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4-09-03 14:55:50

홀거 단스케(동화)


1. 개요2. 내용3. 기타

1. 개요

Holger Danske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1845년작 동화.

프랑스 전설 샤를마뉴의 12기사의 일원인 오지에 르 다노아가 덴마크식으로 현지화된 덴마크의 민족영웅 홀거 단스케의 조각상과 관련된 전설을 소재로 하고 있다. 덴마크식으로 현지화된 전설이 소재인지라 샤를마뉴의 12기사와 관련된 내용은 등장하지 않고 순수한 덴마크 민족영웅으로만 묘사된다.

사실 북유럽에서는 홀거 단스케에 대한 내용이 없고 샤를마뉴가 말년에 덴마크에서 대립했던 것에서 영향을 받아 오지에라는 인물이 프랑스 전설에서 창작되었는데, 이 인물이 북유럽에 알려지면서 덴마크 현지에서 덴마크 민족영웅으로 현지화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안데르센의 조국인 덴마크에 대한 역사와 애국심으로 가득한 작품이다.덴마크판 국뽕

2. 내용

덴마크어 원문

덴마크의 외레순 해협 근처에 크론보르 성이 있다. 외레순 해협에는 커다란 배들이 날마다 몇백척씩 지나다니며, 영국 배도 있고[1] 러시아 배도 있고 프로이센 배도 있다. 이 배들은 성으로 대포를 쏘며 인사한다. 하지만 겨울이면 스웨덴 해안까지 바다가 얼어붙으므로 배가 한 척도 다니지 않는다. 그러면 덴마크 국기와 스웨덴 국기가 펄럭이고, 덴마크 사람과 스웨덴 사람이 대포가 아닌 악수로 인사를 주고받는다. 그리고 서로의 나라에서 흰 빵과 롤빵(Hvedebrød og Kringler)[2]을 사 간다. 그 이유는 남의 나라 음식이 더 맛있는 법이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가장 훌륭한 볼거리는 크론보르 성으로, 성 밑의 지하실에는 홀거 단스케가 앉아 있다. 홀거 단스케는 자면서 꿈을 꾸는데, 덴마크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빠짐없이 보인다고 한다. 해마다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하느님의 천사가 나타나 지금까지 꾼 꿈들은 모두 사실이며, 덴마크가 아직 큰 위험에 빠지지 않았으니 마음놓고 자도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덴마크가 위험에 빠지면 홀거 단스케는 다시 일어나 나라를 구한다고 한다.

이후 나무조각을 깎으며 손자에게 홀거 단스케 이야기를 들려주는 할아버지를 묘사한다. 손자는 할아버지의 말을 진짜로 믿었다. 할아버지는 뱃머리에 달 홀거 단스케 조각상을 만들고 있었다. 홀거 단스케 조각은 한 손에는 폭이 넓은 칼을, 다른 한 손에는 덴마크 문장이 그려진 방패를 들고 있다. 손자는 잠자리에 들어서도 홀거 단스케 생각만 했고, 할아버지는 밤늦도록 작업장에서 방패를 다 깎은 뒤 자기가 살아있을 동안 홀거 단스케가 나타나지 않겠지만 침대에서 자고 있는 손자는 홀거를 보게 될지도 모를 거라고 말한다. 그리고 홀거 단스케의 조각과 덴마크 문장을 바라보며 감탄한다.

파일:덴마크 국장.svg
덴마크의 문장. 왕관을 쓴 파란 사자 3마리와 9개의 하트로 이루어져 있다.
“Det er dog det deiligste Vaaben nogen i Verden har!” sagde den Gamle. “Løverne ere Styrke og Hjerterne ere Mildhed og Kjærlighed!”
"그래도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문장이야!"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사자는 힘이고 하트는 온유와 사랑이야!" - (직역)
할아버지가 말했습니다. "과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문장이야! 사자는 힘을, 하트는 부드러움과 사랑을 나타내지!" - (시공주니어의 햇살과나무꾼 번역)

할아버지는 맨 위의 사자를 보며 잉글랜드를 정복한 크누트 대왕을 떠올렸다. 두 번째 사자를 보고는 덴마크를 통일하고 벤드 족의 나라를 정복한 발데마르 왕을 떠올렸다. 세 번째 사자를 보자 덴마크와 스웨덴과 노르웨이를 통일한 마르그레테 여왕을 생각했다. 이어서 붉은 하트가 할아버지의 마음 속에서 불꽃이 되어 날아가고 있었다. 첫번째 불꽃은 할아버지를 감옥으로 데려갔다. 그곳에는 크리스티안 4세의 딸 엘레오노라 울펠트 부인이 갇혀 있었다.[3] 불꽃은 부인의 가슴에 내려앉아 꽃을 피웠다. 두 번째 불꽃은 훈장에 달린 장식이 되어 비트펠트(Ivar Huitfeldt, 작중에서는 Hvitfeldt로 표기. 노르웨이 출신의 덴마크 함대 지휘관.#)의 가슴에 닿았다. 비트펠트는 덴마크 함대를 구하기 위해 자신이 탄 배를 폭파해 버렸다. 세 번째 불꽃은 그린란드의 초라한 오두막으로 가서 전도사 한스 에게데(Hans Egede, 그린란드를 개척한 전도사.#)의 가슴에 내려앉았다. 불꽃은 시골 아낙네의 초라한 집의 대들보에 이름을 쓰는 프레데리크 6세 왕의 마음이 되고, 덴마크 문장의 하트가 되었다. 할아버지는 프레데리크 6세와 같은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눈물을 닦았다.

그때 할아버지의 며느리가 들어와 저녁준비가 다 되었고 오늘은 늦었으니 그만 쉬라고 했다. 그리고 조각상을 칭찬하다가 조각상의 얼굴을 어다선가 본 것 같다고 했다. 그러자 할아버지는 자신도 본 적이 있고, 자신이 기억하는 그대로 나무에 새겼다고 한다. 1801년 4월 2일 영국 함대가 덴마크 코펜하겐을 포격하던 코펜하겐 해전 때였다.[4] 그 때 할아버지는 스텐 빌레(Steen Andersen Bille, #) 제독의 함대에 소속되어 '덴마크 호'에 타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대포알이 옆에 있던 사내를 겁내는 것 같았고, 사내는 즐겁게 옛 노래를 부르며 대포를 쏘았다고 했다. 그 사내의 얼굴은 기억하고 있지만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갔는지는 아무도 모르고, 할아버지 자신은 홀거 단스케가 크론보르 성에서 헤엄쳐서 덴마크 함대를 구해낸 거라고 믿었다.

이후 할아버지는 며느리와 며느리의 남편과 저녁을 먹으며, 힘과 사랑을 상징하는 덴마크의 사자와 하트 이야기를 하고, 힘에는 칼에 깃든 힘도 있지만 다른 힘도 있다고 말하며 홀베르(Ludvig Holberg, #)의 희곡 전집을 보며 홀베르는 사람들의 어리석은 구석과 모난 구석을 다듬었으니 칼을 잘 썼고, 룬데토른 천문대가 그려진[5] 달력을 보며 튀코 브라헤도 하늘의 별들 사이에 길을 내기 위해 칼을 썼다고 한다. 또한 아버지를 따라 조각가가 된 베르텔에 대한 이야기도 하면서 그 사람도 칼을 쓸 줄 알았다면서 홀거 단스케는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며 온 세상에 '덴마크의 힘'을 떨친다고 하고, 베르텔을 위해 건배를 든다.

한편 침대에 누운 아이는[6] 방금 전부터 외레순 해협과 크론보르 성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그리고 성의 지하실에서는 홀거 단스케가 수염을 탁자에 뿌리내린 채 꿈속에서 땅위의 모든 일들을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Ja, husk kun paa mig I Danske Folk! behold mig i Tanke! jeg kommer i Nødens Time!”
"그래, 나를 기억해라 덴마크인들이여! 마음속에 나를 간직해라! 나는 필요한 시간에 온다!" - (직역)
"그렇다, 덴마크 인들이여, 나를 기억하라! 나를 영원히 잊지 마라! 너희에게 위험이 닥치면 나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다!" - (시공주니어의 햇살과나무꾼 번역)

크론보르 성 밖에서는 햇살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고, 바람이 이웃나라의 뿔피리 소리를 전해주었다. 배들이 대포를 쏘고 성에서도 대포를 쏘지만, 그것은 인사일 뿐이라 홀거 단스케는 깨어나지 않는다. 홀거 단스케가 깨어나려면 전혀 다른 대포소리가 들려야 한다. 그 때가 되면 홀거 단스케는 깨어날 것이다. 홀거 단스케는 용맹하기 때문이다.

3. 기타

의외로 이 동화에서 덴마크 영웅으로 소개되는 사람들 중 세 사람은 노르웨이인이다. 비트펠트, 한스 에게데, 홀베르가 그들이다. 이유는 그들이 살던 시대의 노르웨이는 덴마크 왕이 노르웨이 왕을 겸하던 덴마크-노르웨이 왕국 시대였고, 이 때문에 노르웨이의 해당 인물들은 왕이 사는 덴마크로 이주해 활동했기 때문이다.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은 덴마크를 상징하는 작가로 유명한데, 이 작품을 통해 그가 단순히 세계에 덴마크를 알린 작가임에 그치지 않고 작가 본인이 덴마크에 대한 애국심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이렇게 그는 덴마크 문장의 하트가 되었다.

사실 작중에서는 9개의 하트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모두 등장하지 않고 4개의 하트만 인물들의 마음이 되는데, 작가가 전부 떠올리기 어려운 점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나머지 하트가 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남겨놓았을 수도 있다.
[1] 원문에는 '잉글랜드의(engelske)'라고 나온다. 잉글랜드는 1707년에 스코틀랜드와 통합되었지만, 19세기까지만 해도 유럽 여러나라에서는 잉글랜드를 영국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했다. 햇살과나무꾼 판본에서는 시대상을 고려해서인지 영국으로 번역.[2] 햇살과나무꾼 번역판 기준.[3] 햇살과나무꾼 판본에 따르면 엘레오노라는 코르피츠 울펠트와 결혼했다가 코르피츠가 누명을 쓴 탓에 22년동안 감옥살이를 했다고 한다.[4] 이 때 영국 함대를 지휘한 사람이 호레이쇼 넬슨 제독이다. 호레이쇼 넬슨 문서에 이 전투에 대한 자세한 내력이 있으니 참조.[5] 천문대 문서에 룬데토룬에 대한 내용이 나와 있다.[6] 왜 저녁을 먹지 않고 먼저 자러 갔는지는 불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