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aeno/스토리/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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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싹튼 날

"슈욱--"

비행선이 멋진 곡선을 그으며 하늘 위를 가로지르고 가지런하게 떠있던 하얀 구름들이 흐트러진다.

카루짱이 비행선의 이동 궤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선체의 각종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이따금씩 머리를 돌려 스크린을 힐끗 쳐다보기도 한다.

대단한데.
진보가 빠르네!

갈색 머리 소년이 하늘을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웃는다.

지금 비행선을 조종하는 사람은 오브의 원주민 소년, 푸요다.
푸요는 카루짱이 곡예 비행을 홍보하기 시작한 뒤 첫번째로 비행선에 대해 물어온 사람이다.
카루짱에게 있어 푸요는 온 마음 온 뜻을 다해 자신을 지지하는 동료이자, 그에게 가장 중요한, 소중한 첫번째 제자인 것이다.

제자가 이렇게 우수한데, 스승으로서 어찌 기쁘고 자랑스럽지 아니하겠는가?

"좋아, 오늘 훈련은 여기까지 하자." 카루짱이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제자에게 말했다.
"고속 스핀을 배운지 얼마 지나지 않았어, 너무 오래 연습하명 몸에 무리가 갈 거야, 내려와."

"알았어 대장!" 푸요의 힘 넘치는 목소리가 스크린을 통해 들려온다.
"고속 스핀 너무 멋있다! 저기 대장, 이것만 배우면 다음은 저번에 대장이 보여준 아라베스크 스핀 배우는 거지?!"

"아... 그건 아직 멀었어."

"히잉--"

"먼저 기초부터 단단히 다져야지, 섣불리 어려운 기술에 도전하는 건 너무 위험해." 푸요의 목소리가 작아지자 카루짱이 다독이듯 말한다.
"푸요도 너무 이른 도전으로 다치기라도 해서 친구들을 걱정시키고 싶진 않잖아?"

"...응."

"그래도 푸요 오늘 너무 잘했어."

"진, 진짜?!"

"그래! 계속 열심히 하면, 기초 기술들은 금방 익힐 수 있겠던데?"

"우와--"

"응?" 카루짱이 의아한 표정으로 곁에서 에너지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 제자를 바라본다.
"어떻게 비행선을 좋아하게 됐냐고...?"

"응응!" 푸요가 음료수 캔 끝을 입에 물고 호기심에 찬 표정으로 자신의 대장을 쳐다보며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대장이 너무 대단해서 그래! 나이가 나보다 별로 많지도 않은데 벌써 엄청 위대한 꿈을 갖고 있잖아! 분명 완정 일찍부터 비행선을 좋아하기 시작한 거겠지?!"

"--아! 설마 대장도 소설 속에 나오는 '선택받은 자' 처럼, 태어날 때부터 비행선을 가지고 있었던 거야?!"

"하하, 그럴리가~" 카루짱이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아이의 천진난만한 추측을 부인했다.

"음, 비행선을 좋아하게 된 건 말이지..."

추억이 머리 속 깊은 곳에서 서서히 깨어난다, 카루짱이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는 끝없이 펼쳐진 하늘을 바라보며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날부터였어."

"에~~? 그날이 어느날인데???"

"하하, 알고 싶어?"

"응!!!"

"음~..."

"그럼 푸요 약속해, 듣고 나서 절대 따라하지 않기다?" 카루짱이 머리를 돌려 궁금해하는 제자를 바라보며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가 "쉿"하는 손짓을 했다.

"그때의 나는, 정말 나쁜 아이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