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목: 가정 교향곡(교향곡 3번) F장조 Op.53 (Symphonia Domestica/Domestic Symphony Op. 53)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곡 | |||
1번 d단조 | 2번 f단조 | 3번 F장조 | 4번 b♭단조 |
빌헬름 푸르트벵글러,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1944년 1월 12일 실황[1] |
조지 셀,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의 1964년 1월 10일 녹음 |
1. 개요
이 교향곡은 결혼 생활을 음악적인 형상으로 묘사할 것이다. 나는 이 작품이 가정의 행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몇몇 사람들이 믿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이것을 작곡했을 때는 (가정의 행복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재로 결혼 생활보다 엄숙한 것이 있을까. 결혼은 인생 중에서도 가장 엄숙한 사건이다. 그러한 화합의 신성한 기쁨은 아이의 출생으로 더 높아진다. 이러한 생활은 당연히 그 나름의 유머를 가지고 있으며, 나는 (작품을)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작품에 그런 유머를 집어넣었다. 그러니 이 교향곡은 진면목이 이해되길 바라며, 이러한 감각으로 독일에서 연주되길 바란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가정 교향곡은 독일의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1902~1903년 작곡한 3번째 교향곡이자 사실상의 교향시이다. 슈트라우스는 이 교향곡을 '성공한 예술가의 자서전'이라고 자평한 전작 교향시 '영웅의 생애'의 후속편을 상정하고 작곡했다.
슈트라우스는 이 곡에서 일반적인 화목한 가정을 묘사했지만, 실질적인 모델은 자신의 가정이었다.[2] 그리고 슈트라우스는 이 곡을 완성할 시점에 1894년 결혼한 1살 연상인 소프라노 출신의 아내 파울리네(Pauline Strauss, 1863~1950)와 아버지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6살 정도의 외아들 프란츠(Franz Struass, 1897~1980)[3]와 같이 살았다.
2. 작곡과 초연
이 곡의 스케치는 이전부터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나, 본격적인 작곡은 1902년 4월 시작된다. 관현악 총보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03년 10월 7일이고, 같은 해 12월 31일 베를린의 샤를로텐부르크에서 전곡의 총보를 완성한 후 1904년 3월 베를린의 보테 운트 보크(Ed. Bote & G. Bock)에서 총보가 출판되었다. 출판 당시 이 곡의 악보에는 '내가 사랑하는 아내와 내 아이에게 바친다'라고 적혀 있었다.초연은 악보 출판과 엇비슷한 시기인 1904년 3월 21일 뉴욕의 카네기홀에서 열린 '슈트라우스 축제'의 연주회[4]에서 작곡자의 지휘로 베츨러 심포니 오케스트라[5]에 의해 연주되었다. 슈트라우스는 이 초연을 위해 3월 9일로 예정되었던 초연 날짜를 미루면서까지 15번의 리허설을 했으며, 초연 결과는 대성공으로 끝났다.
3. 악기편성
피콜로, 플루트 3, 오보에 2, 오보에 다모레[6], 잉글리시 호른, D조 피콜로 클라리넷 1,클라리넷 5, 바순 4, 콘트라바순, 색소폰 4, 호른 8, 트럼펫 4, 트롬본 3, 튜바, 팀파니, 큰북, 탬버린, 심벌즈, 트라이앵글, 글로켄슈필, 하프 2, 현5부(16-16-12-10-6)4관 편성에 호른이 무려 8대인 대규모 편성인데, 실제로 아들이 이전에 작곡한 '돈 후안' 총보를 보고 '금관 악기를 좀 아껴 쓰면 좋겠다.'라고 했던 아버지 프란츠도 이 곡에 대해 '집에서 그렇게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라고 재치있는 충고를 했다.
4. 곡 해설
이 곡은 일반적으로는 교향시로 분류되지만, '가정 교향곡'이라는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일단은 교향곡으로 의도된 상태로 작곡되었다. 여기서 '교향곡'이라고 한 것은 이 곡의 규모가 종래의 교향시라는 형태의 한계를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데, 다만 그 명칭은 고전파적인 의미에서의 '교향곡'이 아니라, 넓고 자유로운 의미로 해석된 '교향곡(심포니아)'에 가깝다.연주 시간은 약 40분~43분 정도이며, 전체적으로는 고전적인 4악장 형식(1.알레그로, 2.스케르초, 3.아다지오, 4.피날레)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전 악장이 완전하게 독립된 것은 아니고, 전부 단절없이 이어서 연주하도록 되어있어 유사 단일악장 형태를 취하고 있다.[7]
4.1. 제1악장
F장조. Thema I. Bewegt, Thema II. Sehr lebhaft, Thema III. Ruhig (활발하게, 매우 생기있게, 고요하게.)5분 남짓한 짧은 악장으로, 전곡의 기본 주제들이 주제가 제시되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가장의 다양한 성격이 암시되는데, 먼저 가장의 유연하면서 '편한' 성격은 F장조의 첼로로 나타나며,(A1) 몽상적인 면은 오보에로,(A2) 잘 투덜대는 성격은 클라리넷으로,(A3) 정열적인 성격은 바이올린으로 암시된다.(A4)
이것에 이어서 템포를 올려 바이올린과 목관으로 B장조의 날카로우면서 강인한 인상의 아내의 주제가 '아주 쾌활하게' 나타난다. 여기서 아내의 주제의 첫 세 음은 가장의 주제의 첫 세 음을 전위한 것으로, 쉽게 말하자면 음의 위치를 뒤집은 것이다.
가장의 주제를 중심으로 한 조용한 악절이 이어진 후 아내의 주제가 다시 당당하게 등장하고, 이후 제2바이올린의 트레몰로와 함께 오보에 다모레의 부드럽고 호소력이 넘치는 d단조 선율로 묘사되는 아이가 등장한다.
목관의 깜찍한 트릴이 이어지고 여기에 백모(트럼펫)와 백부(트롬본)가 와서 이 아이가 양친 중 어느 쪽 닮았는지 등을 이야기한다.
4.2. 제2악장
D장조, 3/8박자. Scherzo. Munter, Mässig langsam: Wigenlied, Mässig langsam und sehr ruhig (스케르초. 쾌활하게, 적당히 느리게: 자장가, 적당히 느리고 매우 고요하게.)오스트리아의 무곡 랜틀러를 기반으로 한 스케르초 악장으로, 전반은 '아이의 놀이'와 '양친의 만족'을 그리고 있으며, 후반은 자장가로 되어 있다.
먼저 오보에 다모레가 아이의 주제의 변형을 연주하고, 목관 중심의 즐겁고 신나는 반주가 뛰어노는 아이의 즐거운 모습을 묘사한다. 이러한 즐거운 아이의 모습을 아이의 부모님은 즐겁게 바라보고 있다가 뒤이어 아버지가 단호하게 놀이를 멈추게 하니 아이가 떼를 쓰지만 어머니가 달래며 침실로 데리고 간다.
놀이에 지친 아이는 바로 잠에 들고, 어머니는 목관으로 암시되는 '자장가[8]'를 부른다. 여기에는 오보에 다모레에 의한 단조형의 아이의 주제가 대위법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아이는 어느 순간 글로켄슈필이 D음을 7번 울리며 암시되는 오후 7시를 알리는 시계 소리와 함께 잠든다.
한편 아이가 잠든 사이 클라리넷의 아르페지오 속에서 A2가 연주되며 아버지가 책상에 앉아 일을 하는 모습이 그려지고, 아내의 집안일은 친근하고 편안한 선율로 묘사되며, 이렇게 밤은 조용히 깊어간다.
4.3. 제3악장
E장조, 4/4박자. Adagio, Langsm (아다지오, 느리게.)'사랑의 장면'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느린 악장으로, 슈트라우스의 특유의 현악군의 커다란 울림과 목관군의 감각적인 울림을 통해 아름다우면서 매혹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목관의 두터운 음향의 매혹적인 새로운 선율과 현의 A4가 영감을 찾은 남편의 환희를 묘사하고, 아내의 배려도 서로 얽히는 가운데 부부간의 '사랑의 정경'이 정열적으로 펼쳐진다. 2대의 하프의 화음으로 반주하는 오케스트라 총주가 엑스터시를 상징하는 첫 번째 정점을 만들어내고, 상냥한 바이올린의 독주가 아내의 애정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이에 소박한 기쁨을 느끼는 남편이 첼로 독주로 묘사된다. 여기에는 클라리넷 독주까지 가세해 사랑스러운 3중주가 만들어지고, 바이올린 총주의 찬란한 연주도 감정을 고조시킨다. 조용해지면 바이올린과 첼로의 이중주와 호른의 친밀한 선율이 아련하게 연주된다.
아내의 주제가 평소와는 다른 섬세한 분위기로 다시 등장하고, 뒤이은 두 번째 클라이맥스는 이후에 작곡되는 살로메를 연상시키는 듯한 이국적이면서 눈부신 분위기이다. 호른의 영웅적인 울림과 바이올린의 고음이 복잡한 음향 속에서 거대한 정점을 만들고는 새벽녘에 다다른 부부는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다. 깊고 평안한 잠 속에서도 비올라의 부산한 움직임이 무언가 위태로운 느낌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꿈과 걱정'이라는 경과적인 부분으로 이어지는데, 플루트와 클라리넷, 하프의 불안불안한 3중주 뒤에 어머니가 아이를 걱정하는 듯한 클라리넷 2대와 독주 바이올린의 3중주가 이어지나, 혼란스러움은 잠깐뿐이고, 이후에 나오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도 일어날 시간이 왔다는 것을 알리는 느낌이다. 아이의 주제가 희미하게 연주되며 아이가 잠에서 깨어났단 것이 암시되고, 아내도 독주 바이올린으로 일어났음이 암시된다. 다시 글로켄슈필이 7번 울리며 아침 7시이 왔다는 것을 알린다.
4.4. 제4악장
F장조, 2/4박자. Finale, Sehr lebhaft (피날레, 아주 쾌활하게.)이 곡을 끝맺는 비교적 짤막한 악장으로, 매우 활기차면서 관현악의 매력이 극대화된 매력적인 피날레이다.
남편도 관악기의 트릴과 함께 일어나고, 부모 사이에서 아이의 교육에 대한 '아침의 즐거운 다툼'이 시작된다. 먼저 아버지가 아이의 주제에 아버지의 주제의 리듬을 넣은 주제로 자기의 주장을 앞세우고, 뒤이어 이에 반박하는 어머니의 신랄한 모습도 바이올린의 날카로운 선율로 나타난다. 이중 푸가 형식으로 묘사되는 이 아침의 다툼 속에서 아이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점차 고조된 끝에 A2가 트럼펫으로 연주되며 아버지의 승리로 끝나는 듯하다가 갑자기 트럼펫의 High C가 단기간에 4번 연주되는 무너지는 듯한 음악이 등장하며 아침의 부부싸움은 어떠한 승산도 없이 끝나게 된다.
그러나 곧 화해한 듯한 평화로운 음악이 이어지고, 아이의 주제가 상냥한 바이올린 독주로 등장한 후 1악장 도입부가 차분한 분위기로 변형된다. 이후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 듯 목관으로 단순하고 순수한 민요풍의 노래가 아름답게 등장한다. 집안은 한층 우아한 분위기에 젖어드는 듯하다가 환희에 가득찬 찬란한 음향이 등장하며 장관을 이룬다.
이후 트롬본으로 연주되는 아이의 주제의 장조형이 트럼펫이 연주하는 4악장에서의 아이의 주제의 변형과 함께 대위법적으로 결합되며 눈부신 음향을 만들어내고, 뒤이어 어머니의 주제가 등장한 후 8대의 호른이 아이의 주제의 변형을 연주하며 영웅적이고 장대한 분위기가 형성된다.[9] 탬버린까지 울려퍼지는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A4가 거대하고 감동적인 총주로 연주된 후,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전곡은 A1의 초반이 장대하게 F장조로 연주되며 끝난다.
5. 기타
- 1924년 슈트라우스는 그의 아들 프란츠의 결혼식을 위해 이 교향곡의 주제를 기반으로 '두 개의 하모니움을 위한 결혼식 전주곡'(Trv 247)을 작곡했으며, 바로 다음 해인 1925년 슈트라우스는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오른팔을 잃은 파울 비트겐슈타인을 위해 이 교향곡의 주제로 '피아니스트의 왼손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팔레르곤[10]'(Op.73)을 만들었다.
피날레 후반부의 호른 파트. 빨간 동그라미를 친 부분이 제1호른의 A5이다. |
- 피날레는 금관 주자들에게 엄청난 난곡으로 악명이 높다. 일례로 초반부의 클라이맥스에서 제1트럼펫은 C6을 단기간에 4번 연속으로 연주해야 하며,[11] 심지어 후반부(상단 악보)에서는 통상적인 최고음이 F5인 제1호른이 A5를 연주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12] 상술한 셀반의 유튜브 영상에도 후자에 대해 '이 패시지는 연주하기 엄청나게(ridiculously) 어렵다'는 댓글이 달려 있다.
[1] 영상의 썸네일은 1944년 1월 9일 연주라고 표기되어 있지만, 이는 오기이다. 여담으로 이 녹음은 구(舊)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이 연합군의 폭격으로 파괴되기 전에 열린 마지막 연주회의 실황 녹음이다.(구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은 1944년 1월 30일 파괴되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피날레 후반부 연주는 이후에 일어날 일을 예감하듯 휘몰아치는 분위기에 상당히 소름끼친다.[2] 이 곡에서 표현되고 있는 아버지의 셩격은 슈트라우스와 가깝고, 어머니의 성격은 파울리네와 비슷하며, 아이의 모습은 프란츠를 연상시킨다.[3] 정말로 우연히도 두 프란츠 슈트라우스는 동갑인 83세까지 살았다.[4] 2월 27일부터 3월 21일까지 총 4번의 연주회가 개최되었는데, 이 축제의 마지막 연주회가 바로 가정 교향곡의 초연이었다.[5] Wetzler Symphony Orchestra, 헤르만 베츨러(Hermann Wetzler, 1870~1943, 유대계 보헤미아 혈통 독일인 지휘자 겸 작곡가. 슈트라우스의 팬이라 슈트라우스 축제를 주선한 인물이기도 하다.)가 1903년부터 1905년까지 뉴욕에 일시적으로 조직한 관현악단. 연주력은 좋지 않았는지 가정 교향곡의 초연 바로 이틀 전에 파블로 카잘스의 협연으로 연주된 슈트라우스의 전작 '돈 키호테' 연주는 완전히 망가졌다고 하고, 슈트라우스도 이 오케스트라가 '무정부주의자들의 밴드 같다'고 비꼬았다고 한다.[6] 오보에와 잉글리시 호른의 중간쯤의 음색을 내는 바로크 시대의 목관악기이다.[7] 이러한 구성은 덴마크의 작곡가 칼 닐센의 교향곡 4번 '불멸'과 비슷하다.[8] 이 선율은 펠릭스 멘델스존의 무언가 Op.19b의 6곡 '베네치아의 뱃노래'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9] 후술하겠지만, 이 부분이 바로 호른 주자에게 가장 어려운 파트 중 하나로 악명이 높다.[10] parergon. 부속작품, 부산물을 의미한다.[11] 푸르트벵글러반 32:50~33:02, 셀반 31:22~31:35[12] 이 제1호른의 High A는 셀반 38:47 부분에서 들을 수 있다. 푸르트벵글러반의 40:09 부분에서 제1호른 파트는 트럼펫으로 옮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