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 ||||
피아노 협주곡 1번 | 피아노 협주곡 2번 | 피아노 협주곡 3번 | 피아노 협주곡 4번 | 피아노 협주곡 5번 |
바이올린 협주곡 1번 | 바이올린 협주곡 2번 | 첼로 협주곡 | 협주 교향곡 (첼로) | 첼로 소협주곡 |
1. 개요
Piano Concerto No. 2 in G minor, Op. 16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5개의 피아노 협주곡 중 제 2번. 1912년에 구상을 시작해 1913년 완성하여 그 해에 초연을 한다. 프로코피예프에게 늘 호의적이었던 니콜라이 먀스콥스키는 천재적인 작품이라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절대다수의 청중들은 불쾌감을 표시했고 "이런 미래주의 음악은 지옥에나 줘버려라", "지붕 위의 고양이가 더 곡을 잘 쓰겠다"며[1] 반발했다. 이는 몇 달 전 파리에서 있었던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 초연을 연상케 하는 소란이었으며, 프로코피예프는 이를 통해 전위적인 작곡가로서의 악명을 구축할 수 있었다. 사실 그것이 작곡가 본인이 노렸던 바였겠지만. 그러나 상품으로 그랜드피아노가 걸려 있었던 음악원 졸업 연주회 때에는 좀 더 전통적인 구성에 가까운 협주곡 1번을 얌전히 쳤고,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를 위시한 교수진의 못마땅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최우수상을 타낸다.
그런데 이 곡은 러시아 혁명 때 화재로 인해 악보가 소실되어 이후 그 원곡을 기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피아노 협주곡 3번을 작곡하고 난 후인 1923년에 작곡가가 소실된 악보를 다시 재구성하여 완성했다. 프로코피예프 본인은 "아예 새로 곡을 다시 썼다. 협주곡 4번이라고 해도 될 거야" 라고 했다고 한다. 교향곡 4번이나 첼로 협주곡에서도 드러나듯이 프로코피예프는 개작을 할때 곡을 거의 갈아엎는 수준으로 작업하는 일이 많았다. 따라서 작곡가 본인이 이렇게 말했을 정도라면 원곡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재구성본과 굉장히 달랐을 가능성이 높다. 3번 협주곡을 작곡한 후의 성숙한 작곡 기법이 녹아들어 있는 협주곡이 2번이다. 오늘날 명작으로 알려져 있는 '첼로와 관현악을 위한 협주 교향곡'(1952)의 원본인 '첼로 협주곡'(1938)이 상당히 조잡한 범작인 것을 감안할 때, 프로코피예프가 음악적 역량이 가장 높았을 때에 깔끔히 다듬어낸 오늘날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달리 그 원본은 서투른 습작풍 작품이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2]
이 곡은 본래 막시밀리안 슈미트호프라는 그의 가장 친했던 친구에게 헌정되었는데[3] 그 당시 서로가 자신의 세상이었다고 표현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다고 한다. 슈미트호프가 1913년에 자살을 했는데, 새로 쓴 2번 협주곡은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며 작곡했다. 이 사건이 프로코피예프에게 미친 정신적 영향, 우울함과 광기 어린 분노, 절망감이 특히 1악장에 잘 드러난다.
전체 연주시간은 대략 30~33분이다.
2. 구성
1악장 : Andantino-Allegretto2악장 : Scherzo : Vivace
3악장 : Intermezzo : Allegro moderato
4악장 : Finale : Allegro tempestoso
관악기: 플루트 2, 오보에 2, 클라리넷 2, 바순 2, 트럼펫 2, 호른 4, 트롬본 3, 튜바
현악기: 바이올린 1,2,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
타악기: 팀파니, 탬버린, 작은북, 심벌즈, 작은북, 큰북
독주악기: 피아노
2.1. I. Andantino-Allegretto
오케스트라의 조용한 동기 제시와, 피아노의 몽환적인 아르페지오로 시작하는 악장. 처음에 제시되는 피아노 주제가 거의 모든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간에 등장하는 가단조의 새로운 주제는 한 번 사용되고 다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이 악장은 오케스트라의 비중이 매우 적어서 곡의 전개부에 해당하는 부분을 모두 피아노 카덴차로 처리한다. 그렇기에 피아노 혼자서 4~5분을 연주해야 한다는 난점이 있는 악장. 카덴차의 끝에서는 다시 d단조의 4옥타브 아르페지오가 등장하며[4] 오케스트라의 매우 강렬하고 장중한 복귀가 일어난다. 카덴자부터 쌓여 올라온 감정이 단 한 번, 크게 폭발하고 나면, 다시금 처음의 아르페지오가 복귀한다. 오케스트라는 점차 페이드 아웃처럼 사라지고, 차후에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의 1악장의 말미처럼 피아노의 정적인 음형만 남고 조용히 끝나게 된다.
2.2. II. Scherzo: Vivace
1악장의 정적을 깨는 요란한 피아노의 양손 유니즌으로부터 시작하는 악장. 연주시간이 3분 내외인 악장에서 피아노는 절대로 쉬지 않으며 [5] 오케스트라와 요란한 합주를 하게 된다. 안 그래도 빠르고 부담스러운 음형을 지니는 데다 유니즌으로 연주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매우 난곡에 속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주시간이 짧다는 것. 형식은 세도막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뭉뚱그려져 있고 같은 동기나 주법이 여러 번 등장한다.
2.3. III. Allegro Moderato: Intermezzo.
간주곡 형식인 악장. 이 협주곡에서 가장 어두운 분위기를 지니고 있으며, 행진곡 리듬의 오케스트라는 듣는 이를 숨막히게 할 정도로 중압감을 지닌다. 피아노는 반음계적 주제로 안 그래도 높은 텐션을 심각하게 고조시키고 있으며, 가면 갈수록 프로코피예프 특유의 아이러니로 점철되는 분위기가 특징.
2.4. IV. Allegro tempestoso
ABCBA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처음에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빈 부분을 서로 채워주는 식으로 시작 한다. 그 뒤에 가벼운(?) 도약으로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도약의 크기가 커지게 되다가 부점리듬이 나온다. 그러다가 라단조로 바뀌고 나서 조금 진행하다가 피아노 독주로 B주제를 제시하고 시작하며, 이 주제들을 계속 변형하다가 C주제로 넘어가 짤막하게 진행하다가 카덴차로 B주제가 다시 나오다가 조를 바꾸면서 진행을 다르게 하고, 아르페지오가 나오고 점점 빨라지고 Tempo I이 될 때 A의 동기(큰 도약 부분)가 나오다가 오케스트라가 B주제를 연주하고 이후 C주제에서 나온 멜로디를 느리게 하여 살짝 제시하다가, B주제로 회귀하고 C주제 멜로디를 다시 넣었다가 Andante에서 조성이 바뀔 때 B주제를 리듬을 바꾸면서 진행하다 점점 작아지고 오케스트라가 갑자기 크게 발산하면서 A주제로 회귀했으며, Coda로 가면서 C주제도 섞다가, 나중에 글리산도 이후 솔 도약으로 끝을 맺는다.
3. 특징
- 주류 피아노 협주곡 레파토리 중에선 라흐마니노프 3번 협주곡 1악장 카덴차보다 조금 더 긴 가장 긴 카덴차를 포함하고 있다. 1악장이 약 11분 연주 길이에 카덴차가 5분 정도를 차지한다. 심지어 4악장에서도 1악장보다는 짧지만 카덴차가 등장한다. 피아노 연주자에게 굉장히 부담이 되는 요인 중 하나이며 심지어 두 카덴차 모두 엄청난 테크닉을 요한다.
- 주류 레파토리에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 및 프란츠 리스트의 토텐탄츠,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과 함께 어려운 피아노 협주곡으로 손꼽힌다.[6] 현대음악 레퍼토리로 따져도 버르토크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나 히나스테라의 피아노 협주곡 1번과 더불어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협주곡으로 종종 꼽힌다.
- 엄청난 난이도 때문인지 20(& 21)세기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피아노의 여제로 불리는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일평생 건드리지 않았고[7][8], 심지어 에브게니 키신마저 익히는데 고생했다고 한다. 굉장한 비르투오조였던 프로코피예프 자신조차 연주회에서 망해버린 적이 있다.
- 간혹 라흐마니노프 3번처럼 테크닉을 과시하기 좋은 곡이라 생각하며 이 곡을 시도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큰 오산이다. 이 곡이 라흐마니노프 3번 협주곡보다 선호도가 낮은 건 음악적인 측면에 있어서 좀 더 서정적이고 직관적인 라흐 3번에 비해 훨씬 난해하고 대위법적인데다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어둡기 때문.
- 후에 그는 협주곡 2번이 스스로가 쓴 모든 곡 중 최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에선 일본인들의 분류법을 따른 러시아 3대 피아노 협주곡(차이코프스키 1번, 라흐마니노프 2번, 프로코피예프 3번)[9]이란 말이 들리곤 하는데 이 곡은 여기에 포함되진 않는다. 프로코피예프 3번도 상당히 명곡이기 때문에 납득이 안 가는 선택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3번이 더 고전 협주곡으로서의 전통적 형식에 충실하며, 변화무쌍한 2번에 비해 더욱 통일적이다.
3.1. 주요 기법
여러 기교적인 측면에서 어렵지만 이 곡의 4악장만큼 도약이 심한 곡은 다른 주류 협주곡에선 찾아 보기 힘들다. 영상을 보면 그냥 양손이 교차로 1초마다 건반 제일 왼쪽에서 제일 오른쪽으로 왔다갔다 점프한다.- 검은 건반 하행 글리산도[12]
- 두꺼운 화성의 연타(Full-chord 연타)
- 약 2분 40초동안 쉬지 않고 양손 unison의 빠른 16분 음표를 굴려야 하는 노동[13]
- 재빠른 양손 교차[14]
- 빠른 스케일
- 3도
[1] 영문 출처에 의하면 "The cats on the roof make better music"인데, "고양이가 더 나은 소리를 내겠다"와 "고양이가 더 곡을 잘 쓰겠다"라는 의미가 둘 다 적용되는 제법 재치있는 표현이다(...)[2] 유사 사례로는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4번이 있다. 브루크너 4번도 1874년 처음 작곡한 초고는 매우 조악했으나 1878~1880년 거의 새로 쓴 수준의 대규모 개정을 거치며(특히 3~4악장은 완전히 뜯어고쳤다) 오늘날과 같은 명곡으로 탈바꿈되었다.[3] 친구라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후에 그의 미망인이 그 둘에게 강한 동성애적 성향이 있었다고 함으로 보아 연인 사이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4] 1악장 카덴차의 정점인 부분인데, 정말이지 공포의 아르페지오라고 불릴 정도로 극악의 난이도인 구간이다.[5] 쉼표가 아예 없다![6] 러시아의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는 라흐마니노프 3번과 브람스 2번보다 프로코피예프 2번이 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7] 물론 아르헤리치같은 대가가 테크닉이 부족해서 이 곡을 안 건드렸을 리는 없다. 이 곡으로 연주회 일정까지 잡았지만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직전에 취소했다고.[8] 반면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꽤 자주 연주했고 레코딩도 두개 남겼다. 이 두 음반 모두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이야기할 때 자주 거론되는 명반이다. 특히 아바도와 베를린 필 음반은 이 곡을 듣는 사람이든 연주하는 사람이든 무조건 들어보아야 할 결정반으로 평가받는다.[9] 일본인들의 용례1[10] 4악장에서 두드러지며 평균적으로 3옥타브 정도 도약한다. 저 도약이 잊을 만하면 상습적으로 나오고 한 번 나오면 10마디는 넘어서 도약이 끝나는 경우가 많아서 상당히 어렵다. 난곡으로 불리는 발라키레프의 이슬라메이에서 간격으로 볼 때 이걸 넘는 도약이 딱 1번 나온다.(왼손 글리산도)[11] 위 영상의 20:51 ~ 21:10 부분[12] 3악장이며, 레가토 글리산도를 하려면 페달링이 필요하지만, 핑거 페달링을 하기는 굉장히 까다로우며 오른손 하행이라 1번 손가락 지시가 적히는 바람에 특히 더 까다롭다.(3,4번 상행 글리산도보다 느리고 손톱과 부딪히는 소리가 나기 매우 쉽다.) 그리고 보통의 글리산도는 오른손은 상행, 왼손은 하행이 일반적으로 쉽다.[13] 2악장이며 정말 엄청나게 불편한 포지션의 아르페지오와 스케일을 심지어 양손 동시 진행으로 단 하나의 쉼표도 없이 3분 가까이 굴려야 한다. 더구나 16분음표를 트릴마냥 돌리는 구간은 박자가 안 맞는 경우도 허다하니 주의해야 한다. 중간에 미끄러지거나 틀리면 다시 들어갈 타이밍도 없는 답 없는 악장. 에튀드도 이 정도로 무자비하진 않다.[14] 1악장의 카덴차에서 두드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