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8-07 15:09:55

표면경화장갑

1. 개요2. 장점3. 단점4. 평가

1. 개요

Face-hardened Armour (FHA)

장갑의 일종. 장갑재의 표면에 열처리나 침탄 처리 등을 하여 장갑 표면의 경도를 끌어올린 것이기에 표면경화장갑이라고 부른다. 19세기 말에 미국인 하비가 최초로 개발했으며[1], 4년 뒤 독일 크루프사가 개량품을 발표한 이후 크루프강[2]과 그 개량품이 표면경화장갑의 주류가 되었다.

2. 장점

일단 아래와 같은 장점이 있었기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까지 전차장갑차장갑으로 애용되었다. 원래는 군함의 장갑판으로 개발된 물건이고, 실제로도 2차 대전까지 전함~순양함의 현측 주장갑판부터 구축함의 포탑 전면과 탄약고 방어용으로 대량 사용되었다.
  • 두께에 비해서 높은 방어력을 가질 수 있다.
    같은 강도를 가지는 장갑이라면 경도는 높을수록 좋다.[3] 그리고 표면경화장갑은 강도를 그리 희생하지 않으면서도 경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특히 장갑이 얇을수록 효과가 커지는데, 전체 장갑이 고경도 강철이 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이는 장갑 두께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장갑차경전차, 초기형 중형전차를 설계할 때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장점이다.
  • 약한 탄두에는 잘 손상되지 않는다.
    일반 균질압연장갑이나, 특히 알루미늄 합금 장갑은 표면이 상대적으로 무르기 때문에 관통력이 떨어지는 화기를 막았더라도 표면에 손상이 심하게 가거나 탄두가 장갑에 박혀서 장갑판이 손상된다. 그러나 표면강화장갑은 약한 탄두는 경도 차이로 부수거나 튕겨내므로 표면에 손상이 없고, 강한 탄두를 막았을 때에도 저경도 장갑판보다 손상이 적다. 즉 전투에 참가한 무기나 차량의 정비 시 사소한 표면손상으로 인한 장갑판 보수나 교체 등을 할 일이 적어지므로 경제적이다.
  • 생산 난이도가 낮고 희귀한 소재를 요구하지 않는다.
    균질압연장갑의 방어력을 늘리려면 니켈이나 몰리브데넘의 특수한 재료를 정밀하게 배합하여 합금으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4] 저런 비싸고 귀한 소재는 전시에는 구하기도 힘들며, 고품질 합금강은 보기보다 제조 난이도가 높다. 그러나 표면경화장갑은 그냥 일반 강철판의 표면만 기존에 있던 도구로 처리하는 것으로 간단하게 만들 수 있으며, 기존 장갑판을 그대로 유용할 수 있기 때문에 딱히 특수한 소재가 필요하지도 않다.

3. 단점

하지만 단점도 많았기 때문에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에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 관통 시 장갑재가 깨진다.
    근본적으로 표면만 경화시킨 물건이며, 경도 높은 물건이 다 그렇듯 내구성 이상의 충격을 받으면 깨져버린다. 이는 도자기나 강화유리와 비슷한 원리이다. 그리고 깨진다는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 표면경화장갑은 관통됐을 때 날카로운 파편이 잔뜩 발생하기 때문에 차량 내부를 생지옥으로 만든다. 특히 경도는 매우 높았지만(440 BHN) 강도가 부족한 장갑재를 사용한 T-34 전차가 이런 일을 많이 겪었다고 한다. 경사장갑을 이용해서 철갑탄이 쉽게 튕겨져 나가도록 하는 설계여서 체급에 비해 방호력이 좋았지만, 장갑의 방호력을 능가하는 철갑탄에 맞으면 참사가 벌어진다. 이 파편 문제와 전차 구조 상 조종수의 탈출이 힘든 것까지 겹쳐져서 T-34는 격파 시 전차병 사망률이 M4 셔먼에 비해 훨씬 높았다.(격파 시 승무원 평균 사망률 M4 셔먼 0.3명, T-34 1.8명)
    이와는 달리 표면이 경화되지 않은 주조장갑이나 균질압연장갑은 질긴 성질 때문에 장갑이 뚫려도 찰흙처럼 찢어지는 형태로 뚫리기 때문에 표면경화장갑보다 파편이 덜 발생한다.
  • 일단 표면이 손상되면 방어력이 크게 약해진다.
    애초에 경도만을 강화시킨 물건인지라 인성 등이 약할 수밖에 없으며, 표면이 손상된 부위에 탄이 명중하면 균열이 장갑재 내부로 퍼지면서 넓은 범위의 방호력을 낮추고, 후속탄에 뚫릴 확률을 높인다. 물론 장갑이 일정 이상 두꺼웠다면 별 상관이 없겠으나, 아래의 문제 때문에 장갑재의 두께를 확보하기 어려워서 균열에 더욱 취약해진다.
    이에 비해 균질압연장갑은 장갑판 자체가 쪼개질 정도로 극도로 손상되지 않는 한 표면강화장갑만큼 방어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상대적으로 두께가 두꺼우므로 균열을 더욱 잘 견딜 수 있다.
  • 두꺼운 장갑판은 표면경화 처리가 힘들다.
    강판이 두꺼워질수록 열처리 등의 공정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노력도 많이 들어가는 데 반해, 늘인 노력에 비해 결과물이 그리 잘 나오는 것도 아니다. 두꺼운 장갑판을 표면경화 할 경우, 겉표면만 불규칙한 두께로 표면경화가 일어나고 속은 그대로이므로 표면경화 처리를 안 한 장갑과 비교해서 방어력이 그렇게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 어차피 경화된 표면은 얇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두꺼운 균질압연장갑은 방어력 증대를 합금 비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하며, 따라서 증가한 방어력이 전체 장갑판에 고루 적용되므로 용접면에 문제가 없는 이상 두께에 따른 방어력 상승효과가 크다.
  •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효과가 거의 없다.
    표면경화작업을 하다가 실수라도 하면 표면이 깨지기 때문에 그냥 버리는 것이 나은 지경이 되어버리며, 경화처리 중 뭔가 잘못되면 표면경화한 장갑표면과 내부의 장갑본체가 서로 균열이 발생해서 살짝 떨어진 상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장갑이 2개로 나누어지는 셈이며, 장갑표면에 포탄이 명중할 때 오는 충격이 장갑 내부로 고르게 퍼지지 못하고 장갑 표면이 100% 감당하게 되므로 표면도 쉽게 깨지고, 내부까지도 서서히 균열이 가게 되어 당연히 원래 상정한 방어력 이하의 결과물이 나온다. 더군다나 이건 겉으로 봐서는 모르기 때문에 이런 불량 장갑판을 찾기 위해 비파괴검사 등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물론 균질압연장갑도 대충 만들면 방어력이 크게 하락하지만, 적어도 장갑 내부가 서로 따로 노는 사태는 공정 자체가 완전 폐품 수준인 경우가 아니라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애초에 압연이라는 공정 자체가 밀대로 강판을 압착하는 공정이기 때문이다.
  • 용접이나 수선이 힘들다.
    원래 열처리한 물건에 다른 것을 용접하거나, 균열을 메꾸기 위해 재가열을 하면 잘 붙거나 메꿔지지 않는다. 더군다나 열처리가 된 강판에 또 열을 가하면 열처리가 풀려버리기 때문에 기껏 해놓은 표면경화가 크게 약해진다. 따라서 수리를 위해 장갑판 전체를 갈아버리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을 수 있다.
    이에 비하면 균질압연장갑은 이런 현상이 없어 용접이나 수선이 매우 쉽다.

4. 평가

장갑의 방어력을 올리는 방법을 개발하던 중 얻은 과도기적 방법이다. 비록 간단하고 기술력이 덜 필요하며 특수재료가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은 있으나, 장갑판의 표면만 강화하는 수준으로는 강력한 포탄의 공격력을 이겨낼 수 없다는 점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있다.

결국 재래식 장갑은 균질압연장갑처럼 장갑 자체의 방어력을 고루 상승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면교사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 셈이다.

표면경화장갑은 위에서 설명된 단점으로 시대에 밀려 사라졌지만, 현대에는 재료공학의 발달로 장갑재의 경도를 늘리면서도 인성을 적절하게 유지해 깨지지 않도록 만들 수 있게 되어서, 일종의 강화판으로 볼 수 있는 고경도압연장갑(High Hardness Armour. HHA)의 형태로 장갑차량의 일부 부위에 사용되고 있다. K-2 흑표M1 에이브람스의 차체 전면 상부와 같이 복합장갑 없이 급경사를 준 고경도 강판으로 방호되는 부위는 착탄한 날탄을 도탄시키며 깨부숴서 방호할 수 있으며, 소련의 T-72 전차에서도 차체 장갑의 NERA 배열을 구성할 때 얇은 HHA판을 층층이 배치하고 판 사이에 탄성 재료를 삽입하는 식으로 활용되었다.


[1] 니켈강 표면을 침탄시킨 물건이다.[2] 하비강에 크롬과 망간을 추가한 제품이다.[3] 철갑탄의 경도가 장갑재의 경도를 넘어서면 쑥쑥 잘 뚫고 들어가고, 반대로 장갑재의 경도가 철갑탄두보다 높으면 실 두께보다 더 큰 방어력을 가지게 된다. 알루미늄 합금 장갑이 두께에 비해 낮은 방호력을 가지는 것도 철에 비해 경도와 밀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4] 2차 대전 말기에 생산된 판터 전차티거 2 전차는 몰리브데넘이 너무 부족해서 바나듐으로 때우고, 그마저도 생산량이 수요를 한참 못 따라간데다 독일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며 열처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출고한 탓에 경도가 10% 가량이나 떨어져 버렸다.(300 BHN → 270 BH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