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정 시각 : 2025-03-05 00:21:08

경심철갑탄

고속철갑탄에서 넘어옴
1. 개요2. 특징3. 한계점4. 대안과 전환5. APCNR

1. 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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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심철갑탄의 구조도

영국식 영어: APCR: Armour Piercing Composite Rigid (혼성고착탄)
미국식 영어: HVAP: High Velocity Armor Piercing (고속철갑탄)
독일어: Hartkernmunition (경탄심탄)
한자: 硬芯徹甲彈 (경심철갑탄) / 高速徹甲彈 (고속철갑탄)

철갑탄 종류 중 하나. 탄두의 중앙 부위에 단단한 금속으로 이루어진 관통자 심을 박고, 겉의 탄체를 그보다 무른 경금속으로 감싼 철갑탄이다.

해당 탄이 주로 사용된 시기는 제2차 세계 대전에서 6.25 전쟁까지며, 2차대전 시기에는 독일 국방군소련군에서 주로 사용되었고 6.25 전쟁 중에는 유엔군도 비교적 많이 사용했다.

2. 특징

파일:ubr-35.jpg
소련제 76.2mm BR-354P(탄두명은 BR-350P) APCR 포탄

당시 철갑탄탄소강을 사용한 유선형 구조였다. 점차 성능이 개량되며 피모철갑탄(Armor Piercing Capped)이나 저저항피모철갑탄(Armor Piercing Capped Ballistic Cap)과 같은 방법으로 탄도 안정성과 사거리, 관통력 등을 개선하였지만 근본적인 관통자의 구조는 동일하다보니 이것만으로는 관통력 향상에 한계가 있었다.

더 튼튼한 물질을 관통자로 쓰면 관통력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었고, 이에 따라 자연히 철보다 훨씬 단단하고 비중이 높은 텅스텐이 주목받게 되었다. 그러나 포탄 전체를 전부 텅스텐으로 만들기에는 비용도 지나치게 비싸며 탄두가 너무 무거워져서 탄도가 엉망이 되기 때문에, 텅스텐 관통자는 작게 만들고 이를 알루미늄 등의 가벼운 금속 속에 파묻어두는 형태로 탄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자 탄두의 무게가 일반 철갑탄보다 가벼워지면서 탄속이 크게 빨라졌고, 더 좋은 재질의 관통자를 더 작은 구경으로 만드니 장갑의 특정 면적에 가해지는 압력이 증가해서 장갑을 더 쉽게 관통하는 데다가 텅스텐도 적게 쓸 수 있었다. 덤으로 포탄의 탄속이 빨라지니 탄도도 더 평활해져서 조준도 쉬워졌다.

경심철갑탄의 수혜를 입은 국가 중 하나가 미국인데 미군의 HVAP는 경사장갑에 쉽게 튕겨나간다는 문제점이 있으나, 최소한 카탈로그 상 관통력은 대폭 상승했다. 3인치는 대략 50%, 특히 90mm는 2배 가까이 증가하여, 일반 철갑탄 사용시 독일군의 것에 비해 상당히 부족했던 관통력이 고속철갑탄 사용시 서로 같거나 미군 쪽의 것이 1.5배 가까이 관통력이 높아지는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진다.

3. 한계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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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제 76.2mm BR-350P APCR 포탄의 그림
2번이 관통자

일단 텅스텐 관통자 주변에 균일하게 경금속을 바르는 것부터가 난이도가 높은 기술이라 가격도 일반 철갑탄보다 비쌌다. 텅스텐 관통자 생산을 포함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력이 있어야 하며 포탄 생산을 위한 양산능력도 있어야 하기에 당대 1급 기술력을 갖추지 않으면 경심철갑탄 생산을 하기가 불가능했다. 일본 제국은 식민지로 지배중이던 한반도에 텅스텐 광산을 가지고 있어서 텅스텐 공급이 수월했지만 기술력 부족으로 인해 텅스텐을 이용한 포탄은 시험장에서 실험용으로 쓸 수준 정도로만 만들 수 있었고 당연히 양산도 불가능햏다.

정밀하게 제조하지 않으면 성능이 급감하기 때문에 생산성도 좋지 않아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항상 수요량에 비해서 공급이 원할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국인데 HVAP의 제식도입이 늦어졌고 생산성도 좋지 않아서 2차대전 당시 HVAP 공급량은 심하면 전차 1대당 1발 수준으로 매우 적었으나, 도입 후 충분한 시간이 흐른 후며 기술력이 발전해서 생산성이 나아진 시기에 발발한 6.25 전쟁에서는 충분한 수량을 확보해 유용하게 써먹는다.

관통자가 될 텅스텐의 보급도 문제였다. 나치 독일은 텅스텐이 부족해서 전선에서의 빗발치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APCR의 대량보급에 실패했다. 반면 소련은 APCR의 관통력 증대효과 자체는 타국에 비해 조금 낮을지라도 전차 1대당 4발 이상의 대량보급에 성공하여 차량별로 일정 수량씩 보급하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탄자가 가볍고 형상도 썩 공기역학적이지 않아서 근거리를 넘어가면 포탄의 속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어 관통력이 피모철갑탄 이하로 격감하는 문제가 있었다. 장약을 사용해서 포탄이 날아가도록 하는 과정에서 관통자 뿐 아니라 관통자를 둘러싸는 경금속까지 같이 붙어서 날아가게 되므로 정작 관통력에는 도움도 안되는 경금속 덩어리까지 장약의 추진력을 받아버리므로 정작 관통자에 작용하는 장약의 추진력이 줄어들어서 중거리 이상이 되면 관통력이 급감해버리는 것이다.

또한 외피의 형상 문제로 경사장갑 착탄 시 관통력 저하가 컸으며 쉽게 도탄되기까지 했다. 덤으로 탄도도 불안정해져서 장거리 사격이 어려워진다. 이렇게 되는 이유는 포탄이 목표에 명중할 때까지 관통자가 주변의 경금속에 둘러싸인 상태이기 때문인데 장갑과 포탄이 충돌할 때 외피가 되는 경금속이 변형되면서 관통자의 진행방향이 비뚤어져서 도탄이 발생하는 일이 많았던 것이다. 관통자를 경금속 외부로 노출시키고 유선형 캡만 씌운 경우에는 관통자의 뾰족한 돌출부로 인해 장갑과 충돌시 미끄러져서 도탄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수준높은 기술로 정성껏 제조하면 어느 정도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 독일군의 71구경장 88mm APCR은 장거리에서도 AP보다 관통력이 높았으며 장거리 사격 시 오히려 명중률이 상승하는 희한한 특성을 보였다. 자료를 보면 8,8cm Kw.K. 43 L/71은 2500m 기준 AP 136mm, APCR이 154mm라는 사기적인 관통력을 자랑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경우도 거리가 더 멀어지면 AP보다 관통력이 감소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4. 대안과 전환

전후에는 관통자 제작 기술이 향상되고 이탈피가 제대로 분리됨에 따라서 명중률 문제가 해결되어 굳이 경금속으로 탄두를 감쌀 필요가 없어졌다. 그러므로 포탄을 발사하면 이탈피가 신속하게 분리된 후 관통자가 장약의 추진력을 대부분 받은 상태로 강력한 힘으로 빠르게 날아가는 방식인 분리철갑탄에게 1선급 철갑탄의 지위를 넘기고 도태되어, 지금은 구식포를 유지하는 곳 외에는 어떤 곳에도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분리철갑탄이 대세가 된 것은 탄두의 최종적인 질량을 감소시켰을 때 의미가 있는 이득이 있는 대구경 화포용 철갑탄이나 중기관총이나 기관포에서 소량 운용하는 관통력에만 몰빵한 특수탄[1], 매우 특수한 용도의 보병화기에나 해당하는 사항이다.

그래서 경심철갑탄은 소총탄이나 권총탄 등의 개인화기 내지 기관포에 사용하는 소구경용 철갑탄을 만들 때에는 아직 널리 쓰이고 있는 방식이다. 소구경 화기의 경우 탄자의 질량은 표적에 가하는 충격량에 관여하고, 구경은 영구 공동의 크기에 관여하기 때문에 탄자가 충분한 질량 및 구경을 갖고 있어야 대인저지력을 확보할 수 있기에 관통자를 둘러싸는 경금속도 충분한 타격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기관포의 경우에는 장갑을 관통한후 내부에서 폭발한 후 불까지 지르는 등의 복합적인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 탄두에 관통자를 넣은 후에 관통 후 2차 효과를 위한 소이제나 작약을 충전할 필요도 있다. 당연하게도 탄자가 대구경탄들에 비해 작고 가볍기에 여기서 탄자 무게를 더 줄이면 탄도가 측풍의 영향을 과하게 받게 될 우려도 있으며, 경심철갑탄이라도 보병이 착용하는 방탄복/전차가 아닌 각종 차량/콘크리트벽 등의 엄폐물과 같이 각자가 상정한 목표를 뚫는 데에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소구경 철갑탄은 유체 역학적 형상으로 제작된 구리 등 재질의 피갑 안에 강철이나 텅스텐 카바이드 재질의 관통자를 삽입하는 식으로 제작되며, 9mm 구경인 7N21/7N31, 5.45×39mm 탄환 중 7N10/7N24, 5.56×45mm NATO의 M995, 12.7mm의 Mk.211 Raufoss, 발칸포용 20mm의 PGU-28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반적으로 개인화기에서 철갑탄(AP)라고 붙는 것들, 12.7mm 이상의 중기관총/기관포에서 AP 또는 SAP(Semi Armor piercing)은 대부분 경심철갑탄 형식의 탄환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기관포탄의 경우, APDS나 APFSDS 같이 작약/소이제가 들어있지 않고 오로지 관통력에 올인한 탄은 자주 쓰이지 않는다. 따라서 AP라 하면 피갑과 관통자 사이 소이제나 작약이 충전된 다목적 경심철갑탄을 의미하고 APDS 등 송탄통이 부착된 고관통탄을 따로 일컫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딜 가나 케바케라, APDS 등 고관통탄을 AP라 일컫고 작약/소이제가 충전된 경심철갑탄은 API, APIHE, SAPI 등으로 일컫는 경우도 많다.

한편, 최근엔 엉뚱하게도 항공기 투하용 벙커버스터 계열 관통탄이 경심철갑탄의 형태로 제작되기도 한다. 미 공군의 2000파운드 관통탄인 BLU-116의 경우, 기존 2000파운드 관통탄인 BLU-109와 외부 형상 및 작약 충전량과 탄도는 동일하나 얇은 피갑 안에 중금속 합금제 관통자와 작약이 충전된 구조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강철 피갑 내에 작약이 충전된 고전적 구조의 BLU-109에 비해 같은 무게로 약 2배의 관통 성능을 보인다.

5. APCNR

파일:B3eF3.jpg
영국제 2파운더 대전차포용 AP/CNR Mk I 포탄

APCNR (Armour-Piercing, Composite Non-Rigid) / APSV(Armour-Piercing, Super Velocity)

탄체에 쉽게 변형되는 연금속 링을 두르는 경심철갑탄으로, 구경감소포에서 쓰기 위해 만들어진 구경감소탄의 일종이다. 탄체에 쉽게 변형되는 금속 고리가 둘러지는 점을 제외한 원리는 경심철갑탄과 동일하다.

일반적인 경심철갑탄이 여전히 제한적으로나마 쓰이는 것과는 달리, 구경감소포가 산더미같은 단점 때문에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같이 사장되었다.


[1] K-21 보병전투차의 40mm 날탄이 대표적인 사례다.