모음이 a-i-a-i-i-u-a-i-a인 9개의 행이 하나의 연을 이루는 12연 교훈시 시놈(Sinom)[3] 형식을 따른다. 내용 면에서 〈칼라티다〉는 1–6연, 7연, 8–12연의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1–6연은 시인 자신의 신변에 닥친 위기에 대해 서술하고 있으며, 7연에서는 내적 성찰이 이루어지고 8–12연은 종교에서 위기의 해법을 찾는 방식으로 시를 끝맺고 있다.

2. 발췌

원문 전체는 위키소스자바어 위키피디아 등에 공개되어 있다. 본문 가운데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1연과 7연이므로, 여기에 번역하여 소개한다.
1연
Mangkya darajating praja
Kawuryan wus sunyaturi
Rurah pangrehing ukara
Karana tanpa palupi
Atilar silastuti
Sujana sarjana kelu
Kalulun kala tidha
Tidhem tandhaning dumadi
Ardayengrat déné karoban rubeda
1연 한국어 번역
이제 나라의 위엄은
이미 저 고독한 곳에 있고
규율은 무너져 내렸구나
어떤 모범도 없을 따름으로
모든 규범이 위반되고
총명한 학인이 무기력해지고
혼탁한 시절에 이끌려
생기를 잃어 가니
세상의 불행이 재앙으로 넘치는도다
7연
Amenangi jaman edan
Ewuh aya ing pambudi
Milu edan nora tahan
Yèn tan milu anglakoni
Boya kaduman melik
Kaliren wekasanipun
Ndilalah karsa Allah
Begja-begjane kang lali
Luwih begja kang eling lawan waspada
7연 한국어 번역
광기의 시대를 살아가매
태도를 정하기는 어려운 일
광기에 길듦이 견딜 수 없으나
그리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끝내는 굶주리게 되겠지
그분 뜻대로, 신께서 주관하시니
기억하고 경계하는 자
망각하는 자보다 복되리라


[1] 마타람 방언 방식의 발음은 '롱고와르시토'.[2] 실제로 롱가와르시타는 1870년 신문 《브라마르타니》(Bramartani)의 편집자 직에서 네덜란드의 압력으로 사임하게 된다.[3] 자바어 고전 시학에서 틈방 마차팟(tembang macapat) 양식에 속하는 시형이다. 고전 시학의 규칙은 시의 형식적 특성뿐 아니라 내용에도 어느 정도 제약을 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