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2-14 18:38:10

타이쿄쿠쇼기

1. 개요2. 대국 기록3. 규칙4. 기물 및 행마법5. 관련 문서

1. 개요

大局将棋

쇼기의 일종으로, 에도 시대에 고안된 각종 베리에이션인 古将棋(옛 쇼기)에 속한다. 옛 쇼기 대부분이 현재 일본에선 거의 사장되었지만, 특히 이 쇼기의 경우에는 아예 과거의 대국 기록조차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인기도로나 인지도로나 완벽한 듣보잡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쇼기가 유명한 이유는 따로 있었는데,

파일:attachment/img_trivia_01.jpg

판의 크기가 보드게임 치고는 말도 안 되게 크다. 가로와 세로가 36칸씩으로 된 1.5x1.5m의 거대한 장기판 위에서 한 쪽이 402개에 달하는 말을 움직여야 한다. 말 종류만 무려 208개[1]이다.

혼쇼기만을 남기고 사장되어온[2] 옛 쇼기들을 보면 쇼(小)쇼기츄(中)쇼기다이(大)쇼기 → 텐지쿠(천축)다이쇼기 → 다이다이(大大)쇼기 → 마카(마하)다이다이쇼기 → 타이(泰)쇼기의 순서대로 판의 크기가 커 지고 말의 종류도 늘어난다. 그야말로 이름대로의 스케일인 셈이다. 그 타이쇼기마저 넘어서는 진정한 끝판왕이 바로 이 타이쿄쿠쇼기이다.

포병, 궁병, 석궁병, 기병 등 다양한 병종부터 시작해서 개, 고양이, 사자, 쥐, 당나귀, 호랑이, 뱀, 원숭이, 표범, 늑대, 곰, 공작, 비둘기, 사슴, 거북이 등등 동물농장도 찍고, 백호, 현무, 주작, 청룡은 당연히 등장하며, 용도 하나로 때우는 것이 아니라 수룡, 화룡, 와룡, 맹룡, 대룡, 지룡, 비룡, 우룡(雨龍), 운룡, 청룡, 좌룡, 우룡(右龍),횡룡, 주룡, 분룡, 풍룡, 원룡, 반룡, 신룡까지 굉장히 많은 종류가 등장한다.

말의 움직임도 보드게임에서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면 좌군(왼쪽으로만 자유자재, 나머지는 1칸), 우군, 좌견, 우견 같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밖에 못 가는 말도 있다. 또한 왕장처럼 8방향으로 한 번에서 최대 2번까지 움직이고 추가로 모든 방향으로 3칸 움직일 수 있는 분신, 대각선 4방향과 앞뒤로는 1칸, 좌우로는 2칸만 움직일 수 있는 기린, 심지어 대각선으로는 무한정에 한 턴에 2회까지 움직일 수 있는[3] 텐구 등이 있다.

이 무수한 말들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다 평가받는 건 다름아닌 구행.[4] 20六/17三一[5]에 위치해 있으며, 마갈[6]도 승격하면 구행이 되며, 놀랍게도 독사[7] 같이 별 거 아닌 잡몹 말도 구행으로 승격할 수 있다. 구행 자신은 이미 최강의 말이라서 더 이상 오를 곳이 없기 때문에 승격 불가.[8]

이 말은 기존 비차의 움직임에 더해 이동 도중에 방향을 90도 꺾을 수도 있다.[9][10] 그러니까 도중에 말들로 막혀 있지만 않으면 어느 칸이든 갈 수 있다는 소리. 이게 얼마나 무시무시하냐면, 멀찍히 떨어진 곳에서 혼자서 왕을 외통수할 수도 있다는 설명만으로도 충분하리라.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게 뭐야 그야말로 변형 체스아마존[11]따위로 보이게 만들 정도로 정신나간 개사기 말. 게다가 한 이 말을 초반에 빠르게 전선에 꺼내는 포석도 존재하니 경계대상으로도 보호대상으로도 1순위.

이렇게 판도 허벌나게 넓은데다 말 숫자도 움직임도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쇼기가 100수 전후로 1~2시간 내에 판이 끝나는 데에 비해 이쪽은 초반 포석부터 최소 380수는 둬야 하는 중노동이 요구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혼쇼기에는 존재하는 포로말의 역이용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즉, 잡은 말은 그대로 끝. 만약에 타이쿄쿠쇼기에 포로말 역이용까지 있었다면 정말로 며칠이고 몇 달이고 게임이 끝나지 않고 계속될 각오를 해야 했을 것이다.

만약 실제로 해 보고 싶다면 이 사이트에서 해 볼 수 있다. 회원가입을 하지 않으면 온라인으로 두어지지는 않고, 판과 말만 지원해 주기 때문에 번갈아가면서 움직이는 방식이다.

2. 대국 기록

과거에 이 규칙을 사용한 실제 대국이 있었다는 기록은 없고, 2004년 일본의 방송 프로그램 트리비아의 샘에서 주최한 이토 히로후미(伊藤博文) 6단[12]과 안요지 타카노리(安用寺孝功) 4단[13]의 대국이 유일한 공식전으로 남아 있다.

2분 13초부터 두 사람이 나오는데, 타이쿄쿠쇼기의 크고 아름다운 판을 본 두 사람의 반응이 압권.

당시 두 사람 모두 행마법을 숙지하지 못해서 룰북을 펴두고 둬야 했으며, 판이 너무 커서 대국자들이 요리조리 움직이면서 대국을 해야 했을 정도이다. 여기에 말을 두다가 손이 미끄러지는 불상사도 나왔다. 아무튼 첫 장군[14]26시간만에 나왔고, 총 대국 시간은 32시간 41분(3805수), 그나마도 대국자들이 식사와 휴식에 수면까지 취하느라 사실상 2박 3일이 걸렸다. 보통의 쇼기와는 크기부터가 다르니 전략 역시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첫 날 양측에서 취한 전략은 일단 말의 수부터 줄이고 보자는 다소 황당한 전략이었고, 그 결과 말이 계속 잡고 잡히고를 반복하는 동귀어진이 치열하게 일어났다. 전술했듯 포로말의 역이용이 불가능하다는 한계점을 장점으로 역이용하였기에 성립 가능한 전략이다. 물론 혼쇼기처럼 최대한 말을 보존하는 전략으로 나오려고 하면 언제 끝날지 도통 알 수가 없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 대국에서 이긴 안요지 4단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는 않다."는 소감을 남겼으며 경기에서 진 이토 6단은 "졌는데도 분하진 않다."는 소감을 남겼다. 실제로 이토 6단은 패배를 인정한 직후 지친 기색을 역력히 드러냈고, 안요지 4단은 "勝った!(이겼다!)"가 아닌 "終わった!(끝났다!)"를 외치며 이마의 땀을 훔쳤다. 쇼기계의 풀HD 테트리스, 쇼기판 아포칼립스

스튜디오가 아니라 어느 여관을 섭외해서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데, 종국에 접어들 때 보면 여관 종업원들이 신기했는지 일하다 말고 모두 나와서 구경했으며 도중에는 일본의 잡지인 '주간 쇼기'에서도 취재했다. 보통은 당연히 기자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다가 끝날 때까지 취재했겠지만 대국이 무려 사흘이나 걸리는 바람에 무리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3. 규칙

기본적인 규칙은 쇼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차이점 위주로 설명한다.
  • 플레이어로부터 말 배치가 끝나는 3단까지 그 플레이어의 진영으로 취급했던 혼쇼기와 유사하게, 타이쿄쿠에서는 보병 앞에 개와 중인이 서있는 12단까지 그 플레이어의 진영으로 취급한다.
  • 일반적인 쇼기와 달리 잡은 말을 아군으로 만드는 개념은 없다. 한번 잡은 말은 그걸로 땡.
  • 일반적인 쇼기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말들은 적진에 진입하면 승격할 수 있다. 승격이 안 되는 말은 옥장, 구반(鳩槃), 구반(鳩盤) 텐구, 봉사, 인사, 대장, 구행, 붕사, 중사, 사응, 분취, 대사, 대기.
  • 덧붙여서 승격은 말의 움직임이 완전히 끝나고 난 뒤에 실행한다. 왜 굳이 이걸 강조하느냐 하면, 타이쿄쿠를 비롯한 옛 쇼기에는 사자같이 턴당 2회 이동하는 개념으로 움직이는 말들이 존재하기 때문. 이런 말들도 2번째 이동이 끝나고 난 뒤에 승격한다. 물론 츄쇼기다이쇼기와 마찬가지로 이미 한 번 승격한 말이 다시 한 번 더 승격한다든가 그런 건 없다. 즉, 보병→금장→비차→용왕→비취→대취 같은 식으로 6단 변신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태자가 등장하는 옛 쇼기가 그렇듯이, 옥장이 죽어도 태자가 남아있으면 게임은 계속된다. 마지막에 남은 옥장 또는 태자가 외통수를 당해야 비로소 승패가 정해진다.
  • 쇼기로서는 이례적으로, 몇몇 말들에겐 적뿐만 아니라 아군도 직접 죽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이것이 가능한 말들은 공통적으로 '특정한 방향으로 돌진해 부딪히는 말들을 몇 개든 아군이든 상관없이 모조리 때려죽이고 원하는 지점에 착지'할 수 있는게 특징으로, 그야말로 쇼기판에서 맵병기를 구현한 듯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 관통 능력으로 치고 지나갈 수 있는 대상에는 예외가 있으니, 이것을 정하는 것이 바로 말의 격이란 개념으로, 간단히 말해 자기보다 계급이 낮은 말만 관통할 수 있다.하극상은 불가능하단 얘기.

    대체로 이 능력이 없는 대부분의 말들은 전부 가장 낮은 계급으로 취급되며[15] 그 위에 관통이 가능한 말들 사이에도 서로 서열이 구분되며 가장 위에는 옥장과 태자가 동격으로 취급된다. 즉 어떤 말도 왕급을 뚫고 지나갈 순 없다. 당연한 얘기겠지만, 자기보다 높은 격을 지닌 말이라도 그게 적의 말이라면 관통이 안 될 뿐, 평범하게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가능하다.

4. 기물 및 행마법

파일:상세 내용 아이콘.svg   자세한 내용은 타이쿄쿠쇼기/기물 및 행마법 문서
번 문단을
부분을
참고하십시오.

5. 관련 문서



[1] 이는 왼쪽과 오른쪽의 말이 각각 다르게 승격하는 기견을 따로 센 것이다. 그러나 산취는 시작 배치의 왼쪽과 오른쪽의 행마법이 다르기에 이것까지 포함하면 209종류가 된다.[2] 그나마 쇼쇼기와 츄쇼기까지는 현대에도 즐기는 사람이 있다. 다이쇼기부터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대국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3] 쉽게 말하자면 각행을 한 턴에 2번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4] 鉤行(코교). 갈고리 모양으로 이동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5] 본인의 태자를 기준으로 바로 오른쪽 열, 위로 5번째 행에 해당한다.[6] 摩𩹄(마카츠). 구행의 바로 반대 포지션에 위치한 말로, 상술했던 텐구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7] 우리가 아는 그 毒蛇가 맞다. 10六/27三一과 27六/10三一에 위치. 앞과 옆으로는 2칸까지, 뒤와 앞대각선으로는 1칸만 움직일 수 있다.[8] 참고로 타이쿄쿠쇼기보다 규모가 다소 작은 마카다이다이쇼기와 타이쇼기에서도 구행이 등장하고, 여기서는 구행의 승격이 가능한데 놀랍게도 이 최강의 말의 승격말은 다름아닌 금장. 혼쇼기에도 존재하는 그 금장이 맞다. 한 마디로 승격을 하는 순간 강해지기는커녕 가치를 완전히 상실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승격을 안 하면 되지 않나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쇼기들과는 달리 이 두 종류의 쇼기에서는 적의 말을 잡으면 무조건 승격해야만 하는 룰이 있기 때문에 구행으로는 적의 말을 함부로 잡을 수 없게 되어 극도로 신중하게 운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필드의 100%를 혼자서 장악하기에 무적에 가까울 정도로 강한 구행을 사실상 일회용 말로 만듦으로써 구행이 혼자 마구 날뛰면서 판을 뒤엎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족쇄로서 존재하는 룰이라 보면 된다.[9] 바꿔 말해 비차를 한 턴에 2번 움직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10] 비차는 체스, 장기의 차와 움직임이 동일하다. 즉 룩 혹은 차를 연속으로 2번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11] 체스(쇼기에서의 분왕)과 나이트를 합친 것과 동일한 움직임이 가능하다.[12] 이토 히로부미와는 한자만 같은 다른 사람이다. 2017년 4월 1일, 7단으로 승단했으며, 2020년 5월 26일 은퇴했다.[13] 2009년 2월 10일, 6단으로 승단했다.[14] 쇼기 용어로 王手(おおて; 오오테)라고 한다.[15] 실제 타이쿄쿠 최강의 말이라 평가받는 구행도 관통 능력까지는 없기에 얄짤없다. 그런데 애당초 이놈은 관통까지 있으면 첫 수에 그냥 다 죽이고 끝나버리기 때문에 게임 자체가 성립이 안 된다.

분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