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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요
현대의 한글 표기법 개정 이전에 널리 쓰이던 합용병서 중의 하나로, 중세 국어 기준으로 ㅂ과 ㄷ, ㅅ, ㅈ, ㅌ이 결합한 ㅳ, ㅄ, ㅶ, ㅷ을 말한다.2. 상세
중세 한국어에 쓰이던 초성의 합용병서에는 ㅅ계, ㅂ계, ㅄ계가 있었는데, 이 중 ㅂ계는 ㅷ를 제외하고 모두 된소리로 합류하였으며 ㅷ는 ㅂ이 탈락하였다. 표기법의 추이는 ㅷ의 ㅂ 탈락이 가장 먼저 일어나며 ㅳ, ㅄ, ㅶ은 표기는 남았지만 ㅳ, ㅶ는 된소리가 되어 ㅼ, ㅾ와 섞여 쓰였다. 표기상 가장 오래 남은 ㅄ도 된소리로 합류한 시점은 훨씬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1] 근대 국어 때 생긴 ㅲ는 중세 국어의 ㅴ가 된소리가 되며 표기로만 쓰인 글자다.ㅅ계 합용병서의 15세기 음가에 대해서 경음설과 어두자음군설이 대립하는 것과 달리 ㅂ계 합용병서는 ㅂ 음이 실제로 발음되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다수설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15세기에 ㅂ계 합용병서였던 단어들 중 한글 전 한국어 표기에서 어두의 ㅂ 음가가 문증되는 사례가 있다.
- '싸다[包]'의 중세 국어 형태는 'ᄡᆞ다'로, 《삼국유사》에 기록된 한자 쌀 포(包)의 신라시대 새김인 '*바ᄉᆞᆯ(所瑟)'과 연결된다.[2][3]
- '흰쌀'의 중세 국어 형태는 'ᄒᆡᆫᄡᆞᆯ'이었는데, 고려시대의 《계림유사》에는 '한보살(漢菩薩)'이라 기록되었다.
- '쌀, 씨, 쓰다, 짜다, 뜨다'의 중세국어형은 모두 ㅂ계 합용병서로 시작했는데(ᄡᆞᆯ, ᄡᅵ, ᄡᅳ다, ᄧᅡ다, ᄠᅳ다), 이 단어들이 만든 합성어 '햅쌀·좁쌀·찹쌀, 볍씨, 몹쓸·몹시, 짭짤하다, 부릅뜨다·홉뜨다'에서 ㅂ 음이 덧난다.
- '함께', '솜씨'의 중세국어형은 각각 'ᄒᆞᆫᄢᅴ', '손ᄡᅵ'인데[4], 받침 ㄴ이 ㅂ에 동화되어 ㅁ 받침으로 변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 ㅷ[5]의 형태는 ㅌ의 음이 된소리로 바뀌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ㅂ 음이 어떻게든 발화가 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발음이 된소리로 합류된 이후로도 민간에서 관습적으로 ㅂ계 합용병서가 쓰이기도 하였는데, '물건을 쓰다'라는 의미의 '쓰다'에서 파생된 '~로ᄡᅥ'가 주로 以(써 이)의 직역투의 형태로 조선 후기까지 꽤 오랫동안 쓰였다. '찢다'라는 단어도 'ᄧᅳᆽ → ᄧᅵᆽ-'이었던 적이 있다. 그러나 ㅅ계 합용병서가 된소리의 표기로 몇백 년에 걸쳐 사용되면서 관습적인 용법을 확보하였고, 사이시옷과 같은 비슷한 경음화 현상에 기반하고 있는 데에 비하여 이 ㅂ계 합용병서는 정말로 예전의 흔적으로만 남은 표기였으므로 근대 이후 폐기되었다.
현대 한국어 맞춤법에서 쓰이는 'ㅄ' 받침은 20세기에 형태음소 중심의 표기를 도입함에 따라 쓰이게 된 표기로, 현재 초성 ㅂ계 합용병서는 쓰이지 않는다.
3. 발음
3.1. ㅳ
ㅳ | ||
<colbgcolor=#ddd,#222> 이름 | 비읍디귿 | |
분류 | 합용병서 | |
음성 | <colbgcolor=#e7e7e7,#181818> 어두 | p(b̥)d |
어중 | bd |
3.2. ㅄ
ㅄ | ||
<colbgcolor=#ddd,#222> 이름 | 비읍시옷 | |
분류 | 합용병서 | |
음성 | <colbgcolor=#e7e7e7,#181818> 어두 | p(b̥)s |
어중 | bs |
3.3. ㅶ
ㅶ | ||
<colbgcolor=#ddd,#222> 이름 | 비읍지읒 | |
분류 | 합용병서 | |
음성[6] | <colbgcolor=#e7e7e7,#181818> 어두 | p(b̥)d͡ʑ |
어중 | bd͡ʑ |
3.4. ㅷ
ㅷ | ||
<colbgcolor=#ddd,#222> 이름 | 비읍티읕 | |
분류 | 합용병서 | |
음성 | <colbgcolor=#e7e7e7,#181818> 어두 | p(b̥)tʰ |
어중 | btʰ |
4. 기타
중세 한국어의 ㅂ계 합용병서로 표기되는 발음은 그리스어에도 존재한다. 고전 그리스어 계통의 단어나 인명 등에서 볼 수 있는 pt-로 시작되는 철자(예: 프톨레마이오스, 프테라노돈 등)나 ps-(예: 프시케 등) 등이 중세 한국어의 ㅂ계 합용병서와 비슷한 발음이며, 현대 영어 등에서는 어두의 p가 발음은 되지 않지만 철자에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대 한국어로 치자면 발음은 된소리인 [뜯]으로 하지만 ㅂ계 합용병서로 'ᄠᅳᆺ'으로 표기하는 것과 같다.기타 ㅂ계 합용병서로 ᄟ, ᇣ, ퟤ, ퟥ, ᄨ, ꥳ, ᄪ, ꥴ가 있다.
[1] 이태희(2005), "합용병서 'ㅂ'계에 대한 음운사적 연구", '언어연구' 22, 35-50.[2] 정확히 말하자면 포산(包山)을 우리말로 소슬산(所瑟山)이라 한다고 기록했다. 여기서 바 소(所)를 음차가 아닌 훈차로 해석한 까닭은 《동국여지승람》을 비롯한 조선시대 이후의 문헌에서 포산의 명칭이 '비슬산'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비슬(琵瑟)'은 '*바ᄉᆞᆯ'에서 모음 ㅏ가 탈락하여 중세국어 'ᄡᆞᆯ'로 변화한 이후의 표기일 것이라는 추측이다.[3] 도수희(2012), "지명 연구 방법론에 대한 반성".[4] 각각 'ᄒᆞᆫ'(한, 하나)+'ᄢᅳ'(때)+'의'(에), '손(手)'+'ᄡᅳ'+'이'로 이루어진 합성어이다.[5] 타다3(물을 타다), 5(박을 타다), 6(거문고를 타다)이 'ᄩᆞ다'로 쓰였다.[6] 중세에는 ㅈ을 d͡z로 발음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