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11 14:09:08

크리스티 현가장치

크리스티 서스펜션에서 넘어옴
파일:attachment/크리스티 현가장치/크리스티.jpg
Christie suspension
1. 개요2. 역사3. 특징4. 문제점5. 평가6. 사용 기갑차량7. 미디어

1. 개요

미국의 공학자 존 월터 크리스티(John Walter Christie)가 개발한 코일 스프링을 활용한 궤도차량용 서스펜션. 기존의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에 비해 장거리 운행능력과 높은 속력을 보장했다.

2. 역사

월터 크리스티는 적의 방어선을 관통하고 기반시설과 물자 수송을 파괴하는 데에 있어 긴 운행거리와 높은 속력을 가진 경전차의 활용을 주장했다. 그러나 1920년대에 나온 그의 초기 구상은 완충능력의 한계로 인해 장거리 운행에 제약을 받았다. 완충능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크리스티는 1920년대 후반에 스프링의 수직 이동 공간을 늘이기 위해 연구를 계속했고, 수직 운동을 수평으로 바꾸어주는 벨크랭크(Bellcrank)를 고안했다. 기동륜이 수직으로 작동이 가능하도록 파이프 여러 개 위에 올려놓고, 연결된 벨 크랭크가 그 방향을 뒤쪽으로 돌린다. 크랭크 꼭대기의 스프링은 필요에 따라 차체 내부를 따라 배치했다.

결과적으로 서스펜션의 가동 범위가 현저하게 증가하여 초기 디자인에서는 10cm에 불과하던 서스펜션 가동 범위가 60cm까지 증가했다. 크리스티 현가장치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한 소련의 BT 시리즈는 수직 스프링을 채용했고 T-34는 약간의 경사를 두었다. 이는 나온 당시 기준으로는 굉장한 고성능이었다. BT 전차가 수직으로 듬성듬성 세워진 통나무 위를 건너가는 영상도 있을 정도. #

1931년에 미국 뉴저지주의 린든 기지에서 실행된 공개 테스트에서는 세계 최고속에 해당하는 시속 104마일(167km)의 속력을 기록했다. 이를 위해 보기륜으로 고무테가 달린 바퀴를 사용하고, 궤도에는 리턴 롤러(return roller)를 설치하지 않았다.

3. 특징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도로 운행 시 무한궤도를 제거 후 운행가능한 현가장치(convertible drive)이기도 하다. 무한궤도를 제거하면 도로 주행시 속도가 더 빠르며 운행 거리도 더 길었다. 또한 1930년대 당시 기술력으로는 무한궤도가 주행중에 혼자서 박살나는 일이 잦아서 무한궤도를 빼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 것. 그러나 1939년 소련은 BT 전차를 운용한 경험상 무한궤도 없이 주행하는 기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T-34에서는 이 기능을 제외시킨다.

고무테가 달린 보기륜은 트랙의 내구성을 보장해주었으므로 모든 전차에서 기본 사양이 되었다. 일부 소련의 전차들은 물자 부족으로 고무를 줄이기 위해 강철테에 원형의 고무판을 달기도 했는데, 시끄럽고 불편한데다 진동으로 부품이 헐거워져서 승무원들의 불만이 컸다고 한다. 1943년부터 원활하게 원자재를 확보할 수 있어서 금속테는 거의 사라진다.

크리스티 현가장치의 특징은 커다란 기동륜과 늘어진 트랙이고, 이 때문에 리턴 롤러가 없이 비슷한 형태를 띠고 있으면 크리스티 현가장치로 오인받기도 했다. 진품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2차대전의 강대국들인 소련의 BT 시리즈T-34 전차 계열 차량들에 사용되었고, 영국에서도 극초기형을 제외한 대부분의 순항전차 시리즈(기체명이 C로 시작한다)의 커버넌터 전차, 크루세이더 전차, 크롬웰 전차, 코멧 전차에 탑재했다. 대부분 경전차중형전차급 차량들에 쓰일만큼 잘 나갔다. 이외에는 몇몇 이탈리아와 폴란드의 전차에서도 사용되었다.

4. 문제점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여러가지 종류의 전차에 고루 사용되지 못하고 특정 종류의 전차에만 탑재되다가 다음과 같은 문제점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 종전 이후에는 사실상 토션바 서스펜션에게 바통을 넘겼다. 냉전기부터는 메르카바 전차같은 극히 일부의 전차만 사용한다.
  • 중량 증가에 대응하기 힘들다.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판 스프링 서스펜션) 같은 경우는 전차가 무거워 진다면 단순히 판스프링의 개수를 추가하면 되고, 토션바 서스펜션같은 경우 토션 스프링 철봉을 더 강한 물건으로 교체하거나 댐퍼를 추가하면 된다. 반면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전차 내부에 스프링과 링크들이 심어지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무게를 늘리려면 스프링과 차체 내부 서스펜션 부품들의 부피가 커져야 하기 때문에 고중량 대응이 다른 방식의 현가장치보다 어렵다. 때문에 중량을 늘리려면 차체도 어느정도 손봐서 재설계해야 한다.
  • 차체 내부로 들어가는 진동을 잘 막지 못한다. 험지 주행 능력이 뛰어나고 속도가 매우 빠른 반면, 보기륜이 대형이고 큰 폭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전차 차체가 많이 흔들린다. 차량은 버텨도 내부의 승무원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쉽게 지쳐버리므로 장시간 기동이나 격렬한 전투시 전투효율을 떨어뜨린다.
  • 탈착 가능 현가장치(convertible drive) 개념이 일찍 도태되었다. 원래 크리스티 현가장치가 큰 보기륜을 채택한 이유는 무한궤도를 벗기고 포장도로에서 차륜형 장갑차처럼 질주하기 위함인데, 제2차 세계 대전 초기부터 무한궤도의 내구성이 향상된데다가 전차는 기본적으로 도로보다는 험지를 주행하기 일쑤고, 이 장비는 추가적인 조종 장치나 동력 전달 장치가 필요하며, 이미 무한궤도를 벗긴 상태에서는 다시 전투를 위해 무한궤도를 재장착하는 과정이 시간이 걸리고 힘든 등 문제가 많았다. 그래서 크리스티 현가장치가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고 재설계를 하는 동안 토션바 서스펜션이 주류 현가장치가 되었다. 다만 지뢰로 인해 궤도가 끊어질 시 반대쪽만 어떻게든 똑같이 끊어버리고 동력바퀴를 후진으로 놓고 밟아서 궤도를 벗겨낸뒤 다시 전진으로 놓고 핸들꽂고 핸들고정핀[1] 꽂고 브레이크레버 다풀고 밟으면 다시 기동 가능하다는 점도 있었기에 조금 아쉬움도 있는부분.
  • 제2차 세계 대전기 당시를 기준으로는 상당히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다른 종류의 현가장치는 성능은 나쁘지만 기술력이 적게 들어가므로 기술력이 낮은 국가도 충분히 제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크리스티 현가장치는 구성품도 고급이어야 하며, 현가장치의 특성상 보기륜마다 설치해야 하므로 기술력도 높아야 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의 시점에서 그럴 능력이 있는 국가는 영국과 소련 정도 밖에 없었으며, 소련도 그나마 꼭 필요한 성능 외에는 하향조정해서 간신히 가능했다는 점이다. 프랑스도 대량생산이 어려워서 소뮤아 S35같은 자국의 기병전차도 다른 현가장치를 채용했으며, 영국도 가벼운 중량만 견디는 수준의 크리스티 현가장치만 대량생산이 가능해서 초기에 고생을 많이 했다.
  • 무한궤도가 상대적으로 자주 빠져나간다. 험지주행력을 위해 대형 보기륜을 채택하고 해당 보기륜이 큰 폭으로 움직이도록 해야 하므로, 다른 전차들처럼 상부 리턴롤러같이 무한궤도의 회전을 돕고 제자리를 유지하는 물건을 장착하기 힘들다. 여기에 더해서 보기륜의 큰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무한궤도의 장력도 약간 느슨하게 조정하므로 정작 험지에서 자주 무한궤도가 빠져나갔다.
  • 차량 내부 옆면의 공간을 차지한다. 스프링을 비롯한 서스펜션 부품들을 배치하기 위해서 차체 옆면에 공간장갑을 만드는 구조 때문에 수리할때는 옆면의 바퀴와 더불어 겉 장갑판도 떼어내야 해서 수리가 번거롭다. 이러한 문제 때문에 소련은 T-34 전차를 설계할때 서스펜션 탑재 부위의 공간장갑을 없애버렸다. VVSS와 HVSS, 홀스트만 현가장치같이 외부에 장착되는 서스펜션은 그 구조상 전차의 내부 공간을 차지하지도 않고, 부품 교체와 야전 수리가 쉽다는 특징을 가진 것과 반대된다.

5. 평가

좋은 점도 많이 있었지만 경쟁자인 토션 바 현가장치에 비해서는 기술력은 동등하게 들어가면서, 중량 변화에 대응하기 힘들고, 장점 중 하나인 탈착 가능 현가장치가 실제 전장에서는 불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인해 경쟁에서 패배한 것이다.

물론 2차대전 이후 냉전기 동안 발전한 기술을 크리스티 현가장치에도 도입할 수 있으므로, 크리스티 현가장치 기반의 설계에 여러 고급 재료를 쓰고 첨단 기술을 동원하면[2] 3세대 전차의 중량도 감당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크리스티 현가장치의 변종을 사용한 3세대 전차는 이스라엘의 메르카바 전차가 유일하며, 이런 현가장치를 쓰는 이유도 그 성능이 토션바 서스펜션보다 뛰어나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장형 서스펜션이라는 특징을 활용해서 RPG-7같이 성형작약탄을 쓰는 대전차 로켓에 대한 방호성능을 늘리기 위해서 사용하는 것일 뿐이다. 결국 주행 성능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6. 사용 기갑차량

7. 미디어

  • 걸즈 앤 판처극장판에서 케이조쿠 고교 소속 BT-42의 조종수인 밋코가 "천하의 크리스티식을 우습게 보지 마!"라는 대사를 말하더니 궤도가 파괴된 BT-42의 주행모드를 전환하여 궤도 없이 주행하면서 BT 전차에 장착된 크리스티 서스펜션의 특징과 위용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 하츠 오브 아이언 4에서 노스텝 백 DLC를 사용할 경우 전차 설계 부품으로 등장한다. 능력은 생산 비용이 좀 증가하는 대신에 속도가 20% 증가 하는 능력을 가졌다. 현실과 달리 게임이기에 무게 제한은 없어서 티거같은 중전차에도 쓸수 있다.

[1] 핸들이 빠지지 않게 해준다.[2] 예를 들자면 유기압 서스펜션+고품질 강철 혹은 티타늄 등의 고강도 경금속류를 쓴다던지.[3] 다만 메르카바의 서스펜션은 일반적인 크리스티 현가장치와 다르게 서스펜션 부품들이 차체 외부에 외장형으로 장착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홀스트만 현가장치와 유사한 부분도 있다. 특히 초기형(Mk.1과 Mk.2) 차량들의 경우 한 보기(Bogey)모듈에 한쌍의 보기륜이 달려있는 구조라서 바퀴들에 개별적으로 세로방향 코일스프링이 달린걸 빼면 홀스트만식과 더 구조적으로 유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