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처나 브레인 파워드가 리바이벌(소생)하는 플레이트를 능가하는 그 무언가라고 해서 B플레이트. 사실 이름만 놓고 보면 뭔가 후반부에 제2의 기체가 나올 것을 예감하게 되지만 20화가 넘어가도록 그런 건 없고 '노비스 노아의 난민 어린이들이 바로 B플레이트다!'라는 말도 나오고 여튼 브레인 파워드를 더욱 난해하게 만드는 데 일조한 떡밥이지만...
결국 마지막 화까지 B플레이트가 과연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나오지 않았다. 최종화에서 이사미 유우가 오르판의 체내에서 안티보디화한 이사미 이이코와 화해하는 것이 'B플레이트 대신' 받아들여져 오르판은 지구를 그대로 두고 우주로 항해하게 된다.
B플레이트의 정체가 끝까지 밝혀지지 않은 것은 어쩌면 B플레이트 자체가 구체적인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오르판이 갈망하던 그 무언가'였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우츠미야 히메가 말했듯이 오르판은 고독한 존재였고 우주로 떠나는 기나긴 여행을 달랠 그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것은 지구의 오가닉 에너지(생명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것일수도, 퀸시 잇사의 고독한 헌신을 흡수하는 파괴적인 그 무언가일수도 있었고, 아니면 브레인 파워드의 힘으로 오르판과 소통하려고 한 노비스 노아 승무원의 의지, 히메와 유우의 사랑, 그리고 이사미 일가의 화해로 대변되는 희망적인 인류애를 단순히 오르판에게 느끼게 하는 것일수도 있었다.
말하자면 B플레이트는 '오르판의 소망'이자 '오르판에게 우주로 날아오를 힘을 주기 위한, 브레인 파워드와 그랜처가 아닌 그 이상의 것'이었던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내내 인류의 몫이었다.
마지막에 조나단 그렌이 아노아 맥코믹와 함께 어두운 하늘을 표류하며 '오르판이 우리가 한 것을 인정해 주고 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