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병(火病)
1.1. 의학 용어
'울화병(鬱火病)', '심화병(心火病)', '속병'이라고도 한다.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여 통증, 답답함, 불면증 등의 신체적 문제[1]로 나타나는 증세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대한민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 존재하는 문화고유장애로 알려져 있다.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출판한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권위 서적인 DSM-Ⅳ(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에서는 한국의 문화에 관련된 특유의 질환으로 이를 hwa-byung[2](화병)이라는 한국식 표기로 등재[3]한 적이 있으나, 현재 사용되고 있는 진단기준인 DSM-5에서는 이를 삭제하였다. 즉 현재는 정식 질병명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 다만, 이 증상 자체를 병이 아닌 정상적인 현상으로 보아 뺀 것은 아니고[4], 다른 질병과 굳이 분리하여 특수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 뺀 것이다. ICD 분류에서는 "기타 장기적 정서 장애"[5]의 한 종류로 서술되어 있다.
쉽게 말하면 정서장애 중에서 신체증상이 많이 나타나는 케이스를 가리키는 명칭이라고 볼 수 있다. 화병이라는 완전히 별개의 정신질환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며 그냥 우울증(혹은 불안장애 및 불면증 등)에서 수반되는 신체증상이 나타나는 질병이다. 이것이 만성화되면 신체화 장애로 발전할 수도 있다.
유사한 표현으로 울화병(鬱火病)이 있다.[6]
조용하고 점잖은 행동을 강요하고 옳은 것이건 그른 것이건 간에 공동체 유지를 위해 분란의 소지가 있을 만한 발언들을 되도록 쉬쉬하는 경향이 예나 지금이나 다분한 한국사회에서, 스스로의 분노나 답답함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억지로 꾹 눌러담았다가, 그 화가 삭아 비틀어져서 내면적 및 심적(心的) 질환으로 발전한 것을 화병이라고 한다. 그래서 명칭이 화(火)로 인해 생긴 병(病)으로 굳어진 것이며 우울증이나 정신불안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감정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억압하는 소극적 및 내성적 성격이거나, 혹은 그 반대로 지나칠 정도로 화를 잘 내는 다혈질 성격에게서 잘 드러난다. 또한 튀는 발언을 삼가고, 화(和)를 중시하며 서열이 분명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오랜 세월을 겪어왔고, 사회 생활의 어려움을 오랜 기간 인내해 온 중장년층에게서도 자주 보인다. 특히나 X세대 이전의 중년 여성들에게서 많이 볼 수가 있는 데 가부장적 사회에서 제대로 표현을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로 인해, 행복한 감정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세로토닌 등의 신경전달 물질의 분비가 저하되어 우울감, 불면증, 식욕저하, 폭식, 소화불량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합병증으로는 알코올 의존증을 불러올 수 있지만 신체에 관련한 합병증으로는 확실히 밝혀진 바가 없다.
우울증과 비슷한 종류의 질환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규칙적인 생활 습관, 운동, 취미 활동을 가지는 것이 좋다. 심한 증상을 보일 경우 약물 치료를 동반해야 하며, 중추신경계에 흥분을 일으킬 수 있는 카페인과 알코올이 들어간 음료나 약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관련 약으로는 뇌 시냅스에서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아 분비를 촉진시키는 작용을 하는 약인 SSRI가 주로 사용되며, 그 외에 NDRI를 사용하기도 한다. 물론 약물치료뿐만 아니라 정신과 방문 또는 상담을 통한 정신치료 또한 가능하다.
화병과 비슷한 용어로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의 '아묵(amuk)'이 있다. 온화해보이던 사람이 어느 순간 전조도 없이 폭력을 휘두르며 가축이나 사람을 공격하게 되는데 이게 아묵이다. 광란의 행위를 뜻하는 말레이어의 단어 'meng-âmuk(mengamuk)'에서 유래되었으며, '마구 난동을 피우다' 라는 뜻의 running amok의 amok이 여기서 차용했다.
아묵에 대해 처음 언급한 것은 1770년 세계 일주 중이던 영국의 제임스 쿡 선장의 일지인데, 이때는 amuk이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아니지만 어느날 갑자기 폭력을 휘두르는 사람의 이야기가 적혀있다. 기록들에 의하면 아목은 평균 10명 전후의 피해자를 냈으며, 이러한 난동은 가해자가 제압되거나 죽임 당하며 종료되었다고 한다. 당시 부족 사회에서 정신의학적 원인 분석이 이루어지지는 않았기에 말레이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러한 행위가 한투 벨리안(hantu belian)이라는 사악한 호랑이령이 가해자 몸 속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일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보고가 있은 후에 학자들은 이 현상을 필리핀, 라오스, 파푸아뉴기니, 푸에르토리코 등 각지의 원시 부족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견했고, 이 현상이 문화적인 요인으로 촉발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2세기에 걸쳐 아묵의 발생 보고는 점점 줄어갔고, 학자들은 이것이 서양 문명이 유입되며 문화적인 요인을 제거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묵에 대한 관심도 점차 줄어갔으며 20세기 이후로는 실질적으로 더 이상 원시 부족에서 아묵이 일어난다는 보고는 없다. 산업 사회에서 비슷한 폭력 혹은 연속 살인이 발생하는 건수는 늘어갔으나, 아묵은 문화적인 요인으로 발생한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이러한 증상은 아묵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따라서 여기에서 파생된 영단어 amok 및 running amock을 제외하고는 아묵은 더 이상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다.
심하게는 이것이 심해져서 사망했다는 과거 기록도 찾아볼 수 있는데 이를 분사(憤死)라고 한다. 말 그대로 분통 터져서 죽었다는 얘기인데, 매우 전근대적인 발상으로 당연히 실제 사인이라고 할 수는 없다. 순간적인 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고혈압 내지는 여기서 파생되는 뇌출혈이나 심장마비 등으로 생각할 수 있고, 애초에 갖고 있던 지병이 악화되어 사망에 이른 것을 그냥 화병이라고 대충 드라마틱하게(…) 해석한 경우도 많다.
1.2. 인터넷 언어
일본 넷상에서 논리에서 완벽히 발릴 때 혹은 논리를 전혀 무시하고 오로지 욕으로 도배만 반복하며 감정제어를 상실한 행태를 흔히 화병작렬이라고 한다. 화병과 울화통이라는 단어는 인조이재팬에서 일본인들이 한국인을 놀릴 때 쓰던 단어이기도 하며 현재 혐한초딩들 사이에서 자기들끼리 한국을 비웃거나 상대방보고 화병나서 발광한다고 도발할 때 사용되고 있다.2010년 이전 일본어 위키백과의 화병 항목에는 넷 우익 아젠다의 첨병답게 화병이 한국인의 근친상간으로 발생한 DNA결함으로 인한 유전병이고, 이로 인해서 한국 청소년의 대부분이 신경계가 손상되어있기 때문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 한다고 적혔다가 절대로 접근하지 말라고 반달당한 적도 있었다(...).
2019년 기준으론 日위키페디아의 유전병 운운은 사라졌지만 넷 우익에 편향된 서술은 여전해서 모르는 사람이 읽으면 화병이 정식질병으로 인정되며 심각한 정신질환이라도 되는 듯한 인상을 받게끔 교묘한 방향으로 서술되어 있다.
지금도 익명게시판에서 화병이 유전병이라는 루머를 퍼뜨리는 혐한이 널려 있다. 한국인의 거시기 길이 9cm설, 한국의 강간범죄 세계 1위설과 함께 자주 쓰이는 삼신기다. 심지어 '화뵤루(ファビョる)'라는 동사까지 생겼다. 한국식으로 번역하자면 '화병 돋는다' 정도. 어원의 유래는 'ファビョン'(화병)과 일본어의 동사표현 중 하나인 '~る'를 합친 것이다.
현재는 10년도 넘은 말이기도 하고 애초에 대중적으로 쓰이던 말이 아니라 넷상에서나 쓰이던 인종 차별 용어라서 요즘에는 모르는 사람들도 많아진 상태다. 아직도 이 말을 쓴다면 '애초에 그짝이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
상술하였듯이 한국인의 화병은 화를 꾹꾹 눌러 참아서 생기는 병이므로 화를 내면서 난리치는 상태를 화병이라고 하는 건 나름의 어폐가 있다. 한국에서 쓰이는 말 중에서 비교하자면 지랄병이 이 의미와 유사하다.
영어권에서는 분노를 못 참을 때 RAGE[7]라고 놀리지만, 이것 역시 화를 참는 데서 오는 한국의 화병과는 거리가 멀다.
비슷한 단어로 피꺼솟이라는 단어가 있다.
2. 화병(花甁)
vase꽃을 꽂는 병을 가리킨다. 말그대로 꽃병. 보통 점토나 금, 은, 동 등으로 만들어진다. 형태는 주둥이가 넓고 목이 가늘며 볼록하게 나온 몸체 아래에는 허리가 잘룩하게 들어간 넓은받침대가 붙어 있다.
3. 화병(花柄)
peduncle꽃의 가지를 의미한다. 식물학에서 꽃을 받치고 있는 작은 가지다. 꽃자루를 다수 달고있는 큰 가지를 꽃줄기라고도 한다.
4. 떡
4.1. 화병(火餠)
밀가루나 메밀가루를 반죽하여 모닥불에 구워 낸 떡.4.2. 화병(花餠)
꽃 떡. 지단을 묻힌 인절미.5. 화병(畫屛)
그림을 그린 병풍이다. 대한민국 미술사에서 병풍 한 폭짜리도 있고 심지어 열 폭이 넘는 것이 있다.6. 화병(火兵)
인간들이 화약, 화기를 발전시키면서 현대 국가들의 군대는 화약, 화기가 없으면 아예 운용이 안 될 정도가 되었으므로 현대 군인 중에서 화병이 아닌 군인을 찾기가 어렵고 화병이 아닌 무기는 화병보다 사용량이 매우 적다.
3번을 의미하는 화병은 거의 쓰이지 않고 대부분 조리병이라고 한다.
7. 화병(畵餠)
고사성어 | |
畵 | 餠 |
그림 화 | 떡 병 |
그 유명한 그림의 떡이다.
7.1. 의미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그림의 떡, 화중지병(畫中之餠)과 같은 말이다.하기 쉬운 것(또는 얻기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이루어 내거나 구하기 불가능에 가깝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7.2. 유래 및 기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서기 258년 위나라의 승상 사마소가 대군을 동원하여 회남의 진동대장군 제갈탄과 오나라의 연합 세력을 수춘에서 격파하는 동안, 강유는 군사를 일으켜 위의 장성이란 곳을 공격한다. 장성을 지키는 사마망은 많은 군량을 바탕으로 등애와 함께 장기전으로 버틴다. 강유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성을 공격하지만 등애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러는 동안 사마소는 수춘을 함락시키고 제갈탄을 죽인다.
사마소의 대군이 장성을 구원하러 온다는 소식을 들은 강유가 놀라 외친다. "이번 위나라 정벌도 끝내 화병이니, 회군하는 것만 못하다!"
[1] 간의 생리 기능에 장애가 와서 머리와 옆구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서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이 가장 흔히 알려져 있는 증세다.[2]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면 byeong.[3] 정확히는 alexithymia(감정표현불능증)가 신체화한 질병으로 등재하였다. 인내가 미덕인 유교 문화권에서 발생한다고 보았다.[4] 애초에 스트레스로 고열에 기절, 심지어 사망까지 이르는데 딱 봐도 정상적인 감정 반응은 아니다.[5] Other persistent mood [affective\] disorders ( ICD-10의 F34.8)[6] '홧병'은 맞춤법상으로는 틀린 표현으로, 한자 단어 두 개의 합성어 중에서 사이시옷이 붙는 예외는 셋방, 곳간, 숫자, 찻간, 툇간, 횟수로 제한된다. 다만 단어 자체가 강한 어조로 쓰이기도 하고, 발음상의 강세 위치도 한몫을 하기 때문에 홧병이라는 단어 표기도 적잖게 쓰인다. 게다가 '화(火)'가 한자인지도 모르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7] 그렉 필즈가 이걸로 자주 놀림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